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화
어떤 상황을 심도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하나 같이 알아야 하는 것이 있다.
'예를 들어 야스오를 선픽 박아도 되는 시절이 있었던 것처럼.'
딱 한 번 있었다.
2016년 프리시즌 직후, 전쟁광의 환희 특성이 치명타 챔피언에게 사기적이었다.
야필패가 야필승이 돼버리는 기현상이 일어나며 랭크 게임에 평화가 찾아오게 되었다.
야스오 장인― 어? 야스오 살았네
아군1― 와 야스오 장인!
아군2― 탑바텀 사리죠 미드가 캐리할 듯
차후의 시선으로는 어이가 없을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트롤이 아니라 캐리 선언이었다.
마찬가지로 시대상을 알아야만 진정한 의미의 이해가 가능하다.
─아시안느 매크로 썼는데……
2003년 후반 ~ 2004년 후반에 아시안느랑 같은 서버였습니다.
아시안느 매크로 썼어요.
정확하게 말하자면 매크로 유저와 파티를 맺고 경험치 쩔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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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시발점이 되는 글이다.
아시안느가 게임을 접은 지 워낙 오래되어 확인할 방도가 없다 보니 조용히 불타오르고 있다.
물론 고작 이 하나의 루머 때문에 점화된 화제는 아니다.
─카이니랭커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카이니섭에서 유명함! 사실 매크로 돌리다가 영구정지 먹은 거라고ㅋㅋㅋㅋㅋ
"그런 소문도 있긴 하죠."
아싸비의 경우는 나와 같은 스카니아 서버다.
그녀가 얼마나 싸갈쓰가 바갈쓰인지 경험으로 알고 있지만.
'다른 서버인 아시안느는 알 수가 없지.'
당연히 이야기 정도는 들은 적이 있다.
정보 교류가 주지만, 소문 같은 것도 왕왕 전해진다.
그런 걸로 판단을 내릴 만큼 가벼운 사안이 아니라서 문제다.
─메이플7년차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종오법사는 진짜로 매크로 돌리다 정지 먹지 않음?
"그 새끼는 저도 잘 알죠. 개병신 새끼였어요."
―개병신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종오법사
―스카니아 랭킹 1위였지
―아시안느한테 똥 묻히지 마 ㅡㅡ
나이 똥구멍으로 처먹은 새끼로 기억한다.
지가 레벨도 높고, 팬도 생기니까 존나 싸가지 없이 갑질하고 다녀서 말이 많았다.
'그런 새끼가 매크로까지 돌리니까 작정하고 조졌는데.'
실제로 겪었던 일이다 보니 기억이 생생하다.
남들도 돌리는데 뭐 어쩌라고? 어떻게 될지는 운영자가 판단하겠지^^여러 길드가 작정하고 지속적으로 신고했다.
그 외에도 lkc1031, vc법사vc 등.
각 서버 1위급 랭커 중에 매크로 걸린 사람이 꽤 있다.
1세대 랭킹 1등인 아시안느에게 킹리적 갓심이 생기는 것도 자연스럽다.
"근데 한 가지 알아야 되는 게 님들이 말하는 분들은 2세대 랭커예요."
매크로는 정말 나쁜 것이다!
그런 개념이 처음부터 있었던 게 아니다.
불과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별 논란조차 안 됐다.
─메이플현질맨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정환이는 3세대 랭커임?
"맞습니다. 개나 소나 200이다 보니 3세대 랭커는 스공과 인지도를 기준으로 판단하죠."
소위 말하는 세대 차이를 느껴야 한다.
그 세대가 어땠는지도 모르면서 다음 세대가 함부로 평가하는 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Latte is horse가 꼭 틀린 소리만은 아니라는 거지.'
매크로, 엄밀히 말하면 자동사냥.
만들어진 의도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손 아프게 노가다 하지 말고, 편하게 레벨만 올리자!
문제는 다른 유저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이를 악용해 작업장이 생기면서 게임 머니의 인플레이션까지 일으켰다.
"옛날에는 담배나 술이 약이라고 어린 애들한테도 권장했던 거 알아요? 나쁘다는 걸 모르고 썼던 시기가 있었다는 거예요."
―ㄹㅇ?
―아 그때 태어났어야 했는데
―미친놈들ㅋㅋㅋㅋㅋㅋ
―아시안느는 모르고 썼다는 건가요??
그거까지는 알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실제로 그러한 예가 엄청 많았다는 것이다.
'당시 랭커들 사이에서 매크로 안 돌리면 바보라는 소리가 있었을 정도니까.'
우리팀 야스오가 어차피 똥을 싸는 것처럼, 각 서버 랭커들의 사정도 다 비슷했다.
정보 교류의 목적이 사냥터 연구도 있지만, 사실 가장 큰 건 특정 이슈에 대한 규범적 합의였다.
"카쿰의 투구 거래 합법화처럼 매크로 이야기도 스멀스멀 올라왔어요."
우리 어떻게 해야 되냐!
나빠 보이긴 하는데 랭커들이 다들 사용한다.
그 랭커들의 입김을 막는 것은 미국의 총기 규제만큼 어려운 일이다.
랭커들 입장에서도 애환이 있다.
잠깐 자고 일어나면 랭킹이 밀려있어 잠을 1시간이라도 더 자기 위해 매크로의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메이플큰손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재밌네ㅋㅋ 그래도 결국 선이 승리했네?
"그건 아니에요. 매크로 대신 부주를 두자고 결론이 났거든요."
―상상도 못한 정체ㅋㅋㅋㅋㅋㅋㅋ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마리 앙투아네트였누
―그게 ㄹㅇ이라고?
그게 ㄹㅇ이다.
나쁜 거 아니냐? → 나쁜 거 같은데 → 나쁜 거다! → 나쁜 거 맞음 땅땅!
점점 여론이 무르익자 랭커들도 가만히 방관할 수 없게 됐다.
'그렇다고 매크로가 나쁘다고 결론 짓기에는 자기들도 사냥하기 힘들잖아.'
물론 시간 문제긴 했겠지만, 부주라는 해결책이 촉매제 역할을 한 건 사실이다.
서버 랭킹 100위 이상은 90% 이상 부주가 생길 정도로 유행을 탔다.
심지어 나도 있었다.
매크로는 이제 나쁜 건데 사냥을 멈출 수는 없잖아?
이 변화가 파벌 싸움이라는 새로운 분쟁을 야기시킨 건 조금 뒷이야기다.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는 과도기에 아시안느님은 매크로를 썼던 거죠. 이때 걸렸다는 건 사실 그전에도 엄청 썼다는 거예요. 심지어 랭킹 1위라서 안 쓸 수도 없었을 거예요."
―하긴
―그때 경쟁 박터지긴 했음ㅋㅋㅋㅋ
―지발돈좀이랑 번개의신vv가 ㄹㅇ
―랭킹 유지하려면 써야지……
돈슨의 제제도 없었던 때이니 걱정할 건 유저들의 비난 뿐이다.
매크로라는 화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자 적절하게 그만두었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실상이다.
시대상을 보면 구체적인 추측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100% 맞다는 확신을 내릴 수는 없지만.
─오정환보고시작함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타락파워기사도 신전에서 매크로 썼다는 말 있어요!
"그것도 같은 맥락일 거예요. 오히려 더 쉽죠. 심지어 해명까지 했다고 하니까."
―조카가 했다고 하던데
―못하면 그럴 수도 있지
―ㅋㅋㅋㅋㅋ못한다고 벽에다가 스킬을 난사함?
―타락빠들 ㅂㄷㅂㄷ잼^^
당시에는 호신부적이 없었다.
죽으면 경험치 10%가 에누리도 없이 떨어졌다.
'그래서 에누리가 되는 도적이 인기가 많았지.'
농담이 아니다. LUK 스탯이 높으면 경험치가 덜 깎인다.
저레벨 유저들은 똥 밟았고, 고레벨 유저들은 짜증이 나는 정도지만, 랭커들은 그날 하루 잠을 못 잔다.
10%를 올리려면 24시간을 꼬박 새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족한 정도가 아니라 3일 밤낮 걸린다고 보면 된다.
조카한테 재미로라도 맡길 수 있었을까?
"3일을 뒤처진다고 보면 돼요. 랭킹이 밀리죠. 애가 타죠. 심지어 차후에 랭킹 1위를 달성하게 되는 분인데 아무리 조카를 아껴도 경험치 10%는 못 참지."
―코건 못 참지ㅋㅋㅋㅋㅋㅋㅋㅋ
―타락파워기사도 매크로였누
―아시안느가 아버지로 모셨다고 하던데……
―내 추억이 ㅠㅠ
내가 괜히 확언을 한 게 아니다.
물론 그 당시에는 매크로의 선악이 구분되지 않았지만 썼다는 사실 자체는 99.9% 확실하다.
시대상을 이야기한 건 그분들이 나쁜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걸 확실히 하기 위함이다.
3세대 이후 유저라면 매크로에 대해 무조건적인 악감정을 가지고 있으니까.
'사실 그전까지는 랭커들이 권장하기도 하고 그랬어.'
유명 게임 사이트에 다운로드 링크가 대놓고 있는 등.
님들 우리 다 같이 편하게 사냥해요! 그런 느낌이었던 적도 분명 있었다.
소수의 랭커들이 물밑에서 합의한 결과가 스노우볼이 점점 굴러간 것이다.
─프리스트80렙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요즘은 동꼽도 욕먹지 않음?
"그렇죠. 사실 그때 랭커들은 성직자 홀심 매크로까지는 용인하자, 였는데 유저들에게 퍼지면서 매크로는 그냥 나쁘다로 인식이 박혔어요."
실제로 안 좋은 건 맞지만, 당시 랭커들의 사냥 효율과 스파르타식 노가다 때문에 불가피했던 측면도 있다.
하루종일 사냥하는 겜창인생 친구를 찾는 게 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말 잘 듣는 매크로가 효자였던 거고.'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선악을 구분하자는 게 아니라 The Real Fact.
시대가 하도 지나다 보니 기억하는 사람들이 없길래 떠들어봤다.
"사냥이 힘들어봤자 얼마나 힘드냐?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이때 랭커들은 1시간에 경험치를 소수점 단위로 먹었어요."
―????
―그럼 1업 하는데 며칠씩 걸림?
―뉴비들 어리둥절행ㅋㅋㅋㅋ
―단풍잎이 노가다겜인 이유가 있었지 ㄹㅇ
특히 199레벨.
1시간에 0.05~0.07%씩 먹으면서 레벨업을 했다.
2배 이벤트도 어쩌다 한 번씩 하던 때고, 달리 경험치 부스트 같은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씨맥 만난 도란 마냥 테라 버닝할 수 없었다니까?'
경험치통을 채우는 게 굉장히 어려웠다.
편한 길이 있다면 그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그런 시대적 특성까지 감안을 해줬으면 좋겠지만.
─메창인생3년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지금 인소야 터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런 논란을 먹고 자라는 게 BJ라는 생물일 것이다.
'추억은 추억으로 남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라.'
* * *
"이 새끼는 왜 게임을 쳐하고 있는 거야?"
"이러면 소는 누가 키울 건데 소는!"
오정환의 방송은 그냥 흥행하고 있다.
간만의 게임 콘텐츠도 대박을 터트리며 고공 행진을 이어나간다.
'저럴 시간에 합방을 했으면…….'
돈을 쓸어담을 것이다. 업체들 입장에서 답답할 만도 하다.
오정환의 맛을 한번 보자 다른 BJ에게 숙제를 못 맡기겠다.
효율이 다르기 때문이다. 홍보가 된 여캠은 수익이 2~3배 껑충 뛴다. 하지만 비용을 고려하면 엄~청나게 남는 장사까지는 아니다.
"오정환이 하도 대세다 보니 큰손들이 챙겨보는 경향도 있고……."
"큰손분들이 여캠을 보게 해야지. 왜 단풍잎을 하고 있냐고~!"
오정환은 단위가 다르다.
천만 원 들여서 2천만 원 버는 것보단, 3~4천만 원 들여서 1억 버는 편이 훨씬 기분 좋다.
돈 놓고 돈 먹기.
그것이 보라판의 진면목이기도 하다.
이미지 세탁까지 시켜버리니 모든 업체들이 침을 뚝뚝 흘리며 노리고 있다.
"그래도 게임 콘텐츠 한 차례 하면 다시 또 보라 할 것 같은데요?"
"누가 그래?"
"제가 애청자라 좀 알거든요."
"야 이 간나 새끼야!"
"이즈한테 일단 궁 쏠까요?"
그런 그가 보라 휴식기를 가지고 있다.
다시 활동을 하길 바라는 건 업체뿐만이 아니다.
시청자들의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는 사실은 눈치를 못 채기도 힘들다.
'오정환의 진행 능력이면 첫 합방은 무조건 뜨겠지.'
'기회 아니야? 우리 아린이를 한 번…….'
'따따블을 부르더라도 무조건 성사시켜야 돼!'
모든 업체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다.
오정환과 계약을 따내고, 어떻게든 연을 만들기 위해 필사적이다.
시청자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물밑에서는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