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137화 (137/846)

137화

개인 방송이 가지는 훌륭한 장점.

그것은 바로 시청자와 BJ간의 거리다.

손을 뻗으면 언제든 닿을 수 있으리만큼 가깝다.

"와 준호님 진짜 팬인데 실물로 보니까……."

"생각보다 괜찮아요?"

"진짜 드럽게 못생겼다!"

"……."

좀 많이 가깝다.

처음 보는 사이임에도 10년 지기 친구처럼 친근하다.

굉장히 실례되는 말인 건 맞지만 개인적으로 지극히 공감한다.

─치킨^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못생긴 것도 인방 감성인데ㅋㅋ 보라 별로 안 봤나 보네ㅋ

물론 그러한 시선도 있다.

너무 잘생기면 공감대가 안 생겨.

실제로 인기 있는 보라BJ들은 못생긴 경우가 많다.

'근데도 쟨 심해. 진짜 돈이나 그런 거 다 필요 없고 저 새끼 사람 만들기 프로젝트 하고 싶다니까?'

웃기려고 못생겼다!

개그맨 같은 거라고 변명할 수도 있다.

근데 그 사람들도 사석에서까지 막 생기진 않았다.

나중에 은퇴한 개그맨들 보면 졸라 잘생기고 몸 좋아지는 사람들 많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은 지키자는 이야기다.

"말이 좀 심하시네요."

"죄, 죄송합니다. 제가 진짜 준호씨팬인데 실물은 처음 봐서;;"

"준호가 신기하리 만큼 개좆같이 못생기긴 했어도 본인을 앞에 두고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되는 거에요. 아시겠어요?"

"아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새끼가 제일 나빴다니까?

-할 말은 한다 환카콜라!

-사탄: 오늘도 배우고 갑니다^^

첫 번째 주자.

미용실을 경영하는 자영업자다.

평소 철크루의 방송을 보고 있고, 그중에서 준호에게 특별한 애착이 있다고 한다.

"머리 어디서 자르세요 평소에?"

"그냥 집 근처에서 대충 하는데요."

"아 물론 그러셔도 되는데……, 아무래도 특별한 날이니까 제가 준호씨한테 어울리는 스타일을 추천해주고 싶거든요?"

불현듯 찾아온 손님보다는 이미 알고 있는 대상, 애착을 가진 대상인 준호에게 더 나은 피드백을 해줄 수 있다.

미용 관련 능력자들을 모아서 준호의 전신을 탈바꿈하자는 계획이다.

'제발.'

사람이 못생긴 건 죄가 아니다.

그 말이 개좆같이 생겨도 된다는 소리는 아니다.

자기 관리를 안 할 수는 있어도, 자기 학대를 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

내가 이렇게 성심성의껏 도와주는 이유?

진짜 다른 거 없다.

같이 있으면 솔직히 좀 역겨워서 그렇다.

"안녕하세요. 저 Moo.실장인데!"

"아, 알죠! 열혈이시잖아요~."

"예 헤헤. 제가 마사지샵 운영하고 있어서."

"마사지샵이요? 저 오늘 그런데 가면 안되는데……."

-미친놈앜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거 말고;;

-방금 혹했는데?

-저 반응은 드립이 아님

유튜브에 보면 나는 예쁘지 않다는 배Zl나 같은 애들이 있다.

개소리를 지껄이는 건 본인 자유지만, 너무 못생겨서 혐오스럽다.

'가끔씩 누가 사진이라도 올리면 식겁하잖아.'

단순한 외모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신체발부 수지부모 (身體髮膚 受之父母).

신체를 수지 부모님만큼 예쁘게 낳아주지 못해도, 사람 다운 외모는 유지하라는 전통적인 유교 사상이다.

동방예의지국의 미더덕이라고 할 수 있다.

선조들의 얼굴에 돼지 새끼 한 마리가 먹칠을 하게 둬서는 안된다.

그리고 이는 본인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저희샵 풀코스 진짜 강남 사모님들이나 받는 거거든요?"

"오~!"

"이거 한 번 받고 내일까지 물만 마시면서 많이 싸시면."

"아, 싸야 돼요?"

"한 10kg은 쏙 빠진 듯한 효과를 보실 겁니다! 물론 겨우 하루기 때문에 효과가 오래가진 않겠지만……."

미용실에 이어 두 번째는 마사지샵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마늘과 쑥을 먹이는 대신 보다 효과적이고 과학적인 해결책이 존재한다.

'아니, 좀 진지하게 생각해서.'

사람의 신체와 터럭과 살갗은 부모에게 받은 것인데, 이것을 감히 손상시키는 개념 밥 말아 처먹은 짓을 하면 안된다.

진짜 거구가 아닌 이상 100kg 이상은 선 넘었지.

몸에도 안 좋고, 보기도 흉하다.

개그맨들처럼 건강 관리 받으면서 예쁘게 찌면 몰라.

부모님 보기 부끄러워서라도 사람 같이 하고 다니는 게 옳다.

"와……, 하루종일 인형처럼 만지작만지작 당하니까 진이 다 빠지네."

"그래도 피부가 매끈매끈한데?

"그래? 보람이 좀 있었나?!"

"그럼~."

"그럼 이제 미용도 끝났고, 배도 고픈데 삼겹살에 소주 한 잔 콜?"

"마아아아아아-!!"

-아 삼겹살에 소주는 못 참지ㅋㅋㅋ

-배고프니까 사료 처먹는 거야?

-뚱특) 요요 바로 옴

-돼지가 평생 돼지일 수밖에 없는 이유……

대가리도 짐승 새끼인가.

물론 다이어트의 괴로움은 나도 잘 알고 있다.

'우리 본가 강아지도 간식 한 번 안 주면 발광하거든.'

그렇게 평생 동물처럼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악순환의 고리를 한 번 끊어야 한다.

그 날이 오늘이 되길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무국물원샷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한식집 오너인데 오늘 저녁 제가 쏴도 될까요? 거의 무 칼로리로 풍성하고 맛있는 식단 준비하겠습니다!

"아 진짜요? 근처면 찾아가야죠! 원래는 밥도 안 먹이려고 했는데……."

"야 밥은 먹고 해야지!"

"사료 먹을래?"

-꿀꿀이죽도 아깝지

-정환이랑 시청자들이 이렇게 도와주는데 ㅉㅉ

-칼로리도 무?

-아 그저 ^무^

단 하루.

사람이 바뀌기에는 턱도 없이 짧다.

하지만 그것이 의미없는 시간이라는 건 결코 아니다.

'이 모든 노력이 전달될 거라고.'

방송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사 본인이 귀찮아서, 혹은 장난감으로 놀고 있어서 못 본다 하더라도 시청자들이 알려주게 돼있다.

하물며 노력이랑 과정은 빛이 난다.

여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단 하루의 고생 정도는 기쁘게 받아들여야 한다.

"생각보다 맛있긴 한데……."

"정말 건강식이네요. 좋은 대접 감사드립니다."

"준호씨가 무 좋아한다고 하셔서 무도 식단에 많이 넣었어요!"

사실 고생도 아니다.

하룻동안 거의 황제 대접을 받았지.

그럼에도 칼로리가 고픈 몸이 안절부절 못하며 괴로워한다.

"여기 맛있는 것도 많이 파네."

"어."

"여기 떡갈비 진짜 맛있게 생겼네 와~!"

"떡이 되게 처맞기 싫으면 아가리 여무세요."

"……."

더 이상의 안구 테러는 없음이다.

'테러리스트와 협상은 하지 않는다'는 국제 원칙에 의거해 사람을 만들어준다.

* * *

공중파 연예인의 최소 조건은 호감이다.

호불호가 갈리는 연예인은 김구라처럼 개인 능력이 뛰어난 게 아닌 이상 살아남기 힘들다.

불특정 다수에게 사랑 받기 위해서는 일단 팬덤풀이 넓어야 유리하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개인 방송은 보다 자유롭다.

오히려 호불호가 갈리는 게 유리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보라판.

현재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철크루.

시청자가 수만 명이나 된다는 사실은 어지간한 케이블 채널에 준한다는 소리다.

멤버 중 한 명인 준호의 평가는 극히 낮다.

─오정환이 철꾸라지랑 한다는 거 함 봤는데

도저히 역겨워서 못 보겠네

솔직히 철꾸라지는 가끔 스피커 올릴 때 빼고는 안 거슬리는데

옆에 있는 준호?

살다 살다 이렇게 못생긴 인간 처음 봄

└대체 얼마나 못생겼길래?

글쓴이- 얼굴은 수박만 하고 눈은 동전 구멍인데 피부도 썩창이라 진짜 현실에서 토할 뻔했음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좀 심하긴 하더라……

외모가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니지만 한 80% 정도 된다.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정말로 과장이 아니다.

특히 방송인에게는 진지하게 요구된다.

헤어 스타일 바꾸고 뜬 아이돌.

피부 관리 받고 호감된 예능인.

그런 실례가 한둘이 아닌 만큼 웃어 넘기다가는 큰코다친다.

─갠방갤 깜짝……!! 킹반인들 준호 얼평.Fact

[글 캡쳐.jpg]

살다 살다 이렇게 못생긴 인간 처음 봤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년차 준퀴인데 나도 가끔 놀람

└그 정도로 심한가?

└그래서 치킨 무 국물 마심? 그래서 치킨 무 국물 마심? 그래서 치킨 무 국물 마심?

독특한 향이 나는 고수 같은 식재료도 그 지역 사람들은 잘 먹는다.

마찬가지로 보라판의 콘크리트 시청자들에게는 익숙하다.

그 본인도 방송국 이름을 '와꾸대장준호'로 개명하며 못생긴 얼굴을 컨셉으로 밀었다.

하지만 일반 시청자들에게는 문화 충격으로 와 닿는다.

대세라는 여론 탓에 묻히고 있을 뿐.

갠방갤에서도 이견은 심심찮게 올라왔다.

준호를 변신시키는 오정환의 방송이 이목을 모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보라) 오정환. 준호센스 메이커」

? 본방 : 1373 (PC: 642/ MOBILE: 731)

? 중계방 : 26,321

? 누적 시청자 수 : 83,234

엄청난 방송적 흥행을 가져왔다.

개인 방송임에도 3만 명에 가까운 시청자.

그보다 놀라운 건 준호의 팬들이 쏴준 네 자릿수대의 어마어마한 별풍선이다.

─꾸며도 저 정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다 버린 100만원ㅋㅋㅋㅋㅋㅋㅋ

─그 와중에 반찬도 ^무^

.

물론 결과가 좋지는 않다.

본판 불변의 법칙이라는 게 있고, 수술은 커녕 시술도 아닌 단순한 관리가 극적인 변화를 가져오기는 힘들다.

─와 그래도 꾸미니까 좀 사람답네

평소에는 그냥 씻지도 않고 다닌 건가?

└아까 마사지사 인터뷰가 대박임

└피지 그렇게 많은 사람 첨 봤대ㅋㅋㅋㅋㅋ

└우욱……

└많기만 하냐? 면적도 일반인 3~4배임!

하지만 시작이 Zero였다.

아주 약간의 +만으로도 티가 팍팍 난다.

오정환과 팬들의 노력과 희생은 결코 의미가 없지 않았다.

─Moo.황도님, 별풍선 5000개 감사합니다!

너무 감사해서 결과와 상관없이 입금할게요ㅠㅠ

"아니 황도야! 나한테도 좀 그렇게 쏘지~!"

"양심 터졌어요?"

-방금 양심이 아니라 다른 게 터질 뻔했는데?

-패드립 마렵네……

-1만 개 값 충분히 했지

-와 진짜 데이트 아니었으면 죽빵 갈겼다

분명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왔다.

옆에 있기 부끄러운 수준은 아니게 됐다.

그것이 데이트의 성공 유무에 변수를 만들 수 있을까?

《솔직히 제가 한 건 별로 없어요. 시청자분들이 많이 도와주셨죠. Moo.황도님, 치킨무촉촉님, Moo.실장님, 무국물원샷님의 큰 도움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내일 본방송을 기약하겠습니다.》

희망적인 예측을 하는 사람은 솔직하게 없다.

호박에 줄을 그어도 호박은 결국 호박이다.

그에 반해 데이트 상대는 체리처럼 상큼하다.

─개추요청) 오늘 방송으로 확실히 알게 된 사실

[메이크업 전.jpg]

[메이크업 후.jpg]

평소에는 그냥 못생겼구나 했는데

준호는 진짜 못생긴 놈들 중에서도 원탑급이었음

└돈으로 커버가 안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King of King

└(네가 이겼단다콘)

└주제 파악하니까 더 긴장되는 마술ㄷㄷ

애초부터 미녀와 야수였다.

이루어질 수가 없는 운명이다.

그렇기에 더욱 팬들의 과몰입을 낳는다.

꿈만 같은 연애.

누구나 원하지만 할 수 없는 것이다.

불가능에 도전하는 준호를 보며 희망을 가진다.

─오정환식 보라가 뭔지 몰랐는데

이제 좀 느낌 알겠다

얘만의 감성이 있네

└디테일한 설계를 잘해

└나도 모르게 과몰입하게 되더라

글쓴이- ㄹㅇ 작명 센스도 쩔고

└일단 실화라서 몰입할 수밖에 없음……

기존 보라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는다.

그렇게 방송의 흥행 자체는 확정되었지만 중요한 건 역시 결과다.

어쩌면 결말이 예고돼있는 걸지도 모를 한 편의 드라마가 팬들의 가슴을 옥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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