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132화 (132/846)

132화

개인 방송은 실시간으로, 매우 장기간 진행된다.

아무리 완벽한 계획을 짠다고 해도, 그것을 실제로 행하는 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한 마디로 ㅈ될 수도 있었다는 거지.'

여론이 말이다.

스스로 제풀에 걸려 넘어졌으면 모를까.

퀘이의 데이트도 제법 느낌이 있었고, 그 편이 시청자들에게 더 쉽게 어필이 된다.

여자들이 선망할 만한 식사.

이름 모를 드라마에서 많이 나온다.

그런 거 하면 여자들이 뻑 가는 거 아니냐?

"그래서 본심은 어땠어?"

"글쎄요……."

"그대로 호텔로 가는 흐름이었다거나."

"우우~~ 히토미 끄세요?"

방송이 끝난 다음 날.

자취방에 찾아온 리아를 찐하게 안아주며 물어보고 있다.

생애 첫 연기를 끝낸 소감 말이다.

아무런 생각 안 났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확실히 고급스러운 식사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크게 일조한다.

"근데 절 보는 느낌이 아니었어요."

"완전 너만 보고 있던데?"

"그게 아니라! 예쁜 액세서리 취급 당하는 느낌이었단 말이에요."

"화를 내 감히? 오빠한테?"

"오빠가 자꾸 말귀를 못 알아 먹잖아요. 제 몸과 마음은 잘만 먹으면서……."

본인이 말해놓고 부끄러운지 가슴에 얼굴을 파묻어온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이다. 등을 토닥토닥 두들겨준다.

'내키지 않아 했으니까.'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진행됐다. 진짜로 병원 가서 찾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안 한다고 하면 그대로 방송이 파토날 수도 있었다.

실제로 드물지도 않다.

특히 여자BJ들이 복잡한 방송을 꺼려한다.

자신의 이미지와도 직결되니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오빠."

"응?"

"저……, 질린 거 아니죠?"

"질렸다고 하면?"

"그러지 마요. 진짜 울어버릴 것 같으니까."

같은 것과 하는 것은 전혀 다른 건데.

눈물샘이 터져버린 듯 감정이 넘쳐 흐른다. 30분 넘게 달래준 끝에 겨우 흐느낌을 멈춘다.

'이래서 귀찮은 건데.'

딱히 매정한 소리가 아니다.

일반인들 사이에서 연애&썸은 일상 생활에 큰 지장이 안 가겠지만, BJ라는 특수한 직종은 자칫하면 방송 사고로까지 번질 수 있다.

보라판에서 여캠들이 가장 많이 하는 콘텐츠가 썸이다.

시청자들 입장에서 연애 감정이 볼 거리인데, 실제 연애 때문에 집중을 못하면 맛이 떨어진다.

만에 하나 들키기라도 하면 설상가상도 유분수다.

"말했잖아. 마음 독하게 먹으라고."

"오빠가 저 미워할까 봐 너무 힘들었어요."

"안 그래."

"저한테 관심이 없어서는 아니죠?"

"……."

마아아아아!!

어쩌라고 나보고.

마음 같아서는 꿀밤을 때리고 싶다.

'굉장히 어려운 문제인 것도 맞지.'

실제 배우들도 흔히 겪는 문제다.

아무리 머리로 알고 있어도, 현실과 연기를 양립해서 생활하는 것은 어렵다.

물론 문란한 생활이 취향인 변태는 잘할 것이다.

그래서 일류 배우들 중에 변태가 많은 걸지도 모른다.

리아의 경우 그렇지 않고, 정신적으로 혼선을 빚고 있다.

"연기라고 생각해."

"저 그런 거 너무 싫어요. 오빠 말고 다른 남자랑……."

"엄청 잘하던데?"

"으……, 그건 오빠가 기대하고 있었잖아요."

시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게 역겹다는 듯이 쳐다보면 상처 받는다.

'내가 무슨 히토미에 나오는 금발 머리의 이상한 남자야?'

어디까지나 연기다. 배우들이 하는 일과 마찬가지다.

배우는 연기가 직업이고, 삶의 표현인데 반해 BJ는 그렇지 않다.

마음을 다 잡기가 힘들 수 있다. 기댈 곳이 없으면 금세 무너져버린다.

그 버팀목을 자처하는 과정이 매우 귀찮다는 것이다.

"내 여자가 다른 남자한테 희롱당하는 게 너무 흥분돼."

"우와……."

"농담도 못 하네!"

쓰레기 보는 눈으로 쳐다보지 말라고.

뭐라고 말해야 할지 곱씹고 있었을 뿐이다.

리아가 원하는 건.

"저 진짜 분해요."

"뭐가?"

"나는 오빠 여자인데, 오빠는 내 남자가 아닌 게."

"그게 싫어?"

"전에도 말했지만 상관없어요. 하지만……, 오빠한테 버려질까 봐 가슴 졸이는 게 싫어요."

본심은 조금 다를 것이다.

이용당한다.

아무리 신뢰하고 있는 있는 사람이라도 일말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좀 더 엄밀히 말하면 그렇게 되는 상황 자체가 싫다.

넓디 넓은 BJ의 세계에서 홀로 표류하게 될 자신을 상상하고 만다.

"오빠는 믿잖아."

"네."

"너는 네가 의심 받는 게 싫은 거잖아."

"네."

"내가 너한테 매력을 못 느끼는 것도."

"맞아요…….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요?"

니가 다 말했으니까.

범죄 심리학에도 있는 내용으로, 사람들이 사이비 무당한테 잘 속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가 말해놓고 지가 놀라는 거지.'

물론 내가 사이비 무당은 아니다.

여캠 관리라는 게 심리 상태를 정말 잘 읽어야 한다.

어제까지 쾌활하던 애가 다음 날 목 매달고 죽는 일이 생각보다 심심찮다.

여캠의 짧은 직업 수명.

빠른 이미지 소모 이외에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적어도 내 관할 내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게 두지 않는다.

"이뻐지면 되잖아."

"저 정말 급 떨어져요?"

"그래."

"바보. 바보바보바보! 엄청 신경 쓰고 있었는데."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더라도 촉발제 역할은 했을 것이다. 그래서 방송에서 자꾸 떠보듯이 물었던 거고.

'아니, 뭐 맞잖아.'

방송 어그로를 위해서도 필요했지만 실제로도 맞는 비유다. 여러가지 얽히고 얽히다 보니 그녀의 마음을 옥죄고 있었다.

"성형 같은 방법도 있고."

"지, 진심이에요?"

"원하면."

"아 진짜……. 자꾸 나쁜 일만 시키고 정말 못됐어."

리아는 분명 예쁘다.

구태여 손을 보는 게 이상할 정도로.

자신을 봐 달라는 듯 예쁘게 차려 입고 오니 더더욱 눈이 간다.

'평소에도 예쁘게 오긴 하는데.'

어차피 맨날 벗기니까.

그 과정에서 여러가지 알아봤다.

더 갈고 닦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사실 말이다.

"관리 열심히 할게요."

"지금보다?"

"저 오빠가 좋아해만 준다면 뭐든 할 수 있어요."

굉장히 힘든 길이다. 어떻게 보면 옷걸이에 지나지 않은 모델이 하나의 전문 직업이 될 수 있는 이유다.

'그래서 성형이라는 편법이 추천되는 거고.'

꾸준히 노력한다는 게 정말 어렵다.

당장 다이어트만 해도 한 달은커녕 작심삼일도 못 지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운동에 관리까지?

숨 쉬고 사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다.

엇나가는 애들도 많지만, 리아의 각오를 보아하니 잘 해나갈 것 같다.

"그리고……."

"응?"

"오빠도 자연식인 편이 맛있잖아요 헤헤."

"크흠!"

MSG 잔뜩 넣은 김밥천국도 잘 먹는 편이다.

그래도 굳이 따지면 자연식이 좋고, 본인도 자부심을 가진다면 도와줄 수는 있다.

"저 오빠 믿고 있어요."

"그래."

"여기 엄청 무서운 세계고,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도망가고 싶지만……, 오빠한테 도움이 되고 싶어요."

서은과 달리 목줄이 묶인 것도 아니다.

빚의 변제도 사실상 끝났고, 계약 기간 만료만을 기다리고 있다. 워낙 인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쪽 업계가 너무 더럽다. 리아도 바보가 아니니 활동을 하며 알게 되었을 것이다.

"많이 심사숙고한 거예요. 암만 봐도 정상인 업계는 아니니까……."

그동안은 순진했다.

가만히 앉아 물소들이 쏴주는 별풍선 버는 개꿀 직장.

내가 아니었다면 한 학기 더 학자금을 벌었을지도 모른다며 토로한다.

'세상에 공짜가 어딨겠어.'

간단한 이야기다.

나중에 다 회수하는 방법이 있다.

발만 쓱 담갔더니 너무 시원해서 무릎까지 담가본 애들을 쪽쪽 짜내는 방법 말이다.

"오빠가 더 무서운 사람이면 어쩌게."

"제가 바본 줄 알아요?"

"바보지. 만난 지 두 달도 안 된 사람을 믿고."

"그럼 어떡해요. 저 이제 오빠 없으면 안되는데."

어느새 벗어둔 속옷을 내 손위에 가지런히 올려 놓는다.

그 기념품을 주머니에 넣으며 허전해진 리아의 윗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얘는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인생 ㅈ됐을 거야.'

반반하고, 착하고, 순종적이고, 이용해 먹기 좋은 삼박자를 두루 갖췄다.

여캠으로 적당히 단물 빼먹고, 업소에 굴리기 시작하면 억 단위로 돈이 쏟아진다.

지금은 물이 쏟아지고 있다. 아주 행복한 표정으로 말이다. 상기된 볼을 어루만지며 아래쪽으로 당기자 알아서 다소곳하게 앉는다.

"안 무서워?"

"오빠한텐 무슨 짓을 당해도 괜찮아요."

"그래, 알았다."

"사실 술잔으로 쓰였을 때가 몇 배는 더 무서웠어요. 그런 변태 처음 봐서."

"……."

저쪽 섬나라에서는 회도 올린다는데 액체 정도는 양반이다.

애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걸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애정 표현에 불과하다.

뱁새가 황새의 큰 뜻을 알아볼 리 없다.

다리만 찢어지도록 벌리고 혼을 내준다.

흥분감에 젖어 붉게 익은 피부가 고혹적이다.

"오빠는 정말 너무해요."

"뭐가?"

"팔뚝만 한 게 쑥쑥 들어가게 만들어 놓고."

"그건 니가 장난감 중독자라 그렇지."

"우~~! 아니거든요!"

말대꾸는 허락한 적이 없다. 함락된 적은 황홀한 얼굴로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실실 웃는다.

상체를 감싸고 있는 손의 움직임이 야하다.

'맞는 거 같은데?'

아래는 기술의 발전이 도와주니 손도 남고, 입도 심심했을 것이다.

본인의 개인적인 사생활을 굳이 들추어 창피를 주고 싶진 않다.

지금 상태도 말이 아니니 말이다.

부피와 중량이 상당하다 보니 진자 운동만으로 옷이 늘어났다.

관계를 마친 후, 매무새 정리라도 도와준다.

"오빠."

"……옷 예쁜 거 하나 사줄게."

"헤헤 괜찮은데. 그보다 있잖아요."

"응?"

"저 이뻐질 테니까 많이많이 써주셔야 돼요. 꼭요♡"

내 손을 들어 자신의 뺨에 비빈다.

손가락을 입에 넣자 혀가 요염하게 얽혀온다.

마치 복종을 맹세해오는 강아지 같아서 소유욕이 든다.

'이뻐지겠지.'

관리는 거의 90%는 마음먹기에 달렸다.

마음을 다잡는데 도움이 된다면 나로서도 보람이 있다.

지금보다 훨씬 더 예뻐질 수 있는 그녀다.

"와……."

"크흠."

"또 섰네요. 오빠 쩐다."

"생리 현상이야."

"이번엔 벗을까요?"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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