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146화 (146/846)

146화

소문은 일파만파 퍼진다.

양지인 커뮤니티에서도 그럴지언데, 음지인 장본인들은 말할 것도 없다.

"이게 지금 난리가 났다고……."

"오정환은?"

"따로 연락은 없습니다."

"아니, 이게 무슨 개같은!"

화가 난다기보다는 얼척이 없다.

엄밀히 따지면 오정환의 실수는 아니다.

'이 빡대가리 같은 년이…….'

예빈이 정신줄을 놔버렸다.

아무리 방송이 처음이라도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지.

솔직해도 너무 솔직했다.

심익태는 알고 있다. 그 모든 발언이 사실이라는 걸 말이다. 다름 아닌 자신이 업소에서 데리고 왔으니 당연하다.

"제가 뭐랬습니까~ 그런 년들은 정신머리부터가 정상이 아니라니까요?"

"너 나한테 훈계하냐?"

"아니, 그게 아니고…… 걱정돼서 하는 말이죠;;"

부하 직원의 우려는 당연히 인지하고 있다.

물건을 살 때와 마찬가지로, 업소녀 출신은 장점과 단점이 명확하다.

'인생 종친 년들은 이래서 문제야.'

외모 자체는 잘 나갔던 시절의 편린이 있어 봐줄 만하지만 문제는 정신이다.

언제 사고를 쳐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불안정하다.

업소도 그걸 알고 있기에 싼값에 넘기는 것이다.

감안하여 1, 2년만 빠듯하게 굴리는데, 그전에 사고를 쳐서 골치 아프게 만들 때가 있다.

문제는 규모.

지금까지는 알바들을 활용해 덮어왔다.

이번 건은 갠방갤이 아예 터질 정도라 화제 진압도 보통 일이 아닌데.

<아 그거요?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은 천연덕스럽다.

문제 해결의 협조를 위해 전화를 걸자 별것도 아니라는 듯 대꾸한다.

'니 일이 아니니까 그렇지 이 새끼야!'

오정환이 꾸미고 있다는 계획.

된통 당한 심익태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매일매일 방송을 체크했다.

처음에는 뭐 별 게 있나?

변명만 그럴듯하게 잘하네.

의심 어렸던 시선은 곧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너는 걱정이 없겠지. 나는 걱정이 산더미라고!"

<아~.>

"아~는 X발!"

비즈니스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어찌나 철두철미하게 준비했는지.

전후 사정을 아는 익태로선 어이가 없었을 정도다.

'그건 좋아.'

오정환의 이미지.

철꾸라지처럼 막장이 되면 방송 영향력이 줄어든다.

사업 확장을 위해선 인기BJ의 입김이 필요하고, 이유가 있다면 기다리지 못할 것도 없다.

하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미 여러 업체들로부터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업소녀 출신 여캠은 한둘이 아닌데 이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 다 같이 죽자는 소리다.

<손바닥으로 태양을 가릴 순 없잖아요.>

"뭐? 유식한 말 쓰지 마 임마."

<아니, 이거 우리 할머니가 한 말인데. 어쨌든 덮견들 마냥 덮어버리기엔 사태가 너무 커요.>

자신에게 맡겨 달라. 알아서 잘 처리하겠다.

평소였다면 소리를 버럭 질렀을 심익태다.

'……이 새끼한텐 말빨로 못 이겨.'

순순히 납득하고 전화를 끊는다.

그런 초라한 이유로 뒷방 늙은이가 될 만큼 만만한 인간은 아니었다.

"오정환에게 맡기시게요?"

"뭐?"

"그게……, 아무래도 좀 걱정이 돼서."

"너는 걱정도 많다 X발! 가서 일이나 해!!"

애꿎은 부하 직원에게 소리를 질러 쫓아낸다.

오정환에게 사태의 처리를 일임한 것은 심익태도 계산이 있어 결정한 것이다.

'성공하면 성공하는 거고.'

실패하면 책임을 물을 생각이다.

머리 좋은 놈들이 날고 기어봤자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

건수 한 번 잡히면 그때부터 철꾸라지 잡듯이 기를 완전히 죽여 놓을 수 있다.

물론 피해가 없는 건 아니다.

사태를 묻기 위해서는 예빈도 묻혀야 한다.

파프리카TV는 물론, 콜팝TV 같은 음지에도 모습을 비추지 않는 편이 좋다.

"아조씨."

"아저씨가 아니고 오빠."

"장난이에요 히히. 이번 주 영업 수익 정리해뒀어요. 오빠 말대로 서둘러서."

"그래, 그래. 퇴근할 때까지 가서 쉬어 그럼."

"알겠습니다~."

서은의 보고가 도착한다. 지난 달부터 사무적인 일을 처리하고 있다.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인재로 자리 잡았다.

'쩝, 여캠으로 굴리면 수십 배는 더 벌 수 있는데.'

꼬드기는 것도 차차 진행 중이다.

그보다 중요한 건 서은이 작업한 서류.

심익태는 개인 컴퓨터를 통해 공유 폴더에서 PPTx파일을 클릭한다.

「2012년 4월 여캠 실적 보고서」

달래 3891개 6974개 2155개 10802개

재희 2900개 3722개 2500개 4107개

려아 1080개 1640개 2342개 122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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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익태가 관리하는 여캠들의 수익이 상세하게 기록돼있다.

보통은 달 단위로 보고를 받지만, 이번 달은 조금 서둘러 달라고 부탁했다.

드르륵―!

딱히 큰 문제는 없다.

전체 수익은 지난 달보다 크게 증가세를 보인다. 철크루의 영향력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고작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수고를 끼친 건 아니다. 마우스 스크롤을 내리자 가장 하단부에 있다.

최근 심익태가 관리하게 된 신인 여캠들.

'이 년이?'

알바들을 닦달해 시청자들을 유입시켜 준다.

본인만 잘하면 일 변제금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고, 계약된 수수료를 떼면 어디다 쓰든 본인 자유다.

하지만 이를 못 채우는 애들도 있다.

딱히 상관은 없다.

빚 변제를 못하면 이자는 점점 불어나고, 목줄을 잡히는 기간도 계속해서 연장된다.

심지어 씀씀이가 헤퍼서 당겨 쓰는 애들도 많다.

실제 이 같은 방법으로 업소도 운영되고, 심익태는 마찬가지의 방법을 여캠들에게도 써먹는다.

쥬아 892개 697개 585개 507개

문제는 아주 폐급인 년들이다. 적성 혹은 의지 문제로 수익을 내지 못한다.

업소들과 달리 들들 볶지 않으니까 아예 손을 놓는다. 업체 입장에서 금전적 손해가 생긴다.

원활한 수익 창출을 위해 바람잡이를 쓰고 있다. 하꼬 여캠의 경우 일 평균 500개 정도가 뿌려진다.

'하; 내 돈! 이런 년은 그냥 업소에 굴리는 게 낫지.'

별풍선 수수료와 인건비, 장비 대여금과 기타 생활비까지 고려하면 적자 장사다.

안 그래도 찍혀있던 년이 일까지 못하는 것이다.

더 이상 데리고 있을 이유가 없다. 본래 업소에 반품을 하는 것이 최선이다.

상당히 밑지긴 하겠지만, 오정환을 컨트롤할 수 있다면 감수할 만한 출혈이다.

"야! 예빈이 그년 맥주랑 안주 다 압수해!"

그런 이성적 사고만 할 만큼 참을성 좋은 위인은 아니었다.

* * *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

인터넷상에서는 1시간이면 차고 넘친다.

─정리) 논란의 업소녀 여캠 쥬아를. Araboza [267] +892─현재 가장 긴장 빨고 있을 여캠 3TOP [191] +512

─분석글) 오정환은 정말 똥꼬충일까? [313] +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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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방송 갤러리에서 난리가 나고 있는 만큼 더더욱이다.

이미 수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추천글에 올랐고, 그 홍보(?) 효과로 관심이 끌린 유저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유입되고 있다.

─여캠들 이쁜 이유가 업소녀라 그런 거였음??

왜 연예인 안 하고 파프리카TV에서 방송하나 했더니……

└말투씹ㅋㅋㅋ 유입이네

└다 그런 건 아닌데 업소녀도 너처럼 티 나는 애 있음글쓴이― ㅇㅎ

└쥬아 사건으로 터진 거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되던 문제다.

장본인들이 '님들 저 사실 업소녀였어요!' 고백을 할 리가 없으니 가시화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런데 그런 미친년이 등장했다!

세상에 누구 ㅈ되는 것만큼 재미있는 화두가 없다.

최근 가장 잘 나가는 인기BJ 오정환도 엮이자 이슈성은 배가 된다.

─[개추요청] 갠방갤 일동은 선언합니다

오정환과 쥬아의 합방을 적극 지지하겠습니다

더 이상 성정체성을 의심 받지 않도록 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주리라 믿습니다!

└누구 맘대로ㅋㅋ

└코건 ㅇㅈ이지

└아ㅋㅋ 공짜로 아다 뗼 기회 와버렸자너~

└역으로 따먹히게 생겼누……

화제가 너무 크다.

잠잠히 덮일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일부는 장난스럽게, 일부는 격하게 진실의 규명을 요구한다.

"아니 하……."

"어떻게 좀 해보라고 해봐!"

그 여파는 빙산의 일각이다.

갠방갤 여론은 그렇게 진지하지 않다.

단순한 해프닝 정도로 생각하고 있지만, 당사자들의 심정은 정말 죽을 맛이다.

각 업체들의 포주들.

그들 입장에서는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다. 기사가 올라오고,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 그렇게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더 이상 음지에서 부정 이익을 쪽쪽 빨아먹기 힘들어진다.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무서운 것이다.

오정환을 움직이기 위해 필사적이다.

─쥬아사생팬님, 별풍선 10000개 감사합니다!

이번에 쥬아와 합방 하나요?? 기대하고 있습니다!

"오, 아니, 와~~ 1만 개로 차원이 다른 팬가입 감사합니다! 나 좀 당황스러운데? 아무튼 정말 감사합니다 쥬아사생팬님."

―1만 개?

―대체 얼마나 쥬아를 좋아하길래……

―정환님 대답 좀 해주세요ㅠㅠ

―그래서 하냐고!

별풍선을 많이 쏴주는 큰손일수록 방송에 행사할 수 있는 입김이 강하다.

그러한 인터넷 방송의 원칙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이 업체다.

"이 새끼 벙어리야? 왜 대답을 안 해?"

"따질까요?"

"아니, 자극하지 말고 멍청아…… 일단 천 개 더 쏴봐."

살살 구슬리는 여론전이 통하지 않자, 아예 적극적으로 의견 피력에 나선다.

오정환이 쥬아와 합방만 한다면 나머지는 어떻게든 수습이 가능하다.

이 태풍만 지나가면 백만, 2백만 정도의 출혈은 복구가 우습다.

'저년이 독박만 쓰면 모든 것이 해결돼.'

여론전과 큰손.

시청자가 방송을 움직일 수 있는 두 가지 무기다.

안 그래도 말실수가 패시브인 년이라면 방송 사고를 유발하는 것은 여반장이다.

"합방이라……, 일단 저도 생각이 없는 건 아니라 쥬아씨께 한 번 의견을 물어보겠습니다."

그들의 의도대로 흘러간다.

* * *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지금은 아니고 6년 후에 생기는 한국판 키친 나이트메어(순한맛)다.

'회가 지날수록 빌런들의 힘이 강해지는 특징이 있지.'

홍탁집은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메인 빌런이다.

첫 등장 때만 해도 거의 끝판왕급 포스를 풍겼다.

30대 중반에 히키+아싸+백수라는 어마어마한 스펙과 백종원이 처음으로 욕을 하게 만든 개막장급 인성 때문이다.

방송의 파급력은 엄청났고, 스티브 유에 준하는 대한민국 대표 밉상으로 떠올랐다.

당시 커뮤니티의 반응은 인터넷이 또 사람 죽이는 거 아니냐? 그런 생각이 들 만큼 혀를 내둘렀다.

'근데 그 사람들은 몰랐던 거야.'

노오오~력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 있지만, 세상에는 노력할 기회마저 주어지지 않은 사람도 존재한다.

주변의 환경과 연속된 불운이 겹쳐 패배자의 삶을 강요 받은 것이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평범한 학창 생활을 겪고, 평범하게 살아왔다면 모를 수 있는 인생이다.

그것이 잘못이라는 건 아니다.

그렇게 살아온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을 비난할 자격이 없을 뿐이지.

기회가 주어진다면 사람은 달라질 수 있다.

나는 그 가능성을 홍탁집 아들에게서 느꼈고, 정말 다행스럽게도 실제로 이루어졌다.

쥬아와 대화를 나눴을 때 비슷한 직감이 머릿속을 스쳤다.

공지― 『쥬아씨와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최근 커뮤니티의 우려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우리가 모르는 부분이 많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녀가 못 다한 이야기를 들어보려 합니다

내일 저녁 8시에 뵐게요

신은 이따금 기회를 던져준다.

하지만 그 기회를 잡는 건 고스란히 인간의 몫이다.

신이 나에게 새로운 인생이라는 기회를 줬다면, 나도 누군가에게 나와 같은 희망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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