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화
새로운 콘텐츠.
오정환의 방송은 또다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Myway」
47분 전。
#오정환#우결#하와와
봄이 커여움 실화냐ㅠㅠ
「박준서」
47분 전。
#떡볶이녀#2탄?
이 드라마 진짜 2편 있었네!
「LCS007」
47분 전。
#오정환#떡볶이녀
그때도 이렇게 알콩달콩 하게 좀 지내지……
.
.
.
같은 배우를 쓴 드라마가 있었기 때문이다.
떡볶이녀 사건.
SNS를 발칵 뒤집으며 공중파까지 탔던 전례가 있다.
물론 다르다. 기본 플롯부터가 예능에 가깝다.
하지만 작품의 해석이란, 청자의 판단에 달린 것이다.
─갑자기 우결 찍는다는 것부터가ㅋㅋㅋㅋ
개학은 솔찌 변명이고
오정환 이 새끼도 그때 감정이 남아있는 거지~
└ㄹㅇㅋㅋ
└보라에 과몰입 오지네
글쓴이― 보라? 는 잘 모르겠고 드라마 보는 느낌으로 봐서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니까
본인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는데 뭐.
실제 방송 작가들도 그런 의도를 가지고 차기작을 계획하기도 한다.
전작이 절망편이었다면 이번에는 희망편!
그 달달한 가상 신혼 생활은 이목을 모으고 있다. 독특하면서도 익숙한 맛이 시청자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진짜 떡볶이녀때 둘이 사겼다면
이런 느낌일 듯
나만 그리 생각함?
└개추
└말없이 올라가는 추신수
└근데 이렇게 어릴 줄 누가 알았음ㅋㅋ
└크면 되지 크면……
이미 팬이 되기도 했거니와, 우결 자체가 굉장히 유명한 예능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인터넷 방송 특유의 감성까지 더해진다.
익숙함과 참신함.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았다는 호평을 듣는다. 커뮤니티에서 관련된 이야기가 터져 나올 만도 하다.
─봄이짤 주웠다 ㅁㅌㅊ?
─이 세상 귀여움이 아니다ㄷㄷ
─방금 봄이 하품짤 저장한 사람 제발!
─으ㅏ 너무 커엽다
.
.
.
그리고 화제성.
예능 프로그램의 흥망을 알 수 있는 가장 가시적인 지표는 '짤방'이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 누구나 한 번쯤 보게 될 정도가 목표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 기준에 정확히 부합한다.
인터넷 방송도 방송은 방송.
더욱이 그 '짤방'이 나오기 더 쉬운 구조라는 것도 한몫한다.
─봄이 흑역사짤 찾으려고 이틀째 잠 안 자고 보고 있는데 진짜 안 예쁜 구도가 없네 내가 콩깍지 씌인 건가……
└씌일 만도 함ㅋ
└아직 애인데
└그래서 귀여운 거지ㅋㅋㅋㅋ
└성인 여자가 뚱한 표정으로 별풍 달라고 앉아있다? 오우 쉣!
대본도, 편집도 거치지 않는다. 필연적으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나올 수밖에 없다. 보려면 눈을 부릅떠야 하고, 이는 곧 화제와 관심으로 연결된다.
"형님."
"왜."
"오늘 방송 하십니까? 저 오늘 기가 막힌 콘텐츠 하나 준비했는데 헤헤."
"닥쳐 이 새끼야!"
김군의 심기가 뒤틀려있을 만도 하다.
끽해야 하루면 꺼질 줄 알았던 관심.
이틀이 되도록, 아니 시간이 지나도 더 커져 가고 있다.
'이런 니미.'
인기BJ들은 하고 싶다고 방송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영향력이 큰 만큼 민심도 세심히 살펴야 한다.
만약 지금 방송을 킨다면.
─철꾸라지 김군 휴방 공지 실화냐ㅋㅋㅋㅋㅋㅋ
[철꾸라지 감기로 휴방. jpg]
[김군 감기로 휴방. jpg]
둘이 사이 좋게 감기 걸렸네
구라를 칠 거면 말이나 맞추고 치지
└그냥 둘 능지로 짜낼 수 있는 변명이 그것 뿐인 거임글쓴이― 그거네
└바로 그거였누ㅋㅋㅋㅋㅋㅋㅋ
└대가리 수준 또이또이 하자너~
개인 방송 갤러리.
휴방을 공지했음에도 지랄이다.
시청자라도 밀리면 순식간에 퇴물로 만들고 온갖 쌍욕은 다 퍼부을 게 분명하다.
그런 세계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를 바득 갈면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당하고만 있을 만큼 온순한 성격의 김군은 아니었다.
* * *
3일째 이어지는 방송.
단 한 번의 방송 종료도 없이 쭉 이어지고 있다.
'물론 켠 김에 왕까지는 아니고.'
휴식 시간은 보장받는다.
언제?
잘 때.
실제 미우새나 우결 같은 관찰 예능에서는 카메라를 끼고 생활하니 드문 일도 아니다.
하지만 봄이에게는 힘들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크아~~ 이 맛이에요!"
속닥속닥.
작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대화의 내용에서 추측하건데 나에게 하는 말은 아니다.
"상쾌한 콜라로 아침을 시작해요. 요즘 제 삶의 낙이에요. 오빠집에서는 이렇게 맛있는 걸 매일 먹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
시청자와 대화를 하고 있다.
매일 일찍 일어나서 뭘 하나 했더니.
─봄이팬10호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집에서는 못 마셔?
"콜라는 하루에 한 잔밖에 못 마셔요. 페트병 콜라라 김이 반쯤 빠져 있어요."
시무룩한 목소리로 신세 한탄을 늘어놓는다.
평소 쌓인 게 많았던 듯 잠이 덜 깬 목소리로도 빠르게 툴툴댄다.
'그렇게 안 하면 꾸역꾸역 꾸역꾸역 처먹으니까 그렇지.'
그나마 있는 재능이 외모인데.
그 사실을 어머님이 아주 잘 알고 계시다.
내가 많이 먹이는 대신, 그만큼 집에서 덜 먹이고 있다.
여하튼.
시청자와의 소통에 구체적인 내용은 중요치 않다.
무슨 토론도 아니고, 뭘 얘기하든 반응만 좋으면 그만이다.
─오정환18놈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봄이는 정환이한테 시집가고 싶어?
"진짜 신랑감으로는 생각을 조금 해봐야 될 것 같긴 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비즈니스였누
―요즘 애들도 알 건 다 알지
―정환이 똥차였어?
그렇다고 진짜로 아무 얘기나 하라는 건 아니고.
귀가 약간 간지럽기는 하지만, 봄이도 캠 방송에 나름 적응을 한 모양이니 다행이다.
'그것만으로도 의미는 있지.'
콘텐츠를 계획한 취지가 그러하다. 어그로나 끌자고 벌였을 리가 없다.
초반 흥행은 단기적인 목표고, 진짜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봄이가 캠방송에 적응하는 것.
둘은 시청자가 봄이의 캠방송에 적응하는 것.
전자만큼 후자의 중요성도 무시 못 한다.
"봄이야."
"헉! 오빠 일어났어요?"
"냉장고에서 콜라가 하나 없어졌다.'
"저는 모르는 일이에요."
―도리도리
―다 듣고 있었네ㅋㅋㅋㅋㅋㅋ
―봄이 엉덩이에 캔 숨김!
―왜케 커여워
듀라한.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스트리머.
지금까지 초지일관 유지해오던 방송 컨셉이다.
'유입 시청자는 몰라도, 기존 시청자 중에는 적응 못하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어.'
이쁜데?
외모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기 마련이다.
그리고 오히려 이뻐서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 파프리카TV의 여캠들.
평균 시청자가 천 명은 커녕 그 반이 되는 BJ도 극소수다.
부담스럽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큰 단점으로 작용하게 된다.
─하와와♡랑이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싸우지 마요! 마지막 날인데……
"아침 댓바람부터 천 개 감사합니다. 천 개 주고 말리는 거면 개꿀이죠."
기존 시청자의 이탈? 가볍게 생각해도 될 문제가 아니다. 특히 열혈은 관리하지 않으면 안되는 부분이다.
"리액션 해야지. 춤이라도 춰봐."
"저 잘 못 춰요……."
"니 또래 아이돌들은 섹시 댄스도 추는데?"
"저는 아직 좀 더 커야 돼요!"
"그래, 좀 더 커서 해결될 문제이길 바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율동'
―봄이가 1, 2년만 더 컸어도 ㅠㅠ
나는 BJ가 예능인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연예인이 그림의 떡이라면, 예능인은 시청자에게 친숙해야 한다.
잘 나가는 예능인들?
잘생기고, 예쁜 사람을 찾아볼 수가 없다.
여캠들의 시청자가 적은 이유도 그래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예외는 있지.'
김희철과 송지효 등.
그들은 대체 어떤 차별점을 가졌을까?
개인적으로 고찰한 결과 단점이라고 결론지었다.
─하와와의발닦개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그러다 후회해 당첨이 보장된 복권인데……
"그래서 지금 빌드업 짜고 있잖아요."
―이 새끼ㅋㅋㅋㅋㅋㅋㅋㅋ
―우결을 한 이유가……
―경찰 아저씨 여기에요!
―오빠오빠 하다가 아빠되는 건데 ㄹㅇ
단점이라는 게 별 게 아니다.
씹덕이라거나. 가식을 떨지 않는다거나.
'봄이의 경우 머리에 피도 안 말랐다는 점이지.'
긁지 않은 수준을 넘어, 서명 시기만 기다리고 있는 복권이다.
그 사실은 눈깔이 사시가 아닌 이상 인정을 할 수밖에 없다.
미래의 모습.
드라마 한 편을 통해 보여주기까지 했으니 당연하다.
그로 인해 올라간 눈높이도 일상의 모습을 보여주며 교정시킨다.
「보라) 오정환. 우리 결혼(?)했어요! 봄이와의 신혼 생활 3일차」
? 본방 : 1617 (PC: 832/ MOBILE: 685)
? 중계방 : 4, 534
? 누적 시청자 수 : 379, 124
벌써 3일 차까지 진행된 방송.
그 과정에서 충분히 보람을 챙겼다고 생각한다.
이제 막 기상했음에도 6천 명, 최고 시청자 1만 5천 명을 찍으며 대흥행 중이다.
'아직까지는 말이야.'
달달함과 편안함.
우결은 그 두 가지가 메인이다. 하지만 내 방송까지 그 플롯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
"오늘은 우리 두 사람의 마지막 신혼날이에요. 삼일간 이어진 여정의 마침표를 찍어야겠죠."
―벌써?
―하루만 더 하지 ㅠㅠ
―딱 적당함
―너무 달달해서 더 하다간 당뇨 걸림ㅋㅋㅋ
방송의 마무리.
그 시작을 어그로로 열었던 만큼 용두사미로 끝나서야 폼이 안 산다.
시청자들을 끌어모은 이유를 보여주는 근사한 마무리가 역시 필요한데.
'결말은 정해져 있잖아.'
딱히 고민할 것도 없는 내용이다.
즉흥적인 방송을 지향하고, 인방 자체가 그런 감성이긴 하지만 이번만은 특별하다.
"카페를 갈 거에요. 일전에 한 번 들렸던."
말하자면 단순한 복습이다.
* * *
3일간의 강제 휴방.
안 그래도 이를 아득바득 갈던 오정환에게 또다시 당하는 신세가 된 김군의 심기는 더 이상의 인내를 허락하지 않았다.
"야, 요즘 같은 불경기에 너희 써주는 사람 오빠 말고 더 있어?"
""네…….""
"잘해라 진짜."
마지막 3일 차에 승부수를 띄울 것이다.
동시간에 방송을 켜서 이번에야말로 찍어누른다.
'요즘 설렁설렁하니까 별게 다 기어올라.'
김군의 방송.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바로 게스트다.
전직 코미디언답게 연예계쪽으로 나름대로 인맥이 있다.
'욕심만 드럽게 많은 돼지 새끼…….'
'행사도 없고 이거라도 감지덕지지 뭐 어쩌겠어.'
물론 그 대상은 한정돼있다. 휴식기를 가진 연예인이나 신인 아이돌 등.
소위 말하는 급이 떨어지지만 이곳은 인터넷 방송이다.
―와 대박이다
―연예인 게스트ㄷㄷ
―몸매 봐
―역시 섭외력은 김군이지!
누군지는 몰라도 연예인.
그것만으로도 특별하게 느껴지거니와, 이러니저러니 해도 연예인은 연예인이다.
연습생만 해도 일반인들과는 다른 외모를 자랑하는데, 바늘구멍을 뚫고 데뷔를 할 정도면 확실히 눈이 간다. 김군의 방송에 시청자가 빠른 속도로 모여든다.
'소꿉놀이로 재미 좀 봤다고 지가 뭐 되는 줄 아나.'
일반BJ들은 가질 수 없는 섭외력. 이를 바탕으로 진행하는 콘텐츠는 흥행이 보증돼있다. 더욱이 김군도 나름대로 계산이 섰다.
같은 플롯의 방송이 3일 차다.
시청자들 입장에서 슬슬 물린다.
담백한 맛만 먹다 보면 자극적인 맛이 끌리게 된다.
"오우야~ 요즘 애들은 발육이 크~ 몇 살이라고?"
"저 스무 살이요……."
―완전 애기네ㅋㅋㅋㅋ
―스물이면 알 거 다 알지~
―요즘 애들은 아다도 빨리 뗌ㅋ
―돼지 새끼 젖 주무르고 싶어서 흘끔거리는 거 봐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이에 절여진 고정 시청자층이 탄탄하다.
자극적인 맛을 무기로 오정환에게서 시청자를 뺏으면 낙승이다.
김군의 계획은 분명 틀리지 않았지만 한 가지 간과한 부분이 있었다.
소꿉놀이로 재미를 봐도 좀 많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