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화
BJ의 뒷세계
파프리카TV BJ 페스티벌.
공식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방송된다.
이에 따라 여러 커뮤니티에서는 화제가 일어나고 있다.
─게임BJ 대상 받은 양땅 근황. jpg
[평소 방송 모습 캡처. jpg]
[파프리카TV 시상식 캡처. jpg]
이 정도면 사기 아니냐??
└헐
└뭐야 이 아줌마는
글쓴이― 양땅임
└구라 치지 마! 이렇게 드럽게 못생겼을 리가 없어
BJ의 실물은 이전부터 말이 많았다.
캠빨이다.
아니다, 사진처럼 뽀샵도 못하는데 어떻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모르기 때문이다.
설사 안다고 해도 사기인지 아닌지는 판별하기가 힘들다.
<2011 파프리카TV BJ대상 게임 부문입니다. BJ양땅!>
이렇듯 생방송으로 나오는 게 아닌 이상 말이다.
마인크래프트 커뮤니티와 양땅의 팬카페에서는 난리가 난다.
─여러분 당황하지 마세요!
시상식이라 아예 안 꾸미고 쌩얼로 온 걸 수도 있어요└시상식이라 ㅅㅂㅋㅋㅋㅋㅋ
└행복회로가 불타다 못해 고장나 버렸누
글쓴이― 왜 웃으시죠? ㅡㅡ
└상식적으로 생각 좀 하고 삽시다 찐따 새끼야;;
극성팬들조차 실드를 포기한다.
그만큼 평소 모습과의 괴리감이 심하거니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생방송 인증이다.
팬카페는 실시간 탈퇴 행진.
방송국에도 실망했다는 글이 올라온다. BJ로서 그녀의 이미지는 심각한 타격을 피할 수 없다.
─그래도 양땅은 직격탄은 피해갔지ㅋㅋㅋㅋ
캠만 킨 겜비잖아
사심충 떨어져 나가면 타격 있긴 하겠지만 방송은 가능하지 문제는 잔나ㅋㅋㅋ
마인즈 사건 등 논란까지 겹치며 기존 팬층에서 나이대 있는 사람들은 떨어져 나간다.
양땅팬=초딩의 이미지가 성립하게 된 분기점이다.
임팩트가 클 수밖에 없는 사건. 그럼에도 개인 방송 갤러리는 잠잠하다.
다른 BJ를 까는 데 혈안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어제 라면 두 그릇 먹고 잤누ㅋㅋㅋㅋ
─잔나야……, 엄마가 대리 수상한 거 맞지? 그치?
─그녀들은 캠을 벗어나는 순간 일반인으로 돌아옵니다^^.
.
.
파프리카TV 4대 여캠 중 하나로 불리던 BJ잔나.
생방송으로 공개된 그녀의 모습은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 지경이다.
빈말로도 여캠이라 쳐줄 수 없다. 게임BJ도 아니고, 글자 글대로 여캠. 얼굴로 벌어 먹는 BJ인 만큼 타격은 치명적이다.
이종격투기 ― 「파프리카TV 시상식 대참사……, 여캠 근황」
樂 SOCCER ― 「캠빨? 여캠의 얼굴에 절대 속지 않아야 하는. EU」
도탁스(DOTAX) ― 「열혈 호구들 오열! 시상식에서 민낯 드러난 여캠들. jpg」
여러 인기 커뮤니티에 박제를 당한다. 여캠의 실상이 궁금한 건 네티즌들도 마찬가지다.
대체 그렇게 예쁘면서 왜 연예인 안 하고 BJ 같은 걸 하냐?
[Best Comment]― 제발 네모난 캠 안에서 평생 호구들 별풍이나 뜯고 살아라 └그 호구들도 이제 다 떨어져 나갈 듯ㅋ└캠빨 조명빨 200% 버프!
└이건 완전 사기 아니야?
그 의문에 대한 속 시원한 해답이기도 하다.
장본인은 물론 파프리카TV의 이미지에도 크나큰 망신. 그런 시국이기에 더더욱 주목 받는 한 트위터 계정이 있다.
「직촬맨」
5시간 전。
#파프리카TV#시상식##여캠#BJ#실물
시상식 다녀왔습니다.
대략적인 감상은 커뮤니티와 같습니다
BJ? 여캠?
정말 형편없더라고요
오후 11:23 · 2012년 2월 20일 · TwittDeck
유명 트위터 계정이다.
다루는 내용은 연예인에 대한 가십거리.
주인장이 여기저기 유명인을 보고 다니는 걸 즐긴다.
└역시는 역시군요!
└여캠은 다 사기지ㅋㅋㅋㅋㅋㅋㅋ
└혹시 직촬도 하셨습니까?
주인장― 조금 있어요. 알바 중에는 찍을 수가 없어서 조금만 ㅇㅇ;
직촬 : 유명인을 직접 촬영해 올리는 행위.
그는 직촬계의 권위자로 인정받는다.
딱히 불법적인 일이 아니다.
오히려 소속사에서 환영을 받기도 한다. 일반팬이 올린 사진이 SNS에서 화제가 되어, 해당 연예인이 톱스타가 되는 케이스도 있다.
「직촬맨」
5시간 전。
#파프리카TV#시상식#여캠#BJ#실물
근데 한 명 예외가 있었어요
완전 아이돌 오라……
제가 여캠은 문외한이라 누군지는 모르겠네요;;
오후 11:30 · 2012년 2월 20일 · TwittDeck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나름대로 성과를 만들었다.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예쁜 직촬 사진·영상의 상당 수가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팬의 팬.
직촬맨 본인도 인기라는 게 생겼다. 지금에 이르러선 하나의 팬덤을 구축하게 되었다.
└누구지……
└4대 여신인 잔나도 망신 당했는데 흠ㅋㅋ
└혹시 사진 없으시나요?
주인장― 좋아요 1천 되면 공개하겠습니다!
본인이 나름대로 수완이 좋다. 이번 사태에 대한 관심이 크기도 하다. 평소라면 하루종일 걸릴 1천 개의 좋아요가 단 한 시간만에 달성된다.
* * *
대한민국에서 무언가 행사가 열린다?
그 결말은 십중팔구 정해져 있다.
"수고했어! 수고했어! 잔 받아."
"감사합니다. 근데 딱히 수고한 건 없는데요."
"우리가 BJ인데 카메라 받고 있는 것만 해도 수고한 거지~."
"하하……."
술자리.
뒤풀이 회식에 끼게 되었다.
경사스런 행사에 없으면 더 이상할 것이다.
'이유가 없어도 만들어서 마실 텐데 뭐.'
한국 사회에서 술이란 음료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사람과 사람을 엮어주는 매개체. 동시에 위험을 초래하는 화약과도 같은 폭발물이다.
"맥주밖에 못 마셔?
"제가 술을 안 좋아해서요."
"사내 새끼가~ 마! 형님 무는 거 봐라."
그래서 넙죽 주는 대로 안 마시는 게 좋다. 이처럼 아군이 없는 장소에서는 특히 그러하다.
'괜히 인사불성 돼서 실수하기 딱 좋지."
그 날로 흑역사 하나 적립.
BJ에게는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실제로 단 한 번의 음주로 방송 생활과 영영 이별하는 케이스가 드물지 않다.
"형님 작작 좀 처드십시오."
"마아아아아!!"
"갔네 갔어. 누가 철꾸형 물 좀 먹여라!"
이렇듯 말이다.
평소 행적이, 인간의 밑바닥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주변에 지인이 있으면 커버가 되지.'
방송을 키지 않은 자리니 가능하다.
반대로 없다면 약점 하나를 단단히 잡히게 된다.
"나 하나도 안 취했어."
"아, 네."
"너도 한 잔 받아 시발. 사내 새끼가 마아아!!"
"한 잔 받아줘라ㅋㅋㅋ"
철꾸라지의 크루.
꼬추 무리에 둘러 쌓여 술을 마시고 있다. 나 자신의 의지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이 초대받았다.
'안 갈 수가 없거든.'
어중이떠중이면 모를까. 수상까지 한 입장에서 뒤풀이에 참석도 안 하면 그게 더 어색하다. 그조차 눈치를 봐야 하는 환경이다.
아싸(존나 잘생김, 연애 경험 7번, 고백 받은 횟수 12번).
차후에는 이런 니세모노들이 득실거린다. 상식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생물이다.
방송 콘텐츠 겸해서 우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현재 시점에서는 얄짤도 없다.
아싸라는 소문이 퍼진다.
"우리 크루에 들어오면 어? 바로 그냥 BJ인생 펴는 거야!"
"하하……, 제가 아직 신인이라서."
"지금 철꾸형이 맛이 가서 하는 얘기지만 그 철꾸라지의 귀싸대기를 왕복으로 때리고 신인상까지 받은 놈이 이러는 거 아니야~."
신인상을 받았기에 문제는 더 심각하다.
BJ들 사이에서 소외 당하는 거 아니냐? 까놓고 왕따라고 추측 당할 수 있다.
개인 방송 갤러리 같은 악성 커뮤니티. 조리돌림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다.
좋든 싫든 무조건 참석해야 한다.
'그래도 철꾸라지 크루는 싫었는데.'
1차로 참석한 자리. 본의 아니게 둘러쌓였다.
그대로 2차까지 연행돼 온갖 제안을 받고 있다.
신인들은 비슷한 세례를 받는다. 이는 순수한 호의로 볼 것이 아니다.
자신들의 편을 만들기 위함은 당연하고.
"한 잔 더, 한 잔 더!"
"저 소주는 좀."
"사내 새끼가 무슨 오줌이나 쳐마시고."
"방송 보니까 집에 양주도 있더만!"
"뭐, 싼 건 안 마신다 이거야?"
"그건 선물 받은 거에요."
"크흠……."
나에게 술을 먹이기 위해 최선을 다 해온다.
특히 도수가 높은 소주.
'술에 자신이 없는 건 아니지.'
만약 그랬으면 콜라나 마셨을 것이다. 작정하고 마시면 4병은 깐다. 그냥 소주를 꺼려 할 뿐이다.
양주에 비하면 싼마이 나서?
소주도 비싼 건 엄청나게 비싸다.
일품진로 같은 브랜드는 물론 안동소주 같은 전통주, 그리고 일본의 사케까지.
특유의 알싸~한 향이 거슬린다.
양고기 누린내, 고수의 비누 냄새 싫어하는 사람 있는 것처럼 술도 호불호가 갈린다.
"마아아―!!"
물론 사람도.
장기전 스타일인 듯 어느새 술이 반쯤 깬 철꾸라지가 알코올 냄새를 풀풀 풍기며 부르짖는다.
"마아!"
"예."
"여기 다~ 니보다 나이 많은 형들이다 아이가?"
"그렇죠."
"인생 경험이, BJ 경험이 비교가 안돼 비교가! 니 반짝하고 말끼가?"
다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이다. 자기 생각만 하는 사람이 한다는 그 전형적인 레퍼토리를 지껄여온다.
'근데 그게 일반적이긴 해.'
나 같은 케이스가 드문 거지.
파프리카TV는 크루 단위로 방송을 한다. 특히 보라쪽에서는 혼자 살아남는 게 불가능하다.
그렇다 보니 뭉친다.
그렇다 보니 빠져든다.
그 첫 단추를 꿰는 건 얼마나 더 신중해도 모자라다.
"그, 그…… 걔 누구였지. 타와와?"
"하와와입니다 형님."
"혼자서 오라는 게 아니잖아? 오면 다 받아주고, 판도 깔아주고, 마 술 한 잔 따라봐라."
이런 식으로 친분을 쌓아오는 것이 먼저다.
방송은 괴랄하게, 혐오스럽게 하는 사람도 사석에서는 당연히 정상적일 수밖에 없다.
'그 나이 먹고 이상하면 그게 더 이상하지.'
게다가 돈도 많아. 나한테 해주는 것도 많아.
사람인 이상 호감을 가지게 되는 것도 자연스럽다.
철꾸라지 사석에서 괜찮더라~
정말 반쯤은 진심으로 하는 소리다. 그 함정에 빠져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끼익―!
호랑이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선을 못 넘도록 벽을 치며 어울려주고 있던 도중 갑자기 문이 열린다.
룸을 잡고 마시고 있다. 외부인의 입출입은 제한돼있다. 직원이 아닌 이상 실수로 들어온 사람일 텐데.
"벌써 마시고 있었어?"
"아, 형님!"
"도착하셨으면 말씀이라도 좀 하시지 마중이라도 나갔을 텐데."
"앉아있어. 앉아있어. 음~."
조금 늦게 도착한 지인?
그렇게 보기에는 얼굴이 낯익지 않다. 적어도 BJ 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확신이 든다.
'얼굴부터가.'
상당히 삭았다. 인상도 썩 좋지 않다.
스트리머는 잘생기거나, 웃기거나 둘 중 하나다.
"니가 오정환이야?"
"예, 맞습니다. 인연이 있어 동석하고 있습니다."
"인연 좋지 인연. 나는 사람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보거든."
말투 또한 썩.
대뜸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오는 게 신인 괴롭히기라도 하나 싶었지만.
'그런 건 아닌 것 같지.'
3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
철꾸라지의 크루원들도 어려워한다. 오직 철꾸라지 본인만이 담담하게 상황을 지켜본다.
대체 무슨 지랄이 난 건지.
결론부터 말하면 알고 있다. 내가 보라를 멀리하게 된 가장 큰 근원이다.
"정환아 이 형님이 누구냐면……."
"자, 자! 분위기 식게 그런 복잡한 이야기 말고 잔부터 채우자고. 술은 좀 하겠지?"
"그럭저럭요."
"야, 너 못한다며!"
원래 사람이라는 게 그래.
상대가 누구인지에 따라 잘하기도 하고, 못해지기도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척 허허허 하는 게 통하는 부류의 인간은 아니라는 거지.'
얕보이는 순간 끝장이다.
상대에게 주도권을 내주면 안된다.
이를 사수하기 위한 필사적인 기싸움을 펼친다.
"맥주? 소주? 그런 것도 가끔은 좋은데."
"한 병 까실 거면 도와드리겠습니다."
"오~ 뭘 좀 아는 친구를 데려왔어."
술자리에서 술 말고 달리 논할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