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90화 (90/846)

90화

신인 죽이기 죽이는 신인

소문은 정말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간다.

─오정환 다음 행보 떴다ㄷㄷ

철꾸라지 방송 출연한다고 함

#출처 : 철꾸라지 방송국 공지

└이왜실

└ㅁㅊ 오정환 좀 컸네?

└요즘 대세가 누군데ㅋㅋㅋㅋ

└좀 컸네 ㅇㅈㄹ

대박 콘텐츠를 연이어 터트리며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고 있다.

하지만 본진인 파프리카TV에서는 아직 입지가 탄탄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철꾸라지의 팬덤. 박힌 돌이라고 할 수 있다. 굴러온 돌을 마지못해 하는 건 세상의 이치에 가깝다.

─오정환 그 새끼는 아직 검증이 안됐음

보라의 하늘에 수많은 별들이 떠올랐지만

오롯이 빛나는 북두칠성은 철꾸라지 휘하의 7개 별 뿐이었다 ㅇㄱㄹㅇ└니가 뭔데?

└진성 철빡잌ㅋㅋㅋㅋㅋㅋㅋ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철빡이 새끼들 화력 하나는 미쳤네

최근 휘청거린 감이 있다고는 하지만 철꾸라지는 철꾸라지다. 그런 정설이 있을 만큼 보라판에서 그의 영향력은 막대하다.

그 힘의 근원은 광적인 팬덤. 글자 그대로 미쳐있다.

BJ본인처럼 정상이 아닌 팬들이 철꾸라지를 수호한다.

─오정환은 오냐오냐 큰 도련님 같은 느낌이지

맨날 지 지인들이랑만 방송하는데

진정한 보라BJ로 인정 받으려면 같은 보라BJ랑 합방해서 끼를 인정 받아야 함그러지 못하면 우물 안 개구리 ^오^└그래서 왜 또 주작?

└김유신 : 계백 막겠다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그와 관련된 화제라면 집단 행동은 물론 개인 희생도 서슴지 않는다.

인기BJ의 팬덤이라면 전부 있는 현상이지만, 철꾸라지의 팬덤은 가장 자발적이며 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야 좌표 찍어!"

"찍기도 전에 공격 들어갔는데요?"

댓글 알바. 인위적인 손길까지 더해지니 민심 형성은 더욱 손쉽다.

오정환과의 합방이 정해지자마자 개인 방송 갤러리가 들끓게 된 이유다.

─진짜 '보라BJ'가 되려면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면 안됨그냥 여자랑 놀고 싶은 거면 남캠하던가 근데 남캠도 남삐끼나 퀘이처럼 얼굴이라도 잘생겨야 하는 거고ㅋ오정환은 이도 저도 아니고 운빨로 반짝 뜬 티가 너무 남└김군은?

글쓴이― 김군은 위엄 있게 생겼잖아

└아 김정은 국방위원장은 ㅇㅈ이지ㅋㅋㅋㅋㅋ

└인정해줄 테니 미사일 좀 작작 개발하라고

사람의 심리라는 게 정말 묘하다. 처음에는 아니다 싶은 것도, 계속 듣다 보면 그런가? 싶어진다.

실제 여론을 움직이는 게 직업인 이들이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전략 중 하나다.

철꾸라지 팬덤이 총력을 기울이자 그것이 가능하다.

이제 곧 이루어지게 될 합방. 오정환에게 부담감을 씌우고, 방송 실패의 리스크를 높이기 위함이다.

─오늘 합방 오정환만 눈 부릅뜨고 보겠음

철꾸라지 텐션 못 따라간다?

그 순간 민심 X됐다고 보면 됨ㅇㅇ

└누구 맘대로?

└그 팬덤식 담그기 시작되누

└갠방만 하던 놈이 뭘 할 수 있는뎈ㅋㅋㅋㅋㅋㅋ

└ㅊㄲㅇ

이는 다분 효과적인 전략이다. 어지간한 신인BJ는 커뮤니티 반응과 방송 분위기에 긴장을 삼키게 된다.

긴장은 곧 실수로 연결된다. 방송 무대 또한 낯서니 그 확률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

"행님 슬슬 온답니다."

"마아아아!!"

"……한국말로 하시죠."

그런 수단을 쓸 만큼 철꾸라지도 필사적이다. 최근 보라판의 중심은 확실히 이동했다. 이전처럼 기존의 삼대장이 다 해먹는 느낌이 아니다.

새로이 등장한 초신성. 오정환은 좌시할 수 없는 존재다.

설사 영입을 성공하더라도 고고한 건 자신뿐이어야 한다.

"마?'

"말씀 안 하셔도 이미 다 준비해뒀습니다."

철꾸라지의 크루원들도 필사적이다.

자신들이 잡은 동앗줄이 썩은 동앗줄이라면?

운명 공동체가 된 이상 철꾸라지를 띄워줘야 한다. 그냥 솔직하게 부럽기도 하다. 방송 경력만 따지면 자신들이 두 배 이상이다.

그럼에도 녀석은 벌써 삼대장에 가까운 위치에 서있다.

'내가 개인 방송에 몰두만 했어도…….'

'크루 단위로 하니까 어쩔 수 없잖아.'

'어딜 지 혼자 잘 나가려고 그래!'

질투. 인간이 가지는 가장 추악한 감정 중 하나다.

하지만 때로는 본래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1. 일반적인 합방 형식을 취한다.

2. 몰래 온 손님으로 여캠을 들인다.

3. 여캠의 선택을 받기 위한 승부를 펼친다.

오정환과의 합방 콘텐츠.

당연히 뜨뜻미지근하게 준비했을 리 없다.

최근 떠들썩한 방송 설계는 그 녀석만의 특기가 아니다.

"여캠은 제가 존나 친한 동생 있거든요?"

"동생? 이거 아니고?"

"아 쫌! 발전 중이라고 해주십시오."

새끼 손가락을 올리는 철꾸라지를 보며 준호가 정색한다.

아무리 저질스러운 방송을 하는 BJ도, 소중히 여겨주고 싶은 사람이 한 명쯤은 있는 법이다.

'이러면 리아 방송도 홍보가 될 테고…….'

친한 동생인 만큼 방송적 주문도 믿고 맡길 수 있다. 적당히 간을 보다가 종국에는 철꾸라지의 손을 들어주며 마무리한다.

"오정환의 거품은 꺼지고, 인방 대통령이 누구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가 되겠죠."

"마!"

"그 부분이라면 아마 문제 없을 겁니다."

물론 염려되는 부분은 있다. 결과적으로 오정환을 엿 먹이는 셈이다. 만약 그의 뒷배가 있다면 우려가 되지 않을 수가 없다.

'익태 형님이 괜찮다고 하셨으니 괜찮은 게 맞겠지.'

애들 싸움에 어른들이 끼어들지 않듯, 방송 내적인 일로는 관여하지 않는 게 불문율이다.

서로 진흙탕 싸움을 한다?

손해 보는 건 한쪽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약간 정도라면 오히려 환영하는 바다. 상대의 뒷배가 누구인지 알 수 있게 되니까.

심익태의 지시와, 철꾸라지 크루의 합심으로 완벽한 방송 설계가 이루어진다.

* * *

인천 남구 주안동.

택시를 타도 1시간이 넘게 걸리는 먼 거리에 위치해 있다.

"하, 생각보다 많이 나왔네."

"비가 많이 내려서 그려……."

"예, 알고 있어요. 카드로 부탁 드릴게요."

단순한 이동에 신사임당 한 장. 과한 요금이라고 하기에는 원래 택시비가 비싸다. 이렇듯 비까지 내리면 도로가 정체되어 예상가를 웃돌게 된다.

"집에 돈이 많나벼?"

"아뇨, 그렇지는 않아요."

"아니면 급한 일이라도 있어? 학생 나이에 이 거리를 택시 타고."

"맞습니다. 대충 그런 셈이에요."

기사님 입장에서는 개이득. 하지만 나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지출이다.

돈 아까운 걸 모르는 게 아님에도 쿨하게 택시를 탄 이유는.

'그런 걸 신경 쓰는 사람들이 있거든.'

대체 뭔 개씹소리인지.

누군가 듣는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글자 그대로의 일이다.

"와 이렇게 늦었노?"

"찌질하게 버스라도 타고 왔나 보죠 크크."

"……."

통칭 철와대. 철꾸라지의 방송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성대한 환영을 들을 줄 알고 있었다는 소리다.

'근데 원래 그래.'

별것도 아닌 인간일수록, 별것도 아닌 걸로 부심을 가지기 마련이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모를 수 있지만 BJ업계에서 교통 수단의 기본이 바로 '택시'다.

"갑자기 비가 와서 택시가 속력을 못 내더라고요."

"음~."

"게다가 하필 퇴근 시간이랑도 겹쳐서."

"그래? 월급쟁이가 아니라서 몰랐지."

"하하……."

돈 많다고 과시는 하고 싶은데, 연예인들처럼 전용 차량과 매니저를 구입할 돈이나 역량은 안된다.

삐뚤어진 형태의 과시욕이 만들어진 것이다.

'나는 싫어하는데 뭐 어쩌겠어.'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라.

아무리 악폐습이라도 무시할 수 없다.

이미 하나의 기싸움이 시작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너 아마추어 아니잖아 그치?"

"프로도 아닌데요."

"마아!! 다 알잖아 느낌적인 느낌~."

채 긴장을 풀기도 전에 시작된다.

철꾸라지와의 합방. 사전에 들은 것은 기본적인 내용뿐이다.

'신인 엿 먹이기 딱 좋은 방법이지.'

본래 타BJ와의 합방은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어지간히 친한 사이면 모를까.

그게 아니면 어색한 나머지 방송 진행에 차질을 빚게 된다.

그래서 대본을 짜고 들어간다. 그것이 없다면 곤란한 건 나뿐만이 아니다.

아무런 일언반구조차 없이 방송을 진행하는 이유는.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본방 입개릌ㅋㅋㅋㅋㅋㅋㅋㅋ

―족구 왔능가?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방송을 키자마자 모여드는 시청자. 철꾸라지의 본진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홍보를 보고 온 내 시청자도 있기는 하겠지만.

'이런 채팅 분위기에 적응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우군은 없다고 보는 게 편하다. 이런 자리에서 내가 얼타기라도 한다?

그 순간 공개 망신이라는 이름의 처형식이 진행된다.

'신인 죽이기'의 일환으로 쓰이는 보편적인 방식이다.

자기 방송에서는 방송감 살아있는 BJ도, 합방에서는 꿀 먹은 병아리가 되기 쉽다.

─철꾸라지UP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오정환 이 새끼 정신 못 차리네ㅋㅋ

"마아아―!!"

"하하."

연예인들이 예능에서 자기 분량 못 챙기는 거랑 같은 맥락이다.

특히 기세가 등등한 신인들.

무작정 뛰어들었다가 봉변을 당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신인들은 말이야.'

특별히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

깊은 유혹의 꽃미남을 자처해봐야 실수만 하게 될 뿐이다.

"니가 왜 문제인지 아나?"

"뭔데요?"

"대가리에 든 게 없으세연?! 선비 근성. 너는 망가질 생각을 안 해 개때끼야!!"

뭐든 자연스러운 게 좋다. 하는 말을 적당히 받아쳐 준다. 대본이 없으면 곤란한 건 철꾸라지도 마찬가지다.

'철꾸라지의 방송틀은 대충 알아서 괜찮아.'

회귀하기 전에도 제법 합방을 해봤다. 그런 만큼 레퍼토리를 꿰고 있다. 대부분 디스전으로 시작을 연다.

"보라BJ면 망가질 줄 알아야지 띄바 뭐 드라마라도 찍으세연? 니가 배우세연??"

"근데 형처럼 간장 마시는 것보단 낫잖아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팩폭

―부들부들 중이세연?

―철꾸라지 간장 퍼마실 때 오정환은 비겁하게 연애하자너~

이 또한 기싸움. 너무 쉽게 인정해서는 안 된다.

프레임이라는 게 한 번 씌어지면 탈피하는 것이 쉽지 않다.

'물론 별건 아니야.'

가벼운 견제에 불과하다. 운동으로 따지면 워밍업. 방송의 메인이라고 볼 수 없다는 소리다.

"인간이길 포기해서 이 자리까지 온 겁니다. 아시게떠연?"

"알게꼬요. 그 말하려고 저 부른 거에요?"

"마! 개때끼야!!"

즉, 진짜는 따로 있다. 이 정도 방향성을 보였다면 내 착각은 아닐 것이다.

다음 차례로 짐작되는 것이 두어 개 있지만.

띵동~♪

초인종 소리가 울린다.

이 시간에 갑자기?

식사라도 시킨 게 아닌 이상 정확할 것이다.

"우와아아아앙!!! 여캠이, 여캠이 갑자기 찾아왔습니다. 이거 실홥니까 행님들?"

―응 대본

―몰래 온 손님ㅋㅋㅋㅋㅋㅋㅋ

―이게 인방이지 ㄹㅇ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가장 유력한 건 아마 몰래 온 손님. 이를 예상한 건 딱히 관심법이 아니다.

'무슨 사 딸라 아저씨도 아니고.'

대본이 없어서 문제라면?

없어도 될 만한 상황을 만들면 된다. 든든한 아군을 초빙하는 식으로 말이다.

"누군진 모르겠지만 안녕하세요."

"저 모르세요? 전 아는데."

"제가 여캠은 잘 보지 않다 보니."

―ㅋㅋㅋㅋㅋㅋ

―응 구라

―철꾸라지 방송에서도 선비질 실화냐 ㅡㅡ

―우우우우우~~~~

무언가 콘텐츠를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짜고 치는 고스톱일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뭐, 그렇겠지.'

철꾸라지 방송에 주작이 빠져서야 섭할 노릇이다.

그러니까 마주작이랑도 잘 놀았겠지. 여하튼 이미 다 알고 있었다. 대응법 또한.

아무리 대본을 잘 구상해와도, 생방송의 스토리는 애드리브로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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