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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로 산다는 것-134화 (134/846)

134화

어두운 느와르 장르라면 세력 싸움에서 밀려난 이는 총살형 내지 인생 밑바닥 코스 예약일 것이다.

당연하게도 BJ세계는 그 정도로 잔인하지 않다.

─[Q]사랑님, 별풍선 486개 감사합니다!

오빠 이야기 들었어요 힘내세요 ㅠㅠ

"아 사랑아 사랑해개 고맙다. 진짜 믿을 사람 하나 없더라."

―아ㅠㅠ

―이참에 손절해!

―철꾸라지 ㅇㅂ충 아님?

―이상한 년이랑 외도하지 말고 우리랑 놀아요!

남캠이다.

나름대로 탄탄한 지지 기반을 가지고 있다.

업체에게 대량 상납을 해도, 지금껏 그의 방송이 굴러갈 수 있던 원천이다.

'두고 봐라.'

얼마 전 방송과 여론의 공격이 계기가 되어 퀘이는 철크루에서 쫓겨났다.

사실상 말이다.

표면적으로는 민심을 받아들여 멤버 교체를 결정했다, 이런 식이었지만 실상은 배제 당한 것이다.

당연히 반발은 있었다.

무한도전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멤버 한 명 빠지면 난리도 아니다.

비슷한 성격인 철크루도 기존 팬덤들 사이에서 꼭 그래야 하냐며 아쉬움이 나왔다.

─[Q]퀘장군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형 완전 볼드모트 취급 당하더라……

"됐어. 언급하지 마. 나중에 내가 잘 나가면 보자 해."

하지만 묵살된다. 그리고 이내 정리된다.

김군이 합류한 철크루의 케미가 워낙 좋았기 때문이다.

정규 방송이면 모를까.

개인 방송이 도의적인 책임을 질 리가 없다.

그렇게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퀘이는 칼을 갈고 있다.

'니들이 언제까지 잘 나가나 보자.'

인기 프로도 종영이라는 끝이 있듯, 철크루도 분명 수명이 다한다.

그때까지 자신은 개인 방송에 전념한다.

언젠가 다시 잘 나갈 날을 기약하며.

그것은 분명 맞는 판단이다.

아무리 철크루가 퀘이를 손절했다고 해도 개인 방송까지 훼방하기는 힘들다. 명분 없는 공격은 도리어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남캠) 퀘이. 늦은 저녁, 오늘따라 노을이 너무 붉어요」

? 본방 : 983 (PC: 385/ MOBILE: 598)

? 중계방 : 2, 127

? 누적 시청자 수 : 7, 743

시청자 수가 적은 것도 아니고.

혼자서도 충분히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

그럼에도 퀘이는 머리가 빠지도록 고민거리가 늘어만 간다.

'아니, 씹…….'

분명 시청자 수는 많다. 퀘이는 아주 잘 나가는 인기BJ다. 문제는 그 수천 명의 시청자 대부분이 허수라는 점이다.

뷰봇에 의한 가짜 시청자. 단 한 번도 자신만의 콘텐츠를 성공시킨 적 없는 퀘이가 인기BJ를 자처할 수 있는 비결이다.

지금까지는 문제가 안 됐다.

유명한 것으로 유명하다, 셀럽으로 향하는 길을 아주 성공적으로 걸어왔다.

그 장대한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퀘이 이 새끼 왜 하꼬 됨?

「남캠) 퀘이. 휴식이 필요한 분들 모이세요!」

_ ?502명 시청오백 따리 뭔데ㅋㅋ

└500이면 하꼬는 아닌데

└시청자 완전 나락 갔네

└주작기 돌릴 돈 떨어졌누ㅋㅋㅋ

└걔 원래부터 뷰봇 의혹 있긴 했음!

뷰봇도, 바람잡이도 당연히 돈이 들어간다.

하지만 BJ로서 자리가 슬슬 잡히고 있고, 근미래에 회수가 가능한 투자라고 여겼다.

그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철크루에서 내던져지고, 김군과도 척을 쌓자 의지할 BJ가 없다.

퀘이에게 있어 엄청난 방송적 위기다.

그가 인지도를 쌓는 방법.

진짜 인기 있는 BJ들과 합방을 하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그만한 위치라는 것을 시청자들에게 상기시키기 쉽다.

'젠장…….'

와~ 쟤는 안 나오는 곳이 없네?

인기BJ들이랑 다 친하네?

그럼 쟤도 엄청 잘 나가는 BJ겠네?

뷰봇에 의한 가짜 시청자가 화룡점정을 찍는다. 적어도 외부의 시선에서는 그렇게 보인다.

그런데 빌붙을 인기BJ가 없어진 것이다.

<합방 하자고?>

"네 형님! 요즘 저희 안 보고 지낸지 오래됐잖아요~."

<오래 됐지……. 근데 내가 요즘 내 방송이 바빠서.>

급한 대로 급이 떨어지는 BJ들을 찾는다.

하지만 그동안 워낙 오만방자했다. 소문까지 안 좋으니 배척당한다.

퀘이는 방송 어그로와 자신의 인기를 이용할 줄은 알아도 쌓는 법은 모른다.

날이 갈수록 돈은 떨어져 간다.

뷰봇을 사용할 수 없어진다.

<너는 언제 정신 차리려고 그러니?>

"엄마 진짜 천만 원만 보내주면 된다니까?"

<엄마도 이번에는 너를 믿었단 말이야! 군대 다녀왔다고 차도 사주고, 용돈도 주고, 그전까지 백수짓 하던 것도 눈 감아줬는데 너는 또…….>

"됐고! 돈 보내 달라고 돈!"

아무리 금수저라도 탱자탱자 놀기만 하는 자식을 반기는 부모는 없다.

그동안 변변한 일도, 학업적 성취도 거둔 적이 없다면 더더욱이다.

어떻게든 등골 브레이커짓으로 자금을 융통하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다.

방탕한 생활을 해오며 씀씀이는 커졌고, 나갈 돈은 나갈 돈대로 나간다.

─퀘이 다시 2천따리 됐네ㅋㅋㅋ

근데 누가 얘 방송을 보는 거임?

└쉿! 덮견들 몰려옴

글쓴이― ??

└채팅 속도는 500따리인데 2천명 보는 뷰봇의 온상

└몰려올 덮견들이나 있음? ㅋ

나름대로 활로를 찾아보긴 하지만 자명하다. 피를 빨 수 없는 모기의 최후는 아사뿐이다. 허영심이라는 이름의 괴물에게 결국 잡아먹힌다.

얼마 지나지 않아 퀘이는 파프리카TV에서 자취를 감춘다.

유명한 것으로 유명한 게 아닌, 진짜로 유명한 삶을 살아가고픈 장대한 계획도 함께 막을 내린다.

* * *

얼마 전 방송의 파장.

그것은 보라판의 판도를 크게 뒤집어놓는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퀘이 방출하고 난리 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잠잠하네

덮견들도 덮으려고 안 하고

└? 그러게

└사흘도 안돼서 역으로 덮임ㅋㅋ

└거품 팬덤이라ㅋ

└뷰봇으로 시청자 수는 늘릴 수 있어도 팬덤은 못 늘리지

결과적으로 말이다

퀘이 팬덤의 반발이 생각 이상으로 억세지 않았다.

그가 평소 자신에게 불리한 화두를 덮듯, 철크루도 똑같이 덮는 데 성공한다.

없던 일로 만든 것이다. 아무도 이견을 제시하지 않으니 긁어 부스럼도 생기지 않는다.

변화가 있다면 철크루가 이전보다 많은 주목을 받게 된 정도다.

─철꾸라지×오정환×김군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방 삼국지 쓰리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김군 케미 미쳤냐고야!

.

.

.

철크루 오디션이 진행되기 전부터 김군의 합류는 관심을 모아왔다.

보라판의 삼대장으로서 그 영향력이 철꾸라지에 준하게 막대하다.

개인적 자존심 때문에 뿌리쳤다.

일전의 방송을 계기로 합류하게 됐다.

새로운 철크루는 이전 이상의 방송적 흥행을 거두고 있다.

"요즘 수익이 아주 좋아."

"철크루가 잘 나가서요?"

"아니지. 쩐은 역시 여캠이지."

그 뒤를 봐주고 있는 심익태도 말이다.

철크루의 별풍선 수익은 그가 손대는 영역이 아니다.

상생 관계.

조폭들이 상인들에게 자릿세 거두는 것마냥 행패를 부리면 뒤탈이 생긴다.

때문에 스마트한 방식을 차용하고 있다.

'대기업BJ가 수입이 많아 봤자.'

매번 콘텐츠도 짜야 하고, 방송 주기도 불안정한 등 불확정 요소가 많다.

더욱이 철크루는 수익도 n분 해야 돼서 개개인별 수익은 더욱 줄어든다.

그에 반해 여캠.

그냥 가만히 앉아있으면 호구들이 별풍선을 상납한다. 철크루와의 합방을 통해 그런 여캠을 대규모로 양산할 수 있다.

"그렇게 많이 벌어요?"

"당연하지~ 어디 보자……. 탑급 애들은 억단위고, 못 버는 애들도 최소 천."

"오호."

"년 말고 달에 이년아!"

"와~ 엄청나네요 히히."

"너도 잠깐만 뛰면 빚 그까이 거 금방 갚은다니까?"

물론 케바케다.

아무리 띄워줘도 본인의 방송 능력과 외모적 소양을 따라가게 돼있다.

익태가 보기에 서은은 가능성이 매우 유망한 인재다.

'한참 외모 포텐 터질 때지. 탐스럽게 익는구만.'

안 그래도 그러했다.

이쪽 세계를 알고 나니 더욱 외모에 신경을 쓴다.

눈에 띄게 색기가 오른 엉덩이에 손을 올리려던 찰나.

"여기 모기가 있네."

"이년이…… 무서운 줄 모르고."

"유료에요~ 돈 내시면 만져도 돼요."

상정한 것보다 가드가 탄탄하다.

하지만 어차피 시간 문제.

남자 맛도 봤고, 돈맛도 알아버린 이상 늦고 빠르고의 차이다.

본인도 마음이 끌리니 여기서 잡무를 하며 간을 보는 거다.

파릇파릇한 스물한 살이면 업계에서 굉장히 어린 축이고, 본인만 원하면 장기적인 투자를 해줄 의향이 있다.

"오빠가 정환이한테 합방하라고 시키면 너도 리아처럼 될 수 있어."

"오~."

"리아가 요즘 얼마 버는지 알아?"

"글쎄요."

"걔가 바로 탑급이야! 지금 파프리카 모든 여캠 다 따져도 세 손가락 안에 든다니까?"

"오오~."

"이미지도 별창이 아니지. 오빠 말만 잘 들으면 너도……."

"아, 또 모기가!"

리아는 익태네 소속이 아니다.

하지만 철크루에서 활약하고 있고, 이미 잡은 물고기라 여기고 있다.

큰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것도 딱히 과장이 아니다.

'뭐, 여러가지 비결이 필요하긴 하지만.'

여캠의 수익.

서은에게 말해주지 않은 뒷사정이 존재한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사실까지 굳이 깨닫게 해줄 필요는 없다.

'까고 있네.'

일반인들은 알 수가 없다. 도저히 상상도 못 할 것들이다. 정환에게 들은 바가 있는 서은은 꿈쩍도 안 한다.

하마터면 창창한 20대를 목줄 잡힐 뻔했다.

두근두근 대는 가슴을 간신히 진정시킨다. 이미 잡혀버린 목줄을 꽉 조여서.

"뭐야, 그거?"

"액세서리 히히."

"요즘 애들은 별걸 다 하네. 뭔 개목줄도 아니고."

"오빠 그보다 있잖아요. 우리 정환 오빠 일거리 좀 주면 안돼요?"

"뭐 우리? 니들 진지하냐?"

"히히."

"안될 것도 없지만 니는 팅기면서 오빠한테만……."

"아앙~ 여기 만져두 되니까."

엉덩이 한짝에 익태의 손을 올려준다.

사과처럼 둥근 표면에 손가락이 파고들 정도로 꽈악― 쥐자 기분이 풀린다.

침까지 흘릴 법한 익태의 얼굴을 보며 서은은 속으로 비웃는다.

"니가 이렇게 순종적이어야 오빠도 정환이한테도 잘해주는 거야. 알겠어?"

"네 히히."

"그럼 다음은 여기 맛도……."

"아, 또 또 모기가!"

"이년이?"

"우리 사이 응원해줘야죠. 그쵸?"

"켁."

상생 관계다.

정환이 자신 덕분에 큰 수익을 거두고 있듯, 익태에게 있어서도 정환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서은이라는 연결 고리도 그만큼이나 가치를 가진다.

'휴…….'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는 익태를 보며 서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몸을 허락할 뻔했다는 공포, 때문은 아니고 보여서는 안될 것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시작한 새로운 취미.

자신이 몸이 누구 것인지 새겨 놓는 낙서 플레이는 서은의 아침 일과다.

고기로 된 요강, 하얀 액체가 담기는 통, 아직 사용이 안됐지만 곧 개통 예정인 곳 등.

처음에는 상상의 나래를 썼지만 어느 순간부터 당하고 싶은 것들을 쓰게 되었다.

원하지 않는 사람이 봤으면 난처했을 표현을 상기하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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