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화
탐방
여캠과의 합방.
나 같은 경우 케미도 고려하고, 스토리도 짜고, 후속편까지 준비하는 등 콘텐츠적인 측면을 강조하지만 보통은 그렇지 않다.
'여캠이라는 게 사실 일본에서 온 거거든요.'
교이쿠상이라는 일본인 맛 칼럼니스트라면 그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애석하게도 이번 만큼은 그의 상상이 일부 맞아 떨어진다.
한 마디로 야동이다.
성진국이 자랑하는 AV.
여캠과의 합방은 그런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아린♥지호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아린이 예쁩니다ㄱㄱㄱㄱㄱㄱ
"100개 팬가입 감사합니다. 근데 제가 이런 콘텐츠가 처음이라 천천히 해보려고요."
―아린방 물소 왔누
―처음이라ㅋㅋㅋㅋㅋㅋㅋ
―ㅈㄹ
―이게 그 경력 있는 신입인가 그거냐??
나처럼 디테일한 방송을 지향하지 않는다.
그냥 좀 까놓고 말하면 시청자 참여식 야동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물빨 방송이라고 하잖아.'
물고 빨고 하는 방송.
××님 824개 빨리싸개 감사합니다! 바로 팬방으로 넘어갈게요~ 신청하신 꼭빨부터 할까요?
선정적인 정도가 아니라 글자 그대로 떡을 친다.
차후에는 여러가지 규제가 생겨, 소리바다(여성의 성기에서 나는 소리)나 흑방(캠은 가리고 소리만) 위주로 굴러가지만 개인 방송 초기에는 지켰을 리가 없다.
야동을 방송했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제가 여캠은 오디션에서 뵌 분들 빼고는 잘 몰라요. 아니, 솔직히 리아 빼고는 기억도 안 나서 생방송인 분들 위주로 탐방을 한 번 가보겠습니다."
―???
―보라 어케 했누
―파프리카 4대 여신도 모르더라ㅉㅉ
―그게 컨셉이 아니었다니……
그것이 옛날에는 먹혔다.
방통위에서 패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터넷 방송의 규모가 커지며 슬슬 때릴 맛이 나게 된다.
'규모가 큰 파프리카TV에서는 불가능해졌고, 음지인 콜팝TV나 윙크TV 같은 곳에서는 아직도 성행하지.'
방통위한테 맞으면 베인 3타 맞는 수준으로 체력바가 뜯겨나간다.
2번 터지면 진짜 죽을 수도 있어서 사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안 해?
돈이 쏟아지는 콘텐츠인데?
자연스럽게 선정적인 행위를 억제한 합방이 이루어진다.
─여캠마스터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탐방 들어가면 팬가입부터 하는 게 예의에요!
"아 여캠마스터라 할 만하네~ 제가 좀 모르는 게 많아서 가르쳐주시면 감사하죠."
시청자들 이상으로 빠삭하게 알고 있다.
그럼에도 모르는 척하는 건, 현재 내 이미지가 그렇기도 하거니와 방송의 재미를 위해서다.
'원래 훈수만큼 재밌는 게 없어.'
롤방송에 채팅창에 괜히 챌린저가 수백 명씩 있는 게 아니다.
불편할 수 있는 부분까지 방송으로 살리는 것이 BJ가 가질 덕목이다.
진행되는 방송.
생방송 중인 여캠들을 쭉 살펴본다.
파프리카TV 남캠들이 날먹 하는 콘텐츠 중 하나다.
―와 씹
―아니 아린을 들어가라고 ㅡㅡ
―도복돌 왜 안 봄? 도복돌 왜 안 봄? 도복돌 왜 안 봄?
―가슴 큰 년 제발!
한 번씩 쭉 둘러보기만 해도 눈요기가 되니까.
남자 시청자들은 싫어할 수가 없는 콘텐츠다.
'시작은 대충 이런 느낌인데…….'
내 방송은 리얼 버라이어티를 지향한다.
실제 상황 + 애드리브가 가미된 방식이다.
하지만 그것이 우연의 재미만을 추구한다는 소리는 아니다.
대본 없는 예능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 자연스럽게 보인다면 그것도 일종의 리얼 버라이어티다.
개씹소리이긴 한데 내 방송이니까 내 마음대로 하고 있다.
─오정환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탐방 왔습니다. 구경 좀 하고 가도 될까요?
<오정환님 팬클럽 가입 감사합니다. 설마 내가 아는 그 오정환님이신가…….>
"어? 날 아시나 본데?"
―당연히 알지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보라에서 오정환 모르면 간첩 아님?
―지 유명세를 지만 모르네
―하꼬 여캠 폭격 가자!
적당히 괜찮아 보이는 방송에 들어간다.
아무리 나라도 최근 여캠들에 대해 전부 알 수는 없다.
'오히려 모르는 편에 가깝지.'
본래 내가 방송을 시작한 시기는 몇 년 후다.
2012년의 여캠은 모르는 얼굴이 많고, 그렇기에 더욱 신선한 느낌으로 와 닿는다.
<오정환님 정말 팬이에요 저~ 갑자기 시청자분들도 많이 와주셨는데 한 곡 달려도 될까요?>
아니, 그냥 언제 봐도 귀엽다.
여캠들의 재롱은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내가 실물에 깐깐한 편인 건 맞아.'
어쭙잖은 여캠은 눈에 차지도 않는다.
리아를 괜히 급 떨어지는 아이돌이라고 폄하한 게 아니지만.
"오~ 오~~!"
―눈 돌아가네ㅋㅋㅋㅋㅋㅋ
―))
―((
―))
캠으로 보는 건 전혀 다르다.
보정+화장의 눈속임인 걸 알아도,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에 엄근진을 하고 싶지는 않다.
'즐길 건 즐겨야지.'
BJ송빈이라는 분.
Turbotronic ― Hot body라는 댄스곡의 웨이브를 탄다.
채팅창 물소들도 엉덩이를 흔들어재끼며 그 흐름에 동참한다.
여캠방의 흔한 콘텐츠다.
보통은 별풍선을 받으면 리액션으로 한다.
이를 공짜로 감상하고, 성대한 환영까지 받고 있다.
―잘 봤습니다. 근데 뭐 해드릴 게 없네
―ㅋㅋㅋㅋㅋㅋㅋ
―이미 해줬지
―시청자 늘어난 거 안 보임??
그 이유.
바로 홍보가 되기 때문이다.
업계의 표현을 빌리자면 장사가 잘되기 위해서는 손님이 많아야 한다.
「보라) 오정환. 급 떨어지는 아이돌을 찾아서」
? 본방 : 1, 291 (PC: 610/ MOBILE: 681)
? 중계방 : 11, 892
? 누적 시청자 수 : 46, 974
여캠의 입장에서는 환영할 수밖에 없다.
현재 내 방송의 시청자가 1만 명을 훌쩍 넘는다.
그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눈도장 찍을 기회를 얻은 셈이다.
'그러니까 이게 사업이 되는 거지.'
이 기회를 돈을 받고 판매한다.
나는 지금 마음 가는 대로 가고 있지만 아주 약간만 머리를 굴리면 우연을 가장할 수 있다.
쥬아를 소개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의 방식을 쓸 것이다.
약속을 잡고 합방을 하는 것보다 시청자 입장에서 훨씬 자연스럽다.
─여캠고인물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저분 골반 라인에 꽃이랑 나비가 삽니다……
"설마 문신? 골반 라인에? 식물을 좋아하시는 분인가 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챙녀였누
―눈나 무서워
―퇴각하라!
하지만 그만큼 반작용도 크다.
대중은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엄청난 배신감과 분노를 느낀다.
'내 이미지가 철꾸라지나 김군급이면 모르는데.'
어차피 그 새끼는 간장 마시잖아.
어차피 그 새끼는 군대 안 가잖아.
쓰레기인 걸 알고 보는 방송이면 타격이 적다.
나는 이미지 관리를 하는 편이다. 내가 지향하는 방송과 다르기도 하다. 흑역사가 될 수 있는 리스크를 짊어지는 건 사양이다.
─여캠마스터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여캠 중에 업소녀 출신 많습니다. 조심하세요
"여캠마스터님이 잘 아시나 보네. 그럼 추천 좀 해주세요."
시청자들도 바보가 아니다.
문신을 한 여자에 대한 편견은 대한민국 남자의 절대 다수가 가지고 있고, 그런 기색이 보이는 여캠과 얽히는 건 비즈니스라는 게 너무 티가 난다.
'조급해할 필요 없지.'
빌드업은 차근차근 준비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여캠 탐방 초보BJ로서 이 시기의 여캠을 즐길 때다.
* * *
철크루의 방송 휴식기.
그 지배자라 할 수 있는 오정환이 새로운 콘텐츠를 시작했다.
보라판 시청자들의 이목이 쏠리며, 엄청난 흥행을 거두고 있다.
─ㄹㅇ 이세계에서 온 남캠이네
오정환은 별 생각 없이 들어가는데
여캠들은 잘 보이려고 안절부절 못함 ㄷㄷ
└아아, 이것은 『머기업』이라는 것이다
└대줄 기세던뎈ㅋㅋㅋㅋㅋㅋ
└지 영향력을 지만 모름
└시청자 잡으려면 빵댕이 흔들어야지!
그동안 그가 지향해오던 방송과 다르기 때문이다.
담백한 맛으로도 미슐랭을 받던 요리사가, 자극적인 맛에도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이다.
맛이 없을 수가 없다.
기존 시청자와, 보라판 시청자의 입맛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여캠 탐방이라는 보편적인 콘텐츠도 오정환이 하자 차별성을 가진다.
─관상학 ON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급 떨어지는 아이돌 입갤ㅋㅋㅋㅋㅋㅋㅋ
─이걸 스토리를 본다고??
.
.
.
스토리가 이어지는 측면도 있다.
한때 여캠의 실물에 대해 비판으로 도마 위에 올랐던 오정환이다.
─여캠마스터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언제는 급 떨어지는 아이돌 같다며ㅋㅋㅋ
"저는 솔직히 여캠을 실물로만 봤잖아요. 그래서 잘 몰랐는데 캠으로 보니까 확실히 살아있네."
―아ㅋㅋㅋㅋㅋㅋ
―환피셜) 여캠 캠빨 오진다
―복 받은 새끼
―여캠들 보정을 얼마나 넣은 겨……
그가 여캠에 주목한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가 이는 콘텐츠다.
그녀들의 뒤를 봐주는 업체들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지만 말이다.
"오정환이?"
"한 번씩 들리기만 해도 매출이 두 배로 뛴다고……."
오정환은 명실상부한 보라판 대세BJ다.
그와 사업을 할 수 있다면 억단위 돈이 굴러 들어온다.
설득 문제로 침만 흘리고 있었는데 마침 판이 깔린 것이다.
쪽지나 전화 등 가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러브콜을 넣는다.
이는 대부분의 업체가 오정환을 지지한다는 뜻이고, 원활한 탐방은 방송 흥행에 날개를 달아준다.
─여캠들 왜 오정환 탐방은 퇴짜 안 놓냐?
퀘이 잘 나갈 때나
철꾸라지, 김군도 거의 반 이상은 쫓겨나는데
열혈 민심 때문에라도
└이미지가 좋잖아
└누구처럼 뷰봇도 아니고ㅋㅋ
└오정환은 열혈들도 반기지ㅋ
└??? : 고자라니! 아니, 내가 고자라니! 이게 무슨 소리야!
이는 오정환이 가진 이미지 덕도 크다.
여캠 입장에서도 대기업과 잘못 엮이면 오히려 악수가 될 수 있는데, 팬덤이 깨끗한 그는 그럴 걱정이 없다.
하지만 그렇게 긍정적인 시각만 있는 건 아니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해명된 것은 아무것도 없지 않느냐?
─오정환은 진짜 게이 맞는 거 같은데
다른 남캠들이랑 리액션이 다름
'찐텐' 느낌이 전혀 안 남
└그럼 뭐 어떻게 증명함?
└꼬추 까도 안 믿어줄 듯ㅋㅋㅋㅋㅋㅋㅋ
└어휴 억까 새끼 ㅉㅉ
└아 그래서 철꾸보다 많이 버냐고~
워낙 선을 긋는다.
여성 게스트와 합방을 한 적이 없는 게 아니다.
오히려 꽤 잦은 편이고, 한 때는 드라마붐에 힘입어 주목받았다.
하지만 연애 감정으로 발전한 적이 없다.
생방송의 특성상 티가 안 나기도 힘든데, 너무 터무니 없을 정도로 단호하다.
리아와의 트러블 이후 팬덤 사이에서 기정사실화되었다.
─오정환 게이 or 로리콘인 건 확실함
이 새끼 봄이랑 합방할 때는 ㄹㅇ 찐텐임
└코건 맞짘ㅋㅋㅋㅋㅋㅋ
└봄버지잖아
└아니 로리콘은 선 넘었는데……
└철컹 철컹!
어떻게 보면 별 거 아닌 개인의 사생활이다.
스타들이 스캔들에 치를 떨듯 인기BJ라면 짊어져야 하는 숙명이다.
단기적으로는 재미난 해프닝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우습게 볼 문제가 아니다.
이미지가 굳어지면 골치 아프다.
이미지로 먹고 사는 직업인 만큼 진지하다.
오정환이 성소수자의 이미지를 벗을 수 있을지 보라판의 이목이 그에게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