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화
빅뱅 패치
파프리카TV.
최근 몇 주 사이에 일어난 변화는 믿기지 못할 정도다.
─갓정환 시청자 1등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눈나 나 죽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쥬지가 이상해……
─우리는 오정환의 시대에 살고 있다!
.
.
.
신인BJ.
엄밀히 따지면 그렇게 분류될 것이다.
역대급의 신입 한 명이 파프리카TV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보이는 라디오』
1. 오정환 ↑5
2. 철꾸라지 ↓1
3. 해머부인 ↑17
4. 예능인[김군] ↓2
.
.
.
물론 드문 일은 아니다.
각 카테고리의 1위가 바뀌는 건.
매주마다 매겨지는 결과이며, 인기BJ일수록 휴식 텀이 길다.
─오정환 보라 1위 등극ㄷㄷ
떡볶이녀부터 심상치 않았는데 이걸 해내네
└첫 야방때부터 폼 미쳤는데 무슨ㅋㅋ
글쓴이― 응, 그때 지랄하던 놈들이 갠방갤러야
└난 지랄 안 했는데? 凸
└지금 폼 미치긴 했음!
하지만 그건 다른 카테고리에 한정된다.
보이는 라디오.
파프리카TV에서 가장 치열한 전쟁이 펼쳐지는 곳이다.
막대한 수익과 인기가 보장된다. 그 외에도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엮여있다. 보라의 1위를 찍었다는 건 대세BJ라는 가장 확실한 방증이다.
─오정환만 보면 튀어라!
[런닝맨+철꾸라지 합성짤. jpg]
퇴철꾸라지런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확히 5분만에 런~~
동시간 키면 시청자 비교될까 봐 벌벌 떨쥬~~~
└런닝맨 찍고 있누ㅋㅋㅋㅋ
└약속 때문에 껐다는데?
글쓴이― 없던 약속이 갑자기 생기누ㅋㅋㅋ
└아ㅋㅋ 피아노 학원 가야 되자너~
그렇기에 온갖 꼼수를 다 사용한다.
어떻게든 순위 유지만 한다면 장기전에서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었는데.
"형님, 갠방갤 민심이 말이 아닙니다."
"왕이 맨날 튀면 왕입니까? 이승만도 아니고."
"이승만이래 낄낄낄!"
"마아아아아!!"
실상은 갈수록 체면만 구긴다. 오정환의 기세가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철꾸라지는 방송적 위기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형님, 이런 말씀드리기 뭣한데……"
"뭐, 임마?"
"좀 변화가 필요한 것 같긴 합니다."
"내가 오정환 밑이라고?"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제 말은요;;"
이는 김군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그의 크루에 소속된 BJ들이 보다 못해 충언을 한다. 그 괴팍한 성격을 알고 있음에도 말을 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김군은 해머부인한테도 대가리 깨졌누ㅋㅋㅋㅋㅋㅋㅋㅋ오정환은 그렇다 쳐도
해머부인한테 깨진 건 레전드네
└곧 선거철이라 해머부인 물 올랐어
└파프리카TV 천룡인임…… 건들면 X됨ㄷㄷ
글쓴이― 그렇긴 하지
└김군 이 새끼는 원래부터 게스트빨이긴 했음
순위는 여러가지 이유로 밀릴 수 있다. 특히 시청자 수에 연연하는 방송 스타일이 아니라면 변명거리가 생긴다.
바로 김군이 그러하다.
인터넷 방송에서는 드문 연예인 출신. 고품격 방송을 지향한다며 타BJ와의 차별성을 주장한다.
─김군 이 돼지 새끼 작작 좀 나댔으면 좋겠음
안 팔려서 BJ하는 새끼가
꼴에 개그맨이었다고 부심은 시발
└학창 시절에 지건 존나 맞고 다녔을 것 같은 면상이긴 함└나만 느낀 게 아니었구나ㅋㅋ
└근본 없는 새끼라 더 열등감 느끼는 거지
└심지어 콘텐츠도 오정환한테 밀림
그것이 더 이상 씨알도 안 먹혀서 문제다.
비교 대상이 없었을 때면 모를까. 명백한 상위 호환이 등장했다.
오정환의 방송.
문란하지 않으면서도, 여성 게스트의 포텐을 이끌어낸다. 그렇다고 자극적인 맛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이러다가 진짜 큰일 납니다."
"우리도 뭔가 좀 해야 되긴 해요."
"음……."
최근의 행태를 보면 특히 말이다.
처음에는 무시와 비하로 일관하던 김군도 서서히 위기감을 느끼게 된다.
'나도 그 정도는 마음만 먹으면 어?'
그렇게 대기업BJ들이 자극을 받는다.
이는 곧 파프리카TV 전체 판에 영향을 미친다.
"철꾸라지, 김군 이 새끼들……, 왜 이렇게 목숨 걸고 방송해?"
"오정환한테 밀리더니 작정했나 봐."
"그럼 우리도 해 시발!"
대형 크루들의 경쟁이 불붙는다.
대해적 시대, 아니 대보라 시대의 개막이었다.
* * *
신민하 씨의 BJ 데뷔.
그 과정은 현재 진행형이고, 풀어야 할 숙제도 많지만 전망은 아무래도 밝다.
탕!
타, 탕!
정신 없이 들려오는 총소리.
왕년의 국민 FPS였던 써든 어텐이다.
플래시 게임인가 싶을 만큼 조잡하긴 해도 그럭저럭 재미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써든중장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스나가 민하 누나예요?
"네, 맞습니다."
―여자가 서든을ㄷㄷ
―올……
―잘하는데?
―아무리 공방이라지만 대단하네
평소 내 콘텐츠와는 다르지만 방송을 위해 하고 있다.
딱히 숙제를 받아서 하는 건 아니고.
'잘한다길래.'
신민하씨와 랜선 합방 중이다.
그냥 간단한 게임 듀오.
공방에서 가볍게 즐기고 있을 뿐이다.
그것만으로도 콘텐츠가 된다.
왜냐?
여자가, 그것도 이쁜 여자가 게임을 하기 때문이다.
<그냥 개돌하시면 옆치하는 놈들 제가 다 죽일게요!>
"알겠어요."
―개돌ㅋㅋㅋㅋㅋㅋㅋ
―와
―서든 유저 킹정이지
―나는 뒷치 하고 싶다ㅎㅎ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정말 별거 없다.
학창 시절에 다 해봤잖아?
토요일에 학교 끝나고 PC방 가서 팀전 하는 거 국룰이잖아?
'남자들한테는 말이야.'
여자들에게 있어서는 당연하지 않다. 심지어 한심하게 보는 경우까지 있어 상처가 된다.
그에 반해 신민하 씨. 개발쪽이 아니더라도 게임 회사 직원이다. 기본적인 마인드부터가 다를 수밖에 없으며.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실력까지 겸비하고 있다.
취미가 통한다는 건 남성 시청자들을 흥분하게 만드는 요소다.
'게임 여신은 잘 먹히는 키워드지.'
그러다 보니 차후에는 개나 소나 하고, 포화 상태가 돼버리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그렇지 않다.
이렇듯 합방을 통해 이름을 알리고, 본격적인 방송으로 이어가면 실패의 여지는 없을 것이다.
─돈슨의역습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민하씨 캠 보고 싶다ㅠㅠ 방송 안 하시나?
"겸직이 안될 거에요. 여러분이 만약 엄청난 성원을 보내주시면 상사분께서 허락을 해줄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보냄?
―돈슨 고객센터ㄱㄱㄱ
―진짜 방송했으면 좋겠다……
―무조건 열혈 단다 ㄹㅇ
내 방송 팬가입이나 하고 그 소리하지.
여하튼 계획은 차질 없이 진행된다.
'돈슨이 이래 봬도 융통성이 꽤 있는 편이라.'
만약 대중들에게 큰 호응을 얻는다?
개인 방송쯤 허락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물론 노출 등 선정적 행위는 제한되겠지만 징검다리의 역할로는 충분하다.
최종적으로 퇴직.
그리고 여캠으로 전직.
그것이 신민하 씨의 BJ 데뷔를 향한 최종적인 스토리다.
<저 대학생때 PC방에서 완전히 살았거든요~.>
"그래요?"
<네! 입사하고 나서는 할 기회가 없었는데……, 간만에 하니까 너무 재밌었어요.>
하지만 내 방송의 최종은 아니다.
신민하 씨와의 합방.
예상한 대로 인기가 있고, 시청자의 호응도 좋으며, 방송 진행도 편하긴 하지만.
'루즈해.'
다름 아닌 내가 말이다.
쉬운 여자는 재미가 없다,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여자 자체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
굉장히 어폐가 있다. 누가 보면 미친놈인가 싶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내가 그렇게 느끼는데 뭐 어쩌라고.
─신민하예비회장님, 별풍선 2000개 감사합니다!
오늘 합방 재밌었습니다! 다음 합방도 기대할게요!
"2천개 감사합니다. 열혈팬 입성도 감사드리긴 하는데……."
한동안 다시 보라는 접는다.
아무리 시청률이 잘 나온다고 해도 반복되다 보면 식상해질 수 있는 데다가.
'요즘 보라판이 심상치 않지.'
나는 파프리카TV의 BJ다. 좋든 싫든 업계의 움직임을 주시한다. 최근 보라판은 극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그 원인이 나인 만큼 모르는 게 더 이상할 것이다.
과열 상태.
서로 피 말리는 경쟁을 하며 제 살을 깎아내린다.
『'오뎅녀'와 재회하게 되었습니다』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그녀……
팬심을 이용하고 싶지 않아 헤어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 마음에 솔직해지고 싶습니다
김군의 드라마~♪ 「오뎅녀」
입장료 안내
☞그날의 MVP, 혹은 별풍선 100개로 콘텐츠 제안 및 질문이 가능합니다!
수단과 방법 또한 가리지 않는다.
타BJ의 콘텐츠를 베끼는 등 안면 몰수를 하는 일도 이 바닥에서는 비일비재하다.
'따져봤자 별로 의미는 없어.'
하나의 클리셰다. 우연히 비슷할 뿐이다.
훔치는 입장에서 입버릇처럼 내뱉는 변명이 몇 개 있다. 방송국처럼 저작권을 등록하는 것도 아니고.
진지하게 따지고 들어가도 법적 싸움이 안된다.
이런 개판이 벌어졌을 때는 신경 끄는 것이 상책이다.
"제가 단풍잎BJ로서 최근 본업에 소홀했어서 신경 좀 쓰려고요."
―???
―아니 대체 왜
―기껏 보라 팬덤 키웠는데……
―님은 돈 욕심이 없음?
물론 보라판의 수익은 막대하다. 단풍잎은 가끔 미션 걸릴 때나 많이 터지지, 평균적으로는 보라가 게임보다 몇 배는 더 짭짤하다.
보라BJ들이 목숨 걸고 방송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뛰어들 가치가 있는 개판 싸움이다.
그걸 알고 있음에도 지양하는 이유.
힘들기 때문이다. 방송 폼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나 자신의 능력이 문제가 아닌, 보라판의 고질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
'크루가 없기 때문도 있는데.'
봄이도 있고, 민하씨도 방송을 시작할 테고, 마음만 먹으면 하율이도 끌어들일 수 있다.
크루가 없다는 건 이유가 되지 못한다.
애초에 그 크루의 정체가 무엇인가?
보다 본질적인 부분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 보라판은 시청자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많이 다르다.
거대한 이권이 얽혀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보라BJ는 중개업자다. 음지쪽과 연결되어 그들의 사업을 보좌해주는 역할을 맡는다.
'말하자면 스폰서지. 개인이 맡을 수 있는 크기가 아니다 보니 크루가 형성되는 거고.'
내가 계속 보라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면 어떤 식으로든 접근해 같은 것을 요구해올 것이다.
하지 않는다고 거절하면?
즉시 배제에 들어간다. 방송적 견제가 아닌 물리력 행사. 그들에게도 최후의 수단이지만 쓰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그렇기에 지금은 한발 물러서 방송의 온존을 꾀하는 것이 옳다.
─메이플만렙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요즘 빅뱅 때문에 단풍잎 존나 재밌음ㅋㅋㅋㅋ
"그래요? 요즘 패치노트 안 봤는데 많이 바뀌었나?"
그냥 단순히 게임이 하고 싶기도 하고.
보라판도 개판이 나있으니 적절하기 이를 데 없는 타이밍이다.
'RPG는 너무 오래 끊으면 뒤처져.'
가끔은 각 잡고 해야 한다.
레이드도 꾸준히 돌아왔고, 가장 앞서가고 있었으니 만큼 크게 어려울 건 없을 것이다.
단풍잎 콘크리트층을 의식한 회귀이기도 한데.
─해적상향좀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근데 복귀하면 깜짝 놀라겠다. 요즘 해적 쓰레기됐는데……
"네?"
―해적 요즘 찬밥 신세임
―거의 강찬밥 수준
―빅뱅 떄문에 해적 몰락했어요!
―정환이 어리둥절ㅋㅋㅋㅋㅋㅋㅋㅋ
잠깐 바람 피고 돌아온 사이에 내 직업이 망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