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화
두두두!
두두두두두―!
통통배에서 엄청난 속도로 포탄이 쏘아진다.
포탄이 라테일의 머리에 부딪힐 때마다 눈에 보일 수준으로 체력바가 깎여나간다.
─라테일의 오른쪽 머리를 격파했습니다!
1인 공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말이 안된다.
그것을 가능케 만드는 어마어마한 화력이다.
"제가 말했잖아요. 이거 좋다고."
―와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마나 세진 거야ㄷㄷ
―펑이조 울겠누
내가 보라에 열중할 때.
단풍잎 근본BJ로서 열과 성을 다 했다고 들었다.
그 노력이 한순간에 따라잡혔다고 들으면 고혈압과 합병증이 올지도 모른다.
'어떡해. 지 머리가 딸리는 걸.'
그러니까 롤을 해도 수천 판째 다이아도 못 찍고 브실골에서 빌빌 대겠지.
진짜 조금만 뇌세포를 굴려보면 마챌을 못 찍을 수가 없을 텐데 말이다.
여하튼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그게 아니다.
"요즘 보스 몬스터들의 방어력이 미친 듯이 높아져서 방어율 무시 효율이 진짜 좋아요."
빅뱅 업데이트.
이후 몬스터들의 방어력 수치는 완전히 바뀌었다.
특히 보스 몬스터들은 터무니없는 수준으로 데미지가 반감된다.
'데미지 인플레가 워낙 심해서 둔감한 애들은 못 느낄 수 있지만.'
카쿰과 라테일은 40%.
카오스 난이도부터는 50%.
심지어 핑크린은 70%로 1/3 이하로 박힌다.
워낙 심하다 보니 차후에는 여러가지 보너스 혜택이 주어진다.
유니온이나, 소울이나, 링크나, 노블레스나, 카리스마 기타 등등 방어율 무시를 수급할 곳이 많아지는데.
─내꿈은먹튀왕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패치 꿰뚫어보는 클라스; ㅇㅈ합니다
"아 먹튀님 클라스도 인정하죠. 우리 서로 리스펙트 하는 사이잖아요."
―ㅋㅋㅋㅋㅋㅋㅋ
―미션 개꿀
―형은 다 계획이 있구나?
―77ㅓ어어억~!
현재 시점에서 그렇지 않다.
방어율 무시가 가지는 가치는 엄청날 수밖에 없다.
─라테일의 왼쪽 머리를 격파했습니다!
빅뱅 패치 이후 전투력 측정기로 전락한 라테일.
하지만 그건 내 입장이고, 여전히 강력한 보스 몬스터다.
어지간한 고레벨들도 파티 하나 단위로 잡는다.
이를 홀로 잡고 있음에도 속도는 오히려 웃돌고 있다.
'파워 인플레가 괜히 파워 인플레가 아니지.'
아이템을 시너지 있게 맞출수록 밑도 끝도 없이 강해진다.
일반 유저와 랭커의 사이에 계급이 생겨버릴 정도다.
『수많은 도전 끝에 라테일을 격파한 원정대여! 그대들이 진정한 라프레의 영웅이다!』
그리고 나는 그 길을 꿰고 있다.
잠시 보라에서 바람을 폈다고 한들.
그간의 공백을 따라잡는 건 어렵지 않다.
─내꿈은먹튀왕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40분컷ㄷㄷ 옵션 도적 건데 인수 가능?
"씹가능이죠~. 인수인계 바로 밟겠습니다."
큐브질의 적자 또한.
현재 '라테일의 목걸이'는 시세 3억 골드로 현금 10만원을 호가한다.
혼자 잡았으니 생으로 낼름 먹는다.
'열혈들 템도 맞춰주고, 내 사리사욕도 채우고.'
그 시간이 훨씬 더 단축됐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 타임 뛰던 시간에 두 타임을 뛸 수 있게 된 셈이다.
―방무가 개쩌는 옵션이었네
―잼구안 지리는 거 보소ㄷㄷ
―롤에서 라위나 보이드 산 거라고 보면 되나?
―롤이 뭔데 씹덕아
무난하다. 돈X랄을 하고, 돈X랄한 성과를 보이고. 원래 단풍잎스토리 방송의 9할은 이런 느낌이다.
'나처럼 똥꼬쇼 안 해.'
수십 명씩 데리고 최초 보스 레이드!
개국 공신급 초특급 네임드와 길드 전쟁!
이런 난이도 높은 일은 단풍잎스토리와 거리가 있다.
─시리얼먹어요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속보) 펑이조 방무 맞추려고 헐레벌떡 큐브 돌림ㅋㅋㅋㅋㅋ
"방무 중요하죠. 물론 직업마다 효율이 다르긴 하지만."
그렇게 생각 없이, 뇌세포 없이 진행하는 것이 묘미다.
까놓고 말해서 뭐 X발 대단한 게임이라고 공략까지 하고 있어.
'단풍잎이 그래봤자 결국 단풍잎이지.'
편안하잖아.
여유롭게 하기 딱 좋다.
숨 막히는 보라판에서 벗어나 한동안 유유자적한 방송을 지향하려고 했는데.
* * *
최근 단풍잎 커뮤니티는 떠들썩하다.
보라판에서 새 인생을 사는 줄 알았던 오정환이 다시 귀향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오정환이 ㄹㅇ 씹호감인 게
다른 BJ는 돈독 오르면 단물 빠질 때까지 그 콘텐츠 하는데 오정환은 오히려 단물 오를 때쯤 알아서 빠져버림ㅋㅋ└그러면서 방송도 씹잘함
└펑모씨랑 달리 돈 보고 방송하지 않지
글쓴이― 걔는 풍 받는 게 당연한 줄 아는 게 ㅈ같은 거고 은근히 돈은 안 밝힘└펑잘알이누ㄷㄷ
팬에 대한 으리!
방송에 대한 마무으리!
항상 의외성과 시기적절함을 동시에 잡는다. 빠른 것 같으면서도 지나가 보면 절묘한 타이밍이다.
단풍잎팬들이 그의 복귀를 절실히 원하고 있었으니까.
─아니, 진짜 큐브 어케 돌리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오정환이 종결해주네
무기는 방무가 개사기다 ㄹㅇ
└그거 그냥 잡옵인 줄
└사냥 효율은 별로인데 보스 효율이 ㅆㅅㅌㅊ임
└방어력 공식 상상도 못함
└단풍잎은 오정환 말고 인물이 없나ㅋㅋㅋ
최근 보라판은 대기업BJ들이 칼을 갈고 있다.
대형 콘텐츠를 줄줄이 공개하며 서로 경쟁 중이다.
그런 와중에 단풍잎 리턴.
시청자들이 원하는 바를 제대로 저격했다. 오정환의 방송적 성장은 물 흐르는 듯하다.
"아니, 씨! 별로 세지도 않잖아? 존나 괜히 갈았네……."
이에 가장 큰 피해자, 펑이조는 굉장히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어떤 소식통을 믿고 무기의 옵션을 변경했다가 낭패를 본 것이다.
─시리얼먹어요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지가 헐레벌떡 정환이 따라해 놓고ㅋㅋㅋㅋ
"나가 이 새끼야!"
―유료 블랙
―100개도 컷하누ㄷㄷ
―살벌하네
―이 새끼는 볼 때마다 시청자랑 싸워
미라클 큐브는 무기의 잠재능력을 바꿔준다.
가능한 건 바꾸는 것뿐.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유니크』
보스 몬스터 공격 시 데미지 : + 30%
공격력 : +9%
공격력 : +6%
공격력 증가량 : +28744
수백 개가 아닌 수천 개를 질러 뽑았던 옵션이다.
자신의 컨셉에 걸맞은 돈X랄이 이를 가능케 만들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방어율 무시가 엄청나게 좋아 보인다.
오정환의 방송을 확인한 후 부랴부랴 접속해 돌렸다.
『유니크』
보스 몬스터 공격 시 데미지+ 30%
몬스터 방어율 무시 : +30%
몬스터 방어율 무시 : +15%
공격력 증가량 : +24443
그리고 띄웠다.
1천 개가 넘어가는 큐브를 지른 끝에 말이다.
오정환과 똑같은 옵션이니 분명 강해졌을 거라 생각했는데.
"방무가 좋다는 새끼들 어그로냐? 오정환인지 오징어인지 그 방으로 꺼져 새끼들아!"
―ㅇㅇ 꺼질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니가 따라해 놓고 왜 니가 성내……
―오정환 딜링 평생 못 이기겠누?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기대만큼 딜이 안 나온다.
오히려 이전보다 약해진 것처럼 느껴진다. 자신이 하는 표도는 효율이 낮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X발!'
차후에는 '블랙 큐브'라는 게 나온다.
BEFORE와 AFTER를 선택할 수 있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즉, ㅈ됐다.
─펑이조 방송 간만에 뻥 터지넼ㅋㅋㅋㅋㅋㅋㅋ
오정환 따라 방무 맞추려다가 보공30에 공15 무기 큐브 돌리고 ㅈ됨ㅋ└그걸 돌렸어??
└ㅁㅊ 그 옵 뽑으려고 2천 개는 박은 걸로 아는데
글쓴이― 지금 시청자한테 화풀이 하고 난리 났음
└ㅋㅋㅋㅋㅋㅋㅋㅋ구경 간닼
오정환에 대한 파쿠으리!
매번 비슷한 짓을 하다 제풀에 걸려 넘어지는 펑이조의 모습은 단풍잎스토리 유저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다.
그것도 하나의 콘텐츠고 스토리다. 하다 당하다 보니 캐릭터화가 되었다.
오정환이 돌아온 것만으로도 단풍잎판은 활기가 넘친다.
"저게 뭔 X랄이지?"
"게임 아이템을 많이 손해 봤나 봐요."
"리니지로 따지면 뭐 집행검이라도 부숴 먹었다고 보면 되나?"
"그 정도 급은 아니에요."
"크흠! 리니지급은 아니겠지."
고작 단풍잎스토리 따위가.
한때 리지니에 빠져 살았던 적이 있는 심익태는 오정환의 방송을 가까스로 이해할 수 있었다.
게임이라는 게 결국 다 비스무리한 구조다.
'기왕 할 거면 리니지나 하지. 리니지는 돈도 벌리는데.'
아재이기에 지극히 아재다운 생각밖에 나지 않는다.
게임 방송도 잘하는구나, 이해를 하면서도 못마땅한 심정을 숨기지 못한다.
보라판에서 놀면 훨씬 더 벌 수 있으니까.
자신과 손을 잡으면 돈다발이 하늘에서 떨어진다. 그 재능을 죽이고 있으니 속이 오죽 답답할 만도 하다.
"너는 그러니까 단풍잎을 안다 이거지?'
"제 또래는 보통……."
"나는 꼰대라 모른다 이거야?"
"에이~ 애들이 하는 게임이잖아요."
"크흠! 그렇긴 하지."
이를 해소하기 위함이다.
심익태는 오정환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 계책을 세웠다.
'이년이 제 역할을 잘 해준다면…….'
'가짜'가 아닌 '진짜'.
오정환의 팬을 투입시킨다. 다른 업체들이 시도했다가 역풍만 맞은 방법이다.
그는 호락호락한 녀석이 아니다. 어중간하게 해서는 똑같이 실패한다.
차근차근 팬가입부터, 방송 적응까지 공을 들이고 있다.
"그래서 언제부터 될 것 같아?"
"일단 저도 아직 1주일도 안 봐서……."
"꼬실 자신은 있고?"
"저만 믿으세요 히히."
심익태는 알고 있다.
마음의 문을 굳게 걸어 잠근 녀석일수록 외로움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말이다.
'여자를 별로 안 좋아해? 하루 3딸씩 칠 나이에 똥폼 잡고 있어.'
경험에서 비추어봤을 때 사춘기가 뒤늦게 터진 케이스다.
결국 두드리면 열리게 되어있다.
한참 성욕을 못 참을 나이. 예쁜 팬의 호의에 반드시 넘어간다. 과정만 공을 들이면 실패할 일이 없으리라.
'역겨운 꼰대 새끼.'
그 희생자.
한서은은 아랫입술을 잘근 씹는다.
겉으로는 싱글싱글 울고 있지만 속내는 전혀 다르다.
유흥비가 필요해 돈을 빌린 게 화근이었다. 너무 쉽게 융자가 된 탓에 가볍게 생각했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후였다.
이러다가는 정말 몸이라도 팔아야 할 위기다.
사소한 연기만 좀 해주면 빚을 탕감해주겠다는 심익태의 제안은 솔깃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꼬시려면 한 번은 무조건 하게 될 텐데……."
"네, 뭐."
"흐흐, 오빠랑 연습 좀 할까? 빚 이만큼 빼줄게."
"제가 남친이 있어서요 히히."
저 새끼에게 몸을 허락하는 건 죽기보다 싫으니까.
어깨에 올린 손을 전력으로 떼내며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내가 다시는 돈 같은 거 빌리나 봐라.'
꽃다운 스물한 살.
돈 몇십에 자신의 가격이 매겨진다는 사실이 수치스럽지만 이런 때일수록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무서운 인간이다.
무슨 짓을 해와도 이상하지 않다.
지인들에게 알려지기라도 하면 평생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다.
"크흠! 어쩔 수 없지. 혹시 용돈 필요하면 말하고."
"네 히히."
"그럼 일 이야기인데 오빠 생각에는 말이야……."
40대 아저씨가 오빠오빠 하니 역겨워 토할 것 같지만 해오는 이야기 자체는 그럴 듯하다.
계획이 성공해야 자신도 걱정을 놓을 수 있다.
'팬미팅을 주선해보라고?'
어떻게 해야 BJ 본인을 만날 수 있을까?
자신도 고민을 해보고 있었는데 명안이다. 억지스럽지도 않고, 호감도 자연스럽게 딸 수 있다.
그렇기에 더더욱 소름이 돋는다. 저런 머리와 힘으로 자신을 농락하려 한다면.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나 나올 피해자A가 될지 모른다.
꿀꺽!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무슨 짓을 해서든 오정환이 넘어오게 만든다.
설사 자신의 몸을 헌납하는 모양새가 될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