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144화 (144/846)

144화

방송을 날이 갈수록 흥행한다.

처음에는 맞지 않는 옷을 입었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그것은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였다.

'일부러 못한 척한 거니까.'

축구로 따지면 송흥민이 힘을 숨김이고, 롤로 따지면 페이커가 힘을 숨김이다.

쌓이고 쌓인 경험을 고려하면 딱히 과장이랄 것도 없다.

<오빠야. 정환 오빠라 부르면 되는 기고?>

"사투리 귀엽네."

<머라캐 쌓노? 쓰울말이랑 별 다를 끼 없다.>

"아 그래?"

<쓰울말은 끝만 올리믄 된다믄서?>

―숨 넘어갈라 하네ㅋㅋㅋㅋㅋ

―서울말은 끝말만 올리면 되는거 모르니↗?

―마! 니 강알리 등킨드나쓰 무봤나?!

―마아아아아―!!

진행 능력은 당연하고, 여러가지 방송 포맷을 꿰고 있다.

어떻게 해야 시청자들이 좋아 죽는지 말이다.

'전화 데이트 같은 건 기본적인 거지.'

꼭 채팅으로만 대화할 필요는 없다.

시청자 대 BJ와 달리, BJ 사이에서는 심적인 장벽이 낮아 전화번호를 쉽게 알려준다.

─여캠마스터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도복돌 번호를 따버리네ㄷㄷ

"그게 그렇게 되나? 아무튼 100개 감사합니다."

―도복돌 철벽인데ㄷㄷ

―자연스럽자너~

―여캠 마스터도 놀라게 만듬ㅋㅋㅋㅋ

―그래봤자 고자 ^오^

물론 이유가 없다면 사심을 의심하게 되지만, 방송 콘텐츠를 빌미로 삼으면 쉬운 일이다.

한두 번 해본 일이 아니다 보니 어지간하면 성공한다.

'물론 가장 큰 건 이미지 덕이지만.'

여캠 입장에서 기회가 되듯, 남캠 입장에서도 방송적으로 이득이 된다.

여캠 탐방은 실패하기도 힘든 개꿀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남자들 모여서 하는 이야기?

절반은 여자고, 나머지 절반은 예쁜 여자다.

물론 스포츠나 게임도 있긴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호불호가 안 갈린다.

굳이 이해타산적인 계산 없이도 하려는 이들이 많다.

퀘이 같은 녀석만 해도 주콘텐츠가 여캠 탐방이었다.

그만큼 날로 먹기 최적화돼있다.

<오빠야.>

"아 진짜 귀엽다. 와 그라노?"

<나한테 관심 있나?>

"부산 기지배라 그런지 세네."

<와 쓰울 가스나들은 야캐뼈서 이런 말도 몬카나?>

―달달각을 먼저 잡네ㄷㄷ

―오정환 당황ㅋㅋㅋㅋㅋㅋㅋㅋ

―쓰울엔 이런 거 읍제!

―열혈 오열ㅋㅋㅋㅋㅋㅋ

그럼 서로 상부상조 하는 거 아니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여캠들은 방송 확장보다 안정을 꾀한다.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다가 잡은 토끼를 놓칠 수도 있잖아.'

기존 열혈들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다.

그리고 토끼가 맛이 가있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철꾸라지가 여캠과 엮였다고 쳐보자.

악성 시청자들이 몰려가서 ㅊㄲㅇ ㅊㄲㅇ 1초에 100번씩 도배할 텐데 정상적인 방송 진행이 불가능하다.

그렇게 방송 분위기가 싼마이 해지면 여캠 큰손들은 열에 아홉이 싫어한다.

여캠들도 아무나 환영하진 않는다는 소리다.

내 자랑을 하려는 건 아니지만 나는 이미지도 좋고, 시청자 수도 많고, 방송 진행도 잘 맞춰줘서 환영을 무조건 받게 돼있다.

<쓰울 머스마들 경상도 가스나 만나면 꽉 잡혀 사는 거 아잉교~.>

"함 만나볼래? 누가 잡혀 사는지?"

<자신 잉나? 오빠야 만나서 이러면 우짤까 싶꼬~,>

"아니 진짜 대체 뭐라 할라고?"

<그냥 그거 이래…… 우리집에서 라면 먹고 갈래?>

조금 격하다.

영화 봄날은 간다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채팅창 반응이 버퍼링이 걸릴 만큼 터지기 전에 도복돌의 방에서 빠져 나온다.

─물소가될래요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진짜 꽉 잡혀 사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 게 아니지. 그냥~! 열혈분들 극대노 하기 전에 나간 거잖아."

―라면 먹곸ㅋㅋㅋㅋㅋㅋ

―라면 먹고 뭐 하는 거죠?????

―어우 고자 새끼

―오늘 방송 씹레전듴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충 이런 느낌이다.

여캠 탐방은 남자BJ의 기반과 방송 진행 능력에 비례한다.

최근 내 방송이 범상치 않은 상승 곡선을 그려가고 있는 이유다.

『받은 편지함입니다. (읽지 않은 쪽지 9통)』

「안녕하세요, 여캠 아린의 매니저 강인호 인사 드립니다!」

「하얀미디어 이연복 팀장입니다…….」

「합방 제안 드리려고 합니다^^」

.

.

.

그리고 이는 업계 동향에 즉각적인 피드백을 가져온다.

내가 보라판에서 영향력을 확대해나가자 협업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줄을 선 것이다.

'노골적으로 의도를 밝히고 있진 않지만.'

업체들끼리 꼭 정보를 공유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알고 있는 자'인지 '모르는 자'인지 확신하기 전에는 단계를 밟아 접근한다.

심익태와 마찬가지다.

간접적인 방식으로 떠보고, 금전을 미끼로 유혹하고, 최종적으로 자신들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로 만든다.

"다음은 이분이 좋을 것 같은데 민아님?"

그들의 목적을 알고 있음에도 하고 있다.

접촉 초기에는 돈을 펑펑 뿌리고, 퀘스트의 내용도 간단해 수행하기가 쉽다.

"예쁘시긴 한데 코가 약간 내 취향이 아니네. 아무튼 건승하시길 빌겠습니다."

―이 여캠 코가 대단하다ㄷㄷ

―코커?

―퇴각하라!

―나중에 뒤통수 칠 거 같음

그냥 들려달라.

최근 내 방송은 보라판의 중심에 있고, 잠깐 들려서 방송을 진행하는 것만으로도 별풍 수익에 유의미한 영향을 준다.

그 대가치고는 상당히 많다.

최소 300에서 1천까지 부른 의뢰주들도 있다.

나와의 라인을 만들기 위해 출혈을 서슴지 않는 것이다.

'아무튼 개꿀이지.'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확인했다.

심익태는 다른 업체들과 나라는 이권을 공유하고 싶지 않다.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것으로 1차, 행주…… 아니 서은을 통해 2차로도 확인을 마쳤다.

다른 업체의 시선에서는 나는 '모르는 자'이다.

받아먹어도 뒤탈이 안 생긴다.

어느 정도의 용돈벌이는 묵인받을 수 있는 입장이다.

─리아의허벅지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아니 각 보이면 자꾸 런하네. 정착 좀 하지

"100개 감사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까지 만난 분들이 야심이 좀 있어 보여서 그래요."

―야심?

―아 ㅇㅈㅇㅈ

―오정환이랑 썸 타서 별풍 뜯으려고 하자너~

―여캠들 진짜 닳고 닳았음ㅋㅋㅋ

뒤쪽의 정치는 자신이 있다.

그런 줄타기를 한두 번 해본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민심이라는 것은 아무리 예상을 해도 어긋난다.

신경을 써야 돼.'

최근 커뮤니티에서 나에 대한 평가가 어떠한지.

상당히 좋은 쪽으로 우려가 가지는 않는다.

한 가지 사소한 문제를 빼놓는다면.

─충신지빡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오정환 이 새끼 똥꼬충일 줄 알았다ㅋㅋㅋ 눈치 보지 말고 남캠 탐방이나 해라^^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할 말은 한다 지카콜라!

―잊지 않겠습니다 열사 센세……

―강퇴 하면 ㅂㄷㅂㄷ 하는 거 ㅇㅈ?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터무니 없는 소문이 돌고 있다.

준연예인에 해당하는 인기BJ라면 익숙해져야 하는 악성 루머다.

'하~ 내가 뭐 바지를 깔 수도 없고.'

전설적인 트로트 가수 나훈아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보라판의 팬덤은 굉장히 악질이라 그처럼 엄포를 놓는다고 납득해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 뿐이다.

가수가 노래로 말한다면, BJ는 방송으로 이야기한다.

* * *

오정환의 방송 흥행.

당연히 기뻐해야 할 소식임에도 보고를 들은 심익태의 반응은 떨떠름하다.

"아니, 그년들은 광석이 형님 소속 여캠 아니야?!"

"네, 그리고 민아와 도복돌도……."

"그년들은 또 다른 업체 소속이고! 오정환 이 새끼는 일을 하랬더니 썸을 타고 앉았냐?"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

그 정도의 일은 아니지만, 너무 예상하지 못한 흐름이다.

생각과 달리 오정환이 적극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지 않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딱히 기한을 정해둔 건 아니다. 굳이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것도 맞다. 처음에는 편하게 기다리던 심익태는 점점 초조해진다.

오정환이 가진 가치.

다른 업체들도 군침을 흘리게 돼있다. 어쩌면 이미 물밑 협상을 시도하는 중일지도 모른다.

"야 정환아! 일 언제 시작할 거야? 형 기다리다 목 빠지겠다~!"

결국 참지 못하고 먼저 전화를 건다.

그 시점에서 이미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사실은 전혀 모른 채.

<방식은 저한테 맡겨주기로 하셨잖아요.>

"아니……, 일을 시작도 안 하고 있으니까 그렇지! 형이 모르는 줄 알아?"

<아 답답하네.>

"뭐, 뭐 이 자식아?!"

철꾸라지처럼 지능이 배제된 BJ라면 통제하는 것이 쉽다.

조금만 윽박지르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방송을 하게 만들 수 있다.

그 방송.

비상식적이어서 그렇지, 포맷 자체는 정말 별 거 없다.

하지만 오정환의 방송은 그런 주먹구구식과는 차원이 다르다.

<생각을 해보세요. 등에 용이 사는 여자랑 합방을 하면 시청자들이 어떻게 볼 것 같아요?>

"그 뭐……, 잘 가리면 되지."

<사람 분위기라는 게 가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거 형이 더 잘 알잖아요? 언젠가 100% 뽀록납니다.>

"……."

심익태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오정환의 영입에 필사적이었다.

그것이 자신의 입지를 감소시키리라곤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젠장, 이래서 배운 새끼는 싫은데.'

또박또박 정론을 제시하고, 하나하나 근거를 들어 반박하니 말문이 절로 닫힌다.

대화가 진행될수록 꿀 먹은 벙어리처럼 고개만 끄덕이고 있다.

<이게 다 방송 빌드업이에요.>

"그냥 시간만 끌리는 거 아니야?"

<방송이 애들 장난입니까? 예능에서 1박 2일 적당히 논다고 그게 포맷도 없이 진행되는지 알아요?>

"……."

닦달은 커녕 되려 한 소리 듣는다.

다시는 간섭도 하기 힘들게 된 것이다.

'아니, X발…….'

속으로 욕을 삼키지만, 정작 통화 중에는 찍소리도 못했다. 다시 전화를 걸어봤자 오갈 곳 없는 분노만 메아리친다. 분한 마음을 삼키며 결과가 올 날 만을 기다린다.

─여캠마스터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솔직히 업소 뛰었죠? 티 나네ㅋㅋㅋ

"아 모 오쪼라고! 꺼져 이 새끼야! 이거 뭐 강퇴 어떻게 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강퇴할 줄도 모르누

―이 눈나 놀리는 맛이 있네

―응 강퇴해봤자 무빙으로 다 피함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같은 시각.

예빈은 방송을 하고 있다.

정환의 권유대로 한 번 적응의 시간을 가져보려 했다.

'X랄하는 새끼들이 왜캐 많아!'

보정의 효과도 있어 외모는 제법 준수하다.

덕분에 시청자 몰이에는 어려움이 없었고, 정상적으로 했다면 방송이 잘 풀렸을지도 모른다.

─waterbuffalo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눈나 나 쥬지가 이상해……

"모래 3초면 찍 쌀 것 같은 새끼가!"

하지만 어그로 시청자를 참지 못했다.

괄괄한 성격의 예빈은 시비를 걸어오는 시청자들 하나하나와 작정하고 싸웠다.

「여캠) 쥬아. 신입여캠★ 3일차 착한 사람만 드루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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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태반은 쌍욕으로, 나머지 반은 강퇴로 쫓아내며 모든 시청자를 K.O 시키는 데 성공한다.

"올ㅋ"

아무것도 없이 황량해진 방송 앞에서 예빈은 휘파람을 불며 정환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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