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111화 (111/846)

111화

오정환의 새로운 콘텐츠.

돌발적으로 진행된 방송임에도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다.

「미라클7」

2시간 전。

#오정환#BJ

오정환 팬카페 회장 수준 ㅗㅜㅑ

「장화연」

2시간 전。

#파프리카TV#오정환#팬데이트

와 팬캎 회장쯤 되면 직접 만나도 주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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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SNS를 중심으로 화제가 퍼진다.

인방 드라마를 통해 이름이 알려진 후, 그의 새로운 콘텐츠는 언제나 한 번씩은 주목받는다.

그 정도가 평소보다 유별나다.

단순히 재밌겠다, 흥미롭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강도 높은 비판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여신­_손지은」

1시간분 전。

#정환오빠#왜쟤랑?

아 몬데 ㅡㅡ

전신 공사한 것 같은 뇬이 정환 오빠한테 꼬리 쳐

「천사 미녀­_쥬쥬」

59분 전。

#오정환#배신#돌아와

헤픈년 가증스러운 거봨ㅋㅋㅋㅋㅋ

딱 봐도 여기저기 데주고 다녔을 년이 순수한 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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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럽기 때문이다.

지가 뭔데?

연예인은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위상을 가진 인기BJ다. 드라마를 보고 빠져든 팬들이 많다.

그중 대다수는 여성팬이고, 여성 팬덤은 남자들과는 다른 독특한 서열 구조를 이루고 있다.

─와 지금 트위터 난리도 아니네

오정환이 팬이랑 데이트하니까

여자팬들이 새치기 한다고 쌍욕 붓는 중ㄷㄷ

└새치기?

글쓴이― 앞서나갔다고ㅋㅋ

└뭔 X랄이야 대체

└원래 빠순이들이 그럼. 존나 무서워

우리 오빠라는 개념이 있다. 팬덤 모두가 스타를 공유하는 것이다. 선물을 할 때도 팬 단체명으로 해야 하며, 개인의 이름으로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젝스키스 ― 옐로우키스

동방신기 ― 카시오페아

방탄소년단 ― A.R.M.Y

각 아이돌별 팬덤이 존재하는 이유다.

엄격한 서열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여자들 사이에서는 당연한 개념인데.

─오정환 팬미팅 개판 날 만도 했네

트위터 짹짹짹이들 꼬라지 보니까 단박에 이해됨

└저런 걸로 X랄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걸레에 성형에 못할 말 다 하더라

└님들 각도기 조심

└쟤네들은 진작에 깸ㅋㅋㅋ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쌍욕이 쏟아진다.

팬미팅은 그나마 다수였지만, 1 대 1의 데이트는 선을 넘었다는 느낌이다.

물론 그들의 선. 일반 커뮤니티에서는 역으로 놀림을 받고 있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방송에서도 신경 쓰는 분위기는 아니다.

"코망아."

"네?"

"안 추워? 그렇게 입으면?"

"당연히 춥죠."

"근데 왜 그렇게 짧게 입었어?"

"왤 것 같아요? 히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잘 보이려고

―하나밖에 없지ㅋㅋ

―썸 안 탄다며 이 새끼야!

오히려 달달하다.

두 사람의 평일 데이트는 실시간 시청자 수 1위를 달리며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지만.

'이게 달달해?'

그 장본인은 전혀 다른 감정을 느끼고 있다.

생글생글 웃고 있는 서은의 속은 타들어가는 듯하다.

"이게 무슨 썸이야~.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지. 그리고…… 남녀 사이는 살짝 긴장감이 있는 편이 좋아."

능글맞게 방송을 진행한다.

자신도 만약 시청자였다면 관계가 무르익고 있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런 건 날 보면서 얘기해…….'

자신에게 눈길이 향하지 않는다.

카메라 각도상 그리 보일 수는 있어도, 실제 자신이 겪고 있는 바는 다르다.

프로 방송인이 이런 느낌일까?

그와 합방한 여자들이 어째서 애가 탔는지 서은은 마음속 깊이 공감하게 된다.

"맛있게 먹어."

"네……."

"오빠가 차는 없어도 이 정도는 사줄 수 있으니까."

―여자 1호는 어리둥절하다

―응 그래봤자 돈까스

―멋대가리 없누

―진짜 학식 데이트넼ㅋㅋㅋㅋㅋ

채팅창을 확인할 시간이 많았던 팬미팅 때는 눈치채지 못했다.

시청자들이 좋아하고 있으니 분명 잘돼가는 느낌 아니야?

현실은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서은도 알고 있다.

단둘이 있으면 남자는 호감을 나타낼 수밖에 없는 생물이라는 걸.

'…….'

이 추운 날에 얇게 입고 온 이유가 있는 것이다. 야시시한 시선을 반드시 던져오게 돼있다.

그리고 여자는 십중팔구 다 알아챈다.

그런 기색이 놀라울 정도로 없다. 인기 많은 인생을 누려온 그녀이기에 당황스러움도 배가 되고 있다.

"저 오빠."

"어?"

"새우 튀김 먹어보세요! 사이드로 나온 건데 소스랑 엄청 잘 어울려요."

답지 않은 행동을 할 만큼. 조급해진 서은은 애교를 부린다. 포크로 찍어 먹여주는 것은 과정에 지나지 않다.

양팔로 가슴을 꾹 눌러 모은다. 허리를 굽혀 옷 사이에 공간을 만든다.

시선이 갈 수밖에 없도록 설계를 한 건데.

"탱글탱글하네."

"그쵸?"

"속살이 꽉 찬 게 B+에서 C 정도?"

"……."

―이 새끼ㅋㅋㅋㅋㅋㅋㅋ

―새우요? 가슴요?

―'속살'

―꽉 찬 B컵 미쳤냐곸ㅋㅋㅋㅋㅋㅋㅋ

분명 봤다. 시청자들은 말이다.

하지만 오정환에게 보여진 느낌은 전혀 없다.

'눈깔 사시야? 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

그 답답한 마음을 꺼낼 수가 없다.

적어도 시청자들은 그렇게 알고 있고, 말을 꺼내봤자 자신만 이상한 사람이 된다.

"미안. 농담인 거 알지?"

"괜찮아요."

"아니, 이런 건 민감할 수 있는 문제라."

"저 오빠를……."

"응?"

"아, 아니에요 히히."

너무 답답한 나머지 확 저지르려고 했다.

오빠를 좋아한다고.

직접적으로 말을 안 해도, 에둘러서 어떻게든.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그 순간 서은은 깨닫게 된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자신은 한 번도 먼저 움직인 적이 없다.

남자쪽이 애걸복걸하면 선택만 했을 뿐. 인기가 워낙 많은 그녀에게는 당연한 삶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남자에게는 통할 기미가 안 보인다.

"오빠도 알지만 대학교 2학년 때가 진짜 고민 많잖아."

"……."

"뭐 특별한 조언을 해줄 순 없어도 숨 돌리는 시간이 되었으면 해서."

고민이 많은 건 지금 당장인데.

자신의 마음을 도저히 알아주지 않는다.

애초에 그의 시선은 자신 따위 향하고 있지 않다.

'나를 봐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당초의 목적은 온데간데 사라진다. 방송의 마지막까지 그의 관심을 끌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만큼 시청자 반응은 폭발적이다.

─오정환은 진짜 뭔가 있나??

합방한 여자들

처음에는 다 철벽 치는데

나중에는 하나 같이 오정환한테 빠지네

└대본이지

글쓴이― 그렇겠지??

└짜고 친 거 제발

└코망이는 시청잔데? 뭔가 있긴 해

평소와는 다른 느낌일 수밖에 없다.

그녀의 심적 변화를 두고, 커뮤니티에서는 화제가 점점 커져 간다.

BJ라면.

드라마라면.

한 발짝 물러서서 논픽션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 하지만 시청자와의 합방은 그 심적 거리가 훨씬 줄어든다.

─시간대별 코망이 표정. jpg

[방송 ~1시간. jpg]

[방송 ~2시간. jpg]

[방송 ~3시간. jpg]

아니, 이 차이가 정말 안 보임??

└와……

└비교해서 보니 확실하네

└완전히 사랑에 빠진 표정인데ㅋㅋㅋㅋ

└BJ는 원래 그런가? 개부럽다 진짜

마치 자신이 데이트를 하는 듯한 몰입감.

까놓고 말해 별로 잘생기진 않았다. 그런 BJ가 예쁜 여자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게 묘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TV에서는, 연예인들에게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감정이다. 가벼운 방송이기에 더욱 큰 충격으로 와 닿고 있다.

SNS와 커뮤니티에서 화두가 될 만도 하지만.

'날 보고 말해줘요. 응? 날 보고.'

장본인은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어이가 없게도 시청자에게 질투가 일고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오정환 진심이 되고 만다.

그를 꼬셔야 한다는 당초의 목적. 어느새 온데간데 사라지고 심장만이 두근댄다. 그 순수한 마음조차 보답 받지 못하고 시간은 막바지를 향한다.

* * *

예정된 틀이며, 예정된 반응이다.

'내가 틀이라는 게 아니라.'

일정한 격식이나 형식.

시청자와의 합방은 잘 먹히는 콘텐츠다.

게스트의 수준이 높으면 높을수록 말이다.

─치즈●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나 대학 다닐 때 퀸카가 저런 느낌이었는데 하아……

"아 치즈 형님 1000개 감사합니다. 혹시 99학번 아니시죠?

―전설의 99학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디까지 가누

―큰손들은 ㄹㅇ일 수도 있음

―진짜 술자리 한 번만 와도 난리 나지

아마 그럴 것이다.

코망이 정도면 과는 물론이고, 대학교 내에서도 1, 2위를 다툴 만하다.

'그래봤자 결국 일반인이지만.'

예쁜 건 맞다. 그런 풋풋함을 좋아한다.

하지만 혹하기에는 내가 너무 닳고 닳았다.

남자 나이 30대면 여자를 본다고 특별한 감정이 샘솟지는 않는다.

일단 머릿속에 개념이 있나.

그게 제일 궁금하지.

─급식먹는봄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정환이 합방 이렇게 훈훈하게 끝난 거 거의 최초 아님? ㅋㅋ

―ㄹㅇ

―울거나 개쪽나거낰ㅋㅋㅋㅋㅋ

―드라마잖아

―코망이가 착해서 그럼……

다행히 충분했다.

있는 걸 알고 있기에 합방을 진행한 것이기도 하지만.

'뭔가 못다 한 말이 있는 눈치이긴 했지.'

현장에서 느낀 건 조금 달랐다. 원활한 방송 진행을 위해 어색해질 조짐이 보이면 여러 가지 애드리브를 취한다.

화제를 돌리거나, 카메라 각도를 조정하는 등.

시청자의 시선에서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만든다.

코망이의 입장에서는 다른 생각이 있었어도 이상할 건 없다.

"말했잖아요. 팬이랑은 절대 썸 같은 거 없다고. 섹드립 던진 건 방송이니까 했던 거고."

―그냥 평소 인성이 나오는 거 아님?

―저런 선배 있었으면ㅋㅋㅋㅋㅋ

―???: 아 그 복학생 오빠……

―복학생 편견 1위, 신입생 따라다녀

복학생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멈춰주세요.

실제로 고생했던 과거가 있다 보니 남일 같지가 않다.

'위아래 눈치 다 보는 입장이 세상에서 제일 힘들어.'

안 그래도 도망가듯 군대를 갔기 때문에 돌아와서도 썩 좋은 꼴은 못 봤다.

그러한 과거는 굳이 되풀이할 필요 없을 것이다.

여하튼 알고 있다. 못 다한 말이 있을 수 있다.

이를테면 이빨에 고춧가루가 끼었다던가.

"제가 여자를 울리고 다닌다는 일부 왜곡된 시선이 있는데 이번 기회에 그런 오해가 사그라들었으면 하네요."

뭐 별 일이겠어?

기껏해야 방송에 취해서 흥분과 사랑을 헷갈리는 정도겠지.

'집에 가서 찬물 좀 마시고, 등목 좀 하면 정신이 깰 거야.'

크게 걱정하진 않아도 될 것이다. 그 나이대에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착각이다. 건실한 삶을 살고 있다면 앞으로 또 마주할 일은 없을 텐데.

「가끔씩 나도 모르게 짜증이나~ 너를 향한 맘은 변하지 않았는데♪」

간만에 깔끔한 엔딩을 맞이했다.

뒤탈 없이 방종을 하고 푹 휴식을 취하려던 차에 스마트폰이 시끄럽게 울려온다.

'급한 일은 아닌 것 같은데.'

폰이 세 개 있다.

BJ의 경우 딱히 드물지도 않다.

하나만 쓰는 애들이 오히려 아마추어일 정도다.

1. 지인만 저장해두는 폰 (가족, 봄이, 봄이 어머님 등)

2. 방송 관계자 연락용 폰 (하율, 민하, 리아 등)

그리고 마지막이 공개돼도 상관이 없는 스마트폰이다.

당연하게도 알뜰폰 + 기본 요금제라서 부담이 되진 않지만.

<오빠 저 서은인데요…….>

전화의 내용은 별개일 수 있다. 불과 1시간 전까지 같이 있던 처자다. 팬카페 회장이기도 한 코코망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녀의 본명이다. 방송에서는 일부러 공개하지 않았다. 일반인이 곤란해질 수 있는 일을 만들어서 좋을 것은 없다.

"어, 무슨 일이야? 뭐 두고 간 거 있어?"

<아뇨, 그런 건 없는데…….>

"오빠가 바빠서 그런데 급한 거 아니면 짧게 해줄래?"

간만에 롤 좀 부팅 하려는데, 얼마나 급한데, 대서사시가 펼쳐질 기미가 보인다.

느낌적인 느낌이라는 게 있다.

'안 그러면 이렇게 바로 전화를 걸어오겠냐고.'

어색해서라도 카톡으로 하지.

그리고 나쁜 예감은 언제나 들어맞는다. 갑자기 한숨을 몰아쉬더니 울기 시작한다.

"서은아."

<네, 오빠 저 진짜…….>

오빠 롤해야 돼.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진 못한다.

갑자기 이런저런 두서없는 넋두리를 해온다.

'아니, 나 쌍부스터 샀다고!'

시간제라서 빨리 해야 되는데 말이 길어진다.

이런 상태의 여자를 달래는 건 전화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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