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152화 (152/846)

152화

봄이의 고민

단풍잎스토리 커뮤니티.

한 차례 파란이 쓸고 지나간다.

단풍잎 유저라면 모를 수가 없는 네임드들에게 융단 폭격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아시안느도 타락파워기사도 매크로였다니

내 어린 시절 우상 둘이……

└제발 거짓말이라고 말해줘!

└충격의 도가니탕

└아닙네다 아닙네다 그럴 리가 없습네다ㅠㅠ

└아니, 아시안느는 그렇타 쳐도 타락파워기사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히 전설급 유저들이다.

둘의 인지도를 합하면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과반을 넘볼 수 있을 지경으로 말이다.

그렇기에 난리가 날 수밖에 없다.

현역에서 물러났을지라도 영향력은 건재하다.

실제로 돈슨의 여러 이벤트에 직·간접적으로 출현한 이력이 있다.

"오정환의 방송 콘텐츠 때문에 커뮤니티가 좀 많이 시끄러워졌습니다. 저희도 입장 정리는 해야 될 것 같은데요."

"하, 한동안 잠잠하더니……."

개발부 부장 장연수는 오랜만에 뒷골이 당김을 느낀다.

근 몇 달간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사내 생활을 했었기 때문이다.

그 주된 원인이었다.

오정환과 얽혀서 잘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렇게 방심할 즈음 뒤통수를 때린다는 사실을 학습했다.

"긍정적, 부정적 입장 둘 다 준비하고."

"둘 다요?"

"여론 보고 더 이상 안된다 싶을 때 둘 중 하나 내놔."

"아 그런 방법이~!"

쫓기듯이 허겁지겁 해서는 죽도 밥도 안된다.

어떤 사건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철저하게 대비해둔다.

'또, 또 저걸로 뭔 X랄병이 날지 몰라.'

중국 바이러스처럼 과잉 대응하는 게 방심하는 것보다 100배 낫다.

일 좀 덜하려다가, 아예 못할 수가 있다는 사실을 상기한다.

─매크로가 게임 레전듴ㅋㅋㅋㅋㅋㅋㅋㅋㅋ [1]

─돈슨이 매크로 답변하는 이유가 있었누 +3

─개ㅈ슨 또 너야??

─아시안느 원래 소문 안 좋긴 했음 [3] +1

.

.

.

얼마 지나지 않아 우려는 현실이 된다.

오정환의 방송을 실시간으로 본 유저들은 실망 정도로 끝났지만, 소문이나 글로 확인한 유저들은 전후 사정을 모른다.

이종격투기 ― 「단풍잎 레전설 타락파워기사가 매크로였다?!」

樂 SOCCER ― 「현재 단풍잎 커뮤니티 난리 난. EU」

도탁스(DOTAX) ― 「오정환이 밝힌 아시안느와 타락파워기사의 실체를. Araboza」

.

.

.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에 악마의 편집 버전으로 올라온다.

시대상이라는 귀찮은 배경 설명 없이, 매크로를 썼다는 흥미로운 정보만을 받아들인다.

─추게에 올라온 타락파워기사 매크로글 봤는데

그것도 결국 뇌피셜 아님?

오정환이 유명하기도 하고

킹리적 갓심이 들 만한 건 ㅇㅈ하지만 확증이 없어

└더 이상 뭘 바람?

글쓴이― 본인 자백이나 증거 영상 정도?

└조카가 벽에 스킬 난사했다는 변명을 설마 믿나?

└파워 스트라이크로 벽 후려쳐서 모니터 부수고 싶었을 수도 있지~ ㅋㅋ뤀ㅋㅋ

그러다 보니 안 생길 논란도 생긴다.

화제의 자극성이라는 캡사이신에 미쳐 날뛰는 유저들은 99.9%가 아닌 100%의 진실을 원한다.

매크로가 맞다면 해명해라!

화살은 결국 돈슨에게 향한다.

장연수의 준비는 결과적으로 유비무환이 되었다.

"비판적 입장으로 발표했습니다. 빠른 표명과 철저한 준비 덕에 유저들의 반응도 좋습니다."

"휴……. 구체적인 내용은?"

"타락파워기사의 퀘스트 NPC로서의 기능을 삭제해서 다른 만렙 유저와의 차별성을 없애는 것으로……."

사과라는 건 내용과 시기 두 가지가 어울려져야 한다.

돈슨의 대응은 빨랐으며, 유저들의 입맛에도 어긋나지 않았다.

대체적으로 호평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리글) 돈슨 입장 발표 정리. txt

1. 사태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해 유감스럽다

2. 당사자에게 연락해 진위 여부를 파악하겠다

3. 2번과 상관 없이 타락파워기사 NPC의 차별성을 없애겠다

└3번이 핵심

└돈슨이 일을 잘하다니

└유감? 무슨 왜놈들 변명하는 거 같누ㅋㅋㅋㅋㅋㅋㅋ└이 정도 했으면 됐지 윗새끼 사회에 불만 많네

굉장히 애매할 수 있는 문제에 무게추를 잘 잡았다.

설사 본인이 부정하고 진흙탕 싸움으로 가더라도, 돈슨은 발을 뺄 수 있는 입장이다.

"우리가 보는 불이익은 없겠지?"

"아시안느와 타락파워기사의 전성기는 벌써 수년도 더 된 과거고, 가장 최근에 추진된 관련 이벤트도 1년 전이기 때문에 없다고 사료됩니다."

"그리고?"

"오정환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가 되었으니 오히려 그와의 협업이 쉬워질 수 있지 않을까요?"

"오정환이라……."

그 둘이 단풍잎스토리의 근본인 건 맞다.

냉정하게 봤을 때 어차피 게임도 접었고, 빨아먹을 단물도 없을 뿐이지.

그에 반해 오정환은 그들의 전성기 이상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래서 더 싫긴 한데 민하 씨가 애청자라고 하니까.'

최근 그녀와 잘 되어가는 와중이다. 찬물을 끼얹을 만한 짓을 하고 싶지 않다.

이해타산적으로 따져도 오정환에 의한 기대 수익은 막대하다.

그렇게 급한 불은 꺼졌다. 네임드 유저의 매크로 논란을 종결시켰다.

하지만 사태의 해결은 또 다른 분쟁의 불씨가 된다.

─오정환이 대체 뭐길래 이 난리임?

얘가 아시안느랑 타락파워기사를 묻을 만큼 대단한 놈인가 └ㅇㅇ요즘 대세└안 그래도 네임드인데 BJ까지 하면서 더 유명해짐

└시청자가 하도 많다 보니 준연예인임ㅋㅋㅋㅋㅋㅋ

└Wls

불만이 없을 수는 없다.

타락파워기사와 아시안느.

그들을 그리워하는 팬들은 여전히 많다.

99.9%지 100%는 아니지 않느냐?

니가 뭔데 나의 우상에 스크래치를 내느냐!

오정환에 대한 비난 여론도 적지 않게 있다.

─오정환 면상에 새비지 블로우 마렵네 ㅡㅡ

그 새끼 아싸비도 묻지 않음?

지 말고 다른 단풍잎 네임드들 다 묻으려고 계획 세웠나 └ㄹㅇ

└뭐 지만 깨끗한 선인임ㅋㅋㅋ

└오정환 실망이다

└타락파워기사는 선 넘었어 진짜

매크로가 맞고, 아니고 이전에 추억이 더럽혀지는 것이 싫다.

실망한 일부 팬들이 격한 반응을 보인다. 오정환의 방송이 타격을 입는다.

그 이상으로 유입이 찾아온다. 이번 이슈로 오정환에게 흥미가 생겼다.

그들은 용기 있는 고발에 찬사를 보내며 사건의 진상을 궁금해한다.

오정환의 방송은 끊임없이 성장한다.

* * *

BJ는 어그로를 먹고 산다.

그래서 논란에 휩싸일 때도 많다.

처음에는 일일이 반박도 하고 성을 내지만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진다.

'오해받을 짓을 했다고 생각하면 편해.'

흔한 헬조선의 내부고발자. jpg다.

설사 옳은 말만 골라서 해도 욕을 먹게 돼있다.

하물며 99.9%고, BJ라는 어그로가 잘 끌리는 직업에 종사한다.

그냥 숙명이라는 걸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새로이 유입되는 팬들도 있고, 장기적으로 보면 오해가 풀린 팬들이 재유입되기도 한다.

중요한 건 길을 잃지 않는 것이다.

사고 치는 것에 무감각해져서 철꾸라지 같은 괴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나는 나만의 길을 확신을 가지고 나아가고 있다.

─메이플현질맨님, 별풍선 333개 감사합니다!

(* ̄з ̄)

"입? 볼?"

"당연히 입이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부럽ㄷ

―오정환 꼬추 새끼가 따먹히네 ㅉㅉ

―육식녀 아린이 설렌다……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고생길이다.

주어진 숙제를 수행하기 위해 정신 노동을 하고 있다.

'별로 안 땡기는데.'

여캠답게 나름 반반하다.

가슴이 파이고, 어깨가 드러나는 야시시한 의상도 눈에 띈다.

반대로 말하면 딱 그뿐이다. 내가 아무 여자한테나 호감을 느끼는 게 아니다.

전체적인 조화가 Feel이 와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이분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비즈니스.

돈을 받은 만큼은 일해준다.

캠의 각도를 의식해 적당히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아우디오너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오정환 이 새끼 고자라며ㅠㅠ

"1000개 너무 감사합니다."

"와 아우디 오빠~ 1000개 고마워요!"

"근데 제가 고자라는 유언비어는 슬슬 사라질 때가 된 것 같아요."

원하는 퀄리티는 아니어도 그냥저냥 그림은 만들어진다. 방송 짬밥을 꾸역꾸역 먹다 보면 나오는 애드리브인데.

"시청자 오빠들 제가 한 번 확인해볼게요! 아린이 설마 잡아먹히진 않겠죠? 꺄르륵!"

―????

―아린아 그건 아니지……

―뭐지? 개꿀잼 몰카인가?

―이것도 뭐 설계야?

그렇지도 않은 년이 X랄병이 났다. 자기 마음대로 갑자기 방송을 종료시킨다.

시청자들, 특히 열혈들 입장에서는 대형 사고다.

"정환 오빠. 어떡하죠? 저 막 가슴이 두근두근대요~."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말 같잖은 소리를 하고 있다.

다시 켜 썅년아.

마음 같아서는 그렇게 말하고 싶지만.

'미친년들이 많아.'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보라판은 기본적으로 정상인 사람이 없다. 뜨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는 여캠들도 많다.

스캔들을 만들기 위함일 것이다. 나와 합방을 한 여캠들이 대박 났다더라?

내 방송을 보고 따라했을 것이 뻔할 뻔자다.

"저기…… 오빠?"

"수고하셨습니다."

장단을 맞춰줄 이유가 없다.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마친다.

돈을 받은 입장이긴 하지만, 일방적으로 방송을 껐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쯤에서 끝내주면 나는 땡큐지.'

말리려고도 하고, 소리도 지르고, 종국에는 펑펑 울어재낀다.

예상했던 대로 능지가 처참한 반응이기 때문에 적당히 무시하고 나가서 택시를 잡는다.

"학상~ 뭐 좋은 일 있나?"

"좋은 일이요? 뭐 있기는 있죠."

돈을 듬뿍 벌었다.

페이가 아주 많이 올라갔고, 한 번의 합방으로도 수천만 원이 떨어진다.

'그런 요행이 길게 가진 않겠지만.'

업체들간의 경쟁이 심화된 결과다.

나야 뭐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되니 개꿀이다.

그래도 앙심을 사서는 안 되니 애프터 케어 정도는 해야 할 듯싶다.

"방송 꺼져서 놀라셨죠? 아린이가 장난기가 많네요. 오해 없도록 집에 도착할 때까지 방송 켜두고 있겠습니다."

―오

―열혈들 개빡쳤던데ㅋㅋㅋㅋㅋㅋㅋㅋ

―이대로 방송 끝임?

―역시 고자였누

이런다고 후폭풍이 사라지진 않겠지만 지가 싸지른 똥이다. 의뢰한 업체들도 나에게 책임을 떠넘기긴 힘들 것이다.

끼익―!

익숙한 자취방에 도착한다. 방송을 종료하자 한적해진다. 하루의 일과를 보람차게 마쳤다.

'기분이 좋다라.'

택시 기사 아저씨가 눈치가 좋은 건지 모르겠다.

결론부터 말하면 상당히 들떠있는 게 사실이다.

샤워를 하고 나오자.

딩동―♪

초인종 소리가 울린다.

약속했던 손님이 도착한다.

현관문이 열리며 반가운 지저귐이 고막을 찌른다.

"봄이에요 봄이! 봄이가 왔다구요!"

"봄이가 왔어?"

"봄이가 온 거예요. 봄이가 올 수 있게 된 거예요!"

지옥 같았던 두 달.

어엿한 고등학생이 된 봄이가 중간고사라는 난적을 물리치고 찾아왔다.

덩실덩실 춤을 춘다. 흥이 많은 아이다.

손을 부여잡고 강강수월래를 돌며 격하게 환영해준다.

"봄이 손! 이쪽 손!"

"했어요!"

"잘했어."

"저 맛있는 거 주세요. 맛있는 거!"

못 보던 사이에 재주도 많이 늘었다.

왼손도, 오른손도 가지런히 내 손바닥 위에 놓는다.

사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겠지만 봄이가 하니까 기특하다.

"우리집 미니는 이거 하면 맛있는 거 주는데."

"너는 강아지가 아니잖아."

"그치만, 그치만! 저 요즘 맛있는 걸 하나도 못 먹고 있어요……."

굉장히 고민이 있어 보이는 얼굴이다.

세상 억울한 표정으로 자신의 빈 손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그 원인.

"우리 엄마가요. 엄마가요……."

"어머님이 왜?"

"제 건강을 신경 쓰기 시작했어요!"

"……."

나름대로 심각한 이야기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