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화
자유시장 사재기꾼
『주문서가 한 순간 빛났지만 아이템에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듣기만 해도 시무룩해지는 소리.
캐릭터의 머리 위에서 까만 재가 흩날린다.
단풍잎스토리에서 '작'을 하다 보면 겪게 되는 광경이다.
"하, X발……."
―X발ㅋㅋ
―이게 안 붙네
―그러니까 제물을 바치라니까?
―ㄹㅇ 제물각이라니까 말 지지리도 안 듣지
주문서를 이용해 아이템을 강화시키는 행위.
'작'은 옛날 단풍잎스토리를 상징하는 요소 중 하나다.
'나중에는 스타포스라고 근본 없는 것들이 생기는데.
Latte is Horse.
아이템 업그레이드는 오직 주문서로만 가능했다.
차후에 생기는 '주문의 흔적'의 조상격이라고 할 수 있다.
돈이 엄청나게 많이 든다.
즉,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는 콘텐츠다. 큐브질에 이은 다음 콘텐츠로 눈 여겨봤고, 현재 실행 중이다.
『주문서가 한 순간 빛나더니 신비로운 힘이 그대로 아이템에 전해졌습니다.』
더 좋은 아이템을 맞춰야 하니까.
황금색 단풍잎이 캐릭터 위에서 빛난다. 과장 없이 쌀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다.
─만렙가는중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제물에 붙이니 바로 되눜ㅋㅋㅋㅋㅋㅋㅋㅋ
"X발…… 100개 감사합니다."
본템에 붙일 때 성공했다면 말이다.
안타깝게도 방금 붙인 주문서는 제물이었다.
'그런 게 있어.'
큰 수의 법칙.
시행 횟수가 커지면 통계적 확률이 수학적으로 계산한 확률에 가까워진다는 이론이다.
물론 확률형 아이템은 독립 시행이다. 이전 시행 결과가 다음 시행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마음의 위안 정도는 얻을 수 있다.
『주문서가 한 순간 빛나더니 신비로운 힘이 그대로 아이템에 전해졌습니다.』
그래서 생긴 문화가 제물.
연속으로 실패했으면 슬슬 성공할 때가 되지 않았냐는 간단한 이야기다.
『냄비 뚜껑 (+6)』
장비분류 : 방패
최대 HP : +30
물리 방어력 : +31
마법 방어력 : +12
이따금 그 반대가 될 때도 있어서 문제다.
실패하라고 대충 던져 놨더니 찰떡같이 착착 달라붙는다.
―지존 냄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와 부럽다~!
―금손 ㅇㅈ
―부캐 키울 때 쏠쏠할 듯ㅎㅎ
방패 방어력 주문서 10% 3장.
방패 방어력 주문서 60% 3장.
아이템의 옵션이 좋아졌다는 걸 방증하듯 노란색으로 삐까번쩍하게 빛난다.
'X발.'
이게 본템에 붙었으면 얼마나 좋아!
백의의 주문서와 황금 망치까지 활용해 사고 하나 단단히 쳤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제물로 바치는 아이템. 아무리 잘 붙어도 값어치가 형편없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웃음이 되었다면 그건 그거대로 가치가 있다.
─코코망이♪님, 별풍선 200개 감사합니다!
주문서 안 붙는 거 보면 제가 다 화나요ㅠㅠㅠ
"200개 고마워요. 근데 화 내는 건 저 혼자로 족하니까 웃으면서 봐주세요."
이렇듯 터지기도 하니까 말이다.
위로를 해주는 것도 그렇고 참한 시청자이긴 하지만.
―여자임?
―환순이ㄷㄷ
―환순이 수준 높던데
―하앜하앜
어그로도 같이 끌려서 문제다.
수컷인지 암컷인지 아이디에서도, 말투에서도 티가 팍팍 난다.
'이게 뭐라 해야 하지? 여자들은 자신이 여자라는 걸 은연중에 티를 너무 내.'
안 그랬으면 좋겠는데.
꼬추 시청자들이 발딱 서는 탓에 방송 진행이 차질을 빚는다. 고작 하루이틀로 이런 반응이 올 리가 없다.
딱히 드물지도 않은 이야기다.
이른바 '네임드 시청자'.
대다수의 시청자가 알 만큼 유명해진 특정 시청자를 그렇게 부른다.
─코코망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어그로 끌려던 건 아닌데 죄송해요……
"괜찮아. 괜찮아! 신경 쓰지 마."
코코망이의 경우가 그러하다. 열혈들을 포함해 그전에도 있기는 했지만, 성별까지 암컷인 탓에 관심이 더 쏠린다.
'근데 불가피해.'
나도 이제 BJ로서 꽤나 정착했다. 방송 역사가 짧았던 이전과는 다르다. 팬덤의 고인물화가 반드시 생기게 된다.
구태여 막으려 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의 문제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걸 '부자연'스럽게 막다가 일어난다.
가만히 두면 알아서 자정작용이 될 것이다.
『주문서가 한 순간 빛났지만 아이템에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주문서가 한 순간 빛났지만 아이템에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주문서가 한 순간 빛났지만 아이템에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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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런 거 걱정할 때가 아니다.
내 코가 석잔데 X발.
"30%가 첫 장부터 다 안 붙는 게 말이 되냐고 진짜……."
―응 돼^^
―냄뚜에 운을 다 썼으니 안 붙지ㅋㅋㅋㅋㅋ
―냄뚜 우라야마시~!
―오모시로이한 BJ가 있다ㄷㄷ
돈을 쏟아부어 진행한 작.
이렇다 할 성과가 거지같이 나오지 않는다. 엄청난 손해까진 아니지만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다.
돈이 있어도 더 못할 수가 있으니까.
주문서는 NPC가 아닌 유저에게 구입한다.
즉, 시장에 물량이 없으면 사고 싶어도 못 산다.
'진짜 비효율의 극치 같은 시스템이긴 해.'
심지어 주문서별로 가격 차이도 극심하다.
방패 방어력, 두손둔기 공격력 등은 한 장에 5~10만 골드.
전신 갑옷 민첩, 장갑 공격력 등은 한 장에 수백에서 수천만 골드.
기회 비용부터 점심 나가서 먹는 수준이다. 싹쓸이를 하면 시세도 오르니 신경 쓸 것도 많다.
확실히 말해, 차후에 생기는 스타포스 강화가 100배는 낫다.
『퍼플 카노스 슈즈 (+4)』
장비분류 : 신발
물리 방어력 : +65
STR : +4
DEX : +22
이동 속도 : +4
점프력 : +20
물론 그만큼 리턴 또한 달달하다.
소위 말하는 '졸업 아이템'을 맞췄을 때 느끼는 충족감은 이루어 형용하기 힘들다.
"물론 여기에서 또 큐브질을 해야겠지만, 그래도 큐브질은 돌리다 보면 끝이 있으니 한숨 놓아도 되겠죠."
―큐브질 할 때가 편했누ㅋㅋㅋㅋ
―와 옵션 쩐다
―30%가 4장이나 붙었네
―진짜 서버 지작급이네ㄷㄷ
서버 지작급까진 아니다.
신발 점프력 주문서 30%가 4장.
업그레이드 가능 횟수가 5회라는 걸 생각하면 엄청나다.
하지만 서버 전체에서 따진다면? 이보다 더 좋은 게 한두 개는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신발의 가치가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레어』
INT : 12
MP : +3%
이동 속도 : +3
공격력 증가량 : +3757
잠재능력이 3줄이기 때문이다.
빅뱅 패치의 여파는 정말 많은 것을 흔들어 놓았다.
─지존도적s2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내 신발도 30% 4장 발린 지작인데 잠재옵 2줄 나옴 ㅡㅡ
"100개 통 큰 팬가입 감사합니다! 저도 그래서 다시 뽑은 거에요. 돈슨 X발 새끼들 아오……."
차후에는 바꿀 수 있다.
2줄짜리도 3줄로 말이다.
안타깝게도 현재는 때려죽여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서버 지작템의 절반이 똥값이 됐지.'
1줄은 최소 스탯 +6%의 가치를 지녔고, 이는 레벨에 따라 30~80 정도의 고정 스탯과 맞먹는다.
지작급 신발도 꼴랑 20 붙었다는 걸 생각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일반 유저면 모를까.
나처럼 랭커급에게는 엄청난 차이다.
마음 같아서는 돈슨님 이것도 패치해주세요!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지나친 남용이다. 게임 내 아이템 문제지, 사행성 문제는 아니니 말이다.
피눈물을 흘려가며 아이템을 하나하나 보강해가고 있다.
두두두!
두두두두두―!
그 보람.
카오스 카쿰이 엄청난 속도로 녹아내린다.
스카니아, 아니 전 서버에서 가장 강한 유저만이 느낄 수 있는 희열이다.
―펑이조랑은 비교도 안되네
―걔는 표도잖아ㅋㅋㅋㅋㅋㅋㅋ
―2위따리 언급ㄴ
―왜 이렇게 세냐 진짜
승부의 세계에서 2등은 꼴찌와 마찬가지.
시청자의 어그로도 가장 강한 BJ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어떤 사람이 듣는다면 "2등도 잘한 거야!!"라고 버럭 소리를 지를지도 모르지만.'
콩을 까든, 칠리콩을 까든 변하지 않는 진실이다.
아이템을 진지한 수준으로 맞추자 다시 단풍잎스토리를 할 맛이 난다.
"이제 졸업해야 할 부위가 목걸이, 반지 두 개, 모자, 그리고 욕심을 내보자면 장갑 정도가 남았는데……."
단풍잎스토리는 아이템 부위가 좀 거지같이 많다.
그만큼 돈슨이 해처먹을 수 있다는 소리지만, 동시에 콘텐츠로 우려먹을 게 많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BJ는 방송이 일상. 할 방송이 없을 때가 가장 고통스럽다.
보라를 하면서도 게임쪽에서 발을 안 떼고 있는 이유이기도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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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장사01]― 19, 999, 999 수량5 1―2
[고려장사04]― 19, 999, 999 수량3 2―1
[팔도사재기]― 29, 999, 999 수량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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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의 올빼미.
자유 시장에 올라와 있는 검색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옥션이 존재하지 않던 시점이기 때문에 불편함과 캐시 소비를 감수해야 한다.
'그것까지는 그러려니 할 수 있어.'
옛날에 환승 없던 거랑 비슷한 거니까.
모방이 창조의 어머니라면, 불편함은 창조의 아버지쯤 된다고 생각한다.
문제가 있다면.
―가격 보소
―스카니아는 원래 저리 비쌈?
―미쳤네ㄷㄷ
―투민을 누가 저 값 주고 사냐ㅋㅋㅋㅋㅋㅋ
생도둑놈들이다.
* * *
단풍잎스토리.
캐주얼한 탓에 은근히 그런 느낌이 없지만, 실상은 엄청나게 오래된 준고전게임이다.
하물며 RPG.
연차가 쌓인 고인물 유저들이 생긴다.
단풍잎스토리에서 가장 오래된 스카니아 서버에는 예로부터 3대 세력이 존재한다.
1. 베르사유가 중심이 된 적폐 세력
2. 개인 플레이 중심의 초고레벨 유저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없다고 하지 않으셨습네까?"
자유 시장을 점거하다시피 한 매크로들. 1채널에 가면 꼭 있는 토벤컷 가재기꾼들.
일반 유저에게는 그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훨씬 더 조직적이며 거대한 규모를 가졌다.
<나는 파리만 날리는데 너는 장사 잘된다고 하니까 그렇지.>
"완전 날로 먹고 있지 않습네까~ 남조선 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기회를 잘 잡아야 하는 법입네다ㅋㅋ"
돈이 되기 때문이다.
별도의 신분 증명도 필요 없다. '조선족'들의 고수익 일자리로 각광받고 있는 이유다.
<그래서 얼마나 벌었는데?>
"어디 보자……, 평소의 배는 번 것 같습네다."
<뭐 배?!>
흔히 조선족 작업장 하면 리니지, 아이온 등이 유명하지만 단풍잎스토리에도 꽤나 깊숙하게 파고들어 있다.
자유시장의 꿀자리인 1채널과 2채널의 명당들을 독점하다시피 한다.
'머리를 써야 큰 돈을 벌지메ㅋㅋ'
단풍잎스토리는 유저층이 어리며, 장사 시스템이 당시 게임 중 가장 활발했다.
한국어를 구사하는 조선족들은 게임 내 시세를 파악해 사재기로 큰 이득을 챙겼다.
그렇게 큰 돈을 만질수록 불안해진다.
경쟁자가 치고 들어온다?
이는 조선족들에게 있어 일자리를 뺏긴다와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제가 그럼 형님에게 건수 하나 드리겠습네다. 10%만 수수료 받고요."
<10%? 배 터져 죽을라 하나?>
"그럼 마시던가요."
<알았다. 내놔봐라…….>
3대 세력 중 하나로 군림할 정도로 큰 조직을 갖추게 된다.
자신들끼리 해먹기 위함이다.
최근 해먹기 좋은 소재가 하나 생긴 광석은 친하게 지내는 형님에게 신이 나서 떠든다.
"요즘 BJ란 것들이 우리 호구입네다. 흥취 있으면 형님도 본격적으로 해보지 말입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