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화
최근 보라판의 중심이 되고 있는 철크루.
그와 동급으로 주목 받고 있는 방송이 하나 있다.
대적할 만한 경쟁 크루가 생겼다기 보다는.
─철빡이로서 요즘 너무 신난다 ㄹㅇ
인방 대통령 철꾸라지가 다스리는 보라판~
이게 참된 파프리카TV 아니겠누
└응 아니야
└철크루 주역은 오정환이지
글쓴이― ㄴㅇㅁ
└김군 아님? 김군 합류하고 텐션 미쳤는데
현자 타임이 있기 때문이다.
5인 합동 방송의 특성상 주기적으로 방송을 하기 힘들다.
모여서 3, 4일 정도 빠듯하게 달리고, 긴 휴식을 가지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 공백 기간.
다른 방송들도 숨이 트이지만, 실질적으로 해먹는 건 철크루의 크루원들이다.
그들 각자가 본디 대기업인 만큼 이상할 것도 없다.
철크루의 버프를 받으며 더더욱 번성하게 되었다.
운명 공동체라는 걸 과시하기라도 하듯, 방송 시간도 겹치지 않게 짜며 보라판을 지배하고 있지만.
─최근 대세는 확실히 오정환이라는 느낌이지
리아 쟁탈전도 그렇고
준호 데이트 아다 떼준 것도 그렇고
철크루 셔터 내리면 오정환이 판 장악함 ㄹㅇ
└시청자도 제일 많잖아
└이쯤 되면 설계인지 우연인지 모르겠음ㅋㅋ
└지가 각 잡는 거지~ 만따리 대기업이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냐??
└그저 갓정환……
철크루 내부에서도 우열이 가려진다.
삼대장, 칠무해 같은 표현을 만들 만큼 비교를 좋아하는 보라판 시청자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정환이 너무 내비두시는 거 아십니까?"
"근데?"
"아니, 철크루는 제가 대표인데 제가 중심에 있는 게……."
신경이 쓰이는 건 장본인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철크루의 장이자, 자신을 보라판 최고BJ라 생각하고 있는 철꾸라지는 자존심이 상한다.
"그래서 뭐?"
"나대지 않게 좀만 주의를 주시면……."
"너는 학습 능력이라는 게 없구나?"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철꾸라지의 입장이다.
심익태는 자신이 관리하는 BJ들 중 어느 한 명이 특출나게 앞서는 걸 원하지 않는다.
'대가리가 커지면 기어오르게 돼있어.'
그럴 기미가 전부터 보였고, 그렇기에 더 특별 관리를 하고 있다.
철꾸라지의 머리에 헤드 빙빙을 먹이며 경고한다.
"같은 한 식구끼리 사이 좋게 좀 지내. 엉?"
"알겠습니다……."
물론 진짜 속내는 따로 있다.
이미지도 썩창이고, 여캠과 케미도 안 맞는 철꾸라지와 달리 오정환은 돈이 된다.
누구를 더 이뻐할지는 자명한 것이다.
'본인도 일거리를 찾고 있다고 하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을 안 할 이유가 없다.
심익태는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던 계획을 실행시킨다.
* * *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핑크린을 물리친 원정대여, 그대들이 진정한 시간의 승리자다!』
보라를 한다는 게 게임을 안 한다의 동의어는 아니다.
철크루 창단 이후, 여러가지 사건사고가 겹치며 바빴을 뿐이다.
─Zl존도적S2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와 오랜만에 하는데 실수를 안 하네ㄷㄷ
"100개 감사합니다. 당연히 실수 안 하죠. 그동안 해온 짬이 있는데."
―단풍잎원탑 어디 안 가지
―그래도 대단하긴 하다
―난 라테일도 매번 죽어서 공대장한테 찍혔는데ㅋㅋㅋㅋㅋ―게임을 잘 하나?
단풍잎스토리.
방송을 0부터 다시 쌓아올려야 했던 나를 단기간에 대기업으로 복귀시켜준 효자 콘텐츠다.
이제는 내 근본으로 자리 잡아 언제 해도 평타 치는 흥행을 보증한다.
'그뿐만이 아니지.'
BJ로서 국밥 콘텐츠가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다.
그런 직업병 같은 걱정은 그렇다 치고.
거시적인 관점으로 봐도 팬들과의 소중한 교감이다.
─메이플아재님, 별풍선 2000개 감사합니다!
가끔은 단풍잎도 혀ㅎㅎ
"아 회장님 2천 개……. 제가 회장님을 잊지 않았듯 회장님도 저에 대한 사랑이 변치 않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중한 별풍이기도 하다. 단순히 가식적인 말이 아니라, 실제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모든 팬을 만족시킬 순 없어.'
작정하고 단풍잎만 한다고 상책일까?
같은 콘텐츠를 계속한다는 건 질릴 수 있다는 소리다.
김치찌개, 김치볶음밥, 김치 칵테일처럼 레시피를 다양화해도 한계는 있다.
개인적인 독단과 편견.
내 방송 경험에 비추어봤을 때 변화는 필요하다.
대다수의 시청자를 만족시키며, 새로운 시청자를 유입시키는 방향으로 말이다.
─내꿈은먹튀왕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단풍잎BJ들 개씹발컨이라 볼 거 없음ㅋㅋ
"항상 닉값을 못하는 먹튀왕님도 500개 감사합니다! 제가 열혈분들께 항상 미안하죠."
―그럼 좀 하던가!
―요즘 보라 대세인데 하겠냐고ㅋㅋ
―해주는 게 고마운 거지
―이제 게임판 푼돈은 관심 없어??
즉, 여러 콘텐츠를 하는 게 좋다.
롱런―을 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수익보다 장기적인 안목이 중요시된다.
'여러가지 박쥐처럼 해야 한다고.'
시청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절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다.
극심한 반대에 부딪히면?
과감하게 포기한다.
얼마 전 보라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을 때.
단풍잎을 좋아하는 몇몇 열혈이 뜸하게 되었지만, 그만큼 새로운 열혈들이 빈 자리를 채웠다.
어떻게 보면 잔인하다.
그럼에도 필요한 선택이다.
시청자들이 여러 BJ를 보듯, BJ도 여러 시청자가 원하는 방송을 지향하는 것이 옳다.
「우연히 내게 오나 봐~ 봄 향기가 보여. 너도 같이 오나 봐~ 저 멀리서 니 향기가~!」
그런 걱정이 없는 급식충.
벨소리에서 미루어봤을 때 확실하다.
방송 중에는 착신 거부를 해놓는 게 보통이지만.
'엄마 포함해서 다른 건 다 무음으로 해뒀는데 우리 봄이와 봄이 어머님만은 예외지.'
이 벨소리는 봄이 쪽이다.
두근대는 가슴으로 받는다.
받자마자 특유의 고음이 고막을 찔러온다.
<오빠 봄이에요 봄이!>
"봄이가 왔어?"
<애석하게도 오진 못했어요~ 저는 지금 학교에 있어요.>
"그래."
―이 목소리는?
―봄이다!
―아니 봄이한테 전화도 오넼ㅋㅋㅋㅋㅋㅋ
―그저 ^급^
우리 사이가 어떤 사인데 당연하지.
뭐라고 딱 잘라 정의할 수는 없지만 평범한 관계가 아님은 확실하다.
"근데 어떻게 전화한 거야 학교에서?"
<저 석식 시간이에요!>
"뒤에 좀 시끄럽네?"
<친구들도 있어요!>
"오빠가 맛있는 거 사줄 테니까 새 친구들도 한번 보자."
<헐~ 제 친구들 먹성이 좋은데 감당이 될까요?>
―이 새끼ㅋㅋㅋㅋㅋㅋㅋ
―여고생이면 빚내서라도 사주지
―여고생 단체 데이트 ㅗㅜㅑ
―제발 방송해줘!
친하게 지내면 정말 좋다.
예쁜 애의 친구는 무조건 예쁘다는 불변의 법칙에 따라 재밌는 일이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여하튼.'
봄이는 학교 생활이 굉장히 바쁘다. 목소리를 듣는 것도 오랜만일 정도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더욱 그리웠을 것이다.
"봄이야 너는 안 왔지만 너의 계절은 왔잖아."
<그런 거예요.>
"별로 반응이 없다?"
<후~ 정말 말도 마세요. 하루에도 열댓번씩 듣고 있어요.>
"그렇구나."
안 그래도 봄이다.
봄이가 아니라, 봄이라고 The Spring.
이 화창한 봄날에 봄이가 없다니 말도 되지 않는다.
─봄이의삼촌팬님, 별풍선 200개 감사합니다!
─봄이사냥개님, 별풍선 300개 감사합니다!
─봄사랑벚꽃말고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
.
.
자신들의 기분을 알아 달라는 팬들이 별풍선과 팬가입으로 소리 없는 응원 메세지를 전달한다.
딱히 수금 타임을 가지려는 목적이 아니라.
"팬분들이 봄이 보고 싶다고 별풍선 쏘고 난리도 아니야."
<저도 보고 싶어요~.>
"봄이의삼촌팬님, 봄이사냥개님, 봄사랑벚꽃말고님 그리고 봄나물대가리님이……"
<봄이사냥개!>
"왜? 열혈이야?"
<저의 천적이에요. 그 이름을 듣기만 해도 손발이 부들부들 떨려요.>
―대체 뭘 했길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알지
―데헷☆
―봄이방 유명한 악질임ㅉㅉ
자신이 사냥할 때 방해를 해온다.
게임 방송에서는 드물지도 않은 일이다.
아니, 방송에서 악질을 빼놓으면 섭하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악질 시청자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
실제로 많다.
악질 시청자 덕분에(?) 일약 스타덤에 오른 BJ들이 말이다.
오비도비의 러이갓, 우두루의 팡우 등 의외의 케미를 발휘해 주목 받았다.
<저 진짜 알퐁스 블루에게 네펜데스 주스를 만들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단 말이에요.>
"그래."
<3시간 동안 잡았는데! 하나도 안 나왔는데! 저 봄이사냥개가 나타나서 제 앞에서 네펜데스의 꿀을 꿀꺽했어요!>
단풍잎스토리에서 가장 악명 높은 퀘스트 중 하나다.
네펜데스 주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네펜데스의 꿀이라는 게 필요한데, 드롭률이 워낙 극악이고 드랍하는 몬스터도 젠률이 낮아 획득하기 힘들다.
'그래서 보통은 안 깨지.'
우리 똥강아지 봄이는 꼭 깨고 싶었던 것이다.
진행 중인 퀘스트 못 참는 변태 같은 애들이 있거든.
노오오~력을 했지만 운빨 한 번에 무참히 무너져 내렸다.
<제발 달라고 했는데! 무릎도 꿇었는데! 저를 농락하다가 유유히 사라졌어요. 정말 나쁜 녀석이에요!>
"그렇구나."
―여고생 도게자 ㅓㅜㅑ
―무릎 꿇기 = ↓키
―귀엽눜ㅋㅋㅋㅋㅋㅋㅋ
―우리 봄이 언제 오냐고!
다음 날에 택배로 보내줬다고, 그래서 착한 애인 줄 알았는데 또 스틸했다고!
봄이 방송도 나름대로 익사이팅하게 굴러가는 모양이다.
<아르웬의 유리구두는 제가 먼저 먹을 거예요. 그리고 엄청 자랑할 거예요!>
"그래. 너를 보고 싶어하는 시청자들에게 한 마디 해봐."
<저의 계절은 왔지만, 저는 오지 못하고 있어요. 올 수 있도록 이번 중간고사를 반드시 성공적으로 마칠 거예요. 기대해주세요.>
―중간고사ㅋㅋㅋㅋㅋㅋㅋ
―급식 그 자체……
―아르웬의 유리구두는 ㅇㅈ이지
―그년 찾아줘도 또 잃어버리는 답 없는 년인데 ㅡㅡ
그런 쓰레기 같은 퀘스트들이 있다.
하지만 완료한 퀘스트가 800개를 넘기면 '퀘스트 스페셜리스트'라는 훈장을 주고, 이를 받는 것이 우리 봄이의 소박한 꿈이라고 한다.
나에게 전화를 건 이유이기도 하다.
이 시기에만 깰 수 있는 특별한 퀘스트가 있다. 학교에 갇혀있는 자신을 대신해 해줄 수 없냐며 부탁해왔다.
"오빠 만나면 뽀뽀해줄 거야?"
<해드릴게요. 제발! 제발! 제발!>
"그래."
어떻게 안 해줘.
이렇게 귀엽게 부탁하는데.
어렸을 때는 뽀뽀뽀 주제곡처럼 해왔지만 요즘은 특별한 날에만 가끔씩 해준다.
'사실 해줘도 퀘스트 스페셜리스트는 못 딸 것 같지만.'
퀘스트 스페셜리스트는 상당히 좋은 아이템이다.
슬레이어 시리즈나 만렙 훈장, 혹은 매월 1일에 회수되는 기부왕 같은 특급 훈장을 제외하면 가장 옵션이 좋다.
『퀘스트 스페셜리스트의 훈장[일반 칭호]』
├ 제한 : 無
├ 조건 : 완료한 퀘스트 수 800개(이벤트 제외)
├ 훈장 옵션 : STR +3, DEX +3, INT +3, LUK +3, 회피치 +10, 점프력 +10└ 기타 :
그런 만큼 따기도 어렵다.
1렙부터 특수한 퀘스트들을 다 찾아서 깨고, 시즌별 퀘스트까지 1년동안 개고생을 해야 800개를 채울 수 있을까 말까 한다.
우리 봄이가 그렇게 용의주도할 리가 없다!
780개쯤에서 멈춰 가지고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봄이사냥개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슈피겔만의 갤러리ㅋㅋㅋㅋㅋㅋㅋㅋ 저거 하루종일 걸리는데
"……정말?"
그 어떤 고생이 기다린다 하더라도 말이다.
하루 반나절을 꼬박해야 깰 수 있는 단풍잎스토리 특유의 노가다 퀘스트였다.
'근데 이런 건 양반이야.'
네펜데스의 꿀처럼 나올 때까지 하염 없이 잡아야 하는 건 아니잖아.
정해진 시간만 소비하면 깰 수 있다는 건 단풍잎스토리에서 난이도下에 해당한다.
"봄이가 하라면 해야지. 제가 뭔 힘이 있겠어요. 오늘은 봄이 아이디로 하루종일 퀘스트를 깨겠습니다."
―핑크린 잡다가 퀘스트 죽돌이 신세라니
―봄이가 실세였누ㅋㅋ
―철크루<<봄이
―이 시간에 보라를 했다면……
여고생과 친분을 유지하는 것은 많은 대가가 따른다.
언젠가 이 모든 고생을 수확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랄 뿐이다.
─코코망이♪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저도 퀘스트 깨는데 같이 해요!
보다 쉬운 녀석도 있었다.
* * *
보라판의 비선실세라고 할 수 있는 업체.
그들이 내는 수익의 9할은 바로 여캠에서 비롯된다.
"오정환을 본격적으로 굴릴 생각이십니까?"
사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업체의 밥줄이자 아킬레스 건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이 기밀은 절대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된다.
"슬슬 그래야지."
"아직 시기상조 아닐까요?"
"새꺄! 내가 한다면 하는 거야!"
"네……."
심익태와 부하 직원 사이에 아주 약간의 실랑이가 생긴 이유다.
가볍게 의견을 묵살하며 생각한 바를 진행시킨다.
'다 선별해서 하는 거야.'
이 사업을 아는 이는 최소한으로 한정해야 한다. 철꾸라지의 크루 내에서도 손가락이 부족하지 않을 정도다.
오정환은 모른다.
지금까지는 간접적으로만 일을 도왔다.
철크루의 창단이나, 리아 쟁탈전, 퀘이의 제거 등.
"확실히 능력은 있죠."
"형이 그 새끼 꼬시는데 괜히 공을 들인 줄 알아?"
"근데 이쪽 세계를 아직 애송이인 오정환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그 대가로 많은 돈을 지불했다.
이쪽 세계에 흥미가 생길 수밖에 없도록 말이다.
조금 이르긴 하지만 심익태는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의사도 확인했고, 묶어 놓을 목줄도 있어. 그놈도 슬슬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지.'
부하 직원의 우려대로 가장 애를 먹는 부분이 BJ들의 입단속이다.
양심의 가책이라든지, 더 이상 못해먹겠다든지 약한 소리를 하는 놈들이 꼭 생긴다.
오정환이라고 그러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만에 하나 그럴 경우.
인생의 쓴맛을 보게 되리란 걸 잘 알려줄 경험자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