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158화 (158/846)

158화

방송은 두 개의 화면으로 분할된다.

각각 영양사와 봄이의 Side로 말이다.

'내가 방송PD라면 그렇게 했겠지만.'

개인 방송이거니와 편집이 아닌 실시간 방송이다.

고로 예정된 장소에 도착한 후 1 대 1 인터뷰 시간을 먼저 가진다.

"그런 거예요……."

"그런 거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말투 졸똑이네

―유담이가 똑같이 따라함!

―(시무룩)

나는 들었지만 시청자들은 모른다.

봄이가 어째서 급식 투정을 하게 됐는지.

이야기를 하는 것도 콘텐츠의 중요한 부분이다.

"급식이 맛없어서 많이 힘들어?"

"말도 마세요. 정말이지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에요~."

"그 정도야?"

"예전처럼 급식 시간이 기다려지지 않아요……."

"그럴 만도 하지!"

이야기를 하기만 해도 재미있는 아이다.

우리 봄이의 속사정을 옆방에서 핸드폰으로 보고 있을 것이다.

'슬슬 웃참 실패하지 않았을까?'

급식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 웃기는 짬뽕 같은 사정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요즘 급식 엄청 맛없어요. 분명히 원가 절감했을 거예요."

"영양 교사님이 얼마나 노력하는데 그건 좀 심했지."

"그치만, 그치만! 양도 줄었는걸요. 중학교 시절에는 탕수육도 5조각 넘게 줬는데 이제는 3조각으로 입에 풀칠을 해야 돼요."

"……."

―봄이얔ㅋㅋㅋㅋㅋㅋㅋㅋ

―아 3조각은 못 참지!

―저걸 세고 있었네

―봄이 너무 커엽다 ㅠㅠ

나름대로 예리하다.

급식에 대한 남다른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따지고 드는 부분도 상당히 디테일해서 듣는 보람이 있다.

'나는 그렇다 치고.'

영양교사님 입장에서는 말이다.

그냥 단순히 맛이 없다!

밥상머리에서 숟가락으로 대가리를 맞아도 할 말이 없는 투정이다.

수백인 분의 식사를 준비하는 건 당연히 어렵다. 두루뭉술한 불만은 만드는 사람의 기운만 빠지게 만든다.

서로간의 대화의 시발점이 되었으면 싶다.

"급식을 만들어주시는 분께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물론 영양사님도 무척 고민이 많으실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 엄마도 맨날 귀찮다고 하는 식단을 매일매일 바꿔서, 그것도 영양 밸런스까지 신경 쓰고 있으시니 말이에요."

ㅋㅋㅋㅋㅋ

어떻게 참으라고.

장문의 메세지를 말 한 번 더듬지 않고 전달한다.

우리 봄이가 쌓인 게 많았다는 사실은 충분히 느껴진다.

"근데 한 가지 반드시 생각해야 되는 게 있어요."

"그렇구나."

"그런 거예요~. 이건 우리 엄마한테도 하고 싶은 말인데 아무리 좋은 음식도 먹어야 보약이라고 생각해요."

ㅋㅋㅋㅋㅋ

웃기만 할 이야기가 아니다.

웃기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깊이 공감이 가는 내용이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몸에 좋다면서 막무가내로 먹이려는 경향이 있어.'

실제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었다.

맛있게 먹어야 영양 흡수도 그만큼 잘된다.

반대로 몸에 좋은 음식도 맛없는 걸 참고 먹으면 탈밖에 안 난다.

우리 봄이의 속사정.

영양교사님께도 충분히 와 닿았을 것이다.

그것과는 별개로 마무리 지어야 할 일이 있다.

「♬♪♩~♬♪♩~♬♪♩~♬♪♩~♬♪♩~」

현악 4중주의 클래식이 연주된다.

빈 교향악단의 '사랑의 힘(The Power Of Love)'이라는 곡으로 한국인이라면 모를 수가 없다.

―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노래는?

―TV는 사랑을 싣고가 왜 나와!

―오정환 미친 새끼얔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익숙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만남을 축복하는 최적의 선곡이다.

하지만 그들의 앞길에 놓인 것이 축복일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다.

"이렇게 예쁜 언니일 줄 몰랐어요~."

"봄이가 더…… 아, 이게 그런 뜻이었구나."

"넹??"

"아니야. 선생님은 매일 교무실에 있어."

딱 봐도 임용된지 얼마 안 된 신인 교사다.

영양교사라는 직책 자체가 생긴 지 오래되지 않은 만큼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아무튼 이쁘면 됐어.'

그렇다고 여캠 정도는 아니지만 남학생들한테 인기가 많을 정도는 된다.

남자 교사들에게 데이트 신청도 몇 번 받아봤을지 모른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 그런 스펙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곳에 온 목적.

단순히 둘을 만나게 하기 위함이라는 진부한 스토리가 아니니까.

"봄이야."

"봄이에요."

"그럼 이제 맞짱 깔까?"

"맞짱!!"

"그래."

"???"

방송은 클라이맥스로 향한다.

* * *

오정환의 방송은 큰 파급을 낳는다.

그럴 수밖에 없는 엄청난 임팩트를 선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캣파이틐ㅋㅋㅋㅋㅋㅋㅋㅋ

─주먹이 운다 쓰리런ㅋㅋㅋㅋㅋㅋㅋㅋ

─가라 봄프시롤!

─아 선생님 방송 모르죠? ㅋㅋㅋㅋㅋ

.

.

.

자극적인 방송은 시청자를 모은다.

인터넷 방송 흥행의 기본 공식을 충분히 이행하고 있다.

두 처자가 솜방망이 주먹을 주고 받는 장면은 흥미가 일 수밖에 없다.

<가지볶음 맛없어요오―!!>

<몸에 좋으니까 먹어!>

그보다 더 이목을 모으는 건 솔직한 마음이다.

학창 시절 급식과 군대 시절 짬밥이 쌍벽을 이루는 이유는 누구나 궁금해 한다.

─근데 영양사들도 결국 공무원이라

메뉴 로테이션 돌리게 되는 듯

어차피 일 잘한다고 돈 더 받는 것도 아닌데

└영양사가 아니라 영양교사

글쓴이― 몰라 ㅈ까

└이건 맞말이지

└그래도 가지볶음은 선 넘었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만드는 입장에서도 사정이 있다.

그렇게 딱 잘라 정의할 수 있다면 세상에 분쟁은 생기지도 않을 것이다.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미진했던 부분도 사실은 있었다. 격렬한 몸의 대화를 나누며 평소에는 못했을 이야기를 쏟아낸다.

<코다리강정 너무 맛없어요오―!!>

<그건 나도 안 먹어!>

현실과의 타협이다.

남들도 다 그렇게 한다고 합리화한다.

이성적으로 나빠도, 감성적으로는 이해가 가는 직장인의 고충이다.

커뮤니티에서는 서브 화제.

SNS에서는 메인 화제로 부상한다.

인방쪽 이야기가 불편한 일반인들의 관심도 끌게 된다.

「자두맛쿨피스」

30분 전。

#오정환#하와와#급식

[코다리강정. jpg]

지도 싫으면서 왜 시키냐고ㅋㅋㅋㅋㅋㅋㅋ

「천양초6학년3반」

35분 전。

#급식#맛없던이유가

[몸에 좋으니까 먹어. jpg]

힘든 건 알겠는데 이건 에바 아님?

「마포고일찐」

38분 전。

#급식#영양사#X발

현역 급식충이다

현타 왔다

질문받는다

.

.

.

오정환의 방송은 SNS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공통된 문제 의식만큼 이슈가 되기 쉬운 것이 없다.

방송의 퀄리티.

그 안에 담긴 리얼리티.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공감하는 주제까지 관통한다.

─오피셜) 봄이가 다니는 학교 알아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한국 고등학교

방송에 나온 모습이랑 100% 일치함

갠방갤에서 재학생피셜도 다수 나옴 ㅇㅇ

└이왜진?

└주작 아님 내가 개추함!

└아니씹 여기 내가 졸업한 곳인뎈ㅋㅋㅋㅋㅋㅋㅋ

└갠방갤 수사대 첩보력 보소ㄷㄷ

여파는 어쩌면 상정했을 것보다 더 크게 번져 나간다.

* * *

봄이와 영양교사님과의 맞짱.

생각한 것보다 본격적이긴 했지만 크게 문제는 없었다.

'애초에 너무 약해.'

워낙 최약체 간의 결투였다.

햄스터 대 다람쥐 정도.

영양교사님의 전투력도 썩 뛰어나지 않아 막상막하의 좋은 연출이 나왔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지는 법. 서로 의기투합하여 친하게 지내게 됐다.

정말 다행인 일이긴 하나 그것이 해피 엔딩이란 소리는 아니다.

─봄이의사촌팬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근데 우리 봄이 급식이 개선될까요?

"100개 감사합니다! 일단 오늘 받은 별풍선은 전부 봄이네 학교의 발전기금으로 쓰일 예정입니다."

―오오

―이걸 돈으로?

―하긴 영양사도 예산이 있어야 식단 짤 맛이 나지

―오랜만에 착한 일하누ㅋㅋㅋㅋ

대화만으로 묵히고 묵힌 문제가 해결될 리 없다.

선생님도 오늘 학생들의 사정을 알았으니 단기적인 효과는 있겠지만.

'선생님 혼자 똥꼬쇼 하는 부분이 되겠지.'

선생님의 똥꼬를 말하는 게 아니라 보다 진지한 이야기다.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탈진해서 리타이어 하고 만다.

자취를 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적은 돈으로 식단을 짜는 게 얼마나 힘든지. 처음에는 이러쿵저러쿵 해도 결국 라면 끓여 먹게 되는 이유다.

그 사람이 게을러서?

태만 이전에 난이도가 높은 탓이다.

많이도 필요 없이 몇 개만 간편식으로 대체하고, 조리기구 좀 들여놓으면 할 만해진다.

수백인 분인 급식의 여건은 훨씬 빡세다.

우리나라는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문화가 있다.

선생님도 당연히 노력해야겠지만 그를 위한 지원이 섭해서는 안될 일이다.

─응애세력님, 별풍선 200개 감사합니다!

코식은 야정이지ㅋㅋㅋㅋㅋㅋㅋㅋ

─평화의치킨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급식추!

─마포고피바라기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급식 잘 맥이면 봄이 돌아오나요?

.

.

.

그 행렬에 시청자들이 동참한다.

금전적인 지원만큼 와 닿는 도움이 없다.

우리 봄이가 배 터지게 먹을 수 있는 발판 정도는 마련됐다.

"저 이제 코다리강정과 가지볶음을 안 먹을 수 있는 걸까요?"

"선생님이 분명 맛있게 해주실 거야."

"오빠, 언니들은 모를 수 있겠지만 저희 고등학생들 매일매일 굶주리며 살기 때문에 저녁 반찬이 맛없으면 주린 배를 부여잡고 야자를 해야 돼요."

"그렇구나. 그건 몰랐네."

―대체 얼마나 싫은 거야ㅋㅋㅋㅋ

―그렇게 기구했어?

―양념만 훑고 버리지

―코다리강정를 향한 한이 느껴진다……

비린내 나고, 맛도 없고, 가시도 많은 최악의 메뉴다.

제대로 하면 정말 맛있는 음식인데 대량 조리+낮은 단가가 가진 한계점이 특히 묻어난다.

'사실 가지도 얼마나 맛있는 채소인데.'

한국에서만 자행되는 근본도 없는 조리법 때문이다.

안 그래도 물기가 많은 음식을 조리거나 볶으니 식감이 이상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튀기거나 구우면 정말 맛있다.

봄이의 편견을 벗겨주기 위해 언젠가 맛있는 가지를 먹이고 싶다.

물론 입으로.

"봄이가 갔구나."

"그런 거예요~."

"야 따라하지 말라궄 푸키키킼!"

그렇게 방송은 끝이 난다.

착한 아이인 봄이는 학원이 늦었다며 서둘러 뛰어갔다.

나쁜 아이인 규하와 유담만이 남아 방송 종료를 도와주었다.

'우리 봄이도 아주 약간 정도는 탈선을 했으면 좋겠구나.'

성격이 착한 것도 중요하지만, 몸매가 착한 것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

어느 쪽이든 착한 친구를 두고 있어서 다행이다.

덕분에 방송이 생각보다 훨씬 잘되었다.

"오늘 방송 수고했는데 오빠가 맛있는 거 사줘야지."

"떡볶이요?"

"떡볶이래 히히히히!"

"그런 건 다른 날에도 먹을 수 있잖아. 뷔페라던가 초밥이라던가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아무거나 말해."

""오~~~~!""

그 보상으로 한 턱 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전우조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고찰해보기 위함이기도 한데.

"음 까비~."

"돈으로 주면 안 돼요? 막 이래."

"괜…찮지. 오빠가 눈치가 없었네 하. 하. 하."

너무 오랜만에 까여 국어책 읽는 발음이 나와버렸다.

요즘 애들은 정말 연장자에 대한 예우를 찾아볼 수가 없다.

'어른이 사주면 예, 감사합니다 하고 먹는 거지 이 자식들이.'

방종을 일찍 한 보람이 사라진다.

혀를 차며 간만에 하율이나 보러 가려고 하던 차.

"저희도 오빠랑 먹고 싶은데 봄이가 화내요!"

"봄이 화내면 아무도 못 말림 푸키키킼."

"왜 화내는데?"

"글쎄요~."

"그런 거예요~."

"응?"

""흐항항항항!""

요즘 애들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실성한 듯 웃으며 바이바이를 하고 헤어진다.

급식은 해결됐지만 나로서는 찝찝한 결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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