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123화 (123/846)

123화

개인 방송 갤러리.

보라 콘크리트층이 서식하는 그곳은 최근 하나의 화제로만 달궈지고 있다.

─치킨 무 10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걸 치킨 무가 살리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방 대통령 철꾸라지 이의 있나??

.

.

.

철크루의 다섯 멤버들.

마치 시트콤처럼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여러 인기BJ의 합동 방송이기에 가능한 기현상이다.

─치킨 무 << 이거 국물 처먹는 새낀 원시인이냐?

식초덩어리를 맛있다고 쳐먹는 게 이해 안댐

└ㄹㅇ 심지어 몸에도 안 좋음

└팩트) 유언비어다

└불만제로에서 치킨무의 위생 상태를 고발한 게 시초로, 사카린이 발암 물질이라는 게 근거였으나 시간이 지나며 아니라는 게 밝혀졌다^^└츄라이! 츄라이!

각자의 스토리를 풀기만 해도 이야깃거리가 씨가 마르지 않는다.

개인 방송 갤러리가 철크루 갤러리가 될 만도 하다.

단순 계산으로 따져도 다섯 배. 실제로는 그 이상의 시너지가 생긴다.

인방은 각본이 짜여진 시트콤이 아니기 때문이다.

─준호는 보면 볼수록 측은하다……

입담도 안되고, 개인기도 없으니까

맨날 나와서 하는 짓이 무 국물 마시기임 ㅠㅠ

└속 배릴 듯

└살아남으려면 해야지ㅋㅋㅋ

└애초에 뽑힐 그릇이 아니었음

└철빡이들이 사고 쳤지 ㅉㅉ

스토리만이 전부가 아니다. 출연진 한 명, 한 명에게도 초점이 맞춰진다.

인터넷 방송은 연기가 아니고, 실제 진심 어린 행동에 가깝다.

시청자 입장에서 보다 빠져들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는 허구이기에 과몰입이 이상하지만, 인방은 과몰입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리아 붕 뜰 것 같아서 걱정했었데

캐릭터 잘 잡혔네

노력충+ 여신 포지션 ㄷㄷ

└ㄹㅇ 이런 여캠이 없음

└사렸으면 민심 나락이지

└준호가 존나 좋아하더라. 나만 느낌??

└퀘이도 좋아함ㅋㅋㅋㅋㅋㅋ

그리고 현재.

과몰입 시청자들이 가장 과몰입 하고 있다.

리아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크루 내 러브 스토리에 말이다.

배우들과 달리 연기가 아니다.

설사 각본이라도 티가 안 날 수가 없다.

그 점을 유심하게 지켜보며 상상의 나래, 뇌피셜을 펼친다.

─뇌피셜) 철크루 내 리아 사심충들 정리. txt

철꾸라지― 얘는 그냥 자존심임. 합방때 오정환한테 털린 거 아직도 담아두고 있음 껄떡대긴 하는데 진심이 안 느껴짐준호― 대놓고 좋아하는 게 보임ㅋㅋ퀘이― 아직 진심은 아니고 각보고 있는 듯?

└응 뇌피셜

└인방에 인생 갈아넣었누ㅋㅋㅋㅋㅋㅋ

└아직 ㅇㅈㄹ

└퀘이가 가장 킹능성 있음ㅋㅋ

어디까지나 상상이다.

하지만 연예인 스캔들 대부분이 그 전조가 있었던 것처럼, 눈과 귀를 기울이면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물며 녹화 방송이 아닌 생방송.

사람은 감정이 있는 동물이고, 사심이 있으면 티가 안 날 수가 없다.

시청자들이 보라에 과몰입하게 되는 원인이기도 하다.

─오정환은 ㄹㅇ 비즈니스였나?

여캠한테 무슨 와사비 초밥을 먹이냐

흑기사는 못해도 메뉴 정도는 바꿔줄 수 있는 거 아님?

└진짜 안쓰럽더라

└오정환이 악마 포지션임. 계속 몰아감ㅋㅋㅋ

└방송은 잘하는데 진심이 아닌 거 같아서 비호감

└ㅊㄲㅇ

과연 리아가 누구에게 호감을 보일지.

철크루 팬덤의 최대 관심사로 부상했다.

승자가 된다면 시청자들의 민심과 관심을 휘어 잡을 수 있다.

"형님 하실 겁니까?"

"야, 내가 누군데."

"누구긴 누구에요 그냥 퀘이지……."

퀘이는 이 사태를 굉장히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그는 다섯 멤버 중 유일하게 본업이 '남캠'이다.

'여심은 내 전문 분야지."

남캠이란 무엇인가?

여캠의 대척점 정도로 알아도 무방하지만, 실상은 그보다 더 수비 범위가 넓다.

시청자층이 여자로 국한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보라 같은 평범한 콘텐츠도 진행한다. 남자와 달리 여자 팬덤은 질투심이 적다. 여캠과의 합방도 한두 번 해본 몸이 아니다.

"여자들이 남자 볼 때 어딜 가장~ 먼저 보는지 알아?"

"돈? 직업? 그 정도 아닐까요."

"병신아! 니가 무슨 결혼정보회사 직원이냐? 쯔쯧."

와꾸다.

남자들이 여자 얼굴 밝히듯, 여자들도 속내는 똑같다.

나이 먹으면 재력을 따지는 경향이 생기는 것도 맞지만.

'그런 건 닳고 닳은 년들이나 그런 거고. 어린 애들은 다 얼빠야.'

여자 나이 20대 초면 한창 꿈이 많을 때다. 드라마에 나올 법한 연애를 해보고 싶다.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들? 당연히 잘생겼다.

배우 정도는 아니어도 퀘이도 나름 얼굴이 반반하다.

여캠이 예쁜 것처럼, 남캠의 기본 소양도 외모가 첫 번째다.

"근데 여캠이잖아요."

"그렇지."

"뒤 봐주는 무서운 형님들이 없다고 장담할 수 있겠어요?"

"……."

물론 일반적인 여자애들이 그렇다는 소리다.

여캠들은 직업 특성상 닳고 닳는 시점이 더 빠르다.

'아마 없어. 확실해.'

자신의 방송을 도와주는 직원 동생이 떠올린 의구심은 퀘이도 똑같이 떠올렸다.

여캠과 얽힐 때면 항상 신경 쓰는 문제다.

여캠의 실상.

퀘이는 아주 잘 알고 있다. 업체와 얽혀있어 잘못 건드리면 진짜 ㅈ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묶인 애였으면 장기 콘텐츠에 참여도 안 시켜."

"그런가요?"

"그리고 내가 걔를 어떻게 해보자는 것도 아니고 썸 좀 타서 방송적으로 이득만 보자는 건데."

업계에 존재하는 선.

지키기만 하면 괜찮을 것이다.

사건이 터져봐야 서로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이런 방자한 사고방식 탓에 퀘이는 업체측과 사이가 안 좋다.

실제로 협박을 받은 적도 있을 정도로 파프리카TV의 악동이다.

'괜찮다니까? 이 인기만 있으면.'

인기BJ라는 입장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챙기고 있다.

금수저로 태어난 배경 탓에 돈보다는 여자 욕심이 앞선다.

"진짜 대박이라니까."

"뭐가요?"

"실물도 존나 예쁜데, 남자BJ랑 사귄 이력도 없고 깨끗해."

"오~ 요즘도 그런 애가 있나?"

그런 니즈를 채워준다.

방송적으로도 가치가 차고 넘친다.

퀘이는 리아에 대해 꽤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

'풋풋한 애들이랑 노는 게 재밌지.'

주변에 여캠은 많다. 원나잇은 물론, 사귄 적이 있는 이들도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그런 년들은 질린다. 이런 세계에서 살수록 신삥인 애들이 끌리게 된다. 손때 타지 않은 여자애들은 말만 섞어봐도 Feel이 온다.

리아에게 호감이 생긴 이유 중 하나다.

"그리고 미쳤다니까?"

"뭐가 또요?"

"100% 자연산이야. 그런 가슴은 꽉 잡으면 기분이 개쩔거든. 크~ 맛도 존나 달달해."

"와 생각만 해도 설 것 같네. 부럽습니다 퀘이형!"

무엇보다 외모.

자신과 놀 만한 자격이 충분하다.

그런 여자애들은 철벽을 까는 경우가 많지만 퀘이는 자신이 있다.

'내가 꼬시면 무조건 넘어와.'

돈 많지.

인기 많지.

잘생기기까지 했지.

결정적으로 여캠을 다룰 줄 안다. 꼬시는 노하우가 있다. BJ들 사이에는 시청자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르는 공감대가 존재한다.

방송 내내 은은한 시선을 보냈다.

자신이 관심이 있다는 걸 눈치챘을 것이다.

사석에서 야부리만 잘 털면 넘어오는 건 시간 문제다.

"2주면 돼 2주. 내가 2주 후에 인증해줄게."

"어, 어떻게 말입니까?"

"사진 보여준다고 임마. 호텔에서 찍은 거."

"개꼴이겠네. 전 형만 믿겠습니다 크크."

본격적인 계획에 착수한다.

* * *

철꾸라지 크루에 들어온 이유.

따질 것도 없지만 내부에서부터 착실히 무너뜨리기 위함이다.

'쉬운 일은 아니지.'

BJ업계는 좁다.

특히 보라쪽은 한 번 밉보이면 콘텐츠를 진행하기 힘들다.

확실하면서도, 위험부담이 적은 방법을 강구해나가야 한다.

"니가 먼저 나를 보자고 할 줄은 몰랐는데."

"원래 인생이 한 치 앞을 모르는 법이죠."

"뭐?"

유리잔을 괜시리 소리가 나게 내려 놓는다.

자신이 짜증 났다는 것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유치하게.'

고깃집에서 김군과 만남을 가지고 있다.

쌓이고 쌓인 악연이 있는 만큼 불편함은 각오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첫 단추로서 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음에 안 드셨나 봐요. 일단은 화해의 제스처로 준비한 건데."

"내가 널 마음에 들어하게 생겼어?"

"오디션 말이에요."

"음……."

짚이는 게 있는지 잠시 입을 닫는다.

김군은 흥분을 잘하고, 자존심이 강하긴 해도, 기본적으로 멍청한 타입은 아니다.

'아주 잘 알고 있지.'

즉, 대화가 통한다.

설득이 가능하다면 말이다.

이렇게 약속까지 잡은 자리에 빈손으로 왔을 리는 없다.

"늦게 오셔서 제가 세팅을 해놨거든요. 고기부터 식기 전에 드시죠."

"뭐, 한 번 성의를 볼까?"

"이 집 맛있습니다. 입맛에 맞을 거예요."

두툼한 갈비살을 한 입 크기로 툭툭 썬다.

단면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붉은 핏기가 사라진다.

소고기를 먹기 가장 좋은 타이밍이다.

꿀꺽!

그 먹음직스러운 모습에 본능을 참지 못한다.

김군은 체면도 잊고 서둘러 젓가락을 향한다.

입맛에 안 맞을 수가 없을 것이다.

'추천해준 사람이 너니까.'

김군과의 악연은 이번 생이 전부가 아니다.

지난 생부터 여러가지 사건이 있어왔다.

솔직하게 말하면 친한 편이다.

"괜찮네. 이게 어디 살이라고?"

"갈비에요."

"뭐, 갈비? 갈비가 이런 눅진한 맛이 나?"

한 달 가량 냉장고에서 숙성을 거친 고기다.

김치도 묵힌 게 맛있듯, 고기도 묵히면 특별한 맛을 낸다.

대신 겉이 삭고, 수분이 빠져 양이 줄어든다는 단점이 생기는데.

'안 그래도 맛있는 걸 쫄였는데 맛이 없을 수가 있겠냐고.'

마치 치즈처럼 농후한 맛이 난다.

너무 숙성하면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가 되기도 하지만 이렇듯 적절하면 그냥 맛있다.

본인이 추천한 최애 맛집이었으니 틀릴 리도 없다.

"이것도 드셔 보시죠."

"뭐야, 이건? 그냥 삼겹살 아니야?"

"이 집이 삼겹살이 별미거든요. 이것도 숙성한 거예요."

"갈비나 굽지 이 새끼가 단가 아끼려고……."

투덜투덜 대며 받아든다.

김정은처럼 큰 몸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칼로리가 필요할 것이다.

우적! 우적!

앞서 갈비보다 해치우는 속도가 더 빠르다.

김정은이 괜히 비만과 당뇨에 시달리는 게 아니듯, 김군도 먹을 거라면 환장을 한다.

'그런 주제에 입맛은 존나 싼마이에 초딩이라서.'

이 집에서도 삼겹살을 가장 선호했다.

그와 두터운 친분 관계를 유지하며 한 가지 알게 된 것이 있다.

"그래, 인정한다. 맛집 맞네!"

"이야기 들어주실 거죠?"

"해봐. 물론 터무니 없는 소리를 하면 밥값만 날아갈 줄 알아."

파프리카TV에서 뿌리 뽑아야 할 쓰레기.

그 뿌리가 워낙 깊숙이 박혀있다.

운영진과 사이도 각별해서 어지간해서는 내쫓을 수 없다.

'순번이 조금 밀릴 뿐이야.'

일단은 회유한다.

그리고 이이제이의 포석으로 써먹는다.

비슷한 성향의 생선 한 마리를 손질하기 위함이다.

"원래 저희가 형님을 모시고 싶었는데 사정상 안 오셨다 보니……."

"퀘이가 들어갔다 그거지?"

"형님만 좋으시다면 늦게라도 합심했으면 좋겠거든요."

"근데 그래도 돼? 스케일이 너무 큰데?"

"당연히 익태 형님하고도 이야기가 돼있습니다."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