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화
피를 못 빠는 모기는?
물론 여성은 개개인별로 매력 포인트가 다르다.
흔한 비유로 세상에는 수천 가지의 꽃이 있지만 모란과 창포 중 어느 쪽이 아름다운지 정할 수 없는 거 아니냐?
'아니야, 개나리 같은 애들도 많아.'
안타깝게도 꽃은 커녕 식물이 맞는지도 의심스러운 애들도 있다.
그런 경우는 그렇다 치고.
정말 예쁜 꽃들만 따졌을 때 우열을 정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분명히 존재한다.
꽃의 소비량이나, 가격, 선호도 등의 잣대가 말이다.
내가 연예인급에 대해 괜히 열변을 토한 것이 아니다.
"와……, 이렇게 빡세게 해야 돼요?"
"싫으면."
"할게요! 할 테니까. 오빠가 저 보게 만들 테니까……."
일반인 중에서 예쁜 정도인 서은과는 다르다.
급이 떨어진다느니 말하긴 했어도, 연예인급은 연예인급이다.
그 연예인들도 성형을 한다. 노력만으로 이루는 건 쉬운 길일 수 없다.
그렇다고 불가능한 건 또 아니지만 말이다.
"일단 엉덩이부터 키워야지."
"아 힙……."
짚이는 바가 있는지 자기 손으로 엉덩이를 가린다.
보이는 위치도 아니고, 그런다고 가려질 리도 없다.
'상체에 비해 밸런스가 살짝 아쉬워.'
스쿼트로 대둔근을 예쁘게 다져야 한다. 웬만큼 해서는 효과도 없는데 차라리 지방 이식을 하면.
"너 지방 많잖아. 그거 좀 떼면 돼."
"오빠 저랑 싸울래요?"
자연산 가슴인 애들은 원래 몸에 지방이 많다.
뼈가 얇아서 옷 위로 볼 때는 티가 별로 안 날 뿐이다.
'그래서 안는 느낌이 괜찮지.'
본인한텐 말하긴 뭣한데 굉장히 유익한 몸이다.
대신 전체적인 밸런스에 영향이 생긴다. 이를 운동만으로 다듬는 건 매우 힘들다.
그래서 추천을 한 건데 본인이 싫다면 강요는 하지 않겠다.
"그리고 가슴도 좀 키우자."
"나 가슴 작다는 처음 들어봄!"
입술을 애처럼 대빨 내민다.
프라이드를 자극한 듯 민감한 반응이다.
'이건 솔직히 내 취향인데.'
큰 편이 좋잖아.
D나 E가 오~ 라면, F부터는 우와~~로 바뀌기 때문에 감탄사만 봐도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가능하면 그 이상도 나는 받아들일 수 있다.
수술을 병행하지 않으면 한 사이즈 업이 고작이지만 그 정도로도 충분하다.
"홈짐 맞춰줄 테니까 오빠가 하란 대로 해."
"네……, 근데 헬스장 가도 되는데."
"가서 뭐 따먹어 달라고 시위라도 하게?"
"헤헤."
헬스장 민폐녀. jpg
인터넷에 흔히 떠도는 짤방처럼 말이다.
운동 ㅈ문가 들이 어지간히 껄떡대리란 게 눈에 선하다.
'진짜 문제는 훈수지.'
아 그거 그렇게 하는 게 아닌데~
어설픈 훈수에 자세가 흔들릴 수 있다.
자세가 어긋나면 운동의 결과물까지 달라진다.
내가 신경 써서 지도할 것이다. 순수하게 운동만 한다면 세밀함이 요구된다.
내 인생의 역작을 만든다는 느낌으로 가다듬는다.
"그렇게 다 하고 나면 오빠 취향이 되는 거예요?"
"크흠! 아무리 내가 객관적인 미의 기준을 살핀다고 해도 아주 조금 정도는 취향이 반영되겠지."
"오빠 그럴듯한 개소리할 때의 표정이에요."
"……."
뭐 어때.
나는 내 눈에 솔직히 자신이 있다. 내 눈에 이뻐 보이면 그건 십중팔구도 아니고 그냥 무조건 이쁜 거다.
본인의 잠재적인 아름다움을 살리는 과정이다.
연예인급은 아우라라는 게 있고 그것이 싹틀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알았어요. 저 열심히 할 테니까 많이 마음에 들어해 주세요."
"그래."
"그리고 욕심일 수도 있는데 가능하면……."
"뭐?"
"세컨이라도 좋으니 진지한 관계는 안될까요?"
"뭐 세컨? 너 그런 말 어디서 배웠어."
"저 애 아니거든요?"
애로 취급하기엔 너무 발육이 좋은 것도 사실이다.
봄이도 봄이거니와 실제로 나이 차이도 있어서 애 다루듯이 말이 나오는 것도 어쩔 수 없다.
'그것과는 전혀 별개로.'
처음부터 말했다.
귀찮은 건 질색이다.
그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줘야 할 듯싶다.
"저 확신했어요."
"?"
"오빠는 사랑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죠?"
"뭔 소리야?"
"못하게…… 된 거죠?"
"개소리 하지 말고 집에 가라."
상상의 나래를 풀어놓는다. 적당히 부정하면 제풀에 지치겠지.
한 가지 고려하지 못한 건 그녀가 바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무엇이 오빠를 옥죄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과거는 과거잖아요."
"가라."
"저 진짜 다 받아줄 수 있으니까……."
"다시는 연락하지 마."
"가, 갈게요. 화 풀리면 연락주세요!"
현관문을 급하게 열어젖히다 철문에 이마를 찧고, 그 아픔을 달래지도 못한 채 서둘러 나간다.
강하게 말을 해야 잘 듣는 아이다.
'여하튼.'
얼마 전 방송.
계획대로 잘 마무리 지었다.
장기+생방송의 특성상 디테일한 연기가 불가능함에도 말이다.
리아가 잘 분전해준 덕분이다. 그리고 지시 사항도 잘 이행했다.
대사를 일일이 암기시킬 순 없어도, 하나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
'애초에 짜고 치는 고스톱이긴 했지만.'
사실 방송은 어떻게 하든 잘됐을 것이다.
준호의 맷집처럼 다소의 사고가 생겨도 철꾸라지, 김군, 알바 등의 전력이 워낙 든든하다.
보험을 2차, 3차까지 들어두는 것이 퀘스트 방송의 확실한 흥행을 보증한다.
하지만 그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나는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리아에게 말하게 한 소원. 패배한 쪽이 행해야 하는 그 굴욕적인 처사는 단순한 벌칙이 아니다.
퀘이를 인방판에서 배제시키는 마침표다.
* * *
엄청난 흥행을 낳았다.
그만큼 후폭풍이 잔잔하기는 힘들다.
방송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마무리의 임팩트가 엄청났던 탓이다.
─리아가 은근히 할 말 다 하는 타입이네ㅋㅋㅋㅋ
이걸 퀘이를 맥인다고??
└진짜 싫었나 봄
└왜지?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퀘이 소문이 안 좋잖아
└보이는 여캠마다 껄떡대는 광어쉨ㅋㅋㅋㅋ
리아가 말한 소원.
철크루에서 김군을 하차시켜달라는 것이었다.
물론 직설적으로 말한 것은 아니었기에 진의는 다를 수도 있다.
《제가 김군 오빠를 선택하게 돼서 퀘이 오빠와 서먹하게 될까 봐 그게 좀 염려돼요…….》
순수한 걱정이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는 게 타당하다.
문제는 이 발언으로 인해 대의명분과 추진력이 생겼다는 점이다.
─갠방갤 투표) 철크루 퀘이 vs 김군
1. 당당히 오디션 통과한 퀘이가 낫다― 비추
2. 아니다. 김군 없던 때의 빈집털이다― 추천
└조용필 올라가는 추신수
└이미 뽀록 났잖아ㅋㅋㅋㅋㅋㅋㅋ
└존재감에서 상대가 안됨 ㅅㄱ
└삐빅! 덮견들이 덮으려고 발악할 게시물입니다!
이권 다툼이 걸려있다.
현재 철크루는 명실상부한 보라판의 중심이고, 멤버가 된다면 막대한 수익과 인기가 보장된다.
들어가고 싶은 BJ들이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동네 바자회 마냥 아무나 받아줄 리 없다. 김군이라면 그만한 격이 되지 않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야 덮어! 덮어!"
"지금 덮으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보라판은 결코 공명정대한 세계가 아니다.
철저하게 이해타산으로 굴러가는 정글이고, 퀘이보다 김군이 낫다면 바꾸지 못할 것도 없다.
'이 새끼들이 감히 날 끌어내리려고.'
그러한 여론의 움직임을 눈치챈다. 퀘이는 전력을 다해 저지하고 있다. 수많은 알바와, 업체를 움직여 평소처럼 덮으려고 한다.
"이 새끼들 귀엽네?"
"혼내줘야죠 캬캬!"
평소라면 통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여론전은 퀘이 혼자 행하는 전매 특허가 아니다.
상위권 BJ들은 당연히 하고 있다.
어중이떠중이 마냥 쉽게 안 덮여준다.
철꾸라지와 김군이 작정하자 화력을 가볍게 웃돈다.
─최단퇴! 최단퇴! 최단퇴! 최단퇴! 최단퇴! 최단퇴!
─김군 들어가면 철크루 드림팀 아님?
─퀘이 따위를 김군에게 들이대고 있누ㅋㅋㅋㅋㅋ
.
.
.
개인 방송 갤러리는 정말 수많은 유저들이 이용한다.
추천글에 올라가면 조회수가 최소 만 단위고, 이는 다음·네이버 1, 2위 카페에 준하는 규모다.
인기 BJ들이 여론전에 신경을 기울이는 이유다. 사실상 BJ들간의 대리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정당성은 퀘이에게 있는 게 사실이지만.
─개추요청) 여캠들이 퀘이를 싫어하는. EU
최근엔 리아 좋아한다고 깝치고 다니는데
은화, 코코, 수야, 리사, 주영 뭐 한두 명 건든 게 아님 사겼다는 애들한테도 뒷담 까이고 유명한 인성 개차반 ㅉㅉ└김군도 똑같은 새끼 아님?
글쓴이― 응 덮견들 논점 흐리려고 하죠?
└덮견쉨 그새를 못 참고 덮으려고 하누ㅋㅋㅋㅋ
└추천글로 보내서 퀘이의 악행을 알리자!
세상 대부분의 일에 이유와 근거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설사 없다고 해도 그럴 듯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
건수가 있다면 그 과정이 더욱 쉬워진다.
압도적인 화력 차이. 전세를 뒤집기 위해 돈을 쏟아붓는다.
하지만 자금력 원툴의 전략은 금세 한계에 봉착한다.
"돈, 돈이라면 원하는 만큼 드릴 수 있으니까……."
<저희도 땅 파서 장사하는 게 아닌데.>
"땅 파서 장사하는 거 아니니까 돈 드리는 거잖아요!>
"아니, 저희도 퀘이님의 팬덤들이 싸우도록 불을 붙이는 거지. 없는 팬덤을 만들어낼 수는 없어요.>
"……."
퀘이의 시청자 대부분은 뷰봇으로 추가된 허수다.
인기가 인기를 만든다고, 팬덤을 효과적으로 부풀릴 수는 있지만 이렇게 정면 싸움을 붙으면 민낯이 드러난다.
퀘이는 완벽한 참패를 맛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론은 정리된다.
철크루의 김군 영입을 환영하고, 퀘이의 하차를 요구하는 쪽으로 말이다.
─퀘이 이 새끼 김군 덮으려다 지가 덮이누ㅋㅋㅋㅋㅋㅋ꼴 좋다
간만에 정의구현 오지게 했네
└근데 너무한 거 아님? 퀘이도 오디션 보고 온 건데 (일반 시청자) 글쓴이― 너 알바지? (일반 시청자) └덮견들 최후의 발악하누ㅋㅋㅋ (철꾸라지 알바)
└알바 아니면 저 ㅈㄹ을 하겠음? (김군 알바)
유저 수준이 있는 커뮤니티면 모를까.
갠방갤은 하위권 중에서도 최하위권이고, 주위의 여론에 아주 쉽게 선동 당한다.
"정환이가 너무 잘해줬어~ 이렇게 잘해줄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이 정돈 하죠."
"이 새끼 쿨병 걸린 거 봐!"
"됐고 오늘은 편하게 마시고 죽자."
철크루의 김군 영입이 사실상 확정된다. 퀘이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의 축하 파티가 열린다. 룸을 잡고 흥청망청 돈을 흘리는 기분 좋은 자리 말이다.
"리아는 왜 안 오는데?"
"그러게요."
"바빠서 못 온다고 방금 톡 왔어요!"
"그래? 그럼 빨리 여자들 채워~ 우리가 뭐 때문에 돈을 벌겠냐."
"2차 갈 수 있는 쌔끈한 애들로 부르겠습니다 크큭."
통제가 불가능한 퀘이가 빠졌다. 김군의 합류는 사업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 삼대장급 팬덤이 합류하니 사실상 보라판을 접수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근데 퀘이가 복수하겠다고 나서면 어떡하죠?"
"괜찮아요."
"왜?"
"그 새끼는 어차피 모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