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74화 (74/846)

74화

장동민 해버리기

돈슨.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게임계의 거물이다.

하지만 그 이미지가 마냥 좋지만은 않다.

─돈슨은 양심이라는 게 없나?

애들 코 묻은 돈을 얼마나 뺏어 먹으려고 사행성 캐시템을 저렇게 출시하지 └돈슨이 '돈슨' 했는데 문제라도?

└돈 진짜 밝힘ㅋㅋ

└확률형 캐시템이 돈슨 작품이죠

└돈슨겜특) 현질 안 하면 진행이 안됨

좋지 않을 짓을 해왔기 때문이다. 기업으로서 이윤 추구는 당연하다.

그 정도라면 돈 아끼는 게이머의 과한 지적이겠지만 그 이상의 행각을 해왔다.

그것도 세계 최초로 창의적인 수익 모델을 여러가지 개발했다.

게이머가 돈을 쓸 수밖에 없도록 심리적인 허점을 기가 막히게 파고든다.

─직촬) 오정환 공지 보고 돈슨 신사옥 가봤는데……

진짜 으리으리하네

무슨 뭐 삼성, LG인 줄 알았어

돈슨이 욕은 많이 먹어도 대기업은 대기업이구나

└당연하지. 욕 처먹은만큼 벌었는데

글쓴이― ㄹㅇ 존나 많이 벌 만하넼ㅋㅋㅋㅋㅋㅋㅋ

└욕을 돈으로 바꾸는 힘!

└아 그래서 게임 안 할 거냐고~

그렇게 대한민국의 어린이, 청소년, 청년들을 갈취해 세웠을 돈슨의 거대한 사옥을 보면 묘한 느낌을 감출 수 없다.

입이 근질근질해지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어디에 말해?

돈슨은 다람쥐를 뿌려라!

일반 운영자조차 우러러보던 시절이다. 민원을 넣는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답답한 마음을 삭힐 길이 없다.

그나마 할 수 있는 이들도.

'근데 뭐 어떡해.'

'우리도 팔아야 먹고 살지…….'

'그래도 돈슨이 대우는 가장 좋아.'

돈슨코리아의 사옥 이전 행사.

초대를 받아온 이들도 입을 다문다. 공석에서 할 만한 이야기가 아니기도 하다.

“밤하늘에 떠오르는 폭죽처럼, 떠오르는 IT 중심지인 이곳 판교에서 돈슨의 선전을 기원하겠습니다!”

심지어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말이다. 게스트 한 명이 단상 위에서 축사를 한다.

짝짝짝!

짝짝짝짝!

수많은 사람들이 박수 갈채로 응답한다.

축사를 마친 게스트는 단상 위에서 내려와 다음 차례의 게스트에게 마이크를 건넨다.

그런 방식.

모두가 자연스럽게 Yes를 말한다.

No를 말하기도 힘들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인데.

뚜벅뚜벅―

다음 게스트가 단상 위에 올라간다.

모르는 얼굴.

연예인도, 유명인도 아니다.

흘러 지나가는 게스트구나.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차. 믿을 수 없는 축사가 그의 입에서 터져 나온다.

“여러분! 지금 여러분이 쏟아부은 캐시값이 하늘에서 터지고 있습니다!”

어안이 벙벙하다. 순간적인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곳곳에서 눈만 껌뻑인다.

눈치를 보던 다음 게스트가 서둘러 올라가려 했지만.

“여러분이 쏟아부은 캐시값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행사의 진행을 위해 초대된 게스트들.

당연하게도 거액의 출연료가 따라붙는다. 그 액수는 하늘에서 터지는 폭죽 못지 않다.

현장 이곳저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생각이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을 뿐이다.

“저놈 저, 저 당최 무슨…….”

“장부장이 뭐 착각했나 본데요 뭔 저런;;;”

일부 게스트와 직원들의 분위기가 통제가 안 된다. 한 번 퍼진 웃음은 겉잡기가 힘들다.

임원들의 심기가 불편해지자 그제서야 경비원들이 사태 수습에 나선다.

“한 명의 돈슨 유저로서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습니다. 유저분들의 사랑이 지금의 돈슨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새 사옥에서도 잊지 말고 더욱 더 번창하셨으면 합니다!”

그러자 마이크를 고쳐 잡는다.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진지함을 띈다. 말을 마치고 내려올 때까지, 내려온 이후로도 누구도 제지하지 못한다.

어이가 없게도 말이다.

유유히 사라진 한 남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바로 다음 진행이 이어진다.

“에……, 돈슨의 사옥 확장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현장은 그렇게 수습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당연하게도 인터넷의 상황은 그러지 못하다. 방금의 상황은 실시간으로 방송되고 있었다.

─갓정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정환! 오정환! 오정환! 오정환! 오정환!

─돈슨 보고 있지? 돈슨 보고 있지? 돈슨 보고 있지?

─한밤중에 눈이 부시게 만드는 그는 도덕책……

.

.

.

여러 커뮤니티에서 반응이 터져 나온다.

속에 꾹꾹 눌러담았던 한 마디. 유저들을 대표해 속 시원히 질러줬다는 느낌을 받는다.

─오정환 소신 발언은 좋은데

저러면 돈슨한테 찍히는 거 아니냐?

진짜 개또라이 새끼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만 사는 새끼ㅋㅋㅋㅋㅋㅋㅋ

└근데 팬은 확실히 늘어날 듯

글쓴이― ㄹㅇ

└방금 추천&즐찾에 팬갑까지 하고 옴

그에 대해 관심이 없던, 오히려 반감까지 가지던 이들도 이번 만큼은 기립 박수.

다수의 팬을 확보하게 되리란 건 자연스럽다.

물론 과하다는 여론도 있다.

경사스러운 자리에서 무슨 짓이냐?

돈 받고 나왔으면 돈값을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지금 엄근진 하는 돈슨 알바들이 웃긴. EU

그래서 돈슨 캐시템은 돈값함?

└코건 맞지ㅋㅋㅋㅋㅋㅋ

└돈슨 알바들 아닥행ㅋㅋㅋㅋ

└반박할 수 있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못하겠네요

옹호의 여론이 생기기에는 지금껏 해온 패악질이 너무 심했다.

무엇보다 열사다.

총대를 메준 사람을 내칠 정도로 네티즌이 그리 매정하지 않다.

* * *

─인방5일차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열사니뮤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보라의神님, 별풍선 1개 감사합니다!

.

.

.

어마어마한 별풍선 세례. 소신 발언을 마치고 난 여파다. 짤풍이 대부분이라 양은 많지 않지만, 팬가입 하나는 정말 원 없이 확보하고 있다.

─돈슨10새끼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돈슨한테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인데 감사합니다ㅠㅠ

“500개로 통 큰 팬가입 감사합니다. 제가 지금 야외라 일일이 대답을 못 드리고 있는 점, 간곡한 양해 부탁 드리겠습니다.”

―ㄱㅊㄱㅊ

―신경 하나도 안 씀

―나도 100개 묻혔는데 노상관ㅋ

―오정환 열사님 기억하겠습니다

물론 개중에는 큼지막한 것들도 있다.

단기적으로도, 장기적으로도 수익 증대가 상당하다.

하지만 좋아하고 있을 일은 결코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 쉽게 달아올라.'

그리고 너무 쉽게 뭉친다. 그리고 너무 쉽게 식어버린다.

장점임과 동시에 치명적인 난점이기도 하다.

이슈는 감당할 수 없으리만큼 커져 가는데, 정작 관심은 흐지부지해진다는 이야기다. 일련의 사태는 절대 길게 끌고 가서는 안된다.

“어쩌려고 그러셨어요.”

“미안해요.”

“저한테 미안하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데…….”

애초에 그럴 생각도 없다.

이 모든 것이 빌드업. 잘 짜여진 하나의 각본이다. 아무 생각 없이 벌인 일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열심히 잘 최선을 다해야 하겠지만.'

수습하지 못한다면 깊은 상처만이 남을 뿐이다.

이것이 바로 인터넷 방송의 방식이다. 일단 저지르고 보는 게 습관화돼있다.

“님들 돈슨이 캐시템 팔아서 이렇게 빌딩까지 세우니까 솔직히 좀 배 아프죠?”

―ㅇㅇ

―그걸 말이라고

―십새끼들 대체 얼마나 많이 판 거야!

―저 빌딩의 0.01%는 내가 세웠다ㅋㅋㅋㅋㅋㅋ

0.01%면 대단한 거다. 1000억원의 0.01%면 천 만원에 해당하니까.

'돈슨 시스템상 천만 원 쓴 사람이 적지는 않지.'

유저들의 피와 땀이 서려있다.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한사코 나쁘게만 볼 이야기는 아니다.

왜냐?

사업 확장을 했다는 건 돈을 썼다는 의미다.

진짜 나쁜 기업은 돈을 많이 버는 기업이 아닌, 사회에 환원하지 않는 기업이다.

“이 미인 직원의 월급에도 여러분의 캐시가 녹아있습니다.”

“아……, 그게 그렇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먹고 살기 힘들다!

―민하 누나 월급의 1%는 제가 책임집니다

―난 2%!

이러니저러니 해도 돈슨은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기업이다. 돈을 번 걸로 땡이 아니라, 그걸로 다른 게임을 만들거나 한다고.

물론 그것도 돈을 벌기 위함이지만 자본주의가 원래 그런 구조다.

'그렇게 하면 일자리도 생기고, 운 좋으면 재밌는 게임도 탄생하면서 선순환이 이뤄지는 거야.'

린저씨들 등골을 넘어 뇌수까지 쪽쪽 빨아 먹으면서 천년만년 떵떵거리는 것보다는 확실히 낫다.

어디까지나 차악이긴 한데, 그래도 상대적으로 덜 나쁜 병신이라는 소리다.

“돈슨의 새로운 도약이 게이머들에게 축복이 될지, 아니면 폭정이 이어질지 우리 게이머들이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오겠냐는 생각에 인생 걸고 오지랖 좀 부려봤습니다.”

―인생 걸고ㅋㅋㅋ

―우발적으로 한 게 아니었네

―그저 갓정환……

―왜 이렇게 눈이 부시지??

눈이 부실 만도 하다. 컴컴한 실외에서 실내로 들어왔으니까. 다행히 아직 쫓겨나지 않고, 방송을 이어나가고 있다.

“여긴 어디죠? 맛있는 냄새가 나는데.”

“출출하실 분들을 위해 1층에는 간단한 식사와 디저트류가 준비돼있습니다. 디저트 뷔페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새로운 사옥의 소개.

겸사겸사 사리사욕을 조금 채워도 문제될 건 없을 것이다.

한 번 쭉 훑어보자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먹기 좋은 떡들이 즐비하다.

“여러분이 구입한 캐시템이 이렇게나 많습니다!”

“목소리 좀, 목소리 좀 제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다 민하 누나 짤려;;

―이미 뒤가 없누

―캐시템들이 먹음직스럽게 생겼네요ㅋㅋㅋ

실제로 제법 퀄리티가 좋다. 개별로 사 먹어도 몇 천원은 할 법한 빵과 푸딩들이 식욕을 자극한다.

“이 망고 판나코타가 운명의 수레바퀴값 할 것 같은데, 제가 운명의 수레바퀴 하나 단숨에 해치워보겠습니다.”

―니 운명의 수레바퀴 ㅅㅂ롬앜ㅋㅋㅋㅋ

―컨셉 확실하네

―캐시 살살 녹는다!

―마케팅팀 복장 터지겠누ㅋㅋㅋㅋㅋㅋㅋㅋ

달콤하게 혀끝에서 녹아내리는 게 값어치는 충분한 듯싶다.

일련의 방송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게임사라는 게 유저 입장에서 잘 안 와 닿아.'

그냥 돈 빨아먹는 귀신처럼 느껴지지.

그렇다고 직접 찾아간다고 동네 중국집처럼 친근한 것도 아니다.

거리감이 있다.

이를 좁힐 방법?

바로 자신들이 돈을 쓰는 이유를 알게 하는 것이다.

시대가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정착하는 팬심과 같은 개념이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익숙하지 않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게임에 돈을 쓰는 것이 금기시되었으니 당연하다.

캐시템으로 빌딩도 세워지고, 음식도 사고.

─gotqks707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돈슨, 돈슨 하면서 욕만 했는데 민하 누나 직장 때문에라도 욕 안 해야겠네요ㅎㅎ

“뜬금포 1000개 감사합니다. 오늘 너무 수고해주셨는데 지금 받은 걸로 끝나고 식사라도 어떠세요?”

“네?”

“퇴근하실 거잖아요? 좋죠?”

“뭐, 안될 건 없는데…….”

―이걸?

―역시 갓정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연스럽게 달달각 잡누

―좋지 ㅎㅎ

데이트도 하고.

이렇게 이쁜 누나가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면 유저들 입장에서 게임에 돈을 쓰는 것에 자부심이 생기게 된다.

'게임사와 유저 사이에는 합의점이 있어야 돼.'

우리가 너희 게임, 너희 회사 잘되라고 사는 거다.

Win―Win의 기업이 돼야지, 손님의 파멸을 바라는 도박장이 되어서는 아니된다.

이 X랄을 해도 산다고?

와! 한 번 저 X랄도 해보자.

지금까지 한국의 게임사들이 그랬다면 앞으로는 달라질 미래를 기대한다.

'내 미래도. 제발.'

어떤 씨앗이 싹틀지는 나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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