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화
주도권 잡기
김군의 합류로 더더욱 두터워진 팬층.
보라판을 접수하다시피 하는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보라판 삼대장 중 둘이 있는 꼴이니 당연하지만.'
나머지 멤버도 쟁쟁하고, 내가 짜주는 콘텐츠까지 더해진다.
아무리 '슈퍼팀 탄생!'이 우스갯소리라고 해도 이만한 자원으로 안 뜨면 그게 더 우스울 일이다.
─오정환환환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오늘은 각자 갠방인가요?
"오키."
―그렇구나
―환이루~
―이럴 거면 그냥 모이지ㅠㅠ
―모이기만 하면 5만 따리 예약 아님?
하지만 결코 치트키일 수는 없다.
대기업+대기업이라는 간단한 방식이 계속 먹힌다면 개나 소나 그 방법을 우려먹을 것이다.
'한계가 있어.'
질린다.
대박 예능도 장수하기가 힘든데 개인 방송의 콘텐츠는 오죽할까?
하물며 방송 주기도 1주일에 한 번 1~2시간 짤막하게 하는 게 아니다.
매일 같이 방송을 한다. 콘텐츠 소모 속도도 그만큼 빠르다. 김군이 영입되지 않았으면 철크루의 수명도 슬슬이었을지 모른다.
"저희도 각자 수금을 해야죠. 시청자분들 의견 들어보면서 밥 좀 땡기겠습니다."
―수금ㅋㅋㅋㅋㅋㅋ
―아 ㅇㅈㅇㅈ
―궁금한 거 물어봐도 됨?
―돈 내고 물어봐!
김군의 합류로 연장되었다.
이런 식의 변화를 주면서 수명을 늘리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기본적으로 써먹는 방식이다.
'그렇게 대세라는 이름을 업으면 개인 방송을 성장시키기도 좋고.'
사실 나는 그다지 상관이 없다.
애초에 철크루에 온 목적 자체가 바이러스 같은 거니까.
처음으로 성과를 냈다는 사실이, 가능한 일이라는 사실이 마음을 들뜨게 만든다.
─Zl존법사강림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뭐 먹음?
"봄이를 추억하면서 떡볶이를 먹을 생각입니다. 우리 봄이가 정말 좋아했는데……."
학생이라는 죄로.
학교라는 교도소에서.
교실이라는 감옥에 갇혀.
출석번호라는 죄수명단에 올라.
교복이라는 죄수복을 입고.
공부란 벌을 받고.
졸업이란 석방을 기다린다.
내 급식 시절 싸이월드 감성이다.
성인이 되면 보는 게 부끄러워지는 글이지만 당시에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만큼 학교 생활이 갑갑해.'
특히 고등학생.
학교 안에서 사는 시간이 밖에서 사는 시간보다 길다.
최근 봄이는 매일매일 야자를 하며 힘들어 죽겠다고 우는 카톡을 보내온다.
"그래서 제가 맛있게 떡볶이를 먹는 사진을 보내서 눈요기라도 시켜주려고 합니다."
―이 악마 새끼!
―사탄: 아 이건 좀;;
―심술부리지 말고 맛있는 것 좀 사줘!
―봄이 못 잃어……
이윽고 배달이 도착한다.
우리 봄이가 좋아하는 신전떡볶이에 치즈 추가를 한 사치스러운 버전이다.
자꾸 이것만 사달라고 조르는 탓에 나도 많이 먹었다.
'가끔 먹으면 괜찮아.'
그렇게 봄이와의 추억을 되새기며 Q&A 시간을 빙자한 수금 타임을 가진다.
이는 나뿐만 아니라 팬들에게도 필요한 시간이다. 합동 방송 때는 별풍선을 쏘기 뭣하다. 주고 싶은 BJ 말고도 다른 애들한테도 가잖아?
특히 내 팬덤의 경우 철크루에 반감을 가진 애들도 많다.
─메이플좀젭라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단풍잎은 이제 버렸나요? ㅠㅠ
"100개 감사합니다. 해야죠. 근데 개학 기간이라 대형 업데이트가 없어서……."
그리고 큰손들 때문에 기죽는다.
몇백 개를 우습게 쏘고, 천 개 단위도 심심하면 보이는데 일반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얼이 빠지지.
'말이 100개지, 충전하려면 11000원이야.
점심 식사를 보통 6~8천원 선에서 해결하는 걸 생각하면 적지 않게 부담되는 금액이다.
직장인들도 그러하니 학생들은 말할 것도 없다.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 아무리 합동 방송이 잘 나가도, 개인 방송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오랜만의 팬들과 소통 시간이지만 최근 내 존재감은 철크루쪽에 무게가 실린다.
─Moo. 황도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요즘 준호 힘들어합니다. 신경 좀 써주시면 안될까요……
"오~ 갑자기 천 개 감사합니다! 저도 준호랑 친하지만 힘든 거? 구체적으로 말씀을 해주셔야 될 것 같은데요?"
―그 치킨무 국물 처먹는 애?
―팬닉도 무네ㅋㅋ
―저분 준호방 열혈임!
―ㅊㄲㅇ
그쪽 화두가 안 나올 수가 없다.
속사정을 알고 싶어하는 과몰입 시청자들이 있다.
아니, 거기까지 가지 않아도 팬이라면 충분히 걱정할 만한 일이었다.
'아, 그거.'
주먹이 운다.
준호는 퀘이에게 떡이 되도록 얻어터졌다.
그럼에도 태산처럼 쓰러지지 않으며 분전했고, 그 과정이 패배자인 그를 빛나게 만들었다.
위로풍을 오지게 받았다고 소문이 자자~하다. 처맞았다고 안타까워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돈으로 풀 수 없는 문제도 있고, 설마 했던 고민은 바로 그것이었다.
─Moo. 황도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리아 엄청 좋아하던데…… 다른 멤버들은 다 늑대라서 님밖에 상담할 사람이 없어요
"아~ 사정은 대충 이해했습니다. 팬으로서 걱정돼서 하시는 말이니까 과몰입이라고 너무 뭐라 하지 마세요."
―지 인생이나 신경 쓰지ㅋㅋㅋ
―팩트) 저 사람은 수천 개씩 쏘는 큰손이다
―정환이는 늑대가 아님?
―얘는 게이잖아
본인은 가만히 있는데 팬이 너무 오지랖 아니냐?
그것도 분명 맞는 말이다.
처맞는 말.
나의 소중하신 물주께 감히 망발을 하지 말지어다.
─Moo. 황도님, 별풍선 4000개 감사합니다!
선입금요ㅋㅋ 많은 거 안 바래요 제발ㅠㅠ
"와 4천 개! 성공하면 뭐 만 개 주시는 건가? 농담이고요. 저도 안 그래도 준호가 너무 딱해서 어떻게 콘텐츠를 하나 짜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꼬우면 실드풍 쏘던가.
큰손께 결례를 범하는 건 내가 용서치 않는다. 무엇보다 내심 미안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짠 거잖아.'
시청자들은 당연히 모른다. 결투가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준호의 패배는 예정된 것이었고, 다음 단계를 위한 수순에 불과했다.
그 모든 것이 계획대로.
한 가지 상정을 못 했을 뿐이다. 준호가 생각 이상으로 리아에게 진심이었다.
"개인적으로 남의 연애에 껴드는 걸 별로 안 좋아하긴 하지만, 준호가 워낙 소심한 타입이고 스토리도 있으니까 제가 한 번 두 사람의 사이를 중재해보겠습니다."
―중매해보는 거 아님?
―재밌겠는데ㅋㅋ
―근데 급이 안 맞잖아
―아 급 떨어지는 아이돌?
대개 사랑은 우발적이며 충동적이다.
때문에 Se×하고 싶은 성욕의 착각에 불과하지만 간혹 운명이 느껴지는 진심인 경우도 있다.
'물론 그것도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느끼는 착각이긴 한데.'
적어도 준호의 입장에서는 진심이다.
콘텐츠를 기획한 나조차 그렇게 느꼈을지언데, 팬들 입장에서는 과몰입이 나올 만도 한 것이다.
방송의 책임감과 미안함을 조금 희석해보고자 한다.
그것이 한순간의 꿈에 지나지 않는다 해도.
* * *
이야기는 빠르게 전파된다.
보라판의 중심인 철크루가 가동을 멈췄고, 대중들은 화젯거리를 원하니 자연스럽다.
─환피셜) 준호와 리아 사이에 다리 놓아줄 의향 있다 방금 준호방 열혈이 5천 개 쏘고 물어봄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과몰입 오지누
└근데 준호는 ㅇㅈ이지
└그 찐따 새끼 계기 없으면 평생 고백도 못 함……
수많은 철크루팬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던 화두이기도 하다.
무한도전으로 따지면 정준하가 과연 노총각을 탈출할 수 있는지와 버금간다.
다섯 멤버 중에서도 유독 찐따상.
110kg의 뒤뚱뒤뚱한 거구는 보기만 해도 비호감이다. 그런 남자가 생애 처음으로 사랑을 이야기하게 된 것이다.
시청자 중에도 비슷한 사정, 혹은 사랑에 아픔을 가진 이들이 있다. Wls이 많은 갠방갤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다.
화두가 나오자마자 금세 화젯거리로 떠오른다.
─근데 왜 하필 오정환한테 의뢰한 거임?
그냥 5천 개 쏘고 용기내라고 하면 안되나
그편이 합리적이라고 보는데
└콘텐츠를 잘 짜서?
└그 새끼 여자 안 좋아하는 게이잖아
글쓴이― 아……
└5천 개 쏘고 용기 낸다고 뭐 진도가 나갈 것 같냨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오정환.
리아를 두고 일어난 철크루 내 분쟁을 훌륭히 콘텐츠로 승화시켰다.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콘텐츠 만들어내는 능력이 괴물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그라면 찐따 그 자체인 준호도 구원할 수 있을지 모른다. 최소한 좋은 추억은 선물해줄 수 있다. 관심이 모이며 여론을 형성한다.
"뭐? 나? 아니, 그…… 그럼 안되지. 정환이도 곤란하고 리아씨도 입장이 있는 건데."
―아니 답답하네
―줘못먹?
―이미 가는 분위기인데ㅋㅋㅋ
―아 쫌 판 깔렸는데 받아먹으라고!
장본인에게도 이야기가 전달된다.
열혈 한 명이 독자적으로 벌인 일이고, 준호는 전혀 알지도 못하는 눈치다.
서프라이즈라 생각하면 되는 거지.
좋아하는 사람이랑 데이트를 주선해줄 거다. 그 기쁜 소식에도 안절부절 못하며 어쩔 줄 몰라한다.
"그러니까 내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그 사람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잖아요."
그 이유.
채 10초도 지나지 않아 개인 방송 갤러리에 알려진다.
수많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며 일약 이슈덤에 오른다.
└ㅎㄷㄷ 자신감 좀 가져
└울지 마ㅠㅠ
└누가 우리 준호 울렸어?
└고백해서 혼내주자!
사랑이란 굉장히 용기가 필요한 행위다.
공감대를 가진 사람이 많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샘솟는다.
짤방으로 제작되어 일반 커뮤니티에도 퍼지기에 이른다.
[Best Comment]― 절대 그렇지 않아요……. 사랑이 이어질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성숙해지는 과정이에요^^ 20초만 용기를 내서 마음을 표현해보세요!
└그렇게 퇴짜를 맞습니다
└이런 말하기 좀 그런데 드럽게 못생기긴 했다
└넌, 넌 진짜 못됐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응원한다.
그렇게 화제가 일파만파 퍼지자 장본인은 난처한 상황에 처한다.
졸지에 공개 고백 같은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내가 리아랑 카톡을 해봤는데.>
"어. 어, 어……."
<자기는 괜찮다고 서로 시간 맞춰 보자는데?>
"아니, 내가 맞춰야지! 근데…… 너무 민폐 끼치는 것 같고 좀;;"
<먹고 싶은 거 있다고 한 끼 사달래.>
"아, 진짜? 나는 괜찮지. 완전 괜찮지. 어, 그럼 시간 말씀해주시면 내가 맞추겠다고 전해줘!"
진도 또한 시원시원하게 전개된다.
중개역인 오정환이 두 사람 사이의 큐피트가 되어준 것이다.
─오정환 이 새끼 존나 무심한 듯 시크하네
개씹찐인 준호가 부담스러워 하니까
밥값으로 퉁 치는 거라고 넘겨버림
└아 그게 그래서임?
└ㄹㅇ 사주는 쪽이면 부담감이 덜하지
└김치녀인 줄
└리아는 그런 말한 적도 없음ㅋㅋㅋㅋ
여자쪽이 성큼 받아들이니 지체될 것도 없다. 문제가 되는 건 오히려 남자 쪽이다. 설사 만나서 잘 데이트를 했다고 해도, 이후에 이불킥을 하게 되리란 건 뻔할 뻔자이기 때문이다.
결말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바꾸고 싶다.
관심을 가진 팬, 혹은 시청자들이 오지랖을 부리기 위해 몰려온다.
그리고 그 화제의 중심에는 오정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