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95화 (95/846)

95화

드라마와 현실의 차이

BJ간의 커플링.

얼핏 그럴 듯한 러브 스토리 같지만 당사자들 입장에선 그만큼 귀찮은 게 없다.

'일거수일투족이 그쪽으로 해석이 돼서.'

어쩌다 다른 이성BJ와 눈빛이라도 주고 받는다?

양쪽 팬들이 들고 일어나 짤 올리고, 해석본 올리고, 뇌피셜 올리고 난장판이 벌어진다.

─오정환보라해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둘이 진짜 어울려요!

"100개 팬가입 감사합니다."

"어머, 그렇게 보이면 저야 황송하죠~."

―여캠이랑 ㅗㅜㅑ

―열혈들 ㅂㄷㅂㄷ대는 소리 여기까지 들리누ㅋㅋㅋㅋ―이 커플 너무 보기 좋다!

―시청자 벌써 9천 명 ㄷㄷ

시청자들의 과몰입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여캠 합방은 사심 아니면 비즈니스로만 이루어진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여캠은 방송 어그로라도 먹지. 시청자가 원래 많은 입장에서는 콘텐츠 하나에 불과하다.

시청자들 생각처럼 여캠과 만난다고 흥분하거나 그러는 일은 없다.

띵동딩~♪ 띵동딩~♬

물론 처음 한두 번은 호기심이 생길 수 있지만 그다음부터는 깨닫게 된다.

뒤처리가 존나게 귀찮다는 걸.

귀찮다고 말한 건 정말 1mg의 거짓도 없는 진심이다.

"뭐 시켰어요?"

"몰라요."

"네?? 정환씨가 시킨 거 아니에요?"

"저 아무거나 시키라고 하면 진짜 아무거나 시키는 사람이라 안 보고 막 눌렀거든요."

"……."

―씹사이닼ㅋㅋㅋㅋㅋㅋ

―아무거나충 참교육ㅋㅋㅋㅋㅋㅋㅋㅋ

―남자 입장에서 빡치지

―서연아 너도 제발ㅠㅠ

그러니까 나 귀찮게 하지 말라고.

도착한 배달 음식을 받아온다. 무게가 묵직한 게 기대를 해도 될 만해 보인다.

"배민 전체에서 주르륵 내려서 랜덤으로 짚인 곳인데."

"무슨 랜덤 박스에요?"

"그런 거라고 치고 한 번 열어보죠."

비닐 봉지에 '덕수궁 함흥냉면'이라 큼지막하게 써있다. 이 시점에서 내용물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지만,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게 랜덤 박스의 묘미다.

"일단 사리가 두 개 나왔어요. 양이 부족할 일은 없겠네요."

―부화기 까고 있눜ㅋㅋㅋㅋㅋㅋㅋㅋ

―육수 없으면 레전드

―진짜 아무거나 시킨 거냐고……

―이 새끼는 진짜 예측이 안되네

사리 × 2

차가운 내용물이 담긴 국 포장 × 1

뜨거운 내용물이 담긴 국 포장 × 2

뜨거운 내용물이 담긴 음식 포장 × 1

음료수 × 4(종류별)

바닥에 다 내려 놓으니 이러하다.

"별게 다 왔네요."

"진짜 X대로……, 아니 아무거나 시켰구나."

"왕년에 껌 좀 씹으셨나 봐요?"

"아니 그게;; 정환씨가 이렇게 시킬 줄 몰랐으니까."

―X대롴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본심 나왔넼ㅋㅋㅋㅋㅋㅋ

―당황했죠?

―ㅂㄷㅂㄷ 중이세연? ^^

차가운 내용물을 개봉하니 다행히 냉면이다.

사리 두 개가 생으로 버려질 위험을 피했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도 잠시.

"이건 뭐에요?

"뚝배기 불고기 몰라요?"

"냉면집에서 왜 이런 걸 시켜요?"

"저도 몰라요."

뜨거운 내용물이 하나둘 공개된다.

뚝배기 불고기 × 1

떡국 × 1

고추장 석쇠 불고기 × 1

'스프라이트에 환타에 콜라, 코코팜까지 있으면 그렇게 나쁘진 않네.'

랜덤으로 시켜서 이 정도면 선방한 거지.

단풍잎스토리 한 번 해봐야 랜덤 박스가 진짜 X 같은 줄 안다.

적어도 못 먹을 정도는 아니다. 식사거리가 하나씩은 있잖아. 나는 나름대로 만족하는데.

"이걸 밥 없이 어떻게 먹어요."

"그거 알아요?

"뭘요."

"뚝배기 불고기에 냉면 사리 넣으면 먹을 만해요."

"이게 당면인 줄 알아요?"

―피껏솟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차! 잊고 있던 냉면 사리!

―어이가 없어서 웃네

―당면씹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까다로운 타입인 모양이다. 딴 걸 원했으면 처음부터 말을 하던가.

'아무거나 시키라고 해놓고, 진짜 아무거나 시키면 화낸다니까?

이렇게 한 번 당해봐야 그런 말을 못 하고 다니지.

물론 엿이나 먹이자고 저지른 메뉴 선택은 아니다.

"한밤 중에 냉면 먹는 거 처음이에요."

"두근두근해요?

"몰라요 진짜……."

깜짝 이벤트를 싫어하는 여자는 없다. 그리고 화제의 중심을 음식으로 옮기는데 성공했다.

'여캠이랑 합방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지.'

오디오를 채우는 것 말이다. 여캠들은 대부분 혼자 방송을 하고, 합동 방송에 어울리는 능력이 빈약하다.

지난 합방.

리아씨가 붕 떴다는 걸 생각하면 선입견은 아니다. 가벼운 대화 주제가 생기는 것만으로도 방송 진행에 탄력을 받는다.

─삼성외계인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속보) 우결충들 봄이방 몰려가서 난동 부리는 중ㅋㅋㅋㅋㅋㅋㅋ

"다른 여자 있었어요?"

"……."

그렇게 분위기가 좋아질수록 단점 또한 부각되기 쉽다. 평소 여자 관계가 복잡했다면 더더욱.

'근데 봄이는 여자가 아니잖아.'

생물학적으로 암컷일 뿐이지. 그에 부합하는 매력을 뽐내려면 아직 멀었다.

구구절절한 변명보다는 전화 한 통으로 빠르게 해결한다.

"여보세요?"

<오빠…….>

―X됐닼ㅋㅋㅋㅋㅋㅋ

―합방 중에 우결녀한테ㄷㄷ

―아무리 봄이라도 이건 신경 쓰이지

―양다리 실화??

전화를 걸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받는다.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왜 이렇게 애절해.'

대체 시청자들이 뭐라고 선동한 건지.

그 내용에 따라 생각지도 못한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

리아씨의 시선까지 신경 쓰여 잔뜩 긴장을 들이마시고 있던 차에.

<오빠 잘은 모르겠지만 올 때 치킨 사오면 괜찮아요.>

"……."

<또래오래 사주세요 또래오래! 근데 거기 펩시 주니까 대신에 무 하나 더 받아오고 코카콜라 사오면 개이득이에요. 완전 맛있게 먹을 수 있어요!>

―아 치느님은 ㅇㅈ이지

―메로나는?

―메로나는 단가가 싸자넠ㅋㅋㅋㅋㅋㅋ

―킹시를 버리고 X카콜라를 먹다니 ㅡㅡ

농협 직영의 목우촌에서 운영하는 치킨 프랜차이즈다.

갈반핫반이 메인인 곳으로 자극적인 맛이 손을 멈추지 못하게 만든다.

"혹시 몇 살이에요……?"

"올해 고등학교 들어가요. 입학 선물 사줄래요?"

"의심해서 미안해요. 화 난 거 아니죠?"

별거 아닌 오해가 풀린다.

그만큼 마음의 거리는 더 가까워진다.

─이쿠용님, 별풍선 200개 감사합니다!

싸우지 말고 야스해!

"200개 팬가입 감사합니다. 100개였으면 강퇴할 뻔했는데."

"야스가 뭐에요?"

"모르는 척하지 마요."

"진짜 모르는데요;"

―앜ㅋㅋㅋㅋㅋㅋㅋㅋ

―다 알면서

―섹뜨!

―싸우지 말고 야스해 아시는구나! 어릴 적 어머니께 섹스는 "남자와 여자가 화해하는 주문"이라고 들어서 아버지께 말했다가 죽지 않을 만큼 쳐맞아서 생긴 유행어죠!

웃는 얼굴로 정색하면 그것만큼 어색한 게 없다.

드립은 타이밍이고, 성공했으면 넘어가 주는 게 인방의 순리다.

'아우, 진짜.'

여캠들 순진한 척하는 것 만큼 가증스러운 게 없다.

개중에는 진짜 혐오스러운 부류도 있는데, 방송을 하며 지켜본 결과 리아씨는 그 정도는 아니다.

"이게 다 우리가 서로를 잘 모르니까 일어난 일이에요."

"그런 것 같아요."

"우리 서로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게 어때요?"

"좋아요!"

한 걸음 내디뎌도 뒤탈은 없을 것이다.

방송이 본 궤도에 오른다.

* * *

남자BJ와 여캠의 합방.

이는 파프리카TV에서 상당히 보편적인 콘텐츠다.

"오빠 저 어떡하죠?"

"우리 미향이 왜?"

"옷이 오프숄더인데~ 고무줄이 늘어났나 봐요."

"그럼 어떻게 되는 건데?"

"자꾸 흘러내려요."

―ㅗㅜㅑ

―누가 풍 좀 쏴봐ㅋㅋㅋㅋㅋ

―섹시 댄스 ㄱㄱ싱!

―누가?

같은 시각, 비슷한 콘텐츠의 방송이 세 곳은 더 있다.

흔하다는 건, 그만큼 잘 먹힌다는 방증이니까.

─개존박살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가능?

"씹가능!"

"씹이 뭐에요?"

"니가 잘하는 거 있잖아 크흐흐."

동시에 잘해야 한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여캠의 선정적인 매력에 기댄다면, 대중성이라는 토끼를 놓치게 된다.

"니가 잘하는 거……? 미친 새낀가?"

"장작을 넣어줘도 못해. 이 새끼가 천만 원이나 쥐어줬다니 저 지랄을 하고 있네."

여캠과의 합방은 사심 or 비즈니스.

후자의 경우 최소 천 단위의 수고비를 받는다.

그 모든 비용은 여캠을 관리하는 업체쪽에서 부담한다.

어째서?

한 번 뜨기만 하면 회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박이라도 나면 10배 이상도 못 벌 것이 없는데.

"저 새끼는 너무 말을 막 해."

"저러면 시발 X레라고 알지. 유입이 되겠냐고……."

그 선정성과 자극성 때문에 일정 수준의 흥행은 보장된다.

업체가 만족하는 건 그 정도가 아니고, 그 이상이 되려면 남자BJ의 진행 능력이 반드시 요구된다.

그만한 BJ는 당연히 흔치 않다.

무슨 행사 뛰는 연예인도 아니고.

일반인을 갓 벗어난 BJ들이 게스트의 매력을 살리는 것은 어렵다.

─오정환은 합방할 때마다 대박 나네

지금 리아랑 썸 타는 거 미쳤음ㅋㅋㅋㅋㅋ

└또 드라마 찍음?

글쓴이― 드라마까진 아니고 딱 보라 느낌ㅋㅋㅋㅋ

└갓정환은 인정이지

└괜히 지금 보라 대세겠음?

이를 밥 먹듯이 하고 있다.

단 한 번도 실패를 해본 적이 없다.

비슷한 콘텐츠를 진행하는 다른BJ와의 차별성을 주장한다.

『현재 시청자 순위』

1. BJ리아★_ ?12, 674명 시청

2. 예능인[김군]_ ?4, 217명 시청

3. 곽팡우_ ?1, 892명 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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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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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적인 시청자 수로 드러난다.

합방의 이슈성, BJ의 인지도, 여캠과의 시너지 기타 등등.

변명거리는 있겠지만 보라를 보는 시청자들이 그런 사정을 신경 써줄 리가 없다.

─오늘도 눈물의 방종을 하는 김군. jpg

그놈의 '개인 사정'은 오정환과 동시 방송일 때만 생기누?

아 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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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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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환만 보면 튀어라 김군런!

└또 튀눜ㅋㅋㅋㅋㅋㅋㅋㅋ

└런닝맨에서 섭외 오겠눜ㅋㅋㅋㅋㅋ

└튀는 거 하나만 잘하는 새끼…… 그래서 더 추한 새끼……

└아 슬슬 서열 정리되네^^

개인 방송 갤러리.

비아냥이 끊이지 않고 올라온다. 최근 상대 성적이 연전연패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 개인적 감정을 내려놓고 봐도 대단하다.

여캠이랑 합방해서 시청자 만 명을 넘겼어?

게다가 커뮤니티에 이슈까지 되고 있어?

"오정환 쟤 물건인데~?"

"대체 어디 소속이야? 무슨 합방을 할 때마다 성공시켜!"

여러 업체에서 입맛만 다시며 지켜본다. 저만큼 대박이 나면 얼마나 벌어들일 수 있는지 비교 기준이 있기 때문에 대략적인 수치를 알기 때문이다.

적어도 천만 단위는 아니다.

업체의 능력에 따라 0을 둘 이상 붙이는 것도 가능하다.

'여캠'은 뜨기만 하면 고수익이 보장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초창기부터 빤 리아팬으로서 너무 좋네ㄹㅇ

리아가 묻혀있어서 그렇지

상위권 여캠들보다 확실히 와꾸 먹어주는데

오정환이 커플링 연결해서 캐릭터까지 살려주니 매력이 확 살아남└예전부터 방송한 애임?

글쓴이― 거의 반년됨ㅋㅋㅋ

└저런 애가 반년이나 하꼬였네ㄷㄷ

└솔직히 오정환 씹캐리임. 철꾸라지랑 놀았으면 계속 묻혔지

그런 속물적인 관점을 놓고 보더라도 대단하다. 방송 어그로로 시청자를 끌 수는 있어도,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게스트의 매력을 조명시키며 이를 매번 해낸다.

"애교 잘해요?"

"뭐……, 특기 하나쯤은 있죠."

"그럼 저 보고 해주세요."

"왜요? 방송은 시청자들이 보는데."

"보통 남자 보고 할 텐데 캠 보고 하면 어색하잖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굴 빨개진 거 봐

―사심 방송이냐?

―리아님 싫으면 싫다고 하세요! 그래야 방송이 꿀잼임 ㅎㅎ

적절한 선을 지키면서도 할 말은 다 한다.

그 2% 부족한 간질나는 진행이 시청자들을 더욱 애타게 만든다.

기존 시청자들이 자리를 못 뜨고, 유입 시청자들은 물 밀듯이 들어온다.

「보라) 리아★. 정환씨와 합방 있어요!」

? 본방 : 892 (PC: 523/ MOBILE: 369)

? 중계방 : 14, 002

? 누적 시청자 수 : 116, 974

그리고 시계는 12시를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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