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화
BJ김군.
김정은을 똑 닮은 외모의 소유자다.
파프리카TV에서 합방 위주의 보라 콘텐츠를 진행한다.
김정은이 기쁨조를 끼고 놀듯, 그는 여캠을 끼고 논다.
여캠 전문가라 불리기에 부족하지 않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큰손두둥등장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이 합방을 성사시키네ㄷㄷ
"두등등장님……, 천 개 정말 감사드립니다. 끼요오오옷!!"
"내가 왔는데 이 정도는 기본이지."
무엇보다 한 번 결렬되었다.
대국민 BJ오디션 당시, 방송에서 직접적으로 언급까지 하며 김군의 참여를 유도했지만 결국 그는 오지 않았다.
─몰래 온 손님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빌드업 미쳤냐고!
└김군 ㄷㄷㄷㅈ ㄷㄷㄷㅈ
.
.
.
그 레전드 매치가 성상된 것이다.
채팅창은 물론, 커뮤니티까지 폭발하며 안 그래도 많던 시청자에 추가 유입이 생긴다.
"아니, 솔직히 한 번 깠잖아. 왜 추하게 다시 오는 거야?"
"오~ 준호!"
"무 국물에 취했냐? 좀 세네."
"와 진짜 둘만 있었으면 죽빵 때렸다."
―응 철꾸 본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때려봐 때려봐~
―무 하나 참교육 못하눜ㅋㅋㅋㅋㅋ
반드시 볼 만한 구경거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철꾸라지와 김군은 파프리카TV 보라 삼대장으로서 여러 악연이 얽혀있다.
"그래도 철꾸는 미운 정도 있고 리스펙트 하는데 오정환은……."
뿐만 아니라 오정환.
데뷔한 지 이제 겨우 반년이 넘은 신인BJ다.
하지만 영향력은 이미 삼대장에 준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애송이 시절부터 봐온 김군으로선 같잖다.
그때마다 한 방씩 먹었고, 당해오기만 한 탓에 악감정이 쌓였다.
시청자들이 숨을 죽이며 지켜보던 차.
"근데 얘도 얘만의 스타일이 있더라고."
"오~ 리스펙트?"
"얘기를 해보니까 나쁜 애도 아니고, 말도 통하고."
"근데 우리는 방금 전까지 말도 안 통하는 나쁜 새끼라 욕하고 있었거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ㅊㄲㅇ
―지금 점사 대상임
―오정환이 ㄹㅇ 쓰레기 새끼
좋은 쪽으로 이야기가 풀렸다.
그렇기에 이 자리에 나온 것일 테다.
하지만 화합을 하기에 어수선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나온 거야."
"뭐 어쩌라구연~!"
"이 전쟁을 끝내러 왔다고. 여캠 마스터인 내가."
오정환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는 설전.
여캠의 실물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겠다.
당초부터 그런 대의가 있었던 건 아니다.
'대체 어떤 기획을 짜나 했는데.'
아무리 식사가 흡족했고 이야기가 통했다고 한들,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갈 만큼 김군의 엉덩이는 가볍지 않다.
실제로 무겁기도 하거니와 꿇는 모양새는 마음에 안 든다.
준호가 신경을 건드렸던 것처럼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반드시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이 점을 해결해주지 않으면 나올 생각이 없다.
오정환의 설계는 상상이었다.
─보라고인물님, 별풍선 109개 감사합니다!
와 샹크스……
"바로 그거지."
"형님이 판결을 내려주시면 이견이 갈릴 수가 없죠!"
"멍멍! 멍멍!"
―김크슼ㅋㅋㅋㅋㅋㅋㅋㅋ
―여캠은 김군 맞지
―맨날 젖 끼고 노는데 한두 명 봤겠어?
―오늘 진짜 레전드뎈ㅋㅋㅋㅋㅋ
오정환을 리스펙트 한다고 한 것.
솔직하게 진심이다.
이 모든 것이 자신과 이야기를 나눈 후 기획되었다.
'이쯤 되면 우연이라 우기기도 힘들어.'
김군은 교만스러운 성격이지만 결코 멍청하지는 않다.
확실히 능력이 있는 녀석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그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눈치챘다.
한 가지 걸렸던 언제나 자존심이다. 먼저 부탁해온다면, 이렇게 판까지 깔아준다면 자신도 해줄 수 있다.
"그러니까 지금 문제가 되는 게 이분이잖아."
"네…… 제가 생기다 말아서 정환 오빠 마음에 안 들었나 봐요."
―저게 생기다 만 거면 우린 유인원임?
―짐승이나 벌레지
―리아 개삐짐ㅋㅋㅋㅋㅋ
―입술 나온 것 봐!
무엇보다 이득이 되니까.
최근 주춤하던 방송에 돌파구가 생긴다.
더욱이 눈앞에 있는 여성은 수준이 꽤 높다.
"오……, 오~!"
자신도 모르게 입을 다무는 걸 까먹는다.
의자에 앉아있어 전체적인 몸매를 확인하긴 힘들지만, 대충 봐도 물건이다.
"리아씨라고 했죠?"
"네, 김군 오빠."
"와 진짜 실물 개쩐다~ 커뮤니티에 난리가 날 만도 하네."
최근의 이슈는 김군도 체크했다.
여캠들이 캠에 나오는 것만큼 이쁘지 않다.
그 사실에 내심 동의하고 있었다.
'그래도 되는 애들은 꽤 이쁘거든.'
리아는 확실히 되는 쪽이다.
얼굴도 반반한데 몸매도 수준급이다.
그 뻔한 레퍼토리는 철크루의 멤버들도 한 번씩 언급했다.
─큰손두둥등장님, 별풍선 1009개 감사합니다!
연예인 김군의 안목을 믿습니다!
"복채가 조금 부족하긴 한데 1009개 정도면 감사합니다. 이러면 내가 완벽하게 판가름을 해주지."
"빠샤아아아앗―!!"
와장창!
방안이 부서지는 와중에도 김군의 눈동자는 흔들림이 없다.
그의 판단을 수만 명의 시청자가 신뢰하고 있다.
─미친 김군이 나설 줄은 몰랐네ㅋㅋㅋㅋㅋ
진짜 타이밍 개적절함
└김군이면 뭐……
└여캠 끝판왕이지ㅋㅋ
└이 전쟁을 끝내러 왔다!
└김크스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
파프리카TV에서 근본 취급을 받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애들은 아예 그런 게 없기 때문이다.
몸에 간장 붓는 놈이 인방 대통령인데, 연예인 출신이면 먹고 들어갈 만도 하다.
여캠 합방도 엄청나게 해온 만큼 이 분야의 전문가다.
'합격!'
그런 그의 눈에 만족스럽다.
아무리 봐도 모난 데가 없다.
한 차례 생각을 정리하고 입을 연다.
"내가 보기에는 진짜 연예인급이야."
"내 말이 맞잖아~ 오정환 저 새끼는 그냥……."
"그리고 정환이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도 알겠어."
"……."
굉장히 어려운 입장이다.
이만한 화제의 종지부를 찍는다?
조금만 삐끗 나면 오히려 덤터기를 쓰게 된다.
'퀘이 이 새끼 눈치 겁나 주네.'
하지만 그 정도도 못한다면 여캠 마스터이자 보라 삼대장의 이름이 운다.
김군은 이를 해낼 만한 자신감이 있다.
"나도 방송을 좀 봤는데 리아씨가."
"네."
"귀여운 이미지잖아? 애교도 많고."
―ㅇㅇ
―역시 여자는 어린 년ㅋ
―리아 애교는 철꾸도 녹이지
―정확하네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말이다.
자신도 방송으로만 봤을 때는 그런 타입이라 생각했다.
'보통 년이 아니라니까?'
실제로 보면 느낌이 다르다. 손짓을 줘 의자에서 일어나게 만들자 역시나 생각했던 대로다.
"실제로는 키가 크고, 이목구비가 또렷해서 인상이 날카로워."
"듣고 보니 그런 감이 있네요?"
"오……."
"처음 봤을 때부터 느꼈지만 선뜻 말 걸기 힘들긴 했어!"
철크루 멤버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리아는 분명 예쁘지만, 접근하기 힘든 미인상이다.
'이런 애들이 진짜지.'
실제 연예인들이 이런 인상을 가졌다.
소위 말하는 아우라가 그런 느낌에서 기인한다.
"이런 분이 진짜 연예인 Feel 나는 거지. 여캠 중에서는 솔직히 드물어."
"그럼 맞잖아요? 연예인급."
"아 근데 김태희, 전지현, 수지 이런 분들과 동급은 아니다. 이게 내가 객관적으로 내리는 판단이야."
―깔끔~
―김태희는 너무 나갔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정환도 저 소리 했는데
―말을 존나 싸가지 없게 해서 그럼
힐끗 채팅창을 살피자 사태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감이 잡힌다.
오정환의 판단 자체는 틀리지 않았지만, 단어 선택에 실수가 있었다.
그것을 자신이 설명했다. 시청자들의 민심을 잡았다. 철크루 내에서 존재감을 어필함과 동시에.
'보면 볼수록 괜찮네.'
평가라는 핑계로 마음껏 살핀다.
리아의 몸은 탐스럽고, 어린 나이의 피부는 군침이 돈다.
어느새 하체의 한 부위가 빳빳하게 서있다.
'으……, 역겨워.'
그런 필요 이상의 시선.
여자들은 특히 민감하고, 리아는 그중에서도 유별나다.
특출난 외모 탓에 셀 수도 없이 당해온 탓이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 자신이 해내야 할 역할이 막중하다. 리아는 방송 시작 전, 정환이 보내온 카톡을 기억하고 있다.
* * *
애초부터 별 일은 아니었다.
크루 합방은 원래 쌈박질이 주콘텐츠야.'
싸움 구경만큼 재밌는 게 없는 법이다.
말싸움이나 말꼬리 잡기도 당연히 포함되며, 인터넷 방송 특유의 자극성을 살리기 좋다.
"어떻게 하고 많은 표현 중에 급 떨어지는 아이돌이 뭐냐!"
"틀린 말은 아니잖아요."
"마아아아―!! 사과해. 대가리 박아."
―ㅋㅋㅋㅋㅋㅋㅋ
―이건 오정환이 잘못했다
―진짜 사과해야 함
―다른 여캠들처럼 즙 짰어 봐~ 민심 감당 안됐지
그 과정에서 내가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말이다.
도의적인 차원에서도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누구는 급 떨어진다고 하면 좋아 죽을 텐데.'
행주라고 불려도 희열을 느끼니 말 다했다.
하지만 그런 페티쉬는 흔하지 않고, 리아의 취향은 그런 유니크함과는 거리가 멀다.
"미안해."
"네~~."
"미안하다니까? 갠방에서 혼자 설명하다가 단어가 그렇게 나온 거지."
"몰라요~."
"볼따구 터지겠네 그냥!"
잔뜩 삐졌다는 듯 볼을 부풀리고 있다.
캠으로 보는 시청자들에게는 더욱 귀엽게 보일 것이다.
'여하튼.'
단순한 말실수야 인터넷 방송의 특성상 걸핏하면 터지는 일이고, 당사자가 사과를 받아들이면 문제가 될 일은 없다.
진짜는 앞으로의 방송 진행이다.
이미 화제의 중심은 옮겨갔다.
"와~ 내가 이런 말해도 되려나?"
"뭔데."
"내가 자연산 구별 전문가거든. 암만 봐도 Natural인데?"
―네츄럴ㅋㅋㅋㅋㅋ
―참젖?
―김군쯤 되면 그냥 보기만 해도 아는구나
―젖군은 ㅇㅈ이지!
보다 저질스러운 쪽으로 말이다.
남자들끼리 모여 여자 이야기를 하면 이런 느낌이다.
'당사자의 앞에서 하는 건 다른 이야기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주제가 되었다.
리아 입장에서는 굉장히 껄끄러울 것이다.
그 심정을 이해하지만 이번만큼은 독하게 버텨야 한다.
"수술을 했으면 이런 모양이 나올 수가 없거든."
"저 몸에 손댄 적 없어요."
"진짜요? 돼지코 가능?"
"이런 거?"
돼지 앞에서 돼지코를 하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보형물을 넣은 코는 딱딱하기 때문에 확인을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물론 연골 같은 걸 쓰면 가능은 하지.'
하지만 한계가 있고, 애초에 만지는 것 자체를 꺼림칙해한다.
어딜 만져! 어딜 만지냐고!
코 수술이 워낙 보통 일이 아니라 잘못되기라도 하면 큰일 난다.
─큰손두둥등장님, 별풍선 2828개 감사합니다!
자연미인 ㅆㅅㅌㅊ…… 바로 열혈 달립니다
"와 2828개 감사합니다!"
"아이고오~~ 두두둥장님 리아가 너무 이쁘다고 2828개를~~~!! 아 제 리액션은 필요 없다고요?"
―더러운 얼굴 치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더러운 얼굴 치우랰ㅋㅋㅋㅋㅋㅋ
―저분 ㄹㅇ 큰손이다
여러모로 확인을 해봤기에 나는 안다.
리아가 수술한 곳이 없다는 걸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떳떳하더라도, 이런 의심을 받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
"자꾸 성희롱 좀 하지 마요. 레퍼토리가 성희롱밖에 없나."
"뭐? 나한테 소리야?"
적어도 제 3자의 시선에서는 그리 느낀다.
자신에게 SOS를 쳤다고 착각까지 하면 돌발 행동이 생기게 된다.
'일류 여캠은 악녀가 돼야 해.'
그 교육 과정으로서 적절한 실전이다.
어느새 화제에서 소외돼 신경질이 난 퀘이가 김군에게 이니시를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