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화
대국민 BJ오디션.
파프리카TV 전체를 아우르는 스케일은 인방의 골수팬들을 환장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치킨 ^무^ 국물을 원샷 하누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갓과 갓이 만난 갓갓 방송 ㅎㄷㄷ
─가축들 ㅊㄲㅇ 좀 작작 치라고!
.
.
.
개인 방송 갤러리가 트래픽 초과로 빈번하게 터진다.
그만한 해프닝이 이상하지도, 기분 나쁘게도 느껴지지 않는다.
파프리카TV 모든 보라BJ들의 팬덤이 서식하는 장소.
겨우 이 정도의 화력도 안 나와서야 역으로 실망했을 것이다.
─개추요청) 오늘자 리아좌 방송 활약 모음jpg
[철꾸라지 우쭈쭈. jpg]
[슴골짤. jpg]
누군가 여캠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리아를 보게 하라……
└응 율밍한테 1위 털림
└응 신입 여캠한테 모가지 따일 뻔했어~
└율밍충들 이 바득바득 갈며 기어 나오쥬? ㅋㅋㅋㅋㅋ└진짜 포텐은 4대 여신급임ㅋㅋㅋㅋㅋㅋㅋㅋ
평균 4만 대.
피크에는 무려 5만 명을 넘어섰다.
파프리카TV 역사상 최고 시청자 수를 갈아치우며 대흥행에 성공한다.
방송이 진행되면 될수록 화젯거리가 쏟아진다.
출연BJ의 상당 수가 이슈덤에 오르게 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이목이 쏠리고 있는 건.
「투표 발표」 ― 2차
1. 킹박이 (9251표) 38.2%
2. 준호 (7992표) 33%
3. 은우 (5211표) 21.5%
4. 흑산폭격기 (801표) 3.3%
5. 최고다파전 (609표) 2.5%
6. 영호짱 (353표) 1.4%
총 참여자 ― 24217명
당연하게도 투표 결과다.
1차에 이어 2차 심사까지 끝이 났다. 다소의 논란은 있었으나, 어느 정도 예상대로라는 흐름이다.
─철빡이들 그렇게 발작을 하더니ㅋㅋㅋㅋ
결국 준호를 2위에 앉히네
그 주인에 그 가축
대단하다 주작충 철빡이!
└ㄹㅇ 개억지임
└진짜 본진 아니었으면 어쩌려고 그랬냐
└아ㅋㅋ 꼬우면 철꾸 라인 타던가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오디션은 철꾸라지의 방송에서 진행되었다.
그의 라인을 탄 BJ가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애제자를 자처하는 와꾸대장준호는 그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정말 고맙다."
<뭘요 형님~ 다 돕고 사는 거죠. 물론 형님도 저희를 나중에 도와주실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다, 당연하지;; 필요할 때 말만 해."
철꾸라지 휘하의 알바들까지 동원해서 말이다.
자발적인 응원에만 의지하기엔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평소에 동생 관리를 잘 해놔서 망정이지.'
2차 심사가 시작하기 직전. 비밀 연락망을 통해 여론 조작을 부탁했다.
그들은 철빡이들의 단톡방을 통해 커뮤니티의 여론까지 움직인다.
철크루에서 한 명은 나와야 되는 거 아니냐?
철빡이 화력이 이거밖에 안되냐?
팬덤의 자존심을 박박 긁어 가까스로 이루어냈다.
─준호는 오디션 나가서도 ^무^하누
1등?
어림도 없지ㅋㅋㅋㅋ
철꾸라지 버프 받아도 2위따리 하는 그저 ^무^
└^무^근본의 근본
└^무^ 국물 시원하게 들이키긴 하더라ㅋㅋ
└네 다음 ^눈물샘촉촉^
└1557견들 또 업보 쌓네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끝이 아니다. 산 넘어 산, 최종 심사가 기다린다. 2차 심사에서조차 2위를 차지한 준호는 초조하다.
특별 게스트가 나온다고 한다.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자신이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하나뿐이다.
"최종 심사 말인데."
<네, 형님.>
"그때도 부탁할 수 있을까? 솔직하게 자신이 좀 없네."
<형님은 자신감이 너무 부족해요. 클라스가 있으신데~.>
"그래서 니가 보기엔 어때? 합격할 수 있을 것 같아?"
<그건 좀…… 장담하긴 힘들긴 하죠.>
"……."
최종 심사에서도 도움을 구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머리도 박을 만큼 준호의 상황은 절박하다.
'아니, 펌프리카에 퀘이, 그리고 파케르까지 온다고?'
오디션을 기획한 건 자신들. 마음만 먹으면 주요 정보를 미리 알 수 있다.
동생들에게 최종 심사 참가자 명단을 들은 준호는 깜짝 놀랐다.
펌프리카는 먹방으로 이름 높은 대기업BJ다. 퀘이는 남캠들 중 독보적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마지막 파케르는.
"야 파케르는 나랑 같은 보라 칠무해급이잖아!"
<저한테 화를 내셔도…….>
"미안해. 화내는 건 아니고 별로 안 좋아하는 애라 그렇지."
<저희도 3명은 맞춰야 돼서 그렇게 됐습니다.>
파프리카TV에는 여러 BJ들이 있다.
규격 외인 삼대장급이 아니더라도 팬덤이 존재하고, 각자의 스토리라는 것도 생긴다.
흔히 칠무해라 불린다.
준호는 결코 급이 딸리는 BJ가 아니다. 하지만 그 성장 과정이 철꾸라지의 '똥받이'에 불과했다.
─무근본 준퀴 새끼들 기억 폭행하는 짤. jpg
『현재 시청자 순위』
1. 예능인[김군]_ ?4, 353명 시청
2. 파케르_ ?3, 978명 시청
3. 와꾸대장준호_ ?2, 226명 시청
철꾸라지 대기방인 똥받이 주제에
철없준왕 드립 치다가 시청자 따임 ^오^
└철빡이 화력이 지 시청자인 줄 안 거지ㅋㅋ
└웃음벨 ON
└그 ^무^근본 팬덤 빼고는 다 웃고 있누~
└그래서 1557은 어케 했는데 X발련들아!
'똥받이'라는 은어가 있다.
인기BJ에게 샤바샤바를 해서 BJ본인 뿐만 아니라 그 팬덤에게도 잘 보인다?
인기BJ가 방송을 안 켰을 때 봐주는 것이다. 단기간에 엄청난 성장을 하게 된다.
그만큼 착각에 빠지기도 쉽다. 8개월 전에 있었던 흑역사. 아직도 준호를 놀리기 위해 사용된다.
하지만 그런 사건은 누구나 한 번씩은 겪는다.
─철없준왕 드립 치는 1557견들이 가소로운. EU
「보라) 파케르. 역대급 호화 게스트 단체 미팅 갑니다!」
_ ?1, 557명 시청 그래서 1557 설명 가능?
그래서 1557 설명 가능?
그래서 1557 설명 가능?
└1557은 ㅇㅈ이짘ㅋㅋㅋㅋㅋㅋㅋ
└역대급 호화 게스트 ㅇㅈㄹ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때 울었지 않나?
└아 그저 ^눈물샘촉촉^
파케르와 와꾸대장준호.
둘은 흔히 말하는 라이벌 관계다.
팬덤들도 서로를 앙숙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런 그와 오디션에서 겨룬다?
최종 심사의 합격은 물론,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반드시 이길 이유가 또 하나 생긴 것이다.
"야, 우리 크루에서 진짜 한 명은 나와야지. 어떻게 잘 좀 해줘."
<형님, 현실적으로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하……, 진짜 죽을 것 같다 진성아."
2차와 같은 방법을 사용한다. 그것이 잘 먹힌다 하더라도 쉽지 않다. 상대로 오는 BJ들이 너무 쟁쟁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파케르는 문제가 아닐 정도. 그 용담호혈에서 살아남는 것은 힘들다. 보다 파격적인 돌파구를 찾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런 말씀드리기 뭣한데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뭐, 뭔데?
<사실 형님 도와드리기 위해서 천 표 정도 끌어온 곳이 있거든요~.>
수단과 방법은 이미 가리지 않는다.
조금 치사한 정도를 넘어 비열한 방법도 쓸 수 있다면 써야 한다.
'그깟 돈이 대수야? 천만 원이든 2천만 원이듯 투자라고 생각하면 하나도 안 아까워!'
전화기 너머의 유혹에 준호는 고개를 끄덕인다.
* * *
수요는 공급을 창출한다.
그 기본적인 시장 원리는 선과 악의 구분도 애매모호하게 만든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그거지.'
파프리카TV는 시청자들의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뒷면에서는 정말 치열한, 그리고 악독한 진흙탕 싸움이 펼쳐진다.
파이가 너무 먹음직스럽기 때문이다.
많이 먹기 위해서는 경쟁자를 끌어내려야 한다.
정정당당한 방법만으로는 목표를 이룰 수 없는 세상이다.
"잘했어."
<정말요? 정말이에요? 그럼 뭐 해줄 거예요?>
전화기 너머에서 애교 섞인 목소리가 귀를 간지럽힌다. 금일 방송에서 혁혁한 활약을 해낸 리아다.
'애드리브가 괜찮았어.'
보라 시청자, 특히 철꾸라지의 팬들에게 합격했다.
덕분에 강경한 방법을 쓰지 않고 1차 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다.
만약 초반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면?
사설 업체에 의뢰를 할 생각이었다.
그냥 까놓고 말해 투표 조작이다.
"해주긴 뭘 해줘. 니 잘되는 건데."
<치…….>
"최종 합격하면 자주 만나게 될 테니 관리 잘하고."
<아 맞다! 그렇게 되는구나……. 그럼 저 꼭 합격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음원 사재기에도 많이 쓰이는 노하우 말이다.
파프리카TV에도 뷰봇 업체를 포함해 몇 곳 있다.
추잡하고, 쓰레기 같은 행위인 건 맞지만 상정은 하고 있어야 한다.
나는 카드를 다섯 장 쓰는데, 상대는 열 장을 쓴다면 애초에 승부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뒷면의 존재에 대해 알고 모르고는 천지 차이다.
'여차하면 선제해서 쓰려고 했지.'
리아는 포텐셜이 충만하다. 시간만 있으면 그 가치를 증명할 수 있다. 당장의 오디션에서는 이를 기대하는 것이 힘들었다.
일이 수월하게 풀리지 않았다면 해야 했을 것이다.
리아는 모르고 있어도 되고, 더러운 짓을 하는 건 나 혼자로도 충분하다.
"그동안 방송 열심히 하고. 시청자들이 어그로 끌어도 생리 하지 말고."
<오빠 말이니까 꼭 명심할게요 헤헤.>
"그래."
다행히 결과가 좋았다.
노하우는 써먹지 않아도 됐지만 아직 일이 끝난 것은 아니다.
'지금부터가 가장 어려운 국면인데.'
방송의 파급력은 세간에서 예상된 이상이었다. 뒷면의 전쟁이 일어나도 전혀 의아할 게 없다. 상대도 비슷한 수를 써올 수 있다는 소리다.
최종 심사에서 리아는 율밍과 맞붙는다.
기세는 이쪽이 잡고 있지만, 근본이라는 것은 무시하기 힘들다.
파프리카TV 4대 여캠의 이름값은 역시 무겁다.
─율밍 방송 염탐 중인데 개재밌네ㅋㅋㅋㅋㅋ
열혈 아재들 난리도 아님
씹엄근진한 분위기 잡고 율밍 밀어줘야 한다면서 방법 논의 중ㅋㅋ└진심으로 하는 거임?
└여캠 열혈은 한다면 함
└율밍 정도면 웬만한 대기업보다 열혈힘은 더 세
└열혈컷 최소 10만 개 라던데……
쌓이고 쌓인 시간이 만들어낸 인지도는 단기간에 따라잡는 게 불가능하다.
커뮤니티에는 율밍에 대한 이야기가 더 활발하다.
'게다가 저쪽도 이제 본격적으로 나올 테니까.'
체면을 구긴 셈이다.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년이 감히?
원래 남자들의 세계보다 여자들의 세계가 더 무섭다.
하지만 이겨야 한다. 내 편이 반드시 한 명은 필요하다.
본인에게도 큰 방송적 성장의 계기가 될 수 있는 자리다.
─철&환 오디션 대박이네ㅋㅋㅋㅋㅋ
오디션 빈틈없이 짜온 오정환
보라 감성 제대로 불어넣은 철꾸라지
갓과 갓이 만나니 보라판 바로 정복해버리누ㅋㅋㅋ
└콘텐츠도 콘텐츤데 진행이 맛 갔음ㅋㅋ
└참가자들 처음에는 대충 하더니 갈수록 ㅈ빠지게 하더라 └합격하면 대박이니까
└ㅊㄲㅇ^^
오디션은 엄청난 화제를 낳고 있다.
최종 심사에서는 더 많은 시청자와 화젯거리가 생길 것이다.
'물론 그때가 피크겠지만.'
이 예고편을 시작으로 한 편의 전설이~.
안타깝게도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고, 매 방송 레전드를 찍을 수는 없다.
그러니까 기회가 왔을 때 제대로 잡아야 한다.
첫 시청자만 5만 명.
다음 방송의 시청자는 그 이상이 된다.
파프리카TV 모든 BJ들의 팬덤이 주목하는 자리에서 눈도장을 찍는다.
그를 위해서는 진짜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