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147화 (147/846)

147화

오정환의 방송국 공지.

매번 굵직한 콘텐츠를 터트리는 그지만, 이번 사태는 특별히 더 반응이 격할 수밖에 없다.

─업소녀 해명이 가능하다고 봄?

그냥 본인 입으로 대놓고 말하기까지 했는데

└술 취했다고 하면?

└대한민국에서 알코올은 치트키지ㅋㅋㅋㅋ

└응 X랄

└그 여캠 문신도 있던데……

인터넷 방송에서 성공만큼 어려운 일이 유지하는 것이다.

방송의 인기를 위해 자극적인 콘텐츠를 일삼다 보면 방송 사고로 연결될 수 있다.

아니, 그냥 사고를 칠 수도 있다.

차곡차곡 쌓아올린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진다.

시청자의 관심으로 먹고 사는 BJ에게 이미지 추락은 치명적이다.

─오정환이 만약 덮으려고 하면 100% 비즈니스임

돈 받고 홍보나 이미지 세탁 해주는 거 ㅇㅇ

└철꾸라지나 김군처럼?

└ㅋㅋㅋㅋㅋㅋㅋㅋ

└오정환도 보라짬 쌓이긴 했지

└보라BJ들은 썩은 놈들밖에 없나?

철꾸라지나 김군 등.

기존 보라BJ와 달리 클린함을 지향하고 있던 오정환이기에 더욱 직격타로 와 닿는다.

설사 본인이 부정해도 마찬가지다.

시청자들도 바보가 아니다. 쉽게 믿어줄 리도 없고, 유야무야 넘어가도 심증이 남는다.

이미지 손상은 피할 수 없다는 소리다.

―켰냐?

―방장 나와!

―캠켜 캠켜 캠켜 캠켜 캠켜 캠켜 캠켜

―ㅊㄲㅇ

예고된 방송 시각 오후 6시.

단 1분도 지체하지 않고 시작된다.

캠이 켜지지 않은 듯 검은 화면이 비춰지고 있지만 그조차도 하나의 장치에 불과하다.

「이젠 못 참아~ 내 안에 갇혀 있는 건. 그래 날 깨워~ 거울에 비친 모습은 내가 아닌걸~!」

눈이 가려져 있기에 귀는 더더욱 예민해진다.

매혹적인 음성이 평소 이상으로 고막을 자극한다.

단순히 생각하면 BGM 선정을 잘한 정도이나 오정환의 방송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오정환식 보라 ON

─말로만 듣던 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사 해석하면 되는 거냐?

.

.

.

커뮤니티의 반응도 폭발한다.

보라판에서 하나의 대명사처럼 사용되고 있는 '오정환식 보라'는 디테일한 플롯으로 유명하다.

특히 BGM.

방송의 컨셉에 걸맞은 곡을 적절하게 뽑아낸다.

방송을 다 감상한 후 독특한 여운을 남기며 그의 팬덤을 만드는데 일조했다.

─오정환이라면 이미 설계 들어갔을지도 모른다ㅋㅋ

떡볶이녀 생각하면 진짜 모름

└알고 보니 문신도 스티커였던 거임ㄷㄷ

글쓴이― 올ㅋ

└응 환견 새끼들 설레발

└본 사람은 알짘ㅋㅋㅋㅋㅋㅋㅋㅋ

비슷한 형식으로 시작된 이번 방송.

기존 팬덤의 기대를 끌어내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내용이고, 제기된 쟁점을 일소시킬 수 있는가다.

세간의 뜨거운 관심 속에서 우려 반, 기대 반의 방송이 막을 올린다.

* * *

사람은 잘못을 할 수 있다.

문장으로 만들면 어색할 정도의 표현이지만, 구태여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대 사회에서 보면 엄청 흔해.'

누군가 한 명을 병신 만드는 일 말이다.

두어달 후에 돌이켜보면 정말 별일도 아니고, 살면서 한 번쯤 해보는 실수 같은데, 그때 당시에는 왜인지 열이 뻗쳐서 욕을 했다.

그런 일이 상당히 비일비재하다.

때문에 말을 내뱉기 전에 한 번쯤 곱씹어봐야 한다.

그 사람도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나라면 다른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아~ 가출을 하셨구나."

"돈 없어서 깝치고 다니다 ㅈ된 거지 깔깔!"

"웃으면서 해도 되는 이야기에요?"

"모 오때 지난 일인뎅."

―헐ㄷㄷㄷ

―일찐 눈나 쿨하시다

―호감인데?

―따먹은 조폭들 몸보신 오졌누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가정 사정이 피폐했다.

소위 말하는 흙수저였고, 편모 가정에, 딱히 화목하지도 않았다.

'그나마 친하던 할아버지까지 돌아가시면서 방황을 하게 됐다라.'

가출의 계기였다고 한다.

굉장히 딱하긴 하지만 동정까지는 안 간다.

타인의 인생을 왈가왈부하는 건 실례거니와 모든 사정을 아는 것도 아니다.

─눈나나쥬지가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와 진짜 힘들게 사셨네ㅠㅠ 그것도 모르고 욕했어요 양심 고백합니다……

―ㄹㅇ

―저러면 탈선할 만하지

―불쌍하다……

―할아버지 어떠캐ㅠㅠ

그래서 애초에 중립 기어를 박아야 한다.

몰랐다, 라는 변명은 너무 진부하고 멍청하다.

주위의 여론과 사회적 편견에 휘둘리는 인간의 표본이다.

'게다가 불우한 학창 시절을 보냈다 하더라도 그것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어.'

위로풍을 쏘는 시청자들.

분위기에 삼켜진 채팅창.

그런 감정적인 사고방식도 썩 훌륭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어쩔 수 없었다. 불우한 가정 사정에 더해 불운. 돈이 없어 애들 삥을 뜯던 일찐 쥬아는 진짜로 담당 일찐을 만나버렸다.

"그때 진짜 개털렸지 깔깔!"

"그 조폭이 무서워서 어쩔 수 없이 일을 하게 된 거예요?

"어쩔 수 없…… 그런 건 모르겠고~. 그냥 아무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

남 얘기하듯 과거사를 털어놓던 그녀가 처음으로 말을 멈춘다.

생각의 브레이크가 걸릴 때 아주 잠깐 진짜 얼굴이 보인다.

'하도 옛날 일이니까.'

그것이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영화 같은 일이 일어났어도 이상하지 않다.

업소녀를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적어도 같은 케이스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두 발로 가게까지 걸어가 면접 보고 출근하는 것과, 미성년자가 몰아 세워진 상황에서 결단을 내린 것은 명백히 다르다.

그 이후로도 인생이 수월하지 않았다는 것은 넌지시 짐작이 간다.

─쥬아사생팬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문신은 어쩌다 하게 된 건가요ㅎ

"1000개 정말 감사하긴 한데 그런 건 좀 대답이 힘들 수 있는데."

"깔깔! 갠찮아 갠찮아~."

"아 돼요?"

―오정환 이 새끼 우두루ㅋㅋㅋㅋㅋ

―지도 궁금했네

―등에 용 같은 거 있던데

―등에도 있음? ㅋㅋ

나이를 속이고 룸살롱에서 일을 했다.

외모가 받쳐주던 때고, 일에 적응까지 하자 금세 잘 나가는 에이스가 되었다.

'정신적으로 굉장히 불안정했겠지.'

이전까지의 인생과 너무 대조된다.

이세계에 날아간 고딩들이 괜히 나대는 게 아니듯, 갑작스런 상황 변화는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그냥 반항기로 했지. 실장 새끼가 하도 X랄하길래."

"아~."

"그러다 텐프로에서 쩜오로 팔려감 깔깔!"

자신의 인생에 대해 무감각해졌다.

정신적 지주라도 있었다면 사정이 나았겠지만, 가족 중에서도 지인 중에서도 존재하지 않았다.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숨이 꽉 막히는 인생이다.

그녀에 대한 여론이 조금은 바뀔 것이다.

물론 이런 불편한 이야기를 꺼낸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Sexyboy773님, 별풍선 486개 감사합니다!

─오우야오우야퍄퍄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미친듯이파이팅님, 별풍선 200개 감사합니다!

.

.

.

별풍선이 엄청나게 터진다.

감성팔이는 돈이 된다.

실제 여캠들이 잘 써먹는 수법 중 하나다.

'상처받은 적 있다고 하면 호구들이 줄 서서 바치거든.'

효과가 워낙 뛰어난 나머지 나중에는 지어내서라도 썰을 푼다.

고작 그 하나의 이유로 이렇게 격한 반응이 나오는 건 아니지만.

"텐프로면 그 상위 10% 여자들이 일을 하는 업소 맞죠?"

"깔깔! 애기네."

"네?"

"애기야. 텐프로가 어떤 곳이냐면……."

―오정환 아다 티내누ㅋㅋㅋ

―왜?

―ㄹㅇ 텐프로였음?

―쩜오만 해도 존나 예쁜 건데ㄷㄷ

그리고 가치.

애석하게도 사람은 평등하지 않다.

돈이나 학력 등을 기준으로 신분이 매겨지는 것이 현실이다.

'업소에서는 외모가 갑이라는 거고.'

텐프로는 가장 반반한 업소녀가 일하는 룸살롱이다.

흔히 상위 10%라고 알려져 있지만 이는 잘못된 어원이다.

막말로 한 학교에 수십 명은 있는 급인데.

특별히 예쁘다고 보기는 무리가 있다.

진짜 어원은 와리(수수료)를 10%만 떼이는 것이다.

─분홍상어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텐프로면 어지간한 연예인급인데?

"분홍상어님 천 개 감사합니다! 어지간한 연예인은…… 인정이죠."

"모 그렇다고 하더라고."

―어지간한 연예인ㅋㅋㅋㅋㅋㅋ

―ㅇㅈㅇㅈ

―리아급이었누

―와 저분 네임드 큰손인데

굳이 백분율로 정의를 하자면 상위 1~2%다.

빛이 바랬다고는 해도 수요는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등급 나누는 거에 환장하잖아.'

대학으로 사람을 평가하듯, 텐프로 출신은 뒷세계의 학력이다.

그 가치를 아는 사람들은 인정한다.

그만큼 의심의 여론도 생긴다.

이를 무마할 수 있을 만한 외모. 전성기 시절의 편린 정도는 간직하고 있다.

어차피 업소녀라는 게 뽀록났다면 스펙으로 밀자는 취지다.

"그래서 쩜오에 갔다가 졸업? 하시고 방송을 하게 되신 거죠?"

"졸업이래 깔깔!"

"아 꼬집지 마요."

"우리 애기 손님으로 왔으면 서비스 많이 해줬을 텐뎅."

그런 컨셉으로 기획을 했다.

진짜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고.

'이 X발련아!'

의도대로 위로풍이 엄청나게 터지고 있다. 채팅창의 여론도 방송 시작 전과는 사뭇 다르다.

잘 풀리고는 있지만 반대로 말하면 이 정도가 한계다. 논란 자체가 사라지진 않는다.

호불호가 반드시 갈릴 것이다. 아무리 사정이 있었다 해도 업소녀는 업소녀니까.

─분홍상어님, 별풍선 6000개 감사합니다!

쥬아방 회장 내가 먹어야지ㅋ

"와~ 갑자기 6천 개 감사합니다! 이건 내가 리액션을 하면 안될 거 같은데?"

"응? 내가 춤 한 번 춰볼까?"

"뭐 준비한 거 있어요?"

"준비? 준비래 깔깔! 우리 순진한 애기는 보구만 있어요~?"

―애기 취급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정환 임자 만났누

―텐프로가 ㅈ으로 보임?

―배꼽 라인 ㅁㅊㄷㅁㅊㅇ

하지만 큰손들은 확실하게 붙잡을 수 있다.

그들이 별풍선을 쏘는 목적.

진짜 호구도 있는 반면, 홈런 쳐보려는 애들도 부지기수다.

'업소녀라면 확실하게 대줄 것 같잖아.'

실제 업체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캠님! 별풍 몇 개 쏴야 섹스 가능?

대놓고 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중간다리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마진이 상당히 든다. 더욱이 수준 높은 여캠은 너무 비싸다.

그런데 실물이 보증된 여캠이 있다. 아직 신인이라 단가도 높지 않다.

눈치챈 큰손들이 줄을 서고 있다는 게 나한테는 보인다.

"와……, 아니 오오~."

"애기야 섰어?"

"아니, 설마요. 이런 노골적인 섹시 댄스는 제가 본 적이 없어서. 잘 추네요 누나."

이 정도 성과면 심익태도 닥칠 수밖에 없다.

쥬아 본인도 업소에서 일할 때보다는 사정이 나을 것이다.

방송은 상정한 바 이상의 목적을 거두며 흥행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았는데.

─일름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정환이 고자에요! 한결 같은 게이인데 존중 좀

"진짜?"

"아니, 아니…… 그걸 왜 믿어요!!"

"뭐 찔려? 왜캐 풀발해? 아, 못하는구나. 미안 깔깔!"

"마아아아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로 들켰누

―역시 텐프로 ㄷㄷ

―찔렸죠? 찔렸죠? 찔렸죠? 찔렸죠? 찔렸죠? 찔렸죠?

가장 중요한 부분의 해명이 아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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