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화
철꾸라지.
인터넷 방송의 초창기 시절부터 방송을 해온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인방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한 번씩은 들어봤을 만큼 엄청난 인지도를 가지고 있으나, 그 방향성이 썩 좋은 쪽이 아니라서 문제다.
─철꾸라지 방송은 좀 꺼려지는데;;
이 새끼 유명한 쓰레기 아니었나?
알고 보면 착한 사람 그런 건가
└알고 보면 토악질 나오니까 검색도 하지 마
글쓴이― 그 정도임? ㄷㄷ
└씹ㅋㅋㅋㅋ
└우문현답 지리네
반감을 가진 사람이 적지 않은 수준을 넘어 정상인이라면 당연히 싫어한다.
아니, 경멸해야 마땅한 패악질을 수도 없이 저질러왔다.
언급조차 꺼려지는 인방계의 볼드모트.
그런 철꾸라지와 같은 크루에 속한다니?
화제는 일파만파 어지간한 커뮤니티에는 전부 퍼져 있다.
─그냥 결과만 보셈ㅋㅋ
철꾸라지인지 미꾸라지인지
방송 잠깐 갔다가 채팅창 더러워서 30초만에 나왔음
└얼마나 더럽길래
└거긴 그냥 지들만의 세계임
└ㅄ들끼리 모여 살아줘서 개꿀
└아니 ㅅㅂ 이러니까 더 궁금한뎈ㅋㅋㅋㅋㅋㅋㅋㅋ
일전에도 합방을 한 적이 있다.
그 정도는 본인 자유지만, 친분 관계는 다른 이야기다.
나쁜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 사람은 진실성이 의심될 수밖에 없다.
직접 확인하려는 팬.
방송 결과만을 보려는 팬.
수많은 사람들이 직·간접적으로 6시가 되길 학수고대한다.
"행님들 철꾸라지 왔습니다 앙 기모띠!"
―형왔다 시1발럼아
―ㅊㄲㅇ
―ㅊㄲㅇ
―SE× 하다 쳐늦음? SE× 하다 쳐늦음? SE× 하다 쳐늦음?
금요일 6시가 조금 넘어 방송이 켜진다.
천 단위의 시청자가 물밀듯이 밀려온다.
방송적 어그로가 성공하며 순식간에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한다. 최근 방송 성적이 저조하던 철꾸라지로서는 신바람이 나는 속보다.
하지만 이렇게 초반 어그로를 끌어도 늘 필연적인 패배를 맞이했다.
─퇴꾸라지님, 별풍선 109개 감사합니다!
중대 발표 샤발람아!
"중대 발표는 언제하냐구요? 뭐 급할 거 있겠어연~ 일단 닭부터 하나 시키고 와아!! 퇴꾸라지님 방송 키자마자 백구개 앙 기모띠! 너무 기모띠~!"
―오우
―닉네임 씹악질ㅋㅋㅋㅋ
―BJ가 더 악질ㅋㅋㅋㅋㅋㅋㅋㅋ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그럴 걱정이 이제는 없다.
세간에 알려진 소식이 정말이라면 말이다.
그 관심을 반영하듯 별풍선이 처음부터 엄청나게 쏟아진다.
"처음부터 백구개를?"
"불붙여 X발 그냥!"
"콘텐츠 확실한 날은 화끈하게 가야짘ㅋㅋㅋㅋㅋㅋ"
철꾸라지 크루의 알바들.
바람잡이로서, 불쏘시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텐션이 오르고, 쏘는 분위기만 형성되면 수수료 만회는 우습다.
─빠가형™님, 별풍선 1009개 감사합니다!
ㅇㅈ?
"앙 인정띠! 빠가형님 너무 감사합니다! 제가 형님을 빠가라는 게 아니고……, 예 아시죠? 철구개 리액션 가겠습니다!"
이렇듯 큰손의 심리를 자극시킨다면 더욱 말이다.
바람잡이와 더불어 철꾸라지 본인의 능력 또한 탁월하다.
맨날 벗고, 간장 마시고, 생쇼를 한다고 이만한 위치를 유지할 수 있을 리 없다.
인방 대통령이라 불리는 그의 진가를 유감 없이 드러난다.
"끼아아아아아아!!"
―미친놈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천개에 창문을 깨네
―초심 찾았누?
―이게 철꾸라지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아령을 던져 유리 창문을 깨부순다.
다행히 파편이 흩날리진 않았지만 난장판이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상식을 벗어난 리액션.
철꾸라지를 상징하는 그 자체다.
패기로운 시작으로 그의 방송을 처음 본 시청자들을 압도한다.
─철꾸라지가 미친놈인 줄 알았는네 오해였네……
웬만큼 미친놈도 돈 준다고 창문에 아령을 던지진 않지;;
└ㄹㅇ? 대체 뭔 일이야
글쓴이― 별풍 받고 별의별 미친 리액션 다 함
└저건 진짜 약 빤 거 같은데
└또라이다 또라이다 말로만 들었지 보니까 와
글자 그대로 문화 충격이다.
다른 건 몰라도 인기가 많은 이유는 이해가 간다.
저런 미친짓을 서슴없이 하니까 미친놈들의 왕으로 군림하고 있지.
그렇기에 더더욱 걱정이 된다.
저런 텐션에 오정환이 적응할 수 있을까?
적응을 못 해도 문제고, 만에 하나 해도 그건 그거대로 문제다.
─[C9]꾀꼬닥★님, 별풍선 1009개 감사합니다!
유리창 한짝 남았네?
"끼요오오오오옷―!!"
전력을 담은 아령 투구에 남은 유리창 한쪽은 물론 뼈대까지 으스러진다.
바닥이 개판이 되고, 바람이 숭숭 들어오지만 철꾸라지는 자랑스럽게 서있다.
띵동―♪
그 기괴한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손님이 도착한다.
휘몰아치는 강풍을 맞으며 위풍당당하게 흙발로 바닥을 짓이긴다.
"마아아아아―!!!"
"X랄병 났다고 하길래 그냥 신고 왔어요. 어차피 개판인데."
―ㅋㅋㅋㅋㅋㅋㅋ
―개판 맞지
―안 꿀리누
―오정환! 오정환! 오정환! 오정환! 오정환! 오정환!
일반인은 기겁하고 달아날 혼돈의 카오스도 오정환의 존재감을 죽이지는 못했다.
작정하고 리액션을 준비했던 철꾸라지조차 조금 당황하고 만다.
'나 철꾸라지야.'
호락호락한 놈이 아니라는 건 이미 알고 있다.
한 차례 승부를 펼쳤고, 패했다는 사실도 기억한다.
하지만 그때는 자신의 주특기라고 할 수 없는 분야였다.
그에 반해 지금의 자리. 기세를 겨루는 것이라면 자신이 없다. 질 자신이 말이다.
─왕대리♥님, 별풍선 109개 감사합니다!
─왕대리♥님, 별풍선 109개 감사합니다!
─왕대리♥님, 별풍선 109개 감사합니다!
달린다?
"왕대리 형님! 왕대리 형님~!! 3연속 109개 감사합니다! 저도 한 번 달려볼까요? 월월! 월월!"
―ㄹㅇ 개새끼를 데려왔누
―광견 리액션 뭔데?
―ㅊㄲㅇ
―개 짓는 소리 좀 안 나게 해라!!
네 발로 바닥을 뛰어다니며 미친 듯이 짖어 댄다.
인터넷 방송=자극적인 것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낸 창시자의 위엄이다.
별풍선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한다!
그런 걸 보고 싶으면 내 방송에 와라!
자신 말고는 누구도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시킨다.
─쌈장남흥덕이님, 별풍선 423개 감사합니다!
리액션 개찰짐ㅋㅋㅋㅋㅋㅋ
"흥덕이님 나이따개 나이따~~~!!! 넌 뭐 하는데?"
"아 저도 해야 돼요?"
"마! 개때끼야! 날로 받아 처먹으려고? 너어? 상당히 노잼이야."
―너상노 선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 BJ면 망가질 줄 알아야지
―오정환 쫄?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오정환에 대한 도발.
새로운 식구지만, 그의 실력은 인정하지만, 상하 관계는 확실히 해둬야 한다.
벌써 1만 명이 넘어간 시청자들 앞에서 말이다.
'망가질 줄도 모르는 새끼가 어딜 감히 맞먹으려고."
2012년의 파프리카TV.
상위권BJ들은 전부 철꾸라지 같은 이들이다.
그 정도로 튀는 행위를 하지 않으면 주목받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오직 오정환만이 특별 취급을 받고 있으니 눈꼴이 시린다. 그 가면을, 그 거품을 이 자리에서 벗기겠다.
설계 자체는 분명 그럴 듯했으나.
꿀꺽! 꿀꺽!
가지고 있던 비닐 봉다리.
그 안에서 1L 우유팩을 꺼내더니 마신다. 반쯤 질질 흘리면서도 원샷을 마치고 바닥에 툭툭 털며 인증을 한다.
"형도."
"뭐, 나?
"안 하면 노잼이에요. 입 대 이 새끼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으로 당하누
―개먹혔는데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그리고 또 하나를 꺼내 철꾸라지의 입에 쏟아버린다.
반은 커녕 1/4도 채 못 마시고 셔츠를 잔뜩 적신다.
소위 말하는 인방 감성.
자극적인 면에서 뒤지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품격은 혼자 알아서 잘 지킨다.
─쌈장남흥덕이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인방 대통령 면상에 우유 부어버리는 클라스ㄷㄷ
"피부가 씹창이시길래 우유 마사지 좀 시켜드린 거예요."
"므아아아아―!!"
"근데 우유가 신선해서 은근히 냄새가 나거나 하진 않아요."
―아 신선하면 ㅇㅈ이지
―여자들은 상한 걸로도 하는데ㅋㅋㅋ
―오자마자 맥이고 시작하네
―오정환이 ㄹㅇ 철크루에?
그 시작이 성대하게 알려진다.
* * *
인터넷 방송 특유의 자극성과 선정성.
그것은 철꾸라지 이후 대대로 이어진 하나의 전통이다.
'막말로 그런 거 아니면 인방을 왜 보냐는 거지.'
그냥 TV에서 재밌는 예능이나 영화 시청하고 말지.
일반적이지 않기에 인방을 보는 것이다. 그 자체를 부정하려는 생각은 없다.
확실히 차별성은 필요하다. 똑같은 걸 똑같이 베껴봐야 하위 호환에 지나지 않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선이라는 게 있다.
─일베충철꾸님, 별풍선 518개 감사합니다!
광주는? ㅋㅋㅋㅋ
"폭동! 폭동개 감사합니다! 앙 기모띠!"
―즉답ㅋㅋㅋㅋㅋㅋ
―리액션 보소
―이걸 알아?
―이것이 인방 대통령의 품격이지……
당시 인터넷 방송을 한 BJ들 중 미친놈은 셀 수도 없이 널렸다.
과거를 파보면 이불을 퍽퍽 찰 만한 것이 안 나오기가 더 힘들다.
'그럼에도 유독 철꾸라지만 악의 축 취급을 받잖아.'
그 이유는 간단하다. 선을 넘어도 너무 넘었다.
팬덤이 워낙 커서 세탁이 될 만도 한데, 찌린내와 땟물이 빨아도 빨아도 끝이 없을 정도로 더럽다.
나는 망가져서 웃기는 거 OK라고 생각한다.
예능 프로그램에도 나오는 스탠다드한 방식이고, 잘만 하면 전혀 문제될 게 없다.
그놈의 선만, 선만 지킨다면 말이다.
"너는 왜 입 다물고 있냐?"
"대체 500개에 18개를 왜 더 쐈는지 이해가 안 돼서."
"그것도 모르세연? 멍청이세연?"
"알면 X발 강퇴했죠."
그 선을 아득히 넘어버렸다.
철꾸라지가 저질러온 수많은 패악질 중 하나다.
'TV에서 연예인들 막 나간다고, 일반인도 막 나가면 미친놈 취급밖에 안 당해.'
1박 2일의 벌칙과 간장 붓고 집 부수기.
SNL코리아의 정치 풍자와 역사적 사건의 희생자 비하.
어떻게 보면 주제는 같지만 결과와 평가는 180도 상이하다.
웃긴 짓과 병신 짓은 근본적으로 전혀 다른 것이다.
일부 시청자들이 옹호한다고, 별풍선을 쏴준다고 한다는 건 BJ가 아닌 광대로 전락하겠다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는다.
"굳이 그런 불편한 이야기하지 마시고."
"불편하세연? 씹선비세연?"
"어제 말했던 그 이야기나 빨리 진행해요."
미쳐버린 세계다. 설명을 한다고 알아들을 리가 없다.
대화라는 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통하는 것이다.
'그런 게 통했으면 철꾸라지가 짐승 취급을 받겠냐고.'
방송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이런 분위기가 나오지 못하도록 말이다. X랄도 멍석 펴 놓으면 안 한다고, 판을 대대적으로 벌리는 게 중요하다.
"사실 의아하신 분들도 많을 거예요. 각자 방송 잘 하고 있는데 왜 굳이 뭉치냐?"
"흠, 그렇지."
"앞으로 인방의 미래에서 그런 게 필요하니까. 선 긋고 니편 내편 나누는 시대는 지났다는 거죠."
그 계획은 이미 머릿속에 구상해두었다.
철꾸라지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시청자들의 반발을 최소화시킨다.
'아예 없을 수는 없겠지만.'
정당하고, 깨끗한 방법만으로 목적을 이룰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적도 없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뛰어들어야 한다.
그리고 확실한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형이 인방 대통령이라고 불리고 있잖아요?"
"마아―!! 그럼 나 말고 또 있나?!"
"알았어요. 알았으니까 대통령으로서의 품격을 보여주죠?"
"품격?"
"파프리카TV의 모든 BJ들을 대상으로 오디션 한 번 열어봅시다."
철꾸라지의 인맥이 아닌 외부 멤버의 영입.
즉, 나의 편을 늘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