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163화 (163/846)

163화

결론부터 말하면 디아3는 상당히 잘 만든 게임이다.

'이게 뭔 개씹소린가 싶을 수 있겠지만.'

블라자드 자체가 한국 게임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WOW부터 전해져 내려온 로컬라이징(현지화)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외국어를 음역했다.

Fireball을 그냥 '파이어볼'로 썼다는 소리다.

외래어나 한자어에 비해 순우리말은 없어 보인다(?)는 이유였다.

'우리나라가 당시만 해도 개발도상국 이미지가 강해서.'

선진국임에도 그렇게 생각했다.

특히 한국인들 스스로가 자격지심을 가졌다.

그런 선입견이 2020년 이후에도 있는데, 그 이전에는 오죽했겠냐는 이야기다.

사실 경제 규모, 군사력 순위, 문화 영향력 등으로 볼 때 유럽 한복판에 갖다 둬도 야 프랑스! 야 독일! 꺼져 이탈리아! 하는 수준의 강대국임에도 말이다.

하필 주변 나라들이 죄다 세계정복급 국가들이라 허약해 보이는 착시 현상을 일으킨다.

세계 1, 2, 3위의 나라가 ·우·좌·아래에 있고, 위에는 前2위가 떡하니 자리 잡았다.

지정학적으로 지구에서 가장 ㅈ 같은 위치라는 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콤플렉스가 있을 만도 했다.

'그러다 보니 아스가르드의 스워드소드 같은 웃지 못할 해프닝도 생긴 거지.'

외국어 짱짱!

한국어 유치해!

그것이 당연하던 시기에 오직 블라자드만이 어, 아닌데? 를 시전한 것이다.

국내 게이머들의 엄청난 반발을 무릅쓰고 'Fireball'을 '화염구'로 번역했다.

그렇게 나오면 게임 안 한다, 장사 안 하고 싶냐.

해외 게임사 입장에서 강행할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해버렸다.

막상 써보자 어, 괜찮은데?

무심코 넘어갈 수 있지만 사실 감사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블라자드가 그렇게 개삽질을 해도 미워할 수가 없어 나는.'

감사해야 하는 사람은 다 사내 정치로 잘렸을지도 모른다.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로컬라이징은 훌륭하고, 디아3 또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비전력이 부조카당~!>

<비전력이 부조카당~!>

"아 비전력이 부족하면 가서 채워 개새끼들아!"

―ㅋㅋㅋㅋㅋㅋㅋ

―저거 뭥미

―개귀엽네

―아니, 블라자드 미침?

상점을 둘러보고 있던 중.

몇몇 팬들이 찾아와 어그로를 끈다. 소서러가 마나가 부족할 때 하는 독특한 대사다.

이렇듯 세세한 부분은 정말 잘 만들었다. 특히 성우와 번역쪽은 깔래야 깔 수가 없다.

그 외에도 부분 부분만 놓고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래서 더 아쉬운 게임이야.'

그래픽이 좋으면 뭐해?

게임 분위기와 안 맞는데.

전투 시스템이 박진감 넘치면 뭐해?

게임 시스템은 단순하기 짝이 없는데.

<건방진 것…… 그만!!>

<내 부하들이 너의 육신을 뜯으며 잔치를 그만!!>

<그만!! 나도 말 좀 하자.>

까이기만 하는 디아3의 스토리도 비슷한 측면이 있다.

챕터3의 최종 보스 그만의 군주를 쓰러뜨린다.

─디아블로아재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스토리는 시원시원해서 좋네. 반전은 아직 모르겠지만ㅋㅋ

"회장님 500개 감사합니다! 보스도 시원시원하게 쓰러져서 좋네요."

―펑이조 따라잡았어요!

―그 Boom은 여기서도 죽음ㅋㅋㅋ

―블라자드가 디아3는 대체 어떤 반전을 준비해뒀을까……

―다 죽여 X발

캠페인만 놓고 보면 재밌다.

재밌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스토리 쓴 새끼가 웹소 작가 아닐까? 싶을 만큼 사이다를 때려 박았어.'

한 줄로 요약된다.

일곱 악마 순서대로 족치기.

나쁜 놈들 다 때려잡는 전형적인 웹소설 플롯이다.

장점이 있는 만큼 단점도 함께 공유한다. 캠페인을 다 끝내고 스토리를 돌아봤을 때 감동이나 반전이라 할 만한 게 없다.

게임이 전체적으로 나사가 빠져있다.

재료는 존나 좋은데 완성품을 신기할 정도로 ㅈ같이 만들어 놓았다는 게 내 개인평이다.

<길었던 싸움은 오늘 끝난다.>

<빛나는 천상을 한번 더 봐 둬라. 이제 곧 전부 사라지고 내 웃음만 남을 테니.>

<크하하하하하!>

시네마틱 영상은 또 오질나게 잘 만들어서 아쉬움을 더한다.

챕터4의 오프닝이 가슴을 웅장하게 만든다.

─디아블로아재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좀 넘기자고 ㅡㅡ 최초 격파 1만 개 미션 콜?

"콜이죠 당연히!"

―이 새끼ㅋㅋㅋㅋㅋㅋ

―형은 계획이 다 있구나?

―와 1만 개 ㅁㅊ……

―회장님 오랜만에 시동 거시네 ㄷㄷ

물론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정신 없이 달려오는 사이 1등의 턱밑까지 추격을 했다고 한다.

'최초 격파를 안 먹으면 아무래도 찜찜하겠지.'

보다시피 게임이 이 꼴이다.

흥행에 실패하게 되리란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한동안은 떠들썩할 테고, 이슈의 중심에서 밀려나면 섭하다.

보는 사람 답답할 만큼 천천히 온 건 딱히 배짱이 아니다.

챕터4부터는 주먹구구식으로 깨는 것이 힘들어진다.

그래서 보통 선택지가 두 가지로 나뉜다.

레벨과 아이템 맞추기.

아니면 컨트롤로 무작정 극복하기.

아무리 나라고 해도 후자가 만만한 선택지가 될 수는 없다.

'그래서 한 거야.'

AXA 다이렉트 보험이 출동할 시간이다.

* * *

8시 30분에 시작했던 전야제.

그로부터 장장 6시간이 지났다.

일반 유저들은 여전히 디아3를 플레이할 수 없지만.

─속보) 오정환 원트클

─펑이조 표정 존나 귀엽네ㅋㅋㅋㅋㅋㅋ

─???: 그만! 그만! 그만!

─이걸 따라잡힌다고??

.

.

.

역사적인 순간만큼은 함께 할 수 있다.

현재 여러 커뮤니티의 주된 화제다. 게임 커뮤니티는 물론이고, 일반 커뮤니티도 말이다.

디아3가 가진 영향력.

하나의 사회 현상을 괜히 불러일으킨 게 아니다.

지금의 소동 이상으로 널리 전파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

─정리글) 현재 1위 등반하는 디아BJ들 상황. txt

양땅― 아이템 잭팟 터지며 좋게 가는 듯했지만 역시나 실력 문제 #탈락빅도서관― 상당히 유망했지만 노땅답게 졸음 오는지 점점 뒤쳐져서 #탈락보황― 던파 일퀘 마려워져서 #탈락.

.

.

그 외 댓글에 써주면 업데이트 하겠음

└일퀘 마려워져섴ㅋㅋㅋㅋㅋ

└빅도서관은 진짜 ―틀―만 아니었어도 할 만했는데

└결국 펑이조가 원탑 같은데

└오정환도 만만찮음 ㄹㅇ

그렇기에 BJ들은 필사적으로 매달린다.

과연 누가 최초 격파의 영광을 얻을 것인가?

치열했던 경쟁도 딱 게임 출시 3시간까지였다. 이른바 서열 정리가 되기 시작한다. 상위권 그룹 중에서도 가능성이 유망한 이.

커뮤니티에서 유심히 지켜보는 BJ는 딱 두 명이다.

처음부터 쭉 선두를 지킨 펑이조.

엄청난 기세를 보여주는 후발주자 오정환.

둘 중 한 명이 승자가 되리란 것으로 분위기가 굳어진다.

─지금 기세면 오정환이 먹는다 아님?

이 새끼 패기부터가 미쳤음

하드코어 X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응 아니야

└그 새끼 스토리충이라 안됨

└아모른직다

└ㄹㅇ 진짜 마지막까지 재봐야 앎

아직까지도 어느 한 명의 확실한 우세가 점쳐지진 않는다.

오정환의 속도가 놀라운 수준이긴 해도, 펑이조가 쌓아온 실적도 무시할 수 없다.

남은 챕터는 겨우 하나.

그 안에 따라잡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커뮤니티의 여론은 펑이조쪽에 보다 기울어져 있다.

─지금 챕터4 들어간 BJ들이 하나 같이 말하는 게

몹들이 매우 세졌다는 거임

천상에 악마들이 침입해서 안 그래도 몹 개많은데

타락 멍울 다 뚫으면서 가려면 스펙업 필수일 수밖에 없음└노가다 해야 되누ㅋㅋㅋㅋ

└지금까지 너무 술술 풀리긴 했지ㅋ

└펑이조가 유리하겠네

└자발적 노예들 시키면 되잖아ㅋㅋㅋㅋㅋㅋ

실력인지 운인지는 몰라도 단 한 번의 죽음 없이 수월하게 진도가 나갔다.

그 불도저와 같은 방식을 더 이상 지속하기 힘들어 보인다.

"아니, X발 딜이 안 박히잖아! 딜도 X발 존나게 세고."

―딜도? ㅗㅜㅑ

―돈 좀 보내래ㅋㅋㅋㅋ

―노예들 출동 안 하고 뭐함?

―거 춘식아 구덩이 좀 파야 쓰겄다!

수많은 시청자들의 지원을 받고 있는 펑이조조차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이전처럼 맞으면서 쭉쭉 밀고 나가기에는 난이도가 높아졌다.

후루룽~!

야만전사의 상징과도 같은 기술이다.

디아를 해보지 않은 유저들도 휠윈드는 알 만큼 전작부터 명성이 자자하다.

1세대 지건이었기 때문이다.

학교 일찐들이 청소 시간만 되면 시전했다. 펑이조도 그 로망을 알고 있기에 사용하고 있지만.

'이거 개쓰레기 아니야?'

적들 사이를 헤집다가 다구리를 당하기 일쑤다.

몬스터의 데미지도 높아졌거니와, 전작과 달리 피격 판정이 좋아진 영향이다.

일명 '사과 깎기'라는 컨트롤로 최대한 덜 맞아야 한다.

그런 걸 알 리도 없고, 할 피지컬도 안되는 펑이조는 더 좋은 방어구가 필요하다.

─디아보러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훨윈드 멋있긴 한데 너무 약한 거 같다……

"아 훈수 둘 거면 100개 이상 쏘라고!"

―ㄹㅇㅋㅋ

―저 새끼 가성비 오지게 굴리네 ㅉㅉ

―10개로는 어림 없지

―근데 진짜 훨윈드 거품 같은데……

전사 클래스 특유의 딜부족 현상도 심각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 좋은 무기도 필요하다.

각 잡고 장비를 갖추지 않으면 안되는 시점이 왔다.

'……훨윈드 말고 딴 거 써볼까?'

퀘스트만 집중적으로 깨다 보니 뒤쳐지고 말았다.

무작정 밀어붙이던 플레이 방식도 더 이상 최적화를 미룰 수 없다.

지원을 받는 펑이조도 이 모양이다. 지원도 없는 오정환은 훨씬 고생할 것이다.

커뮤니티의 여론이 기울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인데.

─이러다죽음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강행돌파 에반데 레벨 좀 올리지;;

"그냥 해볼게요. 컨트롤로 함 비벼보면 되죠."

오정환의 방송.

시청자들의 제지를 무릅쓰고 진도를 나간다.

수많은 악마들의 모여있는 전장에 발을 디딘다.

<진영을 무너뜨려라~!>

그 선봉에 있다.

가렌의 악마가 무시무시한 모습을 드러낸다.

침착하게 카이팅 하는 오정환의 실력은 분명 훌륭하다.

―눈도 깜짝 안 하네ㅋㅋㅋㅋ

―응 노딜

―이쑤시개 아님?

―아니 아이템 좀 맞추고 오라고 ㅡㅡ

문제가 있다면 데미지.

펑이조보다 레벨도 아이템도 빈약하다.

툭툭 쏴재끼는 화살이 이쑤시개로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일제 사격 개시.>

<타격이 클 거다!>

그 이쑤시개 같은 화살도 누적되자 이야기가 달라진다.

덫을 깔아 진격 속도를 늦추고, 돌진 패턴은 연막으로 흡수하며, 끈질기게 딜을 박아 넣은 결과.

◈파멸적인 학살! ◈

「61마리 처치!」

「경험치 보너스 2.25배!」

결국 쓰러지는 시점이 찾아온다.

카이팅을 하며 몹몰이도 진행했다.

한 맵에 있는 적들을 전부 소탕하자 오르는 경험치가 장난이 아니다.

<당신 내면의 빛이 겁나 커집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강력한 몬스터와 몰이 사냥의 시너지가 더해지자 레벨업 속도가 엄청나다.

광렙을 할 수 있는 게임 시스템을 적절하게 이용하고 있다.

캠페인 퀘스트도 함께 진행되니 진도가 나간다.

"오~ 이거 활 괜찮은데? 바꿔야겠다."

―아니 ㅁㅊ;

―이걸 잡는다고??

―가렌의 악마를 한낱 가붕이로 만들어버리네ㄷㄷ

―키야~ 옵 쩌는 거 보소

그리고 간간히 터지는 득템.

조금씩 업그레이드 되는 장비는 의미가 크다.

악사는 야만전사와 반대로 딜링에 특화돼있기 때문이다.

부족한 생존은 컨트롤로 알아서 커버한다.

게임의 긴장감이 펑이조와는 비교도 안 된다.

한때 넘어갔던 시청자 수와 여론을 자연스럽게 되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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