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165화 (165/846)

165화

불지옥 최초 격파

초창기 디아볼로3 가진 차별성.

차후에는 사라지는 그것을 빼놓으면 섭할 것이다.

─디아블로급식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ㅈ리자드 돈독 오름! 경매장에 현금 거래 추가하려고 한 거 봄?

"근데 그게 나쁘게만 생각할 게 있나? 어차피 공공연한데."

―ㄹㅇ

―팩트) 틀딱만 발악함

―틀딱들이 돈은 더 쓸 텐데?

―난 잘 만든 시스템이라고 봄

다름 아닌 경매장 말이다.

2020년 이후에는 딱히 의아할 것도 없지만 당시만 해도 엄청난 논란을 야기했다.

'게임사가 이런 걸 해도 되나? 뒷세계에서 하는 거 아닌가? 이런 분위기였지.'

그전까지만 해도 아이템매니아, 아이템베이 등 불법적인(?) 사이트에서만 현금 거래가 이루어졌다.

실제로 이용 약관 위반이기도 해서 법적으로 보호 받지 못한다.

그런데 디아볼로3가 최초로 그 고정 관념을 깨뜨렸다.

게임사에서 게임 머니를 판매하겠습니다!

이 당시만 해도 받아들이기 힘든 개념이었던 것도 무리는 아니다.

─오정환환환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현금 거래 욕하는 놈들 특) 게임 접을 때 아이템매니아에서 다 처분함

"그렇긴 하지."

정말 아이러니하기 짝이 없다.

보수적인 한국 사회의 규제 탓에 블라자드가 원하던 현금&게임 머니&게임 아이템이 맞물리는 경매장 시스템 구축에 실패했다.

그것이 디아볼로3 약세화의 시발점이 되었다.

그렇게 봐주기에는 개발진의 병크가 너무 크다.

현금 거래 시스템은 절대 만만하게 접근할 부분이 아니다.

실제 경제학자를 포함한 전담 부서가 필요하며, 막강한 권한으로 적절하고 빠른 시장 통제를 해야만 한다.

작은 나라에 맞먹는 인구를 가진 만큼 관리하는 것이 녹록할 리가 없다.

시스템 도입 자체는 가히 선구자격이다.

하지만 준비가 미비했고, 망하게 된 건 필연이다.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시점에서는 꽤나 즐길 만하다.

『기민한 굽이활』

희귀 활 ― 양손 무기 ― Lv.60

무기 공격력: 1249.3

초당 공격 횟수: 1.75

◇무기 공격력 +20%

◇공격 속도 25% 증가

◎ 빈 홈

경제라는 게 하루 아침에 휘청거리는 건 아니니까.

초창기인 지금의 경매장은 문제가 없고, 유저들에게도 호평을 받고 있다.

현금 거래는 규제됐어도 불법 사이트가 워낙 활성화돼있던 시기라 알아서 잘 굴러간다.

"와 이거 옵션 개쩌는데? 경매장에 팔면 얼마 나오려나."

―부르는 게 값이지

―ㅁㅊ 유니크네

―무슨 공격력이 네 자리가 넘음 ㅡㅡ

―이제 불지옥 가능?

앞서가는 RPG의 랭커. 마음만 먹으면 큰 돈을 벌 수 있다. 사냥하다 나오는 걸 대충 하나씩만 주워다 팔아도 목돈을 땡긴다.

'그런 눈앞의 급전에 목을 멜 때가 아니지.'

BJ로서 수익이 많아서.

그 이유도 없지는 않지만, 돈은 다다익선이다.

결정적인 건 불지옥 난이도가 전설급 아이템을 드랍한다는 점이다.

전설급부터는 특수 옵션이 추가된다.

희귀 이하의 아이템에 목을 맬 이유가 없다.

진정 앞서나가기 위한 준비를 차곡차곡 해나가고 있다.

<눈도 깜짝 안 한다!>

지옥 난이도의 가렌의 악마.

패턴이 매우 조잡하고 단순해 대응하기 쉽고, 아이템은 쏠쏠하게 뱉어 계속 '런'을 하고 있다.

같은 몬스터만 골라서 잡는 사냥 방식의 통칭이다.

─나혼자롤함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가붕이급으로 쓰레기넼ㅋㅋㅋㅋㅋ

"100개 감사합니다. 뭔진 모르겠지만 아마 비슷할 것 같네요."

―롤이 뭔데 씹덕아

―벌써 지옥 난이도 사냥을 ㄷㄷ

―불지옥 딱 대!

―ㄹㅇ 생긴 것부터가 멍청함

하지만 결코 우습게 볼 몬스터는 아니다.

Q로 대가리 찍히고 빙글빙글 돌다가 '정의를 위해!' 박히는 순간 악사 같은 딜러는 으깨진다.

<진영을 무너뜨려라~!>

그럴 일이 없어서 문제다.

촘촘히 깔아 놓은 덫을 겨우 넘어 접근해도 얼음 룬이 발린 자동 쇠뇌가 곳곳에 깔려있다.

27번째 가붕이도 무한 슬로우의 지옥 속에서 천천히 죽어간다.

◈한 맺힌 학살! ◈

「38마리 처치!」

「경험치 보너스 1.75배!」

그리고 광렙.

난이도가 워낙 높다 보니 본격적인 몹몰이는 과욕이다.

하지만 충분히 쏠쏠하고, 부족했던 아이템도 맞춰가고 있다.

<당신 내면의 빛이 커집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추종자의 후빨과 함께 레벨이 상승한다.

60레벨.

현재 기준으로 만렙에 해당하는 최고 레벨이다.

그런 것치고 찍는 게 어렵지 않다. 일반 유저가 설렁설렁해도 1주일 남짓?

단풍잎스토리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의 노가다다.

─디아블로아재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만렙 ㅊㅋㅊㅋ 나는 이제 겨우 30이여ㅋㅋ

"회장님 천 개 너무 감사합니다. 같이 사냥도 해드리고 그러고 싶은데 제가 지금 불지옥 난이도 준비 중이라."

―만렙도 최초야?

―ㄴㄴ 펑이조 찍음

―요즘 펑이조 잠도 안 자고 미쳤어ㅋㅋㅋㅋㅋ

―타비 언급 ㄴㄴ

즉, 차별화는 아이템에 의해 이루어진다.

펑이조는 이미 만렙을 찍고, 인맥과 자금을 동원해 장비를 맞춰가고 있다고 한다.

'요즘 완전 새 사람이 됐다고 하지.'

한때 떡락했던 민심.

그것이 방송 인생의 끝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죄를 뉘우치고, 고쳐나간다면 언젠가 만회할 기회가 온다.

디아볼로3의 출시가 계기가 되었다.

방송을 열심히 하다 보니 민심도 돌아왔다.

사람 한 명 만들었다는 생각에 이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오정환팬클럽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우리도 단합해서 정환이 풀템 맞춰줘야 하는 거 아님?

"마음만 받을게요. 그렇게까지 호들갑 떨 거 있나."

―저쪽 장난 아니던데……

―여유 보소

―펑이조 단풍잎템도 팔았대! 경매장에서 좋은 템 싹쓸이하려고 ―아니, 진짜 템빨 중요한데

근데 그건 그거고.

당연하게도 질 생각은 없다.

기왕 경쟁을 한다면 이기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절대 만만히 보는 게 아니다. 펑이조는 전력을 다하고 있다. 아이템까지 우월하게 맞춘다면 위협이 안되기도 힘들다.

나는 희귀템을 돈 주고 사기 싫지만, 돈이 썩어난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선택지다.

그 열정과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 같아서 미안하긴 한데.

'어차피 야만전사는 불지옥을 못 가.'

약한전사라는 불명예스러운 호칭을 얻게 되는 이유다.

* * *

Pay to Win.

한 마디로 지갑전사.

그것이 펑이조가 가진 단 하나의 전략이자 마스터키다.

「레어급은 안됨? 옵션 괜찮은데」

「미침?」

「펑이형 쓰시는 건데 당연히 희귀지」

「형 저 허리띠 개쩌는 거 구했어요!」

.

.

.

그리고 회복한 성세.

팬들이 자발적으로 아이템 수집을 돕는다.

13부위나 되는 모든 장비를 전부 희귀템으로 갈아 치우는데 성공한다.

"지금부터 불지옥 난이도를 전세계 최초로! 도전해보겠습니다."

―올~

―최초는 아니지 않음?

―누군가 해보긴 했을 듯. 깨진 못했겠지만

―도전은 자유 맞지ㅋㅋㅋㅋㅋ

그리고 장엄한 분위기 속에서 불지옥 정복을 선언한다.

디아볼로3가 출시된지 나흘 차.

하루에 2시간씩 자고, 배달 음식만 시켜 먹으며 미친 듯이 달려온 보람을 삼킨다.

'진짜 죽을 것 같네 X발.'

오정환을 넘어서겠다는 일념.

단순한 복수심을 넘어 반드시 한 번은 이루고 싶은 버킷 리스트가 돼버렸다.

불지옥 정복과 디아볼로3의 원탑이 되어 그 목표를 이룬다.

<이곳은 죽음의 냄새가 진동하는군. 별이 가까이에 있어.>

챕터1.

이미 한 번 깃발을 꽂았던 스토리의 막을 연다.

난이도가 달라졌어도 몬스터의 스펙을 제외하면 같다는 것이 확인된 바가 있다.

그렇기에 의기양양하다.

이를 잡을 수 있을 만큼 최고의 아이템을 갖췄다.

등줄기가 서늘해짐을 느끼게 되는 데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늘에서 떨어진 별을 찾으러 왔소.>

<저들을 물리치기 전엔 문을 열 수 없소!>

"그 정도는 그냥 잡아주지~ 내가 지금 희귀템으로 도배를 하고 왔는데."

―ㅋㅋㅋㅋㅋㅋㅋ

―초보 사냥터에 만렙 떴다!

―병사들 오줌 지릴 듯?

―훨윈드로 쓸어버려!

단순한 좀비.

느리고, 단순하고, 공격력도 형편없다.

정예 몬스터들은 특수 패턴이 추가되지만 일반 몬스터들은 더 단단해지고 강해지는 정도다.

즉, 충분히 예상 내다.

강력한 공격력과 방어력으로 밀어붙인다.

이를 해내기 위해 돈과 인맥으로 최고의 장비를 맞춘 것인데.

철썩!

좀비의 손길이 펑이조가 플레이하는 야만전사의 등에 닿는다.

별것도 없는 일반 몬스터의 일격이다.

그 아픔이 등짝 스매시에 비견된다.

'아니, 미친?!'

화들짝 놀란 펑이조가 서둘러 스킬을 난사해 좀비를 쓰러뜨린다.

금의환향이 될 거라고 생각한 좀비 떼 정리는 필사의 혈전이 되고 만다.

<당신처럼 약한 자는 본 적이 없소! 경비병, 문을 열어주지 말게!>

<네ㅋㅋ>

"……."

―경비병한테 무시 당하네

―거품 뽀록 났누ㅋㅋㅋㅋㅋㅋㅋ

―추이요 펑하다……

―아 그저 ^거품방울톡톡^

물론 당황했을 뿐이다. 제대로 대응을 하고, 풀버프도 두르면 좀비 따위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다.

창피를 당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다.

마왕을 잡으러 가는데 문지기한테 문전박대 당했다면?

마왕을 대체 어떻게 잡을 건가 하는 의문이 떠오르는 것도 당연하다.

─펑이조 불지옥 난이도 도전 개웃기네ㅋㅋㅋㅋㅋㅋㅋ

[당신처럼 약한 자는 본 적이 없소! 경비병, 문을 열어주지 말게!. jpg]

살다 살다 경비병한테 무시 당하는 거 첨 봄

└ㄹㅇ 개쪽

└뭔데? 재밌는 거 같이 보자

글쓴이― 좌표 펑이조 ㄱㄱ

└불지옥 자체가 깨라고 만든 난이도가 아니긴 함ㅋ

그리고 이는 디아볼로 커뮤니티에서 그대로 화제가 된다.

방송적으로 보면 웃기지만, 엄밀히 따지고 보면 절대 실수한 게 아니다.

가장 값비싼 장비만 골라서 풀템을 맞췄다.

이런 랭커도 고전을 한다면 한동안은 힘드리라.

디아볼로3의 헤비 유저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Method 공대 대신 전해드립니다.」

2시간 전。

불지옥 난이도는 미쳤다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있지만 이달 내에는 끝날 것 같지 않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

세계 각지에 출시되어 유저 수가 이미 천만 명을 넘어섰다. 개중에는 한국인 이상으로 게임에 도가 튼 고인물도 존재한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RPG게임인 WOW의 랭커들이 주목받는다.

전문 게이머인 그들이 작정을 하고 디아볼로에 임하고 있다.

눈 뜨고 빼앗긴 최초 격파 타이틀.

그 억울함을 달래기 위함이다.

불지옥 난이도 격파는 그들에게 있어서도 중대한 과제이지만.

―데미지가 미쳤구나

―하긴 카이팅 해서 잡을 수 있는 거면 못 잡을 Method가 아니지 ―LOL ―야만전사도 못 버틸 정도면 다른 직업은 꿈도 꿀 수 없겠어!

현실적으로 어렵다.

도전자들의 실패는 새로운 공략의 초석이다. 불지옥 난이도가 가진 차별성을 파악하게 된다.

단순히 세진 게 아니다.

존나게 세졌다.

그 이하의 난이도는 그럭저럭 버티고, 컨트롤로 잡을 수 있지만 불지옥은 그걸 허용치 않는다.

"이건 안되겠어 페이커."

"동감이다 향로. 데프트 너도 이견은 없겠지?"

"꾸웨에엑!"

해외의 유명 게이머들은 보다 아이템을 보강하기로 의견을 통일한다.

지옥 난이도에서도 간간히 전설급이 뜰 때가 있고, 1주일만 더 시간이 있으면 이를 긁어모아 재도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어차피 다른 놈들도 못 깨.'

'일단 한숨 푹 자자.'

'와우 확장팩 나왔을 때보다 더 못 잔 것 같아…….'

지구 반대편이기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시차.

그들이 아침 해를 봤을 때는 또다시 믿기지 않는 소식을 맞이해야 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