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139화 (139/846)

139화

못생긴 건 죄가 아니다.

개ㅈ같이 생긴 것도 한 번의 계기만 있으면 극복하게 돼있다.

'호모 사피엔스로 태어났으면 당연한 거지.'

무슨 질병에 걸린 경우면 모를까.

보통은 자기 학대만 지양해도 제 상태를 찾아간다.

그것을 일깨워주겠다는 목적 하나로 기획한 합방은 아니다.

─Moo. 황도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어제 정말 감사했습니다 센세……

"황도님 천 개 너무 감사합니다. 통이 좀 작아지신 것 같기도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데헷

―준호 열혈한테 얼마나 더 뜯으려고!

―황도님 이번에 거의 2만 개 쏘셨지 ㄹㅇ

다음날 뒤풀이.

고깃집에 모여 한 잔 하기로 했다.

대형 콘텐츠를 성사시켰으니 야자 한 번 하지 않으면 섭하다.

'까놓고 말하면 수금 타임이지만.'

그리고 콘텐츠 우려먹기다.

철크루 합방도 예정이 남았고, 매번 콘텐츠 짜내는 것도 벅차다.

이렇게 자연스러움을 흐름을 가져야 숨 돌리기도 된다.

─치킨무촉촉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그 무는 안 오나요?

"자기는 생각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고 지지리 궁상 떨면서 카드만 맡겼어요. 자기가 사겠다고."

―토깠네

―이 새끼 100% 쑥쓰러워서

―데이트가 잊혀지지 않나 보네

―상딸 치냐고 못 왔다 ㅇㅈ?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그 주인공이 빠져버렸다.

소거법으로 나와 리아만 남았다.

현재 한우 전문점에서 뜻하지 않은 데이트를 가지게 됐다.

"이렇게 둘이 만나는 건 한 달만이네."

"네~."

"그때는 좀 안 좋게 헤어졌지."

"네~."

"대답은 잘하네."

"네~.

표면상으로는 말이다.

나와 리아의 사이.

썩 좋지 않은 것으로 설정이 되어있다.

─리아☆꿀밤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준호 없어서 어색하네ㅋㅋㅋㅋㅋㅋ

"맞아요. 착한 준호 오빠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어쩐지 둘이 물고 빨고 잘하더라."

"아! 아, 아니거든요? 그냥 뽀, 뽀뽀거든요?"

"뽀뽀뽀는 오전 7시 50분부터 8시 10분까지 진행하는 MBC 최장수 어린이 프로그램이고요."

―아 뽀뽀뽀 아시는구나!

―저걸 기억하네

―물고 빨고 ㅗㅜㅑ

―여캠한테 못하는 말이 없어. 저러니까 싫어하지 ㅉㅉ

2013년경에 종영되어 생방송 톡! 톡! 보니하니에게 왕좌를 내주게 된다.

그런 어린이 프로그램의 계보는 그렇다 치고.

'본인은 만나면 반갑다고 뽀뽀뽀할 기세인데.'

시청자들 화면으로는 보이지 않겠지만, 보이지 않도록 각도를 신경 쓰고 있지만, 히죽거리려는 입꼬리를 간신히 참고 있다.

자신의 성과를 칭찬해달라며 카톡으로 갖은 애교를 부려왔다.

굉장히 기특한 일임이 맞다.

일류 여캠으로서 한 단계 발전했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방송이 무엇인지 깨달은 것이다.

"준호가 마음에 드셨나 봐?"

"그쪽이랑 달리 싫어한 적이 없거든용~?"

아직 어색하고 부족한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 정도면 성취가 빠르다.

소극적인 준호와의 합방에서 방송을 리드하는 능력을 깨우쳤다.

─Moo. 황도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두 분 싸우면 준호가 슬퍼합니다 ㅠㅠ

"황도님 또 천 개 감사합니다! 딱히 쏘라고 눈치 주고 그런 건 아니었는데."

"성격 진짜 나쁘다~."

"닥치고 여캠이면 리액션이나 하세요. 뽀뽀라던가."

"댁은 국물도 없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휴ㅉㅉ

―평소에 좀 잘하지

―그러니까 사람은 인성이 돼야 해!

티키타카가 연기인지 진심인지 헷갈릴 정도로 제법 늘었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과하면 좋지 않고, 축하하는 자리에서 덜미 잡힐 짓을 자제하는 편이 좋다.

'배고프기도 하고.'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남이 사주는 음식이다.

식탁 위에 밑반찬을 포함한 세팅이 완료된다.

슬슬 주인공을 올려놓지 않으면 섭하다.

치지직……!

이름만 들어도 비싸 보이는 황제늑간살이 맛있게 구워진다.

지방이 많은 부위라 구워지는 소리부터가 아찔하다.

─미니치킨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이 새끼 지 돈 아니라고 막 시키네ㅋㅋㅋ

"당연한 거 아니에요?"

적당하게 구워진 살점 하나를 입안에 담그니 진한 고기향과 함께 고소함이 올라온다.

턱을 자동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씹는 맛도 예술이다.

딸칵!

이만한 안주에 알코올이 빠져서야 섭하다.

빨간 뚜껑을 열어 소주잔에 꼴꼴 쏟아붓는다.

찰랑찰랑한 지점까지 가득 채워서 입으로 골인한다.

"어, 소주 마셔요?"

그 모습을 리아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내가 소주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건 맞다.

'근데 안 마시는 건 아니야.'

우리나라 음식은 기본적으로 간이 진하다.

그래서 개성이 약한 희석식 소주와 라거류 맥주가 득세하고 있다.

반대로 위스키?

그런 고도수 술은 간단한 안주와 어울린다.

향으로 먹는 술이기 때문에 향이 센 음식과 먹으면 맛이 없어진다.

사석이었다면 애주가로서 기꺼히 설명해줄 것이다.

하지만 자리가 자리.

내 평소 음주 습관을 안다는 것도 시청자들은 의아함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아~ 또 저거 봐라, 저거 봐라."

"네?"

"모른 척하는 거 봐~. 자기도 술 빨고 싶어 가지고."

"아, 아니거든요?"

"여캠들 그냥 방송 끄면 떡이 될 때까지 마시고, 줄담배로 선인장 만들어 놓고 그렇지."

"선인장?"

―아니 씹 선인장ㅋㅋㅋㅋㅋㅋㅋ

―응 안 통해

―오정환 이 새끼 리아 묻으려고 ㅉㅉ

―어휴, 혐성 진짜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듯 자세를 가다듬고 연기 모드에 돌입한다.

마음 같아서는 같이 한 잔 걸치고 싶지만, 알코올이 들어가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실제로 여캠들이 치는 사고 절반 이상이 술 때문이거든.'

여캠과 술은 가급적 멀리 떨어뜨려 놓는 게 옳다.

방송에서는 물론이고, 사석에서도 마셨다가 목줄 잡히는 경우가 허다하다.

─퀵뷰갖고싶다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왜 이렇게 리아를 싫어함?

"100개 감사합니다. 안 싫어해요. 저분이 저를 미워하는 거지."

"왜 저를 나쁜 사람 만들어요?"

"맞잖아요. 미워하니까 대가리 박게 했겠죠."

"아니거든요!"

"저 봐 그냥 악에 받쳐 가지고."

이러한 스토리를 유지해야 하기도 하고.

괜히 알코올 들어가서 알딸딸해지면 악녀의 가면이 벗겨진다.

"준호 오빠는 엄청 착한데 그 반만 닮지."

"아 그럼 준호랑 마시던가."

"저도 그러고 싶거든요?"

"저도 혼자가 편하니까 집에 가세요."

"싫어요. 댁이 싫어하는 짓만 골라서 할 거예요."

―개귀요밐ㅋㅋㅋㅋ

―은근히 케미 잘 맞네

―리아가 착하니까 받아주는 거지

―이 둘도 처음에는 달달각 잡았는데……

점점 연기 실력이 무르익는다.

너무 무르익어서 카메라 각도상 안 보이는 다리로 툭툭 나를 건드릴 만큼 말이다.

적응 속도가 빠른 건 좋은 일이지만 너무 빠른 것도 문제다.

개인 방송의 특성상 미친년놈들이 워낙 많다.

방송 중에 몰래 성행위를 하는 경우도 있다.

'진짜 미친 애들이 많아.'

그러다가 사고 한 번 터트리고 나락으로 떨어져야 정신 차리지.

그럴 기미가 보이는 리아를 언제 한 번 날 잡고 교육시켜야 할 듯싶다.

"성불한 준호의 안녕을 기원하며 건배!"

"건배! 성불?"

―미친놈앜ㅋㅋㅋㅋㅋ

―성불하긴 했지

―이승에 미련이 사라져버렸누……

―준호 죽이지 마!

다음에 말이다.

지금은 눈앞에 펼쳐진 진수성찬을 음미할 때다.

드디어 잡담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젓가락질을 하려던 찰나.

쿵! 쿵!

어디선가 묵직한 발걸음 소리가 울려온다.

고개를 돌려보니 110kg에 가까운 거구가 신이 나서 뛰어오고 있다.

"헉, 허억, 허억……. 내가 좀 늦었지?"

준호가 눈치도 없이 와버렸다.

* * *

오정환식 보라의 뒤풀이.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들이 친숙한 모습으로 사석에서 다시 만난다.

어, 이런 성격이었어?

신선한 충격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시청자들이 두 번 즐기게 만드는 장치를 설치한 것이다.

─환피셜) 어차피 내 돈 아니다

─준호 지갑 살살 녹는닼ㅋㅋㅋㅋㅋ

─아니, 황제늑간살이 뭐야 X발??

─비싼 것만 골라서 시키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

안타깝게도 성사되지 못했다.

부끄럼쟁이였던 주역 배우가 불참이었다.

감독 겸 연출인 오정환과 여배우인 리아만이 자리에 앉았다.

달달한 분위기는 커녕 티격태격.

둘 사이도 스토리가 있다 보니 이목을 끈다.

그도 그럴 게 세계선이 조금만 삐끗했으면 정말 사귈 뻔했다.

─중앙대생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그때 왜 튄 거예요?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가능?

"초면에 존~나 비싼 척 띠껍게 굴길래 한 방 먹여주고 싶었습니다."

"저도 그때는 눈깔이 뼜나 봐요."

―눈깔ㅋㅋㅋㅋㅋㅋㅋ

―둘이 주먹이 운다 찍으면 안됨?

―졸라 웃기네

―현실 남매 100%!

이를 알고 있는, 직접 본 시청자들에게는 또 다른 느낌으로 와 닿는다.

방송이 반복될수록 깊은 매력을 느끼는 고정 시청자층은 쌓여만 간다.

"내가 좀 늦었지??"

"늦긴 뭘 늦어요. 안 온다면서."

"아니~ 나 왔으면 좋았을 거라 하길래 온 거지……."

주역 배우가 등장하며 다른 국면을 맞이한다.

밥값만 결제하고 불참하겠다고 했지만, 어느새 마음이 바뀌어 헐레벌떡 뛰어온 것이다.

─준호 이 새끼 몰래 보고 있었네ㅋㅋㅋㅋㅋㅋㅋㅋ

리아가 립서비스 몇 마디 해주니까 존나 헤벌쭉 해가지고 싱글벙글하며 달려왔을 게 눈에 선하다 └100%ㅋ└로그아웃으로 보고 있었던 거임?

└찐특) 자는 척하면서 귀 기울이고 있음

└처음부터 오던가 눈치 존나게 없음ㅋㅋㅋㅋ

그렇게 본래의 취지와 걸맞는 먹방으로 변모한다.

값비싼 한우 고기를 삼겹살처럼 우걱우걱 씹어먹으며 대한민국의 항암제 소비율을 늘리는데 크게 기여한다.

"크아아~~! 삼겹살에 소주 먹으려다 소고기 먹으니까 목이 뻥 뚫리네!"

"황제늑간살에 쌈장 잔뜩 발라서 먹으니까 맛있어요?"

"황제 뭐? 이거 비싼 거야?"

"많이 드세요. 어차피 내 돈 아니니까."

"X발!!"

―어차피 준호 돈이지 ㄹㅇ

―그냥 대패 삼겹살이나 먹이지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네

―진짜 돼지ㅋㅋㅋ

과정은 산전수전·공중전을 방불케 했지만 뒤풀이는 단순한 회식이었다.

그냥 맛있게 먹고 맛있게 헤어졌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과몰입 시청자들은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그렇게 열린 결말로 또 한 편의 드라마가 끝을 맞이한다.

─오정환이 요즘 고자 취급받긴 하는데

얘 은근히 여캠이랑 케미 잘 맞음

솔직히 리아한테 막말 가능한 남자BJ가 몇이나 되겠냐?

└이건 ㅇㅈ

└나 같으면 기죽어서 말도 못 붙일 듯

└급 떨어지는 아이돌ㅋㅋㅋㅋㅋ

└오늘만 사는 새끼라서 재밌음ㅋㅋㅋ

본디 게임BJ로 유명세를 떨친 오정환이 보라판에서 점점 눈도장을 찍는다.

그 이름 석자를 모르는 사람보다 아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아진다.

그에 따른 변화.

보라판의 콘크리트 내부 철근과 같은 이들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오정환의 활동 영역이 넓어진다는 전조가 보인다.

─오정환 새 콘텐츠 공지 떴다ㅋㅋㅋㅋㅋㅋㅋ

본격 고자 해명

└아니 씹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존나 신경 쓰였나 보네

└여캠이랑 합방해서 해명하겠다고?

└응 섹뜨 하면 믿어줌^^

아니, 깊어진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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