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화
디아3 최초 격파?
오정환의 지각.
다른 BJ들에게는 희소식일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대기업인 그가 같은 콘텐츠로 앞서나가기까지 한다면 경쟁이 안된다.
"와~ 보스 엄청 빡세네요! 해골왕 드디어 깼습니다. 스토커처럼 따라와서 몇 번을 죽었는지 모르겠네."
―ㄹㅇ
―으하하하하!
―실성한 새끼처럼 웃으면서 계속 따라와
―실제로 실성한 왕 맞음ㅋ
그런데 늦어버렸다.
최초 구매자로서 촬영식과 인터뷰 등에 응해야 했기 때문이다 소요된 시간은 대략 두 시간.
그사이 다른 BJ들은 앞서가고 있다. 순위권 경쟁에서 완전히 도태되고 만 것이다.
'이 정도면 선두겠지? 다른 BJ들은 얼마나 깼으려나…….'
조금은 마음이 편해진다.
하지만 경쟁자들은 한둘이 아니다. 양땅은 챕터1의 보스를 겨우 깨고 한숨을 돌린다.
3달 전 있었던 시상식 실물 대란. 그 여파로 시청자가 반에 반토막이 났다.
다시 한 번 일어서기 위해 그녀는 필사적이다.
─빅도서관팬임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역시 빅도서관! 벌써 챕터2네ㄷㄷ
"100개 감사합니다! 당연하죠~. 제가 게임을 원투 타임 해왔겠어요?"
―원투 타임?
―뭔가 좀 어색한데……
―아무튼 빅도서관이 게임은 진짜 잘함ㅋㅋ
―해골왕에서 한 번도 안 죽은 게 컸지!
진짜 선두주자들에 비하면 뒤쳐져 있지만 말이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게임도 많이 해본 사람이 잘하는 법이다.
'후, 베타 테스트 영상 분석해두길 잘했네.'
물론 그런 이들이 한둘일 리가 없다.
걸린 판돈이 한두 푼이 아닌데 잡기술만 믿기는 뭣하다.
빅도서관은 베타 테스트 정보를 긁어모아 공략 루트를 확립시켰다.
─단풍잎안함? 님, 별풍선 200개 감사합니다!
다 둘러보고 왔는데 형이 제일 빨라요!
"두고 봐. 내가 무조건 제일 먼저 깰 거니까."
―펑이조 맞음?
―이렇게 진지한 거 첨 봄 ㄷㄷ
―200개 받고도 안색이 안 변하네
―팩트) 원래 안 변함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단순한 노력과 센스만으로 이룰 수 없는 간극이 있다.
가장 앞서나갈 수 있는 건 필사적으로 몸부림 친 사람 뿐이다.
오정환에게 빼앗겨버린 이목.
갑작스러운 상황에 반쯤 넋이 나갔던 다른 BJ들과 달리 펑이조는 한정판을 구입한 후 곧바로 귀가해 방송을 켰다.
남들보다 약간 더 빠른 스타트를 끊었다.
기껏해야 10분에서 20분 정도에 불과하지만 선두 그룹의 치열한 경쟁에서 이는 절대적인 어드밴티지다.
「피의 사막이 경치 효율 쩌는 것 같습니다. 앵벌에는 별로지만」
「돈은 우리가 보내면 되지!」
「형 1000Gold 보냈어요~」
「디아도 우리 펑룡인이 먹어버리죠ㅋㅋㅋㅋㅋㅋ」
.
.
.
그리고 지원해주는 인력.
펑이조는 단풍잎스토리에서 탄탄한 지지 기반을 쌓았다.
그 충신들이 정보를 긁어모으고, 자신들의 아이템과 돈까지 바친다.
─거품펑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난 일 중이라 ㅠㅠ 화이팅!
"거풍펑님 500개 감사합니다. 리액션은 죄송한데 끝나고 할게요."
―할 리가ㅋㅋㅋㅋㅋㅋ 무조건 까먹지
―안 해도 되니까 1위 유지하자!
―급식이라 돈이 없어서 형을 못 도와줘요
―블자는 다 유료겜이야 ㅡㅡ
딱히 치사한 행위가 아니다.
시청자 참여는 BJ들의 콘텐츠.
자신이 응원하는 BJ가 잘되길 바라는 팬들의 순수한 호의다.
최초 격파라는 공통의 목표를 함께 이루어나간다.
펑이조는 가장 빠른 스타트와 더해 팬덤의 지원으로 최선두를 지키고 있다.
『죽었습니다.』
『모든 장비의 내구도가 10% 감소했습니다.』
"……."
―역시 펑이조!
―다행히 시체는 없네ㅋㅋㅋㅋ
―디아2 시체 찾는 거 고역이었지 ㄹㅇ
―틀딱들 신났누
물론 그 앞길이 창창한 것만은 아니다.
피지컬이 썩 뛰어나지 않은 펑이조는 보스 레이드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드코어를 안 해서 망정이지.'
한 번 죽으면 캐릭터가 삭제되는 모드다.
렉 걸려서 죽어도 얄짤이 없으며, 착용한 아이템까지 날아가기 때문에 PTSD 오기 딱 좋다.
그 스릴 때문에 전작에서는 크게 인기였다.
디아볼로3는 영정 사진까지 나오며 관심을 모았다.
시청자의 추천이 있었지만 펑이조는 못 본 척 고르지 않았고.
<이런 하찮은 허상은 치워주마. 지옥의 군주의 실체를 똑똑히 보아라!>
그 덕에 몇 번을 죽어도 약간의 시간을 잃는 것으로 되감을 수 있다.
펑이조는 챕터2의 최종 보스를 벌써 3번째 트라이 중이다.
『죽었습니다.』
『모든 장비의 내구도가 10% 감소했습니다.』
"X발…… 마을 가서 고치고 와야겠네. 돈도 없는데."
―돈은 충신들이 보내주잖아ㅋㅋㅋ
―팔 내려치는 걸 좀 피해!
―그래도 이제 감 잡지 않음?
―개발컨……
10번째 시도 끝에 간신히 잡는다.
소요된 시간만 장장 40분.
펑이로서는 식은땀이 흐르는 상황이다.
'X발!'
장비 수리비로 들어간 골드도 골드지만, 다른 BJ들과 격차가 좁혀졌다는 것이 크다.
이미 상위권 몇몇은 챕터2의 최종 보스에 도달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펑이조충신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빅도서관도 꼴아박는 중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래? 보통 어려운 보스가 아니긴 하지~ 난 이미 깼지만."
―(10데스)
―표정을 숨기질 못하누ㅋㅋㅋㅋㅋㅋ
―ㄹㅇ 아무튼 깨기만 하면 됐지
―챕터3 가즈아!!
그들도 시간이 걸린다.
여전히 자신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고, 마지막까지 이 격차를 유지하기만 하면 된다.
'내가 직업 선택을 진짜 잘한 것 같아.'
시청자들의 추천을 받아 야만전사를 플레이하고 있다.
전작부터 이어져 온 근본 있는 클래스로, 전사답게 튼튼하며 조작 기술도 간단하다.
사전에 충분히 고심도 해봤다.
어차피 처음 하는 게임이라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든든한 지원을 바탕으로 터프하게 격파하는 걸 목표로 한다.
─Zl존전사S2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물몸 직업한 BJ들 지금 피눈물 흘리고 있음ㅋㅋㅋㅋ 보스 존나 어렵다고
"컨트롤이 부족하네 컨트롤이. 피하면서 깨면 할 만한데."
―네??
―지는 다 맞으면서 깨놓고
―양심 있어서 쉽다고는 안 함ㅋㅋㅋㅋㅋㅋ
―응 꼬우면 야만전사 해~
챕터1은 베타 테스트 유저들의 정보가 있었다.
챕터2부터는 순수한 센스, 그리고 시간 투자에 달렸다.
그 시간이 남들보다 앞섰고, 큰 실수만 안 하면 이대로 굳힌다.
'오정환 그 새끼 악사 했다던데 크크.'
현재까지 나온 정보에 의하면 디아볼로3의 모든 직업 중 가장 물몸이다.
잡몹은 어찌저찌 잡아도 보스에서 반드시 곤욕을 치를 것이다.
드디어 처음으로 오정환에게 이긴다.
최초 격파도, 시청자 어그로도 빼앗아온다.
디아볼로에서는 자신이 그보다 위라는 것을 확실히 한다.
―여긴 이제 겨우 챕터2?
―펑이조는 챕터3인뎈ㅋㅋㅋㅋㅋㅋㅋㅋ
―어그로 쳐내
―단풍잎에선 찍소리도 못하던 놈들이……
―응 대세는 디아3~
―BJ님 챕터2 보스 팁 알려줄까요? ㅋㅋ
.
.
.
이는 팬덤도 마찬가지다.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다가 반격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수백 명의 극성팬들이 오정환의 방송에서 집요하게 어그로를 끈다.
─다른 BJ들은 챕터3까지 갔음?
오정환 방송만 봐서 몰랐는데
└펑이조, 대도서관 포함해서 3~4명 될 걸?
└오정환 걸 왜 봄ㅋㅋㅋㅋ
글쓴이― 최초 구매자라길래
└최초로 구매한 거지 최고로 빠른 건 아님ㅋ
그리고 이는 효과가 있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소문만 듣고 왔다.
그런데 더 맛집이 있다고?
소식이 퍼지자 대세는 점점 기울어지게 된다.
「디아3) 펑이조. 디아볼로 1등 방송! 야만전사 사기입니다^^」_ ?13, 123명 시청「디아3) 오정환. 30시간 노숙 하고 산 게임」_ ?12, 892명 시청「디아3) 빅도서관. 게임킹 빅도서관의 디아볼로 최초로 깨는 방송」_ ?3, 362명 시청
그 결과.
오정환을 근소한 차이로 앞서는 데 성공한다.
디아3의 흥행과 맞물려 난생처음 시청자 네 자리 수를 돌파한다.
─디아처음함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오정환 챕터2 반쯤 갔어요! 좀 빠름
"나 같은 선두주자들 하는 거 보고 따라하나 보네. 열심히 하시라고 해."
여유가 있으니 말도 곱게 나온다.
디아3는 챕터4까지 있고, 이미 챕터3를 공략 중인 자신과 오정환의 격차는 절대적이다.
'보스까지 생각하면 계산 끝났지.'
귀여운 수준이다. 경쟁 상대조차 되지 못한다.
클리어를 한 후에도 쩔쩔매고 있다면 도와줄 의향 정도는 있다.
지난 반년간 펑이조도 성장했다.
대척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걸 배웠다.
대인배임을 어필해야 시청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남는다.
─거품펑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속보) 오정환 챕터2 보스 한 번도 안 죽고 깸ㄷㄷ
"뭐?? 챕터1이 아니고?!"
―챕터2 맞음ㅋㅋㅋㅋㅋㅋ
―컨이 그냥 미쳤음
―펑리둥절
―심지어 하드코어라는데?
다행히 그럴 고민을 할 필요는 없었다.
* * *
꽝!
꽝!
꽈광 쾅 쾅―!
화면의 절반 크기를 자랑하는 꽃게 같은 형상의 악마가 팔을 미친 듯이 내리친다.
그 거대한 몸집에 걸맞게 굉음을 내며 지진처럼 땅을 뒤흔든다.
'맞으면 거의 즉사에 가까운 피해를 입긴 하는데.'
챕터2의 최종 보스.
거지새 군주는 악명이 자자하다.
나도 처음 했을 때는 꽤나 고전했던 기억이 있다.
─오정환광팬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다른 BJ들 여기서 10번씩 죽던데ㄷㄷ
"안 맞고 카이팅 해서 잘 잡으면 돼요. 여차하면 연막으로 한 번 씹으면 되고."
―그게 말이나 쉽지;;
―미쳤다
―처음 하는 거 맞음?
―오정환! 오정환! 오정환! 오정환! 오정환! 오정환!
처음 했을 때는 말이다.
솔직히 한두 번 해본 게 아니라 약간은 찔린다.
'블라자드 이 새끼들이 스타2 캠페인에서도 우려먹거든.'
그 새끼들도 찔려야 한다.
보스 이름만 바꿔서 또 내놓는다.
디아3 자체가 반복 사냥이 많다는 것도 한몫해서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
『다음 막으로 떠나시겠습니까?』
미끄러지는 일만 없으면 클리어 시간이 확연하게 단축된다.
거지새 군주를 한 번에 격파함으로서 상위권 그룹에 들어간다.
─디저씨입니다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하드코어라 한 번만 죽으면 끝나는 건데 간도 크시네
"그편이 님들도 재밌잖아요? 저도 재밌고."
―아니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 하드코어임?
―또라인가……
―진짜로 미쳤넼ㅋㅋㅋㅋㅋㅋ
한 번 죽으면 캐릭터가 삭제되는 모드.
딱히 경험자로서의 오만이나 방송 어그로를 끌기 위한 선택이 아니다.
'수면제를 즐기려면 하드코어 정도는 해야지.'
그거라도 걸어둬야 정신 똑바로 차리고 하지.
안 그래도 노숙 탓에 온몸이 안 쑤시는 데가 없다.
<영리하다고 생각했겠지. 우리 모두보다 낫다고. 하나씩 하나씩 우리 형제가 네 함정에 빠졌지만, 난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자타공인 수면제 게임을 처음부터 끝까지 깨는 것은 여간 고역이 아니다.
이렇듯 스토리까지 하나하나 보면서 말이다.
─디아블로아재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스토리 스킵해 제발!
"마침내 내가 일어나리라……. 대악마가 되어! 오~ 멋있어 아주. 회장님 500개 감사합니다. 근데 스토리는 보고 깨야죠. 여러분도 궁금하지 않아요?"
―미친 새끼야ㅋㅋㅋㅋㅋㅋㅋ
―오 멋있어 ㅇㅈㄹ
―스토리는 나중에 봐도 되잖아 ㅡㅡ
―아니 정신 좀 차리지
그렇기에 보는 것이다.
디아볼로가 망작이라는 평가는 많지만, 캠페인만 따지면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가끔 하면 재밌어.'
정말 간만일 수밖에 없다.
여유를 가지고 디아3의 최초 격파를 즐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