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화
독이 든 사과
SNS는 여전히 달구어져 있다.
「멀바」
3시간 전。
#오정환#씹년잘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씹년 선 그으니 당황한 거 봐^^
「Less is Less」
3시간 전。
#정환오빠#믿고있었어요
환이 오빠 완전 시크하긔ㅠㅠ
쟤 그냥 갖고 논 거였어?
오해했자낳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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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과몰입한 시청자들에 의해 말이다.
질투가 얼마나 추악한 감정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사태 초기에는 집단적인 테러까지 감행하는 과감함을 보였다.
─언니 진짜 존나 개념 없네요 ㅡㅡ
─팬카페 회장 물러나세요
─요즘 어린 년들은 원래 이렇게 겁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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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환의 팬카페.
수십 개의 욕설글이 올라와 있는 이유다.
불행 중 다행이 있다면 나쁜 열기는 차츰 식어가고 있다.
─진짜 남자랑 여자는 많이 다른가?
트위터 관음하고 있는데 가관이네
그냥 밥 먹고 헤어진 걸 가지고 논 거라고 해석하고 있음ㄷㄷ└남자랑 여자X 정상인과 병신O
글쓴이― 아 ㅇㅋㅇㅋ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ㄴㄴ
└인구의 절반이 다 저러면 못 살지……
그들 입장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광적인 여성 팬덤은 트위터 특유의 문화로, 상종을 하지 않으면 알아서 불식하는 특성이 있다.
그들이 원하는 건 진실의 규명과 사태의 수습이 아닌 스트레스 풀이에 불과하다.
충분히 조리돌림 했다고 생각했는지 씩씩대며 마무리 짓는 분위기다.
─오정환은 진짜 다른 BJ들과 다르네
팬미팅때도 그렇고
시청자를 진심으로 대해주는 BJ는 살면서 못 본 듯
└ㅇㄱㄹㅇ
└그런 BJ가 거의 없긴 하지
└별풍이나 달라고 떼 쓰잖아 인상 팍 쓰면서
└그 Boom처럼?
특정 팬덤을 제외하더라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시청자와의 합방이 신선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몰입감도 몰입감이지만 나도 혹시? 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렇다. 한 번이 됐다면, 두 번도 안될 것이 없다.
애청자라면, 방송감이 있다면, 자신도 출연할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소리다.
『애청자 증가수」
1. 오정환 ↑3
2. LetTheKillingBegin ↓1
3. csMax ↑10
4. 꿀템은뒤졌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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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대기업에 해당하는 BJ들.
특별한 사건이 생기지 않는 이상 몸집을 키우는 게 힘들다.
애청자 증가수는 주 단위로 따지고, 새로이 조명 받는 신인BJ들에게 유리한 구조다.
그럼에도 낭낭하게 1위를 차지한다.
이번 콘텐츠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런 시국에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면 그 효과는 배가 될 수 있는데.
공지― 『휴방 공지』
안녕하세요 오정환입니다
개인적인 일이 있어 쉬어가려 합니다.
기간은 하루나 이틀 정도고, 더 빨리 해결될 경우 말씀드리겠습니다
갑작스러운 휴방이 예정된다.
* * *
"오빠가 좀 빈티 나게 살아. 차도 없고. 이해해."
"아뇨, 괜찮아요. 저도 자취하는 게 꿈이었는데……."
택시비는 내줄 테니 타고 오라고 했다. 누군가를 초대할 때마다 하는 귀찮은 설명을 되풀이한다.
'아니, 나도 일반인이면 이런 설명 안 하지.'
BJ도 준연예인이다. 환상을 품은 애들이 있다. 다행히 대학생 기준으로 보면 괜찮은 생활이다.
실제로 나도 꿈이었다.
원룸 얻어서 자취하면 얼마나 좋아.
그 짓거리를 두 번째 반복하고 있으니 신물이 날 뿐이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오빠한테 상담하고 싶은 게 있어요."
"SNS에 그거? 욕하는 거? 야, 신경 쓰지 마."
채팅창은 집단 지성의 정수다.
그냥 하고 싶은 말을 막 지껄이기 때문에 중구난방의 정보가 올라온다.
숙련된 BJ는 그 모든 것을 살피며, 머릿속에서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어째서 그런 채팅이 올라오는지 원인과 결과를 추측한다.
"그것도 있고……."
"혹시 몰라서 이름도 공개 안 했고 괜찮을 거야."
불편한 시청자가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혹시는 역시나가 되어 있었고, 이는 충분히 고될 수 있는 부분이다.
'연예인들이 괜히 악플 때문에 자살하는 게 아니야.'
그 천분지 일이라 하더라도 겪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큰 충격이다.
사건의 이해와 뒤처리를 도와줄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주르륵―
예고도 없이 흘러내린다. 눈물샘에서 수도꼭지를 튼 것만 같다. 결코 의도해서는 나올 수 없는 감정의 범람이다.
"오빠."
"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뭐 돈이라도 빌려줘?"
"한 번만 안아주면 안돼요?"
"포옹?"
그런 뜻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말을 돌릴 수밖에 없다.
썩 달갑지 않은 흐름이기 때문이다.
'아니, 너까지 그러면 안 되지.'
그루피. 유명인과 자고 싶은 여자.
내가 한 가지 충고를 한다면 그런다고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다.
한순간의 치기에 몸을 맡기는 건 추억조차 되지 못한다.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나. 머릿속에서 생각을 정리하던 차.
"저도 오빠한테 폐가 되는 건 아는데……."
"근데."
"저 진짜 너무 힘들어서. 이 길밖에 없어서……."
설마 하고 있던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어째서 그런 말을 꺼냈는지.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그루피 같은 게 아니다. 훨씬 복잡하게, 그리고 어둡게 얽혀있다.
한 번 발을 헛디디면 빠져나가는 게 불가능한 세계.
'멍청한 년.'
여러 가지 의미로 멍청하다.
자신에게 유일한 한 수가 있다면 내가 그 사실을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속일 거면 영악하게 나와야지.
하나부터 열까지 이실직고 하면 나는 편하다. 얘가 어떻게 되던 솔직하게 알 바가 아니니까.
"저 진짜 이기적이죠?"
"진정해."
"오빠 곤란해질 거 아는데 흑흑……."
다 알고서 하는 소리다. 대학생이 돈을 많이 빌려봤자 오백에서 천.
감당이 안 되는 건 이자일 텐데 평소에 아르바이트라도 했으면.
'적어도 협박은 못 해.'
그 정도 돈으로 사람을 절벽 끝까지 몰아세울 수는 없다.
자신이 진 빚이다. 누군가 등을 떠민 것도 아니고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잖아."
"그치만 저 진짜……."
"지금부터라도 정신 차리고 부모님께 손 벌려. 그게 최선이니까."
위로를 해줄 단계는 지났다.
상처가 되고, 혼이 나더라도 결정을 해야 할 시기다.
'내가 학식이었으면 혹했을지도 모르지.'
정말로.
복학생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몸과 나이대다. 안타깝게도 지금의 나는 그렇지 않다.
업계 사정도 다 알고 있는 마당이다. 막말로 안을 여자도 많은데 책 잡힐 짓을 할 이유가 없다.
지금이라도 정신 차렸으면 싶은데.
"이미 말했어요."
"뭘?"
"하고 온다고……, 그냥 가면 저 죽어요……."
입 밖으로 꺼내자 그나마 지키고 있던 이성의 끈이 끊어진다. 봇물 터지듯 숨겨왔던 이야기를 토해낸다.
물을 먹이고, 등을 토닥이며, 속으로는 한숨을 삼킨다.
'원래 예쁜 애들일수록 악의에 둔감해.'
학교에서, 과에서 여신 취급 받는 수준이라면 더더욱이다.
호의가 당연한 삶을 살아왔고, 타인의 말을 의심 없이 받아들인다.
그걸 이용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어떻게 구워삶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한 번 당하고 나면 '돈이라도 벌고 나가자'라는 마인드가 되기 쉽다.
"저 오빠 진짜 좋아해요!"
"……."
"제가 먼저 고백하는 게 처음이라 어색할 수 있는데 정말 진심이에요. 오빠 원하는 거 다 해드리고 뒷바라지 열심히 해서 최대한 폐 안 끼칠 테니까……."
품 안에 안겨 오들오들 떨며 흐느낀다. 트라우마가 남을 만큼 심한 짓을 당했다. 더 이상 연기일 수 없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근데 어쩌라고.'
정말 딱하다.
안쓰럽기 짝이 없다.
그래서 얘가 원하는 대로 해준 다음에 부탁을 들어준다?
그런다고 해결이 될 정도로 세상 일이 만만하지 않다. 정신이라는 게 한 번 찢기면 온전히 안 붙는다. 설사 고민거리가 없어졌다 해도 말이다.
한창 때의 여자. 특히 외모가 되는 여자.
유흥업에 종사하면 억 소리 나는 돈을 쉽게 만진다. 빚에 시달리는 것도 길어야 1, 2년이다.
그럼에도 십중팔구는 평생 유흥업을 전전한다. 이런 년들은 방법이 딱 하나밖에 없다.
"그래서 나보고 이용 좀 당해 달라고?"
"저 처음에는 오빠 이용할 생각이었던 거 맞아요. 그런데 정말 오빠 방송 보다 보니까, 그리고 직접 만나니까 너무 좋은 사람이라서……."
"야, 이 X발년아."
160이 간신히 넘는 작은 체구는 한 손으로만 잡아도 옴짝달싹못한다.
특히 목 부분은 꽉 쥐면 부러지리 만큼 가늘다.
남은 손으로 목을 쥔다. 성대 부분을 꾹 누르자 겨우 새어 나오는 목소리로 싹싹 빌며 용서를 구해온다.
"오빠 무서워요……."
"왜? 당황스러워? 너도 이러려고 온 거잖아."
"죄, 죄송해요."
"소리도 안 나오지? 못 지르겠지?"
엄지손가락에 좀 더 힘을 주자 새파랗게 질려서 바들바들 떤다.
늑대한테 도망쳐서 호랑이굴에 들어왔다.
진짜 ㅈ된 게 무엇인지 각인시킨다.
'공포는 공포로 억누르는 수밖에 없어.'
세상물정 모르는 20대 초.
이 보드라운 살결에 주름이 생길 때쯤에야 후회할 것이다.
속옷을 잡아채듯 빼내고 어깨를 손으로 꽉 쥐며 가르쳐준다.
"왜?"
"아, 아파서……."
"헤픈년아. 니가 원하는 게 이거 아니야?"
나도 한때는 똑같은 쓰레기였다는 걸 말이다.
어느 쪽이 상수인지 그 몸에 대답을 들을 시간이다.
"저 절대 헤픈년 아니에요."
"몸을 구실로 부탁까지 하는 년이 그래도 아니라고?"
"그, 그건……."
"대답해. 니 이름은 이제부터 행주니까."
수치심에 얼굴이 확 일어난 정도를 넘어 발발 떨며 눈물과 콧물, 심지어 침까지 조절을 못한다.
눈에 힘을 주어 노려보자 지레 놀라 인정한다.
'안타깝지.'
현실은 늘 잔혹한 법이다. 가슴 한 켠엔 변명이 있겠지만, 입 밖으로 내고 나면 부질없다는 걸 깨닫는다.
그 시점을 조금 앞당겨주었다.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그대로 주저앉아 품에 안긴다.
가느다란 목을 조이고 있던 손을 품과 동시에 눈물 바다를 쏟아낸다.
"서은이가 얼마나 큰 실수한지 가르쳐주려고 오빠가 겁 좀 준 거야."
"저 진짜 너무 무서웠어요……. 오빠한테 미움 받는 줄 알고."
"뚝."
"죄송해요. 죄송해요."
짠 맛이 느껴지는 입술을 삼키듯 강하게 빤다. 등을 토닥여주자 이윽고 눈물을 멈춘다. 작은 몸집이 강아지처럼 느껴진다.
짝!
심적으로도, 외적으로도 강한 자극을 받고 있다.
그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백지로 만들어준다.
엉덩이를 소리 날 정도로 강하게 때린다.
"으아아……."
"아파? 싫어?"
"나빠요. 남자한테 이런 취급 당한 적 한 번도 없는데."
"그래서?"
"오빠한테 당하는 건 왜 좋은 걸까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대답 대신 한 번 더 세게 때리자 야한 신음을 흘린다.
솔직하게 감정이 담긴 울분의 타격이기도 하다.
'아니, 지금 이 시간에도 시간제 부스터가 타들어가고 있는데.'
이게 진짜 무시할 수 없는 문제인 게 1일은 너무 짧고, 그 이상은 너무 길어서 보통 3일치를 지른다.
뽕을 뽑아야 되는데 지금 내가 니 뽕이나 주무르고 있으면 되겠냐고.
이런 걸 아무나 좋아하지도 않는다.
여자를 때렸더니 "어머, 이런 남자 처음이야" 하는 처자는 드물다.
상해죄로 유치장에 처박힐 일이지만 극소수는 그것이 정말로 취향이다.
"씨발 너무 좋아."
"뭐?"
"아, 아니……. 아니에요."
"뭐가 아니야. 속마음이 새어 나왔는데."
정말 취향이라니까?
나도 그냥 하는 게 아니라 간을 보고, 확신이 떨어졌을 때 하는 것이다.
"솔직하게 말한다 실시."
"아뇨, 근데 진짜……."
"실시."
"오빠 저……, 진짜 험하게 다뤄줘요. 오늘 망가지고 싶은 기분이에요."
소질도 있긴 있겠지만 애가 살짝 맛이 갔다.
자극이 조금 지나쳤던 게 아닌가 하는 반성이 머릿속을 스친다.
'……소질이 엄청났던 걸로 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