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156화 (156/846)

156화

급식이 맛없을 뿐인데

주말이 지나 평일이 온다.

방송은 여느 때와 변함없이 진행된다.

<꾸웨에에엑!!>

성난 알파카처럼 생긴 망아지가 울부짖는다.

후회의 도로 5번길에 있는 랄라노흐라는 필드 보스다.

"저게 공반 패턴 오는 신호거든요? 이때 공격하면 ㅈ됩니다. 특히 저처럼 스공 높은 유저는."

―난 약해서 때려도 사는데

―와 불편하겠다!

―아ㅋㅋ 랭커라 죽는 거자너

―근데 왜 눈물이……

빅뱅 패치 이후 몇 초컷 신세가 돼버린 말만 보스인 녀석이지만 아주 가끔 식은땀을 흘리게 만든다.

기괴한 울음소리와 함께 공격 반사를 시전하기 때문이다.

핑크린이 쓰는 바로 그 패턴이다.

핑크린을 레이드하기 위한 퀘스트 템을 주는 몹이기도 하다.

단풍잎을 할 때는 하루 일과처럼 잡기 때문에 딱히 유별난 일은 아닌데.

─봄이의발닦개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고놈 참 우리 봄이처럼 울어재끼네 ㅠㅠ

"100개 감사합니다! 우리 봄이 사랑해주세요."

―ㄹㅇ

―꾸웨엑!

―어떻게 진짜 그렇게 우냐ㅋㅋㅋ

―지가 때려 놓고……

아예 쭉 모습을 비치지 않았으면 모를까.

주말 동안 방송을 하자 미칠 것 같다.

시청자들이 후유증을 앓고 있다.

'나도.'

무심코 20세 이상 채널을 포함한 모든 채널을 돌면서 랄라노흐를 학살할 정도로 말이다.

꾸웩! 꾸웩! 울음소리를 들을 때마다 봄이 머리를 씹어주고 싶다.

─비숍200렙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봄이 학교 왜 보내는 거임? 그냥 BJ하면 평생 먹고 살 텐데

"그건 제가 저번에도 말하긴 했지만……."

기본적인 상식은 길러야지. 가만히 앉아서 별풍선만 받는 게 인생의 전부가 돼버리면 그 사람은 미쳐버린다.

안 그래도 미치기 쉬운 세계. 사회 경험까지 전무하면 십중팔구다.

우리 봄이가 불량 봄이가 되는 것만은 기필코 막아야 한다.

─KCS1049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그렇게 봄이가 좋으면 님이 먹여 살려요!

"우리 봄이 먹여 살리라고 하면 나는 환영이지. 좀 많이 먹고, 좀 많이 싸긴 하겠지만."

―많이 싸ㅋㅋㅋㅋㅋㅋㅋㅋ

―먹는 만큼 나오는 건 ㅇㅈ이지

―애한테 못하는 소리가 없어!

―봄이가 들으면 사춘기ON임

봄이는 다시 학교에 가고 있다.

시험을 썩 잘 보지 못한 탓에 어머님께 아주 꽉 잡혀 산다고 한다.

'우리 봄이 능지가 그렇게 처참하진 않은데.'

어머님께서 학구열이 높으시다.

좀 풀어주면 어떻겠냐고 나도 말을 해봤지만, 한참 뛰놀 나이는 중학교까지면 족하다며 선을 그었다. 실제로 맞는 말이기 때문에 반박할 여지도 없다.

여름 방학 전까지 봄이는 방송을 못 한다. 그 소식이 전해지자 시청자들은 더 애가 탄다.

"여기가 지금 과거의 문인데 나중에 현재의 문이랑 미래의 문도 생길 것 같지 않아요?"

―나도 그 생각함

―ㄹㅇ 그럴 듯

―지금 그게 중요하냐고!

―봄이네 교문이나 뚫어주세요

흔히 단풍잎스토리의 최종 보스라고 알고 있는 검은 마법사.

사실 옛날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듣보잡이 처음 떡밥을 드러낸 맵이기도 하다.

지금은 핑크린이 있는 과거의 문 뿐이지만, 차후에는 현재의 문과 미래의 문이 열리며 스토리가 점점 진행된다.

'사실은 그런 스토리 자체가 없었는데.'

원래는 게임 스토리 자체가 없는 샌드박스 게임이었다.

당시 RPG장르의 대세가 다크세이버/바람의나라/테일즈위버 등 스토리 위주였기 때문에 라이트 유저층을 공략할 목적으로 나왔다.

단풍잎스토리라고 이름이 붙은 이유도.

M: 메르세데스

A: 아란

P: 팬텀

L: 루미너스

E: 은월

초기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양산형 직업들 이름에서 따온 게 아니라.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빅토리아 섬이 캐나다 지역에서 이름을 따온 거거든요. 근데 캐나다 하면 단풍잎이잖아요? 그래서 단풍잎스토리가 된 거예요."

―오 꿀팁이네

―응 어차피 검은 마법사가 짱 먹어

―라떼는 스토리 같은 거 없었제~

―그래서 봄이는 ㅠㅠ

애초에 돈슨에서 개발한 게임이 아니고, 소규모 게임사에서 남들 다 무겁게 만드니까 우리는 가벼운 거 만들자! 하고 이름부터가 별 생각 없이 가볍게 지은 게임이다.

'그냥 그렇다고.'

단풍잎BJ로서 단풍잎 이야기를 했을 뿐이다.

과거에는 정말로 라이트하기 짝이 없었고, 그것이 잘 먹히던 시기도 있었다.

─봄이네교문박살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꿀팁ㄳ 그래도 스토리 있는 편이 재밌지 않음?

"100개 감사합니다. 요즘은 그렇죠. 처음에는 라이트 유저층을 공략했는데 이제는 다 고인물들이니까."

게임에 깊이가 있길 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 그 선택이 단풍잎스토리라는 게임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려주었다.

'다만 근본은 없는 스토리다 보니.'

검은 마법사가 격파되면 또 다른 것이 나올 게 분명하다.

하얀 마법사도 나오고, 빨간 마법사도 나오고, 아니면 검은 전사가 나올 수도 있고 기타 등등.

돈슨답게 어그로가 잘 끌리는 방향으로 잘 짜깁기하리라 생각한다.

플레이하는 입장에서는 그편이 재미있기도 하다.

올드 유저의 입장에서는 허허벌판이었던 시골에 빌딩이 올라간 느낌이라 내가 아는 단풍잎이 아니게 된 것 같아서 조금 묘하다.

─봄이의삼촌팬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봄이 주말에라도 어떻게 가끔 안되나요……

"와~ 봄이의삼촌팬님 천 개 감사합니다! 봄이팬분들도 지금 많이 물어보고 계신데 저도 안 그래도 하나 준비하고 있었거든요."

―자본주의가 또

―아 별풍 주면 해야지ㅋㅋ

―검은 마법사는 조또 보고 싶지 않은데 봄이는 보고 싶어요―열심히 일해서 고등학교를 사자!

봄이와 관련된 떡밥을 은근슬쩍 풀기만 해도 시청자들이 알아서 안달이 난다.

방송을 시키고, 이슈화하여 화제성을 키우는 노림수다.

'한 번에 터트리는 건 한계가 있어.'

거대한 물결이 필요하다.

인터넷 방송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말이다.

그 빌드업은 수확만을 기다리고 있다.

* * *

단 두 번의 방송.

하지만 그 임팩트는 쓰나미처럼 더 큰 후폭풍을 몰고 오고 있다.

─현재 SNS에서 좋아요 10만 개 받은 화제의 동영상!

그건 바로

[봄 프 시 롤. avi]

└봄프시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땅에서 헤엄치는 거 같은데?

└한국의 일보!

└바로 인싸픽이 돼버리네

오정환과 하와와의 합방은 시작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특유의 자극적인 콘텐츠까지 더해지며 안팎에서 화제성을 휘어 잡는다.

「마포고알파카」

47분 전。

#봄프시롤

[봄 프 시 롤. gif]

이 세상 커여움이 아니다ㄷㄷ

「제주복싱마스터」

47분 전。

#뎀프시롤 #하와와

[봄이 가드 자세. jpg]

나도 봄이랑 스파링 뜨고 싶다ㅎㅎ

「룰루공주」

47분 전。

#오정환#하와와#떡볶이녀

오정환은 하와와랑 케미 짤 때가 제일 웃긴 듯ㅋㅋㅋㅋㅋㅋㅋㅋ.

.

.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에서 큰 호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의 흥망을 평가하는 가장 가시적인 지표인 '짤방'의 전파율이 엄청나다.

예능이 아닌, 인방이지만 적절히 편집한 한 장면은 그에 못지 않다.

실제로 방송의 성격이 비슷하기도 하다.

하지만 별도의 심의 규정을 통과하지 않은 개인 방송의 특성상 논란을 피하기는 힘들었다.

「여대간부」

47분 전。

#오정환#여성#폭행

[오정환 펀치 2배속. avi]

아니, 오또케 뇨자를 때릴 수가 있지???

이런 걸 보고 웃는 놈들은 대체 모고 ㅡㅡ

―언냐222222222

―나도 불편했긔~

―프로불편러 납셨네

―봄프시롤은 인정해주세요!

일명 프로불편러들.

그렇게 단정 짓기엔 누구나 제기할 수 있는 문제 의식이다 사람마다 불편의 발화점은 다르고, 관점 또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자극적인 방송이 가지는 단점이기도 하다. 문제가 될랑 말랑한 건 작든 크든 이야기가 반드시 나온다.

골치 아픈 사람들한테 잘못 물리면 방송 자체가 망하기 일쑤인데.

─오정환이 진짜 못된 놈인. EU

[더 파이팅 명장면. avi]

[봄프시롤 부수기. avi]

여자 상대로 더 파이팅에 나오는 뎀프시롤 부수기까지 써먹음ㄷㄷ└더 파이팅 아시는구나! 1989년부터 30년 넘게 장기 연재 중인 인기 복싱 만화로 겁.나.재.밌.습.니. 다 └봄이가 은근히 기술을 써서 재밌었지ㅋ└봄이봄이 총난타!

└그래서 이게 왜 불편?

적정선을 지키며 큰 말썽으로 번지지 않는다.

개인 방송이기에 신고를 할 방송사도 없거니와, 여론 또한 편안하다는 쪽이 주류를 이루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견을 가진 무리도 일부 존재한다.

여기저기서 조금씩 나오는 불협화음은 오히려 화제의 크기를 키우는데 일조하고 있다.

<저 착한 아이에요~ 오늘 학교에서 남자애들 청소 안 하고 노는데 저는 열심히 했어요!>

"그래, 착하긴 하네."

그리고 오정환의 방송.

다수의 시청자들, 즉 여론이 바라게 된다.

이따금 봄이에게 걸려오는 전화는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그 욕구를 최저한으로 충족시킨다.

"그래서 급식은 맛있었어?"

<오늘도 어김없이 맛이 없었어요~. 농부 아저씨들한테는 정말 죄송하지만 가지볶음은 너무 밥경찰이에요.>

"아 밥경찰은 인정이지. 남겨도 선생님이 뭐라 안 해?"

<사실 안되는데 국에 섞어서 몰래 버리면 몰라요!>

―저걸 아네ㅋㅋㅋㅋㅋㅋㅋ

―봄이 얍삽하구나?

―가지 볶음은 ㅇㅈ이지

―밥경찰은 뭐야? 요즘 신조어 모르겠어

최저한에 불과해서 문제다.

감질난다.

봄이의 간접적인 방송 출연이 잦아질수록 애가 탄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봄이 학교 급식 때문에 속상한가 보다

사실 별일 아닌데 세상 심각한 어조로 말하는 게 개웃겨ㅋㅋㅋㅋㅋㅋ└급식충한테는 심각한 문제지

└일장춘몽이래잖아

└나도 급식때 급식 먹는 거 싫었는데 ㄹㅇ

└일단 코다리강정 개발한 놈은 죽여도 무죄 아님?

화제의 핵심 또한 말이다.

방송에 출연할 때마다 열변을 통해내니 자연스럽다. 학교를 다녀본 사람이라면 그냥 넘길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 이전에 흥미로운 이야기다.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궁금해하듯, 여캠의 실물에 관해서는 익히 이슈가 된 바 있다.

당시에도 하와와는 그 중심에 있었다.

─하와와 학교 어딜까? 개궁금하네

일단 수도권인 건 확실한데

잘하면 갠방갤 급식들 중에 같은 학교 있는 거 아니냐? ㅋㅋ└근데 찐따라 말도 못 걸듯

글쓴이― 아 당연하지

└보나 마나 씹인싸

└일찐 언냐랑 그룹이면 ㅗㅜㅑ

그렇기에 썩 질이 나쁜 이야기도 올라온다.

관심이라는 건 항상 좋은 결과만을 야기하지 않는다.

개인 방송 갤러리에서는 도가 지나친 화제도 번지고 있다.

─오정환 사는 곳 근처 산다 아님? [7] +12

─일단 서울은 아니다 서울은 빼라ㅋㅋㅋ

─아니 갠방갤 수사대 ㅈ밥이네 ㅡㅡ [5] +3

─이거 작정하고 찾으면 무조건 찾음ㅋㅋㅋㅋㅋㅋ [1]

.

.

.

BJ하와와가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

일부 악성 유저들이 작정하고 파헤친다.

질은 나쁘지만 그녀의 방송 복귀를 바라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시청자들의 관심은 날이 갈수록 하늘을 찌른다.

그것이 억지라는 걸 알기에, 현실적으로 이루기 어렵기에 관심은 더더욱 쏠리게 된다.

여론의 원성이 최고점에 도달했을 때.

공지― 『봄이를 만나러 갑니다…….』

안녕하세요 오정환입니다

최근 봄이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 시청자분들이 많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교 생활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전화로 들을 때마다 가슴이 미어집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5월은 봄이의 날]

5월 5일 2시에 뵙겠습니다

오정환이 그 방아쇠를 직접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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