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125화 (125/846)

125화

철크루 멤버들과의 5인 합방.

당연하게도 매일매일 진행하지 않는다.

'스케줄이 맨날 맞아 떨어지겠냐고.'

친구들끼리도 그렇지만, 다섯 명이나 되면 모이는 것부터가 일이다.

방송 색깔도 보여줬으니 이제는 그 빈도가 뜸해진다.

무엇보다 비효율적이다. 나는 몰라도 다른 BJ들은 돈 벌려고 방송한다. 합방에서 똥꼬쇼를 했으니 개인 방송으로 수금 타임을 가진다.

─철빡이74호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ㅊㄲㅇ

"각자 방송 진행하다가 공지 뜰 거예요. 단톡방에서 스케줄 맞춰봐야 돼서."

―스케줄

―리아 혹시 그날임? ㅋㅋ

―아 철빡이들 채팅 더럽네

―어그로 강퇴 좀요!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날벼락일 수 있다.

그동안 재밌게 잘 봤는데 갑자기 스케줄 타령?

순간적인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곳곳에서 욕설과 함께 격한 반응이 터져 나온다. 특히 그 팬덤이 폭력 게임의 주인공처럼 난폭하게 변한다. 합방 여파인지 자주 찾아오는 불청객들이다.

참고로 리아의 그날은 열흘 전이다.

'카톡으로 관심 달라고 징징대는데 귀엽지.'

생리에 의한 심리 변화.

솔직히 남자로서 1도 이해할 수 없지만, 아플 때 서럽고 짜증나는 걸 생각하면 납득은 간다. 문제는 그걸 무기로 삼는 애들이지.

리아의 경우 상당히 얌전한 축에 속한다. 마음 같아서는 며느리 삼고 싶을 정도다.

─퇴꾸라지님, 별풍선 109개 감사합니다!

솔직히 리아한테 사심 있다 Yes or Noㅋㅋㅋ

"백구개 감사합니다. No에요."

물론 나 말고.

한 번 이야기가 나오자 어그로가 금세 끌린다.

마침 기다리고 있던 상황이다.

'이게 보라야.'

어떻게 하루종일 콘텐츠 짜고, 똥꼬쇼 하고, 뭐라도 보여드리고 그러겠어.

보라 콘텐츠의 9할은 어그로 시청자 상대다.

소위 말하는 해명 방송. 왜 그랬는지 비하인드 스토리를 푸는 것이다.

과몰입 하는 시청자들은 BJ의 심정을 궁금해 한다.

"아니, 리아가 못생겼다는 게 아니라 제가 원래."

―여자가 귀찮아서~

―귀에 딱지 앉겠다

―응 입벌구

―이 새끼 이러고 또 여캠이랑 엮임ㅋㅋㅋㅋㅋ

내 방송 좀 봤나 본데?

충분한 설명이 안될 만하다. 했던 말이기도 하거니와, 객관적으로 봐도 이쁘니까.

'근데 진짜인 걸 뭐 어떡해.'

나로서도 답답한 부분이다.

어떻게 설명을 해도 와 닿지가 않는다.

오늘 이 자리에서 속 시원하게 풀어보고자 한다.

─Zl죤썬콜S2님, 별풍선 109개 감사합니다!

그래서 철꾸라지랑 계속 합방 하는 거임? 사심충이었네

"리아뿐만 아니라 저는 기본적으로 여자한테 관심이 없어요. 마아아아―!!"

―게이였누ㅋㅋㅋ

―듣고 보니 ㄹㅇ인데?

―나훈아처럼 바지 까면 믿어줌

―ㅊㄲㅇ

이런 농담 따먹기 말고.

적당히 받아주기만 해도 콘텐츠는 진행된다.

하지만 목적을 위해서는 슬슬 본론을 꺼낼 때다.

다른 건 둘째 치고 내가 답답하거든.'

ㅈ도 모르는 새끼들이 아가리 터는 걸 볼 때만큼 입이 근질근질할 때가 없다.

아무리 외모가 개취라도, 절대적인 기준이 몇 가지는 있다.

「보라) 오정환. 여캠 실물 이대로 괜찮은가? 일대백 갑니다」

? 본방 : 1309 (PC: 632/ MOBILE: 677)

? 중계방 : 5, 634

? 누적 시청자 수 : 15, 343

방송의 시동을 건다.

키보드를 타닥타닥 두들겨 방제부터 변경하자, 철새들이 떡밥을 물고 순식간에 몰려온다.

"누가 이쁘다, 누가 실물 개쩐다, 연예인급이다. 이런 뻔한 이야기 그만 좀 하라고 제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드릴게요."

―연예인급ㅋㅋㅋㅋㅋ

―어휘 딸리는 그 광어?

―퀘이 오열

―근데 4대 여캠은 진짜 연예인 뺨치던데

확실히 예쁜 건 맞다.

캠빨이다 뭐다 해도 그건 부수적인 거지.

원판이 안되면 결국 한계에 봉착하게 돼있다.

'하지만 연예인급이라는 건 개씹소리라는 거지.'

연예인급이면 연예인을 하지 여캠을 하겠냐고.

어딘가 부족한 부분이 반드시 존재한다.

훑어만 봐서는 알 수 없는 부분이다.

─LetTheKillingBegin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TV카메라는 뚱뚱하게 나와서 아이돌들 다 기아처럼 말랐다고 들음

"100개 감사합니다. 그것도 없는 건 아닌데 본질적인 이야기는 아니에요."

내가 관리하는 애들만 해도 체중과 키는 그냥 연예인이다.

그럼에도 내가 연예인급이라는 소리를 하지 않는 건.

'조화라는 게 있어.'

사실 연예인들도 눈·코·입을 따로 떼놓고 보면 생각보다 엄청 예쁘지 않다.

하지만 전체를 봤을 때 완벽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고대부터 변하지 않는 미인의 절대 조건 중 하나가 대칭이에요. 사람의 뇌는 조화에 반드시 호감을 가지게 돼있어요. 그게 취향은 아니더라도, 예쁘다는 것은 인정을 하게 된다고."

―오~

―확실히 그런 건 있음

―네 다음 선동

―이 새끼 원래 그럴 듯한 개소리 존나 잘함!

뚱뚱하고 못생긴 애들 중에도 이상하게 얼굴이 호감인 애들이 있다.

그 이유가 바로 이목구비가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다.

'못생긴 애들도 호감을 가지게 만들 정도인데."

그럼 잘생긴 애들은?

그게 바로 그냥 연예인이다.

흔히 말하는 연예인 포스라는 게 그래서 느껴진다. 진짜 예쁜 애들은 누구누구 닮았다는 소리 안 듣는다. 완벽한 조화美는 둘이 있을 수가 없고, 그것이 그 사람만의 특별한 매력을 만든다.

─오와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리아는 못생긴 데다 취향도 아니라는 거네ㅋㅋ

"그렇게 말하면 안되죠. 리아도 예뻐. 준연예인급이긴 해요. 약간 급 떨어지는 아이돌 느낌."

―급 떨어지는ㅋㅋㅋ

―이 새끼 아무 말 대잔치네

―뒷감당 가능?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채팅창에서 폭동이 일어난다.

과장 한 점 보태지 않고 채팅 올라가는 속도가 한 5배 빨라졌다.

'내 생에 한 점 후회는 없다.'

비록 열사가 되어 묻힐지라도 진실은 전파했다.

* * *

인터넷 방송.

특히 보라판은 사건이 없으면 오히려 더 불안하다.

1주일에 하나씩은 터져주는 게 인지상정이고, 마침 철크루 결성 소식으로부터 그쯤 흘렀다.

─개추요청) 리아 묻으려는 오정환의 망언. txt

"급 떨어지는 아이돌"

"적당히 예쁜 정도."

"살면서 연예인 본 적 없나?"

└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걸 맥인다고?

└정환이 마이 컸네~

└지가 뭔데 평가질이얔ㅋㅋㅋㅋㅋ

개인 방송 갤러리는 불타고 있다. 최근 안 그래도 말이 많던 화제에 기름이 부어졌기 때문이다.

아니, 그전부터 궁금증은 일었다.

과연 여캠은 얼마나 이쁜 것일까?

화면 속 모습은 정말 '연예인급'이라는 말을 방불케 한다.

─오정환은 딱히 리아를 저격하는 게 아니라

여캠=연예인급

본인 생각에는 아니라고 본 거지

급 떨어지는 아이돌이 오히려 지 기준에선 칭찬임

└지 기준ㅋㅋㅋ

└아 그러니까 여캠을 다 맥인 거라고?

└여캠 실물 씹거품이었누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새끼는 지가 월클인 줄 앎

시청자 입장에서는 알 수가 없다.

연예인처럼 어디 행사장에 돌아다니는 것도 아니고, 실물을 볼 기회는 사실상 없다시피 하다.

하지만 BJ들은 종종 있다. 유일한 정보원으로서 지금까지는 신뢰했다. 지난 시상식 참사 이후로 조금씩 무너져가던 참이다.

─급 떨어지는 아이돌= 여캠 원탑ㅋㅋㅋㅋㅋㅋㅋ

─남수기릿 오열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호구 열혈들 우짜냐?

─그들만의 아이돌 ^오^

.

.

.

오정환은 삼대장에 준하는 인지도와 시청자를 갖춘 BJ다.

손 대는 콘텐츠마다 대박을 내는 마이더스의 손으로 평가 받으며, 최근 주가만 따지면 손가락에 꼽힌다.

그런 그의 발언이다. 파급력이 없을 수가 없다.

보라판 시청자들 사이에서 주된 화젯거리로 부상한다.

'아니, 갑자기 나를 저격한다고?'

하지만 그것이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다는 뜻은 아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소식을 전해 받은 퀘이는 깜짝 놀란다.

그리고 이내 알아챈다. 이것은 기회라는 사실을.

커뮤니티의 여론은 오히려 비판적인 색채에 가깝다.

─갠방갤 투표) 여캠 민심 조사 나왔습니다

다른 BJ들이 말하는 연예인급이 맞다― 개추

자칭 월클의 급 떨어지는 아이돌이 맞다― 비추

추천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오정환의 영향력은 막대하지만, 보라판에서는 아직 대세와 거리가 멀다.

'그리고 말 같잖은 소리를 해야지.'

퀘이도 남캠 3년차에 접어든다. 그동안 보아온 여캠이 한둘이 아니다. 살면서 연예인도 당연히 본 적이 있다. 강남 클럽에 가면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개중에는 형·동생 하는 이들도 있고, 여자 연예인들을 가끔 소개해준다.

확실히 급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상위권 여캠들도 크게 꿀리지 않는다고 퀘이는 자신이 직접 본 바를 믿는다.

전면전.

방송을 키고 반박에 나선다.

그쪽에서 자신을 저격했다면, 자신도 맞상대할 명분이 생긴다.

―오늘 어그로 크게 끈다

「네ㅋㅋ 평소보다 많이?」

―ㅇㅇ

―느낌껏

「알겠습니다^^ 계산은 평소대로 월말에~」

판을 조금 크게 벌려도 된다는 이야기다.

퀘이는 방송적 어그로와, 자신의 인기를 백분 이용할 줄 안다.

'이런 일이면 시청자가 만 단위로 와도 딱히 이상하지 않잖아?'

남캠계의 거성이라 불리는 것 치고는 방송적 성공을 거둬본 적이 없다.

자체적인 대형 콘텐츠는 물론,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은 적도 말이다.

오직 인기BJ들과의 친분으로 이 자리에 올랐다.

합방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이따금 터지는 사건에서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킨다.

「보라) 퀘이. 여캠≠연예인급? ㅋ 전부 반박해드립니다. 드루와 드루와~」

? 본방 : 1263 (PC: 232/ MOBILE: 1031)

? 중계방 : 8, 127

? 누적 시청자 수 : 11, 348

그렇게 시청자가 많아도 이상하지 않은 BJ라는 이미지를 만든다.

뷰봇을 사용해 가짜 시청자를 대거 유입시켜도 의심 받지 않을 수 있다.

─[Q]퀘장군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오늘 콘텐츠 대박이네ㅋㅋ 기대함?

"오, 고맙다. 시청자 만 명 채우면 바로 시작할게."

―와 천 개!

―남캠이라 그런지 졸라 잘 받네

―시크한 거 봐ㄷㄷ

―철꾸라지면 이미 간장 마셨음ㅋㅋㅋㅋ

Famous for being famous.

패리스 힐튼이 기초를 확립한 '유명한 것으로 유명하다'를 퀘이는 실천 중이다.

'사실 남는 것도 없긴 하지.'

방송 확장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 투자 금액은 앞으로 충분히 회수가 가능하다.

유명한 것으로 유명한 게 아닌, 진짜로 유명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솔직히 나도 방송 끝나고 녹방 돌려 보니까 자꾸 연예인급이라고만 하더라고~ 인정해! 근데 외모를 깎아내리는 건 완전 다른 이야기잖아?'

그렇기에 철크루에 들어온 건 기회다.

가만히 있어도 화젯거리가 마르지 않는다.

특히 리아에 관한 건 안 그래도 주시하고 있었다.

─[Q]광어집사장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오정환 안 그래도 리아 별로 안 좋아하던데……

"그러니까 내 말이! 모든 퍼즐이 딱딱 들어맞지 않아? 안 그래도 방송때 난 느꼈는데 오늘 시원하게 썰 한 번 풀어야겠다."

―ㄹㅇ?

―사리지 말고 제발ㅋㅋ

―그 자칭 월클 좀 조져줘!

―ㅊㄲㅇ

어그로를 제대로 끌 수 있다.

자신의 유명세를 끌어올리게 된다.

퀘이는 커뮤니티에 달아오른 떡밥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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