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157화 (157/846)

157화

사실 방송인으로서 고민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특히 여캠들은 말 못 할 사정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 봄이의 고민은 꾸역꾸역 먹는 것뿐이지.'

내일 먹을 식단표에 가지볶음과 코다리강정이 있는지만 뚫어져라 쳐다볼 것이다.

그런 봄이의 능지를 알기 때문에 준비한 콘텐츠다.

─봄이의삼촌팬님, 별풍선 2828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센세……

"와~ 저게 별풍선이란 거 맞져?"

"규하랑 유담이가 예쁘다고 이뻐이뻐개 쏜 거야."

"아 그런 거예여? 히히히히."

본론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성화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을 준비해왔기도 하다.

'남자의 이상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어.'

하나는 예쁜 여자고, 다른 하나는 어린 여자다.

그 두 가지에 정확히 부합하는 생물이다. 여고생이라는 조커 카드는 말이다.

─봄이사냥개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믿고 있었다구 쥐엔장!

"아니, 이따 쏘세요 이따! 지금 일단 말을 해야 되는데."

"와~ 저게 하나 100원이에여?"

"어."

"그럼 천 개면…… 10만원?"

"존나 대박이닼 키키키킼!"

―대박이다!

―화장 잘 먹힌 거봐 ㄷㄷ

―님들 각도기 잘 재세요

―여고생이라니…… 이건 굉장히 귀하네요

봄이의 친구들과 카페에서 만났다.

학교 내 자세한 사정을, 보다 신빙성 있게 들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 연락처를 교환했지.'

일전에 말이다.

중학교 시절 친구들이지만 몇몇은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이후로도 간간히 연락했고, 이번 콘텐츠에 관해서도 상담을 받았다.

굉장히 어렵게 초대할 수 있었다.

봄이와 마찬가지로 한참 귀여울 나이.

시청자들이 난리가 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긴 한데.

─봄이보고팬됨님, 별풍선 200개 감사합니다!

봄이 친구들 맞나요? 언니 같은데 ㄷㄷ

"200개로 통 큰 팬가입 감사합니다. 친구 맞습니다."

"흐항항항항!"

굴러다니는 낙엽도 웃길 나이다. 아주 호탕하게 큰 웃음을 터뜨린다.

여고생들의 템포는 따라가는 것은 버겁다.

'보통 봄이처럼 귀엽기만 하지 않아.'

요즘 애들이 얼마나 성장이 좋은데.

나도 깜짝 놀랐다. 처음 만났을 때와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세월이 불공평해

―봄이는 언제 크누

―교복 엄청 쫄여 입었네;

―일찐 눈나 나 이상해!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안 그래도 이쁜 애들끼리 놀았는데, 우리 봄이와 달리 성장 속도도 나무늘보가 아니다.

시청자들의 격한 반응도 일부 이해는 간다.

'그래봤자 애들은 애들이야.'

동방예의지국의 후손으로서 선정적인 시선으로 아이를 바라보는 건 용납할 수 없다.

물론 그 시절의 결혼 적령기는 14살부터이긴 했다.

"몇 번 방송에 나왔었잖아? 그때 기억하는 시청자분들이 너희가 너무 예뻐졌대."

"아 진짜요? 히히히히."

"그리고 봄이는 왜 그대로녜."

"봄이는 귀여움 담당이에여 키키키킥!"

웃지 않고서는 대화가 진행되지 않는 나이다.

옛 조상들의 지혜와 사회적 규율의 이유에 대해 고찰하는 시간을 잠시 가진다.

'여하튼.'

방송 어그로 때문도 있다. 공휴일인 어린이날에 교복을 입고 오게 한 것도 그래서다.

시청자들을 진정시킨 후, 봄이의 학교 생활과 급식 수준에 대해 물어본다.

"그런 거예요~."

"완전 봄이 말투 100%!"

"다행히 급식을 제외하면 큰 트러블은 없고, 잘 지내나 보네요."

―뭐 아이돌 고등학교라도 됨?

―학교 남자애들 부럽다……

―이쁜 애들 특) 이쁜 애들끼리 놂

―나도 저 학교 가서 잘 지내고 싶다ㅎ

우리 학교 급식이 제일 맛없다!

학창 시절 장난스레 자랑하던 부분이지만, 봄이네 학교는 객관적인 시점에서 봐도 부족했다.

[2012/04/20 급식. jpg]

[2012/04/21 급식. jpg]

[2012/04/22 급식. jpg]

.

.

.

찍어온 사진을 보니 봄이 입이 댓발 나올 만도 하다.

무슨 군대 짬밥처럼 잔뜩 퍼져있어서 보기만 해도 입맛을 뚝 떨어뜨린다.

"너희는 이게 입맛에 맞아?"

"빵 먹어요 빵!"

"당연히 매점 가죠 히히히히!"

"봄이도?"

"걔는 착한 아이라~."

"아 띠바! 착한 아이래 흐항항항!"

―우리 봄이 애 취급 당하누

―진짜 언니 아님?

―근데 요즘 애들 미쳤다

―사타구니 터질 거 같다 ㄹㅇ

멀리 갈 것도 없이 나 때도 그랬다.

급식이 맛없는 날이면 매점이 특히 붐볐다.

요즘 애들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이게 반드시 고쳐져야 하는 악폐습이야.'

한참 성장기인 애들이 영양학적으로 부족한 군것질로 끼니를 때우면 발육에 영향이 간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걱정이 안 될 수 없다.

"중학교 때랑 비교하면 어때?"

"그때는 완전 존맛!"

"우리 학교도 쓰레기는 아니었셈~"

"쓰레기랰 키키키키킼!"

지금 친구들의 발육이 좋은 것도 중학교 시절 급식 덕분이다.

우리 봄이가 돈까스에 칼칼한 콩나물김치국이 나오고 후식은 두구두구두― 푸딩이었다고 노래를 불렀던 걸 나는 기억한다.

'우리 봄이는 그렇게 먹고도 안 컸지.'

성장 가성비가 좀 창렬이긴 하다. 하지만 안 먹으면 더 안 클 것이다.

봄이와 친구들을 위해서 학교의 식단에 변화를 주고 싶다.

"근데 봄이 친구들 맞지?"

"맞죠~."

"왜여? 언니 같아여? 히히히히!"

―이 새낔ㅋㅋㅋㅋㅋㅋㅋ

―근데 ㄹㅇ임

―봄이야……

―아니면 뭐 어쩌려고?

아니었으면 드라마 한 편 찍을 뻔했다.

* * *

5월은 봄이의 날!

오정환의 새로운 콘텐츠는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재 파프리카TV 모든 물소들 실황. jpg

「보라) 오정환. 5월은 봄이의 날」_ ?26, 974명 시청

오정환 방송에서 정모 중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아 ㅇㅈㅇㅈ

└이게 여자다!

└누군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여고생 보게 하라……

그럴 수밖에 없는 임팩트다.

지친 사회 생활의 피로를 잊고, 학창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을 떠오르게 만든다.

점점 크기를 키워오던 관심.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콘텐츠가 진행되며 폭발시키고 있다.

물론 그것이 겉만 번지르르한 어그로에 지나지 않다면 유지될 수 없는 인기다.

<봄이네 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오늘이 휴일이긴 한데 관계자분들과 약속을 잡아둔 게 있어요.>

방 내부, 기껏해야 클럽 거리를 쏘다니는 일반 보라와는 다르다.

스케일이 어지간한 예능 프로그램에 필적한다. 적어도 그런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수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게스트 뿐만 아니라 방송 포맷까지 훌륭하다.

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찮게 따라온다.

─lkc7009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ㅅㅂ 나 여기 졸업생인뎈ㅋㅋㅋㅋㅋㅋㅋㅋ

<100개 팬가입 감사합니다. 근데 어그로 끌리면 카메라 끄고 진행해야 되니까 자중 좀 부탁 드릴게요.>

―쳐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고생! 여고생! 여고생! 여고생!

―어그로 끄는 놈들 강퇴 좀요!

사생활을 깐 셈이니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방송 내에서 어느 정도 통제를 하더라도, 커뮤니티 내에서 반드시 이야기가 나온다.

─인증) 갠붕이 봄이랑 같은 학교 다닌다

우리반 일찐이다……

반에서 봄이랑 눈 못 마주친다……

어제 봄이한테 삥 뜯겼다

상납금 준비해야 돼서 질문 못 받는다

└응 X랄

└인증이라면서 사진 한 장 없누ㅋㅋㅋㅋㅋㅋㅋㅋ

└노인증은 뭐다?

└어그로 가성비 ㅆㅅㅌㅊ

장난글도 있지만, 개중에는 실제 주변 사람인 듯한 반응도 보인다.

집단지성이 만 명 단위로 몰리면 사실상 시간 문제에 불과하다.

그런 불안을 안고서도 방송은 끊이지 않는다.

카메라가 비쳐지고 있다. 핸드폰의 뿌연 렌즈가 아닌, 실제 카메라를 연동시켰다.

선명한 화면에 학생들이 식사를 책임지는 급식실의 모습이 나타난다.

<우리 봄이가 여기서 밥을 먹는구나. 이 식판을 들고.>

<오빠는 안 그랬어요?>

<나도 학생 때는 그렇게 먹었지.>

<헐~ 대박. 그게 대체 언제에요?>

<10년 전? 막 이래 히히히히!>

<…….>

동종학교 종사자들도, 추억을 가진 노땅들도 공감대가 형성되는 장면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그럴듯한 그림이 그려지지만.

<이 식판에 그 짬밥 같은 식사가 담겨져 나오는 거지?>

<넹 히히히히!>

<짬밥이랰 키키키킼!>

<급식이라는 게 안 그래도 밥맛이 뚝 떨어지는데 진짜 맛까지 없으면…… 그래도 전우조가 괜찮아서 먹을 만한데?>

<그게 뭐에영?>

―전우조 씹ㅋㅋㅋㅋㅋㅋㅋㅋ

―짬밥은 알아도 전우조는 모르지!

―ㄹㅇ 군대 다시 가래도 감

―군대는 안 가 X발

일류BJ의 방송 진행이 끼얹어지며 분위기는 점점 살아난다.

하지만 겨우 꽁트를 찍기 위해 찾아온 학교가 아니다.

이윽고 대적한다.

이 모든 사태의 원흉.

수만 명의 시청자 앞에 죄인이 모습을 드러낸다.

* * *

누구나 사정은 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 나올 법한 빌런이 내 메뉴에는 문제가 없다!

'그렇게 알기 쉬운 적폐가 세상에 많을 리가 없잖아.'

그런 빌런들이 매 시즌 1~2명씩 나오긴 해도 기본적으로 고치려고 하는 출연자가 더 많다.

그들이 실수를 한 이유도 잘 몰라서, 혹은 불가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 그러셨구나."

"당연히 저희도 학생들에게 맛있는 식사를 제공하고 싶지만 여건이…… 예.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어요."

―이걸실ㅋㅋㅋㅋㅋㅋㅋㅋ

―착하게 생겼네

―저분도 근로잔데 뭐

―그래서 저분이 가지볶음 만드는 거 맞지??

모든 급식충들의 공공의 적.

봄이네 학교의 영양교사와 면담 시간을 가지고 있다.

우리 봄이의 세 끼 식사 중 두 끼의 권한을 보유한 엄청난 분이다.

─봄이네열혈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영양사님 우리 봄이 밥 좀 잘 맥여주십시오ㅠㅠ

"1000개 정말 감사합니다! 근데 영양사가 아니라 영양교사님이세요."

"아 잘 모르실 수도 있죠 헤헤헤."

영양사 자격이 있는 사람이 임용고시까지 합격해야 될 수 있는 직업이다.

급식 분야에 있어 보다 전문성을 가지고 있을뿐더러.

'일반 영양사보다 다가가기 편하지.'

학생 혹은 보호자의 영양 상담에 응할 의무가 있다.

내가 이렇게 찾아가서 상담을 하는 것이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급식보면빢침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코다리강정 왜 만듦? 코다리강정 왜 만듦? 코다리강정 왜 만듦? 코다리강정 왜 만듦?

"저분이 코다리강정에 한이 맺히신 것 같은데 설명 가능하세요?"

"저희가 예산에 맞추는 경향이 있다 보니 보통 반찬의 경우 유명 업체에 위탁을 하거든요. 그 과정에서 메뉴의 선택지가 제한되는 측면이……."

―아하

―직접 만든 게 아니네

―단가 문제 때문인가

―어휴, 결국은 돈이 웬수지

물론 시청자의 상담에는 응할 의무가 없다.

사전에 부탁을 드렸고, 이해를 해주신 덕에 성심성의껏 답변해주시며 방송이 원활하게 진행된다.

'근데 결과가 좋아야지.'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과정이 아무리 좋아도 결과가 짱이다.

사실 과정이 안 좋아도 욕을 먹기 때문에 여러모로 완벽함이 필수불가결로 요구된다.

"봄이 아세요?"

"아 알죠 걔! 엄청 귀여운데~."

"영양교사님이 더 귀엽…… 이 아니라."

"예?"

"지금부터 봄이를 만나러 가려고 하는데 시간 괜찮으세요?"

"아 괜찮죠. 어차피 휴일 출근한 건데."

"정말 감사합니다. 밖에 택시 준비해뒀으니까 조금만 더 고생 부탁드릴게요."

현실적인 사정을 듣는다.

영양교사님도 어쩔 수 없었네.

그런 애매한 결말을 납득할 리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가야지.'

그 체육관으로 말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