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화
손에 땀을 쥐며 볼 수밖에 없다.
자칭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여캠 포주들은 말이다.
"아니, 하…… 이 새끼 자꾸 간 떨리게 만드네."
"어떻게 빨리 방종하게 만들까요?"
"지금 고민 중이니까 닥쳐!"
"……."
오정환과 쥬아의 합방을 성사시키기 위해 거금을 쏟아부었다.
본래 계획은 업소녀 인증을 톡톡히 시키고, 방송 사고를 유발해 파프리카TV에서 퇴출하는 것이었다.
'지 입으로 말하는 게 어딨냐고…….'
그 모든 계획이 꼬여버렸다.
도저히 상정하지 못한 흐름으로 흘러간다.
어디로 튈지 모르니 섣불리 움직일 수도 없다.
─업소녀 누님 너무 쿨한데?
전직 텐프로에 쩜오까지 거친 걸 직접 말하눜ㅋㅋㅋㅋ└부심 좀 있는 듯 글쓴이― 근데 텐프로가 대단한 건가?
└대단하지. 몇백씩 깨지는데 일반인은 가지도 못함
└응 그래봤자 챙녀~
결과적으로 다행이긴 했다.
채팅창과 커뮤니티의 반응이 생각보다 괜찮다.
아니, 이 정도로 유순할지라고는 상상치도 못했다.
"와~ 역시 텐프로라 그런가?"
"가봤냐?"
"제가 어떻게 가봅니까; 제 월급 다 털어도 부족할 텐데."
"그런 거야."
"네?"
업소에서 일하는 직원도 잘 모른다.
일반인들이 가지는 이미지는 기껏해야 조금 잘 나가는 창녀 정도다.
'오정환이 살렸어.'
시청자들이 그녀에게 친숙함을 느끼도록 말이다.
우연인지, 의도인지는 몰라도 눈앞의 결과는 부정할 수 없다.
꿀꺽!
유광석은 온몸에 소름이 돋음을 느낀다.
이것이 만약 숙제였다면?
도저히 회생할 수 없는 밑바닥 이미지의 여캠이 어지간한 메이저급 인지도와 수익성을 가지게 된 것이다.
자신들도 이따금 인기BJ들에게 맡긴다.
홍보 숙제를 한 번 돌린 것과 않은 것은 천지 차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극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경우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그러고 보니 리아도 쟤가 띄웠지?"
"예, 그러고 보니 요즘 여자 겜비 중에 동피누도 오정환이랑 엮였다고……."
"물건이네 물건. 쩝, 어떻게 우리 쪽으로 못 끌어들이나."
"오정환 철크루 소속입니다."
"몰라서 말했겠냐!!"
그 가치를 아는 이들일수록 부러워서 숨이 넘어가려고 한다.
그런 오정환을 선수 쳐서 확보한 심익태.
느끼고 있는 심정은 상반됐다.
'몰라……, 뭐야 그거 무서워.'
조금 다른 의미로 말이다. 어느 정도 커버를 칠 수는 있겠지. 오정환의 능력을 인정하는 만큼 상정은 했었다.
하지만 그래봤자 수익성이 떨어진다.
논란을 감수하고 데리고 있을 가치가 없다.
그랬던 상황이 180도 변하고 만 것이다.
─여캠큰손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위아래로 한 곡 가능? ㅎㅎ
<1000개 감사합니다!>
<모야? 별풍이란 거 원래 이렇게 쉽게 터져?>
수익성도, 장래성도 유망해졌다.
업체들은 파프리카TV '큰손 명단'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다.
'아니, 지지리도 말 안 듣던 큰손들이 정모라도 하는 거야?'
이른바 찾아가는 서비스다.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들 중 큰손이 있길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큰손 아이디들을 저장해두고 일일이 연락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다.
심익태가 알고 있는 큰손들 상당수가 예빈의 방송에 왔다. 몇몇은 이미 열혈팬에 입성해 별풍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렇게 자리를 잡으면 더 이상 함부로 대할 수 없다.
"야 뭐 하냐?"
"예빈 누님 방에서 빼라고 시키신 거요! 딱히 둘 데도 없어서 제가 가져가려고요. 그래도 되죠?"
"당장 다시 갖다 놔! 이씨, 방송 끝나고."
"……알겠습니다."
애꿎은 직원만 불호령을 맞는다.
* * *
방송은 순조로이 진행된다.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 어렵지, 한 번 탄력을 받으면 이후로는 적당히 저지르면 된다.
─뽀뽀충님, 별풍선 333개 감사합니다!
가능?
"333개 땡큐~ 모가?"
"보라판의 국룰 같은 거예요. 뽀뽀개라고 하거든요."
"아~ 리액션으로 해달라구?"
안주로 두부김치와 녹두전을 시키고 소주를 두어병 깠다.
혼자 한 병 반을 마시고 제정신이 아닌 쥬아가 기습 키스를 해온다.
'제정신이었어도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 같긴 한데.'
어차피 일어났을 참사다.
입술을 겹치자 김치의 매콤한 향과 그 뒤로 진한 알코올이 코를 찌른다.
예상하고 있었기에 딱히 깰 것은 없지만.
"아! 아! 아니, 혀를 넣으면 어떡해."
"오애? 우리 애기 혀 넣는 건 처음이야?"
"아니~ NG잖아요! 이러다 방송 정지 먹어요."
―찐텐으로 당황했네
―남자였으면 씹거눙일 텐데
―하필 여자라ㅋㅋ
―왜? 여자랑 하는 건 싫어? ㅎㅎ
안 그래도 맛이 가있는데 술까지 들어갔다.
내가 손님으로 보이는지 잔도 채우고, 테이블도 닦고 있다.
'직업병이지.'
자연스레 수위도 올라간다.
그만큼 관심이 쏠리니 나쁠 것은 없다.
그 과정에서 나의 누명도 벗겨질 것이다.
─안녕하세요. 파프리카TV 운영자입니다. 부적절한 언행(욕설/음담패설 등)사용으로 신고가 누적되었습니다. 언행 조심 및 채팅창 관리 바랍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내가 지레 놀라 버럭 소리를 지른 이유다.
불청객이 찾아왔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운영자님 걱정 안 하실 수 있도록 방송 규정 준수해서 순화하도록 하겠습니다."
"깔깔!"
인생을 반쯤 손에서 놓은 년이다. 일만 아니었으면 절대 엮이지 않았다.
혼자 자작을 하며 이 순간에도 소주잔을 비우고 있다.
'그래도 꽤 반반하니까.'
텐프로라는 건 얼굴만 이쁘다고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드물지만 연예인들도 일하는 최상위 업소라는 걸 생각하면 이상할 것도 없다.
몸매는 물론 키까지 본다.
그곳에서 일했다는 건 기본 스펙이 된다는 소리다.
마치 대학처럼 학력이 될 수 있다는 건 절대 과장되지 않았다.
─waterbuffalo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눈나 나 쥬지가 이상해……
"네 다음 3초찍!"
―방금 폴리스 떴는데ㅋㅋㅋ
―오정환 오열
―ㄹㅇ 3초면 뽑아줄 듯
―문신만 아니었어도……
사실은 지성과 눈치도 있어야 되는데 잃어버린 건지 뭔지 모르겠다.
그런 추측할 수 없는 과거는 둘째 치고.
"누나는 그럼 남자를 꽤 잘 아실 거 아니에요?"
"쫌 알겠냐?"
"아까 들으셨겠지만 제가 최근 논란이 있어요. 그 논란을 객관적인 시점에서 판단을 해주실래요?"
본론을 진행한다. 텐프로 출신이라면 공신력이 있다. 소위 말하는 스섹 잘하는 여자들 중에서도 탑이니까.
"흥~"
진지한 물음이다.
조금은 술이 깼는지 고개를 갸웃 댄다.
실눈으로 꽤 한참 동안 나를 살핀 후 입을 열어온다.
"너."
"네! 말씀하세요."
"그 나이에 발기부전이냐?"
"마아아아아―!!"
―아ㅋㅋㅋㅋㅋㅋㅋㅋ
―들켰쥬?
―이건 빼도 박도 못한다 ㅇㅈ?
―이 새끼 철꾸라지보다 괴성 잘 지르누
내가 빼는 것도 박는 것도 얼마나 잘하는데.
눈깔이 삔 건지, 사시인 건지, 시력 교정이 필요한 건지는 몰라도 어처구니 없는 궤변을 늘여 놓는다.
'……말을 맞췄어야 했나.'
나름 경력자 우대를 해준 건데 역할 수행을 못하고 있다.
너무 믿어준 건가.
서둘러 세컨드 플랜을 급조하려던 찰나.
"난 눈을 보면 알거등~"
"혹시 조상 중에 궁예나 허경영 있어요?"
다시 한 번 살펴온다.
방금 전과 같은 관찰이지만 조금 다르다.
큼지막하게 뜬 눈동자로 부담스러우리 만큼 눈만 마주친다.
'눈싸움 하냐?'
확실히 분위기는 있다. 젊었을 적 모습이 상상은 간다. 입만 다물고 있으면 제법 미인 축에 속한다.
그러나 문신. 푸석푸석한 피부.
실물로 보면 세월의 흔적을 속일 수 없지만, 그녀가 보려는 건 가죽의 표면이 아니었다.
"보통은 날 따먹고 싶어하는데."
"아니!!"
"진심으로. 눈을 보면 알거든."
"……."
―오
―오정환은 성욕이 없다?
―역시 짬ㄷㄷ
―피고 오정환은 역시 게이로……
그녀에 대해 꽤 알았다고 자부했다.
방송 전에도 이야기 했거니와, 나로서 여자 보는 눈은 자신이 있다.
하지만 니체가 말했다.
그 심연 어쩌고.
쥬아도 나에게서 무언가 본 듯 사뭇 진지해진 표정으로.
촤압―
입을 맞춰온다. 삼키듯이 공격적이다.
다행히 혀는 안 넣어 수위는 지켰지만 그런 게 문제가 아니다.
허벅지에 올려온 손이 혈류의 속도를 자극시킨다.
운영자도 숨죽이고 지켜봤을 법한 상당히 야한 키스가 간신히 끝이 난다.
─waterbuffalo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눈나 나 쥬지가 진짜 이상해……
"하아……, 500개 감사합니다. 감사한데 자꾸 그런 말하시면 안돼요!"
"저게 정상인데."
"네?"
"무조건 세울 생각으로 한 키스거덩."
―ㄹㅇ 서는 게 정상이지
―ㅓㅜㅑ 퍄퍄!
―오늘 방송 레전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무조건 다시보기 삭제된닼ㅋㅋㅋㅋㅋㅋ
채팅창이 난리가 난다. 키스 정도는 드문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야동이 보편화된 이 시대에 큰 자극을 주긴 힘들다.
'무슨 배우들도 아니고.'
그럼에도 충분히 가능하다.
잘하는 야스오는 느낌이 전혀 다르듯이 말이다.
짬에서 나오는 기량이 딥키스 이상의 임팩트를 선사했다.
"뭐 애매하긴 하지만……."
"아니, 진짜 바지 까야 믿어줘요?"
"은근히 쑥맥은 아니다. 그게 내 결론."
"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딱히 오해를 푼 데서 오는 기쁨이라기보다는, 여전히 캠의 사각에서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는 그녀의 손 때문이다.
무언가 풀지 못한 매듭이 있다. 영 찜찜하다는 게 표정에서 느껴진다.
터지는 별풍선이 사고의 흐름을 끊기 전까지.
─오정환환환님, 별풍선 2000개 감사합니다!
믿고 있었다고 젠장!
"믿어준 거냐고 쥐엔장!"
―아ㅋㅋㅋㅋ
―심증은 있는데……
―짜고 친 거 아님?
―이걸 사네
누명을 벗는다.
방송의 분위기도 점점 고조된다.
벌써 4병째 깐 소주 탓에 술기운으로 방안이 후덥지근 하지만, 원래 클라이맥스가 가장 불타오르는 법이다.
"야."
"네?"
"이게 몬지 알아?"
"뭔데요? 사슴?"
"뒤치기."
"……."
술이 잔뜩 취한 야한 누님의 성교육.
아니, 순화하여 보건 체육이 시작된다.
손가락 표현이 워낙 능숙해 실전처럼 박진감이 넘친다.
'이런 지나친 섹스 어필이 보통 좋지는 않은데.'
자극성과 어그로가 9할을 차지하는 보라 방송이라도 선은 있다.
특히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가진 환상.
키스를 하더라도 뽀뽀 같은 느낌으로 가볍게 닿는다.
하지만 이미 깠다. 과거를 숨길 수 없다면 스펙으로 밀어붙인다. 해당 분야의 권위자 다운 수준 높은 강의가 시청자들이 침 삼키는 시간마저 허락하지 않는다.
"슬슬 방종각을 잡을까요?
"벌써?"
"누나 눈 풀렸어요."
"나 하나도 안 취했엉~."
"전형적인 주정뱅이 발언이거든요?"
"깔깔!"
제법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안타깝게도 모든 시작에는 끝이 있고, 애들은 슬슬 잘 시간이 왔다.
"보통 제가 여성 게스트와 합방을 하면 바래다주는 것까지 방송을 하는데……."
만에 하나의 소리가 나올 가능성을 일축하기 위함이다.
보통은 그러하지만, 여전히 의심을 멈추지 않는 인간들에게 빅엿을 선사하려고 한다.
─여캠큰손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아니, 열린 결말이라고?
"제가 정말 고자라면 안심을 해도 되겠죠. 안심하지 못한 분이 있다면 다음에 켰을 때는 꼭 믿어 주세요."
―미친놈아!
―아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응 쇼메이커
―형도 쥬지가 이상해?
짧은 단편 드라마가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