73화
개인 방송은 준비에 한계가 있다. 매일매일 특별한 이벤트를 진행하긴 힘들다. 가볍게 해먹을 콘텐츠가 있다면 그것만큼 개꿀인 게 없다.
'그것이 가장 어울리기도 하고.'
너무 보라쪽에 치우치면 기존 시청자의 반감을 산다.
어, 난 게임 보러 왔는데?
그런 이들도 가볍게 볼 만한 일상물을 찍고 있다.
“춤 한 번 춰봐요 춤.”
“우리 그런 가게 아니거든용~.”
―용~
―말투 귀요미ㅋㅋㅋ
―점원한테 춤을?
―오정환 이 새끼 손놈이었누
+α.
약간의 조미료다. 솔직히 식당에서 여자 점원 꼬시고 싶을 때가 있잖아.
'손놈 같은 게 아니라.'
상상으로나 해볼 법한 일. 이를 볼 수 있는 게 현실과 픽션의 경계에 있는 개인 방송의 묘미다.
“열혈팬 한 분이 하율씨 이쁘다고 방금 천 개나 쐈어요.”
“업무 시간에 이러면 매니저 오빠한테 혼나는데.”
“야 매니저!!”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걸 부른다고?
―매니저 소환!
―쫓겨나겠누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친하니까 하는 소리다.
먹방과 보라의 동시 진행. 내 최근 방송의 메인 콘텐츠 중 하나다.
'하루의 마무리로 들리지.'
어차피 밥은 먹어야 되고, 방송의 노고를 달랠 겸 힐링도 하고 싶고.
하율이가 귀여운 타입이라 대화하다 보면 재미있다.
그러면서도 할 때는 한다. 누구처럼 율동 추는 어린이가 아니다. 허벅지 라인이 이쁜 건 기본적인 근육이 받쳐주기 때문이다.
“여기가 니집 안방이냐??”
“장인어른, 저 하율이 받아가겠습니다. 말리지 마십시오.”
“크흐흐! 그래 가져가라 가져가.”
매니저형의 허락도 받았다.
이 형이랑도 친해.
이해 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에 하는 진상짓이기도 하다.
'매상에도 도움이 되거든.'
시청자 수가 굉장히 많다. 커뮤니티를 타며 2차적인 홍보 효과도 누린다.
결과적으로 돈까스집의 매상이 크게 상승하는 결과를 낳았다.
─헌팅박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센세……
그리고 내 매상도.
하율이와의 콘텐츠는 상당히 인기가 있다. 발랄하고, 쾌활해서 보고만 있어도 기운이 나는 타입이다.
“이 정도 추면 되나?”
“마음 같아서는 가슴에 딱 팁을 꽂아주고 싶은데 가슴이 없네.”
“진짜 나빴어!”
“아! 뼈 뿌러졌어.”
―맞을 짓을 왜 해ㅋㅋㅋㅋㅋ
―쌤통이다
―이 커플도 진짜 좋음ㅠㅠ
―떡볶이녀 다음으로……
당연히 하율이의 시급도 올랐다.
간판 점원이 되었거니와, 내가 따로 용돈을 챙겨주기도 한다. 별 건 아니고 수고비.
방송에 출연했지 않은가?
본인도 큰 요구가 없어 Win―Win을 하고 있다.
'착해.'
물론 여사친으로서 말이다. 괜히 이쪽 세계로 끌어들이고 싶지 않다.
안타깝게도 그런 의사가 워낙 확고한 분도 한 분 계시다.
“이제 방종을 할 건데요. 공지사항으로 올릴 걸 미리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분과의 콘텐츠. 시나리오는 이미 머릿속에 그려두었다. 그것을 현실화하는 과정도 착착 이루어지고 있다.
─BlueMoon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돈슨 전속 모델된 거임? 갓정환 ㄷㄷ
“모델은 아니고 진행자 정도에요. 100개로 안 물으셔도 되는데 아무튼 감사합니다.”
―크~
―초심 잃지 않는 그는 도덕책……
―그 미꾸라지랑은 다르지ㅋㅋㅋ
―정환이는 잘 나가는 이유가 있어
돈슨쪽에서 연락이 왔다. 또 행사를 도와줬으면 한다고. 지난 페스티벌의 반응이 좋았던 덕분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찔했지.'
사실 당시에 야외 방송을 했던 것.
망했으면 욕을 바가지로 먹고 쫓겨났어도 이상하지 않은 돌발 행위였다.
사전에 이야기도 없이 뭔 짓이냐?
하지만 결과적으로 아주 잘 풀렸다. 그것을 한 번 더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이다.
그때보다 페이도 올랐다. 그만큼 책임감도 막중해졌다.
그런 자리이기에 해볼 만한 것도 존재한다.
“그래봤자 축제 야방 아니냐고요? 혹시 모르죠. 아주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지.”
매일매일 특별한 짓을 할 수는 없어도 가끔은 못할 것도 없다.
밑준비는 완벽하다.
* * *
두 달하고도 보름 전의 일.
돈슨 페스티벌은 성황 리에 막을 내렸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전에 걔 있잖아 걔. BJ 중에 제일 똘똘한 애.”
“아, 오정환 말씀이십니까?”
“그래 걔! 당연히 섭외해 놨겠지?”
“가장 우선 순위에 올려뒀고, 이미 이야기가 간 걸로 압니다.”
“역시 장부장이야. 가끔 사고는 쳐도 일처리는 아주 흡족해.
“하하…….”
싼 게 비지떡.
섭외한 진행자 중 일부가 물의를 일으켰다. 특히 BJ라는 인간들이 상식을 벗어난 기행으로 골머리를 썩게 했다.
그 모든 물의가 결과적으로 덮어졌다. 이슈를 덮을 수 있는 건 더 큰 이슈뿐.
오정환의 야외 방송이 엄청난 호응을 이끌어낸 결과다.
'확실히 능력은 있어.'
한때 그와 대립했던 장연수도 이제는 인정한다.
그의 방송에 출연하며 BJ에 대한 선입견도 많이 벗겨졌다.
이제 곧 진행되는 신사옥 이전 행사.
그 진행자로 오정환을 섭외한 이유다.
능력도 능력이지만 행사의 취지에도 참 어울린다.
『㈜돈슨코리아 사옥 이전 안내』
안녕하세요. 돈슨입니다.
1994년 창립되어 유저 여러분의 성원으로 꾸준히 성장해온 (주)돈슨코리아가 고객지원 역량 강화와 사업 영역 확장에 따라 새로운 사옥으로 이전합니다.
신사옥 이전을 계기로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신뢰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돈슨코리아 대표이사 김돈슨
본래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했던 돈슨 본사.
작년부터 약 1년에 걸쳐 분당구 판교로 이전했다. 그리고 얼마 전, 그 장대한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이 있듯, 신사옥 이전에 기념 행사가 빠져서야 섭할 노릇이다.
오정환은 개인 방송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신사옥의 소개와 홍보를 맡게 된다.
“이슈성이 엄청나. 어지간한 연예인급인데 페이는 훨씬 저렴해.”
“그렇죠. 저도 그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연예인들의 경우 기본적으로 천단위는 생각해야 한다. 그마저도 싸게 잡았을 때의 이야기다. 그렇다고 꼭 흥행이 보증되는 것도 아니다.
당연하게도 게임을 잘 모른다. 그것이 골수 유저들의 반감을 사는 일이 왕왕 있다. 한 마디로 돈만 붓고, 효과는 없는 개같은 경우가 생긴다.
'그런데 BJ들은 게임을 하니까.'
일반 유저들보다 훨씬 잘 안다. 인지도도 유저들 사이에서는 굉장히 높아, 어지간한 연예인보다 잘 먹히기도 한다. 진행 능력까지 겸비한 오정환의 가치는 더욱 높게 책정된다.
<돈슨코리아의 신사옥 이전을 지금부터! 여러분의 뜨거운 환호! 함성과 함께 시자아아아아아아악~~~ 하겠습니다!!>
물론 그뿐이다. 간판으로 쓰기엔 격이 좀 떨어진다.
오프게임넷의 대표MC 진용준의 익숙한 외침이 고막을 찌른다.
메인 진행자는 그 이상의 유명인들로 꾸려두었다.
오정환이 하는 건 행사의 소개가 전부다. 그렇기에 흔쾌히 섭외한 것이기도 하다.
“잘 진행되나 보구만.”
“예, 아직은 개막식이고 이사님이 참석하실 메인 행사는 8시에 예정돼있습니다.”
“그런 재미없는 이야기는 접어두고.”
“……예.”
이를 사무실 안에서 내려다본다.
일반 사원들이 분주한 와중, 임원급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그중 한 명에 포함돼있다는 의미는 장연수의 심장 박동에 영향을 준다.
'민하 씨도 보이네.'
함께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아쉽다. 하지만 이 자리에 있기에, 그녀를 쟁취할 수 있게 된다.
장하권 이사가 이 시기에 자신을 부른 것은 분명히 의중이 있다.
“자네가 단풍잎스토리를 지휘하면서 여러가지 우여곡절이 있었지 최근에 특히.”
“…….”
“그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네가 쉽게 무릎 꿇을 인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재확인했네.”
한마디로 요약을 하면 승진할 준비를 하고 있어라.
이전부터 수차례 들어왔다.
말로만.
나이가 젊은 탓에 요원하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게임 업계에서는 아예 없는 일은 아니다. 능력 있는 사람은 30대에도 대표 이사를 단다.
하지만 드문 일이 맞고, 자신도 출세의 당사자가 되었다는 사실에 벅차오른다.
“확정된 건 아니지만 기대는 하고 있어도 될 거야.”
“예, 실망시키는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그전에……, 오늘 행사가 성공적으로 끝이 나야겠지. 아주 중요한 행사니까.”
새로운 사옥으로의 이전.
그 의미는 단순한 기념일로 치부할 게 아니다.
부지와 공사 비용만 무려 1000억원을 넘는 대규모 '투자'다.
수십억 들이는 영화도 개봉 전에 굿판을 벌일 지경이다.
투자의 리스크를 생각하면 간이 떨려.
신사옥 이전 행사에 담긴 의미도 큰 틀에서 마찬가지다.
'문제 없어.'
이를 모를 리가 없다.
만반의 준비를 갖췄고, 실패의 여지가 없다는 자신감이 차올라 있다.
파바방~
파바바방~!
저 하늘 위로 날아가 휘황찬란하게 터지는 폭죽처럼.
무려 1억 원에 달하는 본 행사의 메인 이벤트가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다.
“슬슬 내려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음, 가세나.”
“예!”
자신의 출세를 축하해주는 축포처럼 느껴진다.
이사급 임원과 입장하는 모습은 개선문을 지나는 군인처럼 당당해야 하는데.
“여러분이 쏟아부은 캐시값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조금 많이 예상치 못한 사태가 일어난다.
* * *
빌드업.
이슈를 보다 돋보이게 만드는 과정.
너무 대놓고 목적으로 귀결되면 시청자 입장에서 진부해지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굉장히 영악해.'
살면서 드라마 한두 편 봤겠냐고. 그중에 막장이었던 게 한두 편이었겠냐고. 어중간한 전개는 만에 하나, 혹시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메이플큰손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와 돈슨 여직원 수준ㅎㄷㄷ하네
“100개 감사합니다. 민하씨가 게임 회사에서 일하셔서 그런지 레벨이 높긴 해요.”
―레벨ㅋㅋㅋㅋ
―외모 만렙ㅋㅋㅋㅋㅋㅋㅋㅋ
―사원도 레벨업시키누ㅋㅋㅋㅋ
―진짜 예쁘긴 하다……
돈슨 신사옥의 소개.
그 진행을 위해 빌렸다. 스태프 한 명을 대동해서 다니고 있다.
'물론 민하 씨지.'
본판이 꽤 되는 편이다. 그리고 내가 작업을 도왔다. 엄청난 공을 들여 변신에 가까운 메이크업을 시켰다.
그 결과.
시청자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다.
미인 직원이 안내를 해주는 시츄에이션이란 것도 한몫한다.
─헌팅박님, 별풍선 200개 감사합니다!
미션! 혹시 애인 있으신가 알고 싶음ㅎㅎ
“지금 혹시 들으셨어요?”
“그런 질문은 좀…….”
“아, 역시 있나 보네. 없을 리가 없지.”
“있다고는 안 했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없네 없어
―있으면 저렇게 말 안 하지 ㄹㅇ
―지금 7천 명이 증인입니다!
어설픈 보라BJ들처럼 억지스러운 느낌도 없다.
이걸 처음부터 계획했다고 누가 상상을 해.
'당연히 우연하게 만났다고밖에는 생각 못 하지.'
반응이 괜찮다. 하지만 만족스럽지는 못하다.
썸이나 연애와는 달리 자극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업무 중인 직원을 어떻게 꼬셔?
함부로 노선을 틀다가는 자가당착에 빠진다. 이 애매하기 짝이 없는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돌파구.
파바방~
파바바방~!
이 순간을 기다렸다.
금일 행사의 메인 이벤트.
하늘에서 터지는 폭죽 세례는 그야말로 아름답다.
'그야 돈을 쏟아부었을 테니니까.'
축제용 폭죽은 수십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호가한다. 비싼 만큼 돈값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비싼 걸 어떻게 저리 펑펑 쏠 수 있을까?
한 번쯤 고심하고 넘어갈 부분이다.
그림 같은 폭죽.
으리으리한 사옥.
이 두 가지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건 분명 나만이 아닐 것이다.
“여러분! 지금 여러분이 쏟아부은 캐시값이 하늘에서 터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