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화
아시안느? 매크로?
예빈과의 합방.
반짝 이슈로 끝날 수도 있었지만, 본인의 노력이 더해지며 잘 먹고 잘 살게 되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실명으로 갈아 끼워주고 싶은데.'
자의로 방송을 시작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타의에 의해 적당한 예명이 붙었고, 첫 합방에 확 뜨게 되자 바꾸지도 못하고 쓰고 있다.
네이밍 센스가 정말 최악이다. 지은 새끼 대가리를 빠개주고 싶다.
아이러니하게도 쥬지가 아프다는 라임이 생기며 인지도 상승에 크게 기여했다.
―누나
「왜?」
「너도 쥬지가 아파? ㅋㅋ」
―제가 말했던 관리 꾸준히 받고 있어요?
「ㅇㅇㅋ」
물론 요행과 노력만으로 될 리가 없다.
내가 지정해준 업소, 아니 일반 마사지 업소에서 관리를 받고 있다.
강남 사모님들이 받는다는 그곳이 맞다.
'정말 비싸긴 한데.'
그만큼 효과가 탁월하다.
안 받아본 사람은 마술처럼 느껴진다. 피부는 바른 돈에 비례해 정직하게 좋아지는 미용이다.
그리고 필라테스나 요가를 한다면 이전의 외모를 되찾을 수 있다. 꾸준하게 하는 것이 어렵기는 하지만, 재미 들린 듯 잘하고 있으니 괜찮을 것이다.
―돈 부족하면 말해요
「ㄴㄴ」
「나 돈 있어」
「부족한 건 쥬지지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함 뜨자 개새끼야!」
「이번엔 ㅈ 발라줄 테니」
―ㅈ을요? ㅋ
업소 생활에 진절머리가 났다나.
그녀 본인으로서도 좋은 일이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인지도가 상승한 건 나도 마찬가지라는 부분이다.
『받은 편지함입니다. (읽지 않은 쪽지 12통)』
「안녕하세요 오정환님! 긴히 상담하고 싶은 부분이 있어 연락 드립니다!」
「하얀미디어 이연복 팀장입니다…….」
「여캠 아린 매니저입니다. 모쪼록 통화 좀 부탁드립니다 ㅠㅠ」
.
.
.
뒷세계에서 말이다.
여러 업체에서 의뢰가 쏟아지고 있다.
돈을 벌고 싶었던 나로서는 환영해 마지 않는 상황이다.
'어디 한두 푼 나가야지.'
쥬아의 경우 저금이 있다고 한다.
본인이 알아서 한다고 하니 맡겨두었지만, 서은의 경우 그런 게 있을 나이도 아니다.
여성이 외모를 가꾸는 건 자금에 따라 선택지가 달라진다.
피부=돈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그 이전에 벌어둬서 나쁠 것은 없다.
─메이플큰손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돌아왔구나 환태식!
"100개 감사합니다. 제가 겜비인데 당연히 하는 거죠."
―겜비?
―아 보라BJ인 줄 알았자너ㅋㅋㅋㅋ
―단풍잎 ㄹㅇ 오랜만이네
―여캠이나 따먹지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심익태도 닦달하고 있다.
그 사이사이에 최대한 욱여넣어서 홍보 숙제를 처리하고 있고, 그로 벌어들인 수익이 슬슬 배가 터질 지경이다.
'가끔 숨도 돌려야지.'
고기만 처묵처묵하면 질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무리 내가 좋은 스토리, 콘텐츠를 준비해도 시청자 입장에서는 닭고기나 소고기나 돼지고기나 다 같은 고기로 느껴진다.
─오정환보라좀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고자 탈출하고 정신 좀 차리나 싶었는데ㅉㅉ
"아니, 애초에 내가 여자를 별로 안 좋아한다고."
―그럼 그렇지ㅋㅋㅋㅋㅋ
―다 쇼였던 거임~
―네 다음 똥꼬충
―아린이랑 합방할 때까지 숨 참는다
물론 삼시세끼 고기만 처먹는 인간도 있다.
친가의 누나가 아침으로 삼겹살 처먹는 거 보고 식겁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게 목구멍에 넘어가는 신인류도 있다니까?'
개인 방송도 같은 맥락이다.
저 방송 대체 왜 봄?
보편적 시점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BJ들도 독특한 취향을 가진 팬덤이 먹여 살린다.
반대로 말하면 팬덤의 발언권이 세다.
다른 콘텐츠를 하려고 하면 반대에 부딪힌다.
여러 콘텐츠를 하게 되면 실망한 팬들이 떨어져 나갈 수 있다.
─메이플현질맨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이분이 단풍잎의 레전설 킹정환 맞나요ㄷㄷ
"현질맨님 1000개로 통 큰 팬가입 정말 감사합니다! 단풍잎이 현질빨이 꽤 큰 게임인 만큼 기대 좀 해도 되겠죠?"
―단풍잎도 큰손이 있네
―이 새끼ㅋㅋㅋㅋㅋㅋㅋㅋ
―오정환의 근본력 ㅇㅈ이지
―아들~ 가끔은 게임도 좀 해!
하지만 그 빈 자리를 다른 팬들이 메꾼다.
일류BJ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장통이라고 생각하면 돼.'
세간의 평가를 항상 예의 주시하고 있다.
그것이 평판에 끌려다닌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방송을 하는 BJ는, 배를 모는 선장처럼 줏대가 있어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콘텐츠가 아닌, 나를 보게 만든다.
같은 단풍잎스토리 콘텐츠를 하고 있지만, 이전보다 시청자가 훨씬 불어나게 된 이유다.
「보라) 오정환. 단풍잎 본좌의 Latte is horse」
? 본방 : 1, 287 (PC: 531/ MOBILE: 756)
? 중계방 : 11, 110
? 누적 시청자 수 : 46, 974
물론 콘텐츠의 영향도 크다.
단풍잎스토리는 현 시점에서도 엄청나게 오래된 게임이다.
학창 시절에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말이다.
─메이플현질맨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나 때는 파툴라푸스도 10명씩 몰려가서 때려잡았는데ㅋㅋㅋ
"그랬죠~ 그때는 4차 전직도 없고, 유저들 피통도 낮아서."
각자가 아는 단풍잎의 모습이 다르다.
한 마디로 추억팔이를 해보고자 한다.
그날을 알고 있는 나이기에 가능한 콘텐츠다.
'그때는 파툴도 진짜 어려운 보스였어.'
공략의 필수 요소가 크게 세 가지였다.
1. 전사의 넉백
2. 용기사의 피뻥
3. 콩알 폭탄의 이해도
"파티원 한 명이 콩알 폭탄 잘못 건드리면 떼몰살이었어요 리얼루다가 진짜."
―거의 샌즈 수준으로 어렵네요
―와 샌즈!
―샌즈처럼 지치나요??
―지금은 그냥 1분컷 보스인뎈ㅋㅋㅋㅋㅋㅋㅋㅋ
파툴라푸스의 소환수다.
기껏해야 데미지 4천 정도.
하지만 그 당시에는 용기사의 피뻥을 받아도 될까 말까 한 높은 체력이었다.
'막말로 레벨이 세 자리만 돼도 랭커 소리 듣던 때라.'
4차 전직이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부활도 없었다.
한 번의 죽음은 치명적이었고, 그래서 두근두근 긴장하며 공략해야 하는 보스였다.
물론 그 고비만 넘기면 수월해진다. 샌즈가 지치듯이 파툴라푸스도 한계가 있다.
맵에 콩알 폭탄이 많아지면 더 이상 소환하지 못한다.
2층에 콩알 폭탄이 쌓이는 순간 샌드백 신세로 전락한다.
왕파리 같은 본체가 약간 난해하긴 해도 어지간하면 클리어한다.
─메이플고인물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단풍잎 근본 1위는 아시안느다 ㅇㅈ?
"아 인정인정. 이건 인정해야죠. 근본력에서 나도 한 수 접어야 되는데."
1세대 랭킹 1위 유저다.
2세대가 타락파워기사고, 그 이전까지는 아시안느가 원탑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번개의신vv나 쇠주애주가 등 경쟁자가 있기는 했지만.'
약간의 엎치락뒤치락 이후 압도적으로 1위를 점거했다.
하지만 끝을 알 수 없는 경쟁과 현실의 취업이 부담으로 다가오며 캐릭터 삭제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다.
─Zl죤법사S2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그 시절에 인방 있었으면ㅋㅋㅋㅋㅋㅋㅋ
"BJ 하셨겠죠. 저도 그분이랑 사냥터 연구를 했다 보니 추억이네요."
―???
―아 BJ 무적권 했짘ㅋㅋㅋㅋㅋ
―아시안느도 아네
―역시 단풍잎 근본 킹정환 ㄷㄷ
아시안느가 어째서 그렇게 빨렸을까?
차후에 나오는 롤에서 우지의 베인, 룰러의 향로, 샤이의 잭스처럼 시그니처 픽이 꼽히듯 당시 궁수 하면 아시안느로 이견이 안 갈렸다.
단풍잎스토리의 전국민적인 인기를 생각하면 엄청난 인지도를 자랑했다.
개쓰레기 취급받던 궁수로 랭킹 1위까지 거머쥐자 과장 없이 신적인 존재로 떠받들여졌다.
'아무래도 그게 현실적으로 힘들잖아. 직업이 쓰레기라서 남들보다 사냥 속도가 느린데.'
단풍잎스토리는 게임 구조가 굉장히 정직하다.
무슨 게임 소설에 나오는 게임들 마냥.
――――――――――――――――――――――――――――――――――――――――――――――――――――――+* 던전, 단풍잎스토리의 최초 발견자가 되셨습니다.
혜택 :
+ 명성 6974 증가.
+ 일주일간 경험치, 아이템 드랍률 2배.
+ 첫 번째 사냥에서 해당 몬스터에게 나올 수 있는 가장 좋은 아이템이 떨어집니다.
+――――――――――――――――――――――――――――――――――――――――――――――――――――――
히든 보상으로 광렙이 가능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선발주자라고 특별한 이점이 없다.
소설은 어디까지나 소설이고, 현실에서 랭커가 되는 길은 사냥뿐이다.
그 사냥 속도가 느리다. 남들보다 머리를 굴려야만 했다.
이에 관심이 많은 랭커들끼리 정보를 공유했다.
─쥬지가이상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서버가 다른데도 친해질 수 있나요?
"친한 건 아니었고, 사냥터 연구를 하다 보니……."
―연구?
―단풍잎도 연구할 게 있누
―뽀록 났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해명 가능? 해명 가능? 해명 가능? 해명 가능? 해명 가능?
당시에는 게임사가 유저의 사냥을 전제로 맵을 만들지 않았다.
Fun하고, Cool하고, Sexy하게 판타지적인 게임을 지향했다고 한다.
'그래서 연구가 필요했는데 한두 명이 할 수 있는 분량이 아니었지.'
각 서버 랭커의 수는 고작해야 한 줌이다.
주류 서버랑 비주류 서버의 격차도 현저했다.
다른 서버와 정보를 공유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어떤 맵이 좋은지, 어떻게 층을 나눌지, 무슨 직업으로 파티를 구성할지 등.
단풍잎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자료들은 고레벨 유저들의 피땀 어린 연구의 결과물이다.
"나 때는 각 서버 랭커들끼리 정보 교류를 하고 그랬다고 이 X발 새끼들아!"
―갑분욕ㅋㅋㅋㅋㅋㅋ
―진정해
―단풍잎판 스카이캐슬이네
―시대의 개척자들이니까 일반 유저는 모를 만도 하지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닌데 쑥스러워진다.
그저 남들보다 조금 게임을 좋아했던 유저들의 이야기다.
'롤이나 배그 등에도 비슷한 개념이 있는 걸 보면 게이머들은 다 비슷한 것 같아.'
한때의 추억이다.
방송 콘텐츠로 이용해 먹을 뿐이다. 당시 유저들은 다 사회 생활을 하고 있을 테니 내가 꿀을 빨아도 괜찮을 것이다.
워낙 유명한 네임드이기도 하다.
수박 겉핥기식으로만 알고 있던 시청자들에게는 흥미롭게 다가온다.
하지만 추억이란 아름답고 아련한 것만은 아니다.
─메이플잼린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아시안느 매크로였다는 소문 있던데…… 아님 말고!
―ㄹㅇ?
―그래서 증거는 ㅇㄷ
―아님 말고충ㅋㅋㅋㅋㅋㅋ
―무책임한 말을 저리 쉽게 내뱉네. 아시안느님이 얼마나 대단한 분인데 ㅉㅉ
추억은 추억으로 남을 때 가장 아름답다.
어렸을 때 좋아했던 짝꿍을 졸업 앨범에서 찾아보니 그리 예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나한테 X랄병을 아끼지 않던 아싸비도 그렇잖아.'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네임드들.
그 실상을 알면 실망할 수가 있다.
아시안느도 썩 깨끗하기만 했던 사람은 아니라는 소리다.
"약간 논란이 될 수도 있긴 한데 시작을 했으니 끝을 봐야겠죠. 아시안느 님은……, 매크로 유저가 맞습니다."
―???????????
―내 우상이었는데……
―오정환 미쳤네
―증거 있음? 증거 있음? 증거 있음? 증거 있음? 증거 있음?
케케묵은 이야기를 하나 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