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화
개인 방송 갤러리.
기대가 모아진 화제는 커뮤니티 하나쯤 가볍게 터트리기 충분했다.
─참이슬 5초컷!
─오정환 독한 새끼ㅋㅋㅋㅋㅋㅋㅋ
─토컨을 이겨버리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초필살기 쓰고도 짐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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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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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프리카TV에서 가장 유명한 BJ.
그리고 최근 가파르게 뜨고 있는 BJ.
그 둘의 합방인 만큼 두말해서야 입만 아프다.
더욱이 콘텐츠가 자극적이다. 남자라면 불타지 않을 수 없는 대결이다.
과정 또한 괴팍하니 화제가 안될 수가 없다.
<저 뽑아주세요! 저 뽑아주세요! 끼요오오오옷!!>
<아 뽑아드릴 테니 그만하세요;;>
세 번째 승부.
길거리 면상 대결도 순조롭게 진행된다.
방송적 흥행을 두고 봤을 때는 그렇다는 소리다.
―ㅁㅊ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반인 컬쳐 쇼크!
―저렇게 협박하면 안 찍을 수가 없지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방식은 간단하다. 야외에 나가 지나가던 여자들에게 묻는다.
둘 중 누가 더 잘생겼냐?
시력 테스트를 하는 게 아닌 이상 결과는 자명하다. 그래서야 재미가 없는 노릇이다.
철꾸라지의 기행이 이변을 만드는 듯했지만.
<지면 진짜 농담 아니고 한강 두 다이브할 뻔했잖아요.>
<마아아아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철꾸라지한테 지면 자살 마렵지
―무조건 이겨야지 ㄹㅇ
―팽팽하네
정해진 결말을 막을 수는 없었다. 각 대결은 서로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번갈아 진행된다.
여캠을 초대한 선택부터 시작해 게스트를 신경 써줬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게 바로 인방 대통령의 품격이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혼자 방송하는 놈은 절대 봉황이 될 수 없음
품어줬을 때 비로소 그릇이 보이는 거지 ㅇㄱㄹㅇ
└비유 ―틀―스럽네
└내용은 글타 치고 철꾸라지가 대인배긴 함
└진행 능력은 ㅇㅈㅋㅋ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최근 이런저런 사태로 주가가 좀 떨어졌다.
그랬던 철꾸라지가 민심을 회복하는 계기가 된다. 보라BJ라면 콘텐츠와 진행 능력으로 평가받는 게 당연하다.
"아 형이 글 쓰지 마라니까요."
"……."
"진짜 틀니 소리 듣고 있네 크크크."
철꾸라지 크루의 대외적인 선전 능력도 한몫한다.
직원들을 동원해 설계를 하고, 오는 기회를 이용했으니 효과는 곱절의 곱절이 된다.
물론 결과가 나빠서야 본말전도. 얼핏 공정한 진행으로 보이지만 함정이 있다.
대결 종목이 무엇인지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부분이다.
─현재 철꾸라지 VS 오정환 대결 정리. txt
「불닭볶음면 3개 스피드 컷」― 철꾸라지 승
「깡소주 1병 스피드 컷」― 오정환 승
「간장 원샷 대결」― 철꾸라지 승
「푸쉬업 1분 대결」― 오정환 승
「디스랩 대결」― 철꾸라지 승
「길거리 면상 대결」― 오정환 승
마지막 대결 남겨둠 ㅇㅇ
└간장 원샷은 시발ㅋㅋㅋㅋㅋㅋ
└3 대 3이네 역시 대황갓구!
└마지막 대결이 뭘까?
└불닭 소스 원샷은 어떰?
꼼수를 쓰면 승률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다.
실제 아슬아슬했던 대결 몇 개가 그렇게 갈렸다.
"이 새끼 잘 버티네."
"괜찮아~ 마지막은 무조건 이기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접전까지 왔다. 하지만 방송을 보좌하는 크루원들은 여유롭다. 만에 하나의 경우까지 감안하고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마지막 대결은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
그렇게 승점을 앞서고, 여캠에게 선택을 받는 것으로 자신들이 그린 스토리가 완성된다.
"제가 가슴을 울리는 노래로 한 곡 뽑아드릴게요. 아시게떠연?"
"네……."
가창력 승부.
코인 노래방에 도착했다.
와서 할 짓이라고는 역시 하나밖에 없다.
―족구 노래 못 부르지 않음?
―불안한데……
―암만 봐도 오정환이 유리함 ㅡㅡ
―아니 시발 게스트고 나발이고 좀 이기자
철꾸라지의 시청자들이 대노한다.
노래는 오정환이 더 잘하는 거 아니야?
자신들이 우상이라 떠받드는 BJ가 지는 걸 원치 않는다.
승부가 이렇게 길어진 만큼 이기고 싶다.
어느새 여캠은 낙동강 오리알. 수단과 방법을 가리는 시기는 진작에 지났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악―!!!!"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걸하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목소리만 크면 이기지!
목청껏 소리친다.
설마 했던 광경에 귀를 채 막지도 못하고 지켜보는 리아는 얼떨떨하다.
'철꾸 오빠를 선택해야 하긴 하는데…….'
사전에 설명을 듣고 임하기도 했거니와, 방송적 이득이라는 측면을 봐도 그러하다.
더욱이 그의 팬덤은 무섭기로 악명이 자자하다.
일명 철빡이.
밉보인 BJ가 하꼬다 싶으면 생지랄을 떨러 간다. 실제로 노이로제에 걸려 방송을 그만둔 BJ가 한둘이 아니다.
그 꼴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만에 하나.
이번 대결에서 오정환이 이긴다면 다른 선택지가 생길 수도 있는데.
【100점 만점에 100점! 완벽해~ 퐈이야!! 】
애석하게도 기계는 멍청했다. 노래방 홍보 모델인 박명수의 쌍따봉이 괜시리 밉게 느껴진다.
감정.
스스로를 아무리 속이려고 해도, 사람의 감정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자신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고 싶은지 깨닫게 된다.
"마아아아아―!!"
"와~ 100점이라니 노래는 아니었지만 대단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스갓구!
―코노 100점 쉽지 않은데
―사실상 철꾸라지가 이미 이긴 거지 ㅇㄱㄹㅇ
하지만 현실이 그걸 허락하지 않는다.
채팅창 민심.
채팅이 올라가는 속도부터 흥분에 가득 찼다는 게 눈에 선히 보인다.
그 광기를 눈으로 확인한 순간 새가슴이 돼버린다. 이를 거스르면 어떻게 될지 자명하다. 설사 동점으로 따라붙어도 편을 들어주기가 힘들다.
'미안해요…….'
이 대결이 끝나면 선택의 순간이 온다. 그때 자신은 무조건 철꾸라지를 택해야 한다.
오정환에게 미안한 감정을 속으로 삼키려던 순간.
"편하게 들어줘요."
"네?
"아셨죠?"
편하게.
앞서 한 번 들었던 말이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솔직하게 짚이는 바가 있다.
동시에 설마 한다. 짜고 친다는 걸 눈치챈 건가?
이윽고 설마는 확신으로 바뀌게 된다.
흘러나오는 멜로디. 기억에 남아있는 곡이다. 그 노래의 가사가 머릿속에서 미리 그려진다.
"그렇게 말 하지 마~ 제발 그녀를 욕하지 말아줘."
어째서 그가 그런 말을 했는지. 하고 많은 곡 중에 이 노래를 골랐는지.
'정말 속이 깊다.'
진심으로 감탄할 수밖에 없다.
마음이 편해진 리아는 눈을 감고 노래에 빠져든다.
* * *
오정환과의 합방.
겨우 방송 어그로 정도 끌자고 했을 리 없다.
"오늘 정말 쥑이셨습니다 행님~!!"
"마. 소리 지르지 마라 위장 울린다."
"그러게 왜 불닭에 소주에 간장까지 퍼마십니까?"
"이겨야 되니까 멍청아!"
"그냥 쉬운 미션으로 바꾸지. 어차피 우리가 정하는데."
"……."
방송은 끝났다.
자신들의 목적을 성취했다.
철꾸라지의 크루원들은 늘 회식을 가지는 클럽에서 룸을 잡고 마시고 있다.
"아 그래서 안 마실 겁니까?"
"좀만 닥치고 있어. 지금 가라앉히고 있으니까."
"어떻게 술자리에서 닥치고 있습니까~? 형님이나 닥치십시오."
"마아아……."
온갖 일이 있었다.
3 대 3까지 간 접전.
1 대 5까지 생각하고 있었기에 당황스러웠다.
그렇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시청자들이 승부욕에 불타올랐고, 마지막 대결의 승리가 값질 수 있게 되었다.
"거기서 국민 호구송 부를 생각을 한다니까요? 누가 호구 새끼 아니랄까 봐."
"무조건 목소리 지를 수 있는 걸 했어야지!"
"아니면 철꾸형처럼 체면 버리던가~."
준비해온 필살기다. 목이 나가라 소리 지르면 점수를 많이 받을 수 있는 기계를 물색해뒀다.
물론 상대가 따라할 수 있다.
서로 100점을 받으면 비기게 된다.
그 점이 크루원들을 노심초사하게 만들었지만.
"할 리가 없죠. 우유 처마시는 것도 폼 안 살까 봐 빵또아 사오라는 놈인데."
"그것도 여캠한테."
"게다가 걔는 이미 우리 편이죠 낄낄!"
제법 높은 점수를 받았다. 92점이면 상당한 노래 실력이다. 그래봤자 100점에는 못 미치고, 3 대 4로 최종 스코어를 앞섰다.
그리고 여캠의 선택.
스코어가 앞선 이상 자연스럽다.
의심을 받을 것도 없이 철꾸라지가 간택 받는다.
"평소 같았으면 주작 소리 들었을 텐데 잘도 넘어갔네요."
"워낙 치열했잖아."
"아무튼 잘 끝났으면 됐어. 누가 진정한 인방 대통령인지 갠방갤러들도 깨달았겠지."
최근 성적이 저조했다. 개인 방송 갤러리를 중심으로 철꾸라지가 퇴물이 되었다는 글들이 떠돌았다.
그 중심에 있던 건 오정환.
그와의 합방을 통해 인방 대통령의 품격을 보여줬다.
방송 진행에서도, 대결에서도 이겼으니 군말이 없을 것이다.
'조금 아쉬운 점은 있는데.'
방송을 가장 열심히 보조했던 준호는 아쉽다.
승부가 예상 외로 박빙이 되자, 어느 순간 여캠의 존재감이 잊혀지고 말았다.
잘 쳐줘야 리액션 담당. 리아의 방송적 홍보는 애매해졌다.
하지만 철꾸라지가 이긴 만큼 철빡이들이 어련히 신경 써주리라 믿는다.
"그러고 보니 리아 걔는?"
"걔도 수금해야죠~ 방송 킨다고 가봤어요."
"아쉽네……. 술자리에는 여자가 있어야 사는데."
"헤헤;; MD한테 한 번 물어보죠. 소주도 둬병 더 시킬까요?"
"이런 날에 뭔 소주야! 양주 가져와!"
이런 자리에 있어봐야 성희롱밖에 안 당한다.
먼저 보내서 다행이다. 정신을 차린 철꾸라지를 보며 준호는 가슴을 쓸어내린다.
'시발 새끼가 진짜 반한 줄 아나.'
아끼는 동생인 만큼 저런 놈팽이가 함부로 대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다.
그런 속마음을 내려놓고 빠르게 웨이터를 호출한다.
"형님들~ 오늘 기분 좋은 일 있으셨나 보네 . 양주 한 병 시켜주시나요?"
"한 병이 뭐야. 일단 두 병 가져오고 안주까지 알아서."
"어떤 걸로 드릴까요?"
"그…… 골 어쩌고 맛있던데."
"아 골든블루 아시는구나!"
스카치 위스키는 40도 이상이어야 한다는 업계의 불문율을 깨고 세계 최초로 36.5도를 시도한 저도수(?) 위스키다.
독한 술을 꺼려하는 한국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대한민국 최다 판매량 위스키로 군림하고 있다.
사파이어 빛깔의 예쁜 술병.
매상을 올려 신이 난 직원이 잽싸게 대령한다.
철꾸라지 크루는 점주에게 있어 기특하기 그지없는 호갱 무리다.
"마, 갠방갤 반응은 어때?"
"형님 훼까닥 했을 때 이미 확인 마쳤습니다. 그냥 오늘은 먹고 죽으면 됩니다."
"진짜 죽을 거 같으니까 맛있게 좀 말아봐."
물론 번 만큼 쓰는 것이다.
흥분한 철빡이들이 지갑을 열어젖혔다.
오늘 하루 받은 별풍선만 1만 5천 개가 훌쩍 넘는다.
'3천 개를 못 챙긴 게 아쉽네.'
두 번째 대결.
당연히 이기리라 생각했다.
토컨까지 했건만 어이없이 지고 말았다.
생각보다 훨씬 술이 세다. 남자로서 자존심이 좀 상한다. 그래도 결국 이긴 건 자신이니 아무래도 상관없다.
"오~ 양주가 들어가니까 맛이 까리한데?"
"이 맛에 위스키 까지 말입니다."
"저도 골든블루가 가장 좋더라구요~."
한국에서는 폭탄주, 정식 명칭은 보일러 메이커인 맥주+위스키를 말아마신다.
몸을 뜨겁게 만든다는 사전적 의미대로 빠르게 취한다.
그들이 제정신을 차렸을 때는 많은 것이 바뀌어버린 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