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167화 (167/846)

167화

디아의 쇄락

<건방진 것…… 그만!!!>

<내 부하들이 너의 육신을 뜯으며 잔치를 그만!!!>

<그만!!! 나도 말 좀 하자.>

챕터3의 최종 보스 그만의 군주를 쓰러뜨린다.

불지옥답게 어쩌고저쩌고 추가 패턴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거지새 군주보다 한참 만만하다.

'즉사 패턴도 없고, 투사체도 너무 느려.'

수면제의 대명사 게임답게 보스도 수면제스럽게 만들었다.

적당히 해도 못 깰 수가 없는 간단한 난이도다.

물론 이는 내 입장에서 그렇다는 소리다.

─오정환환환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개쩐다…… 스킬 피하는 비결 같은 거 있나요?

"비결이랄 게 있나? 어차피 사람이 아니고 AI라는 것만 생각하면 되는데."

―그냥 피지컬빨이지

―뭐가 다름?

―???

―팩트) AI가 웬만한 사람보다 잘 맞힌다

라이트 유저 입장에선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개념을 알고 나면 누구나 쉽게 AI를 상대로 우위를 잡는다.

'AI가 쓰는 스킬샷은 크게 세 가지가 있어.'

1. 그냥 무작위로 날리는 것.

2. 플레이어의 위치에 쓰는 것.

이 두 가지는 게이머라면 보통 알 것이다.

그런데 가끔 이상하게 날아오는 것이 있다.

도저히 못 피하는 경로로, 게임 ㅈ같이 한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게 플레이어가 찍은 마우스 커서를 기반으로 따라오는 거예요. 그래서 민감하신 분들은 움직임을 읽힌다는 느낌을 받아본 적 있을걸요?"

―그런 것도 있음?

―오 나 있음!

―처음 알았네

―ㅁㅊ 뭐야 무서워

게임 내 핵도 그러한 원리로 구동된다.

특히 LOL에서 악명을 떨친 헬퍼가 같은 원리로, 그래서 스킬을 잘 피하고 잘 맞히는 것이다.

'반대로 그걸 역이용하면 헬퍼도 충분히 상대할 만하지.'

마우스 움직임을 짧게 짧게 하면서 의식적으로 엇박자를 만들면 헬퍼의 의미가 사라진다.

물론 나는 완벽하게 못 하지만, 프로 중에서 최상위급 선수들은 해내는 걸로 알고 있다.

그에 반해 순수한 AI.

패턴만 파악하면 대비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AI가 나를 보는 기준으로 3개의 점을 만들어서 빙글빙글 돌면 그만이다.

─디아블로초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꿀팁인 거 같긴 한데 못 따라할 것 같다……

"막상 해보면 쉬워요. 사람처럼 심리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무슨 사기급 피지컬이 있겠어?

신내림 받아서 스킬 위치를 아기동자가 점지어 주기라도 하겠어?

살면서 지어준 건 우리 봄이 밥밖에 없다.

'이런 말하면 약간 김빠질 수도 있는데.'

이는 AI가 적인 모든 게임에서 적용된다.

어차피 개발자들이 건드리는 프로그램은 다 비슷하기 때문에 이 한계를 벗어나는 일은 없다.

그럴 일이 생기는 건 가상 현실이 도입된 이후겠지.

블라자드 게임이든, 라이엇 게임이든 AI가 상대라면 만만하게 찜 쪄 먹는 게 가능하다.

띠링!

이렇듯 득템까지 따라온다면 더욱 말이다.

챕터3의 보스를 잡은 보상이 아름답게 모습을 드러낸다.

『닭활』

전설 활 ― 양손 무기 ― Lv.61

무기 공격력: 1281.2

초당 공격 횟수: 1.65

◇민첩+ 391

◇공격 속도 +15%

◇공격 시 40% 확률로 꼬꼬댁거림

◎ 빈 홈

"뭐냐, 이거."

―ㅋㅋㅋㅋㅋㅋㅋㅋ

―꼬꼬댁거림ㅋㅋㅋㅋㅋㅋ

―부럽다 전설활!

―하필 나와도 이런 게……

디아볼로3의 3대 예능 무기.

활을 쏘면 일정 확률로 닭이 함께 발사된다.

적을 살짝 밀어내긴 하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없다시피하다.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낫겟지.'

아직은 아이템을 하나둘 맞춰나가는 단계다. 조금 아쉽더라도 누더기를 기워 입는 것보단 낫다.

꼴에 전설급 아이템이라고 옵션은 그럭저럭 쓸 만하다.

* * *

오정환의 불지옥 난이도 도전.

한국에서 엄청난 화제를 모으고 있지만, 가장 주시해서 보는 이들은 다름이 아니다.

"제발 그만! 그만!!"

"저걸 벌써 깨버리면 우린 어쩌라고 그만 좀 깨……."

블라자드 본사의 개발진은 난리가 났다.

안 그래도 수년 간 개발해온 게임을 오픈하고 정신 없는 와중 날벼락 같은 속보가 연이어 날아온다.

불지옥 난이도가 격파되고 있다.

그것도 하드코어라는 패널티 모드로 말이다.

그 있을 수 없는 소식에 간부급 임원들도 자다 일어나 현장을 주시한다.

「혹시 오정환에게 공략 정보라도 알려줬나?」

「확인해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지사에서 벌인 일이니까요.」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회의가 이루어진다.

오정환이 대체 어떤 이인지.

블라자드 본사의 직원들도 한 번씩은 들어본 기억이 있다.

최초 구매자에 더해 최초 격파자.

그로 인해 개발자들이 한 번 뒤집혔으니 당연하다. 한국인이라면 있을 수 있는 해프닝이라고 생각했지만.

「한국 지사에서 연락은?」

「결단코 그런 일은 없었다고 재확인했습니다. 일단은.」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완전한 클리어는 이야기가 다르다. 업데이트 속도에 대한 유저들의 원성을 감당할 수 없어진다.

그걸 알기에 어떤 일이 있어도 깰 수 없도록 난이도를 상승시켜 두었다.

그만큼 개발자들에게는 절실하다.

콘텐츠가 바닥나면 당장 욕을 먹는 게 자신들이다.

불지옥 난이도가 격파된다면 한동안 강제적인 야근이 불가피하다.

<천상의 심장부에서도…… 천사가 공포를 느낄 수 있지.>

오정환의 방송.

직원들이 사내, 사외를 가지지 않고 관전하고 있는 이유다.

개발자가 플레이어가 아닌, 디아볼로를 응원하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어떻게 난이도 상승 더 못 시키나?」

「그거 하려면 섭종부터 해야지.」

「딱 한 번만 죽으면 되는데…….」

흔히 서양의 기업 문화라고 하면 반쯤 노는 분위기를 떠올리기 쉽지만 그건 복지 국가인 서유럽이나 해당한다.

미국의 영향을 다이렉트로 받은 게 한국인 만큼, 본고장의 수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신들이 높은 임금을 받는 이유를 항상 증명해야 한다. 자본주의의 나라답게 언제 목이 날아가도 이상하지 않은 경쟁 사회다.

콘텐츠가 고갈되면 Biting the bullet(울며 겨자 먹기)로 일을 할 수밖에 없다.

당연하게도 일을 하기 싫다.

게임 개발자 자체가 3D에 준하는 하드한 직업이고, 그동안 열심히 달려서 신작을 내놓았는데 또 하라고 하면 진이 빠진다.

오정환의 레이드를 마음속 깊이 저주하며 지켜보고 있다.

<내 검과 심장은 디아볼로의 것이다!>

딱 한 번만 죽으면 된다.

하드코어 모드는 두 번의 기회를 허락하지 않는다.

엄청난 공격력을 가진 가렌의 악마가 위풍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내지만.

"가붕이가 저렇게 농락당하다니……."

"오정환 저 새끼 미친놈이야. 벌써 가붕이 슬레이어 업적까지 땄다고!"

이미 지옥 난이도에서 수십 번 겁탈한 존재다.

난이도가 올라간 정도로 애를 먹을 리가 없다.

유일한 희망은 최종 보스인 디아볼로 뿐.

<안 돼! 이 끔찍한 빛을 처단해야 한다!>

개발자들과 같은 마음이다.

디아볼로가 필사적으로 플레이어를 잡아내려 한다.

하지만 모든 공격을 알고 있다는 듯 피하고 흘려내며.

▣축하합니다! ▣

디아볼로Ⅲ 정복

결국 그 메세지를 보고 만다.

그 이전 난이도에서는 '더욱 어려운 도전과 특별한 아이템이 다음 난이도에서 당신을 기다립니다!'라고 뜨지만 마지막인 불지옥에서는 글자 그대로 정복이다.

본래라면 빨라도 한 달 후에나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하드코어 모드를 권장하며 시간을 끈다.

그것이 개발자들이 가진 원대한 계획이었는데.

「Kylie Kwon」

5분 전。

#DiavoloⅢ#Finished

한국인이 결국 해냈다

불지옥 난이도의 디아볼로도 정복해버렸어!

「Jonathan Lim」

5분 전。

#DiavoloⅢ#Notspicy

Inferno<<<<

「James Raynor」

5분 전。

#DiavoloⅢ#Cleared#Korean

한국인들이 결국 일을 냈다

메소드 공대에서도 손 놓은 불지옥 난이도를 깼다고 한다……

.

.

.

계획의 전면 수정이 반드시 필요해졌다.

디아볼로3의 첫 격파 소식 이후, 해외 유저의 상당수는 한국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언제 또 사고를 칠지 모르니 말이다.

현실로 다가오자 난리가 안 날 수가 없다.

개발자들이 가장 우려하던 일이 터지고 말았다.

「Ah Teng」

10분 전。

#DiavoloⅢ#Toooooeasy#ToKorean

한국에서 최초의 불지옥 격파자가 나왔다

처음으로 구매하고, 처음으로 디아볼로를 난도질한 바로 그 사람이야!

―이거 4일짜리 패키지 게임이었어?

―그 사람한테는 아마 그렇겠지

―KEKW

―난 이제 겨우 Normal 난이도 깨고 좋아했는데……

한국인들은 게임을 잘한다.

LOL뿐만 아니라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오버워치, 철권, 하다 못해 리듬 게임까지 어지간한 게임의 1위는 전부 한국인이 석권하고 있다.

그런 만큼 어느 정도 예견은 되었다.

한국인이니까 어쩔 수 없지.

이를 감안하더라도 업데이트 속도에 대한 여론의 압박이 가속되리란 건 불보듯 뻔하다.

「Method 공대 대신 전해드립니다.」

1시간 전。

불지옥 난이도는 미쳤다

하지만 한국인은 더 미쳤다

우리는 그의 영상을 참고해 하드코어 모드를 공략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한국인 친구에 의해 그가 이미 하드코어 모드라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What?! 그럼 한 번도 죽지 않고 깼다는 소리야?

―겨우 4일만에……

―블라자드 반응을 듣고 싶다

―그 사람은 하루 먼저 구입했다고 들었어! 똑같이 구매했더라도 결과는 같았겠지만 LOL

외국 게이머들에게 있어 애증의 대상이다. 실제 영화 등 대중 매체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될 만큼 한국 게이머에 대한 인식은 강하다.

반드시 이기고 싶다고, 혹은 동등한 선에 서고 싶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디아볼로3의 공략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다.

블라자드는 머리가 아파진다.

「업데이트 일정 당기는 걸 고려해봐야겠습니다.」

「개발자들이 수용할까?」

「수용하게 해야죠. 그보다 더 문제가 되는 건…….」

현재 블라자드 본사는 사내 정치로 매우 시끄럽다.

너드 개발자 vs 비즈니스맨의 대립.

지금까지 대박작을 쉴 새 없이 만들어왔지만, 정작 번 돈은 많지 않다 보니 생기게 된 갈등이다.

우리 돈 되는 거 하자!

사업팀의 입김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이에 반감을 가진 개발자 일부는 퇴사를 하거나, 아예 자신들끼리 독립적인 회사를 꾸리기도 한다.

'그 너드 새끼들 굴리는 건 일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대부분은 블라자드에 남아있다.

아무리 게임 개발이 좋아도, 먹고 사는 것보다 앞설 수는 없다. 돈을 주는 사업팀이 갑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데이트 일정을 당겨주셔야겠는데요."

"이미 갈아 넣고 있어요. 그 이상 굴리면 퇴사자 속출합니다. 저는 말했어요."

"보너스 올리고, 추가 인력도 배분해볼 테니 어떻게든;;"

그런데 자꾸 일을 시킨다.

개발자들의 힘을 필요로 한다.

목 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는 말처럼 갑과 을이 역전되어버린다.

물론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세계를 주름잡던 회사가 고작 돈 문제로 추락했을 리 없다.

사내 갈등은 이중으로 얽혀있다.

"사업팀 지시다. 일정을 최소 한 달은 앞당겨야 한다."

"불가능합니다. 안 그래도 아래 애들 불만이 많은데 업무 시간까지 늘리면…… 저는 감당 안돼요."

"의견 최대한 반영해주고, 잘 달래서 어떻게든;;"

고참 프로그래머와 신입 프로그래머의 대립.

블라자드의 성공 역사만큼 엄청난 커리어를 자랑하게 된 고참들에게 신입들이 눌려 산다.

하지만 일거리가 많아지자 실무를 하는 신입들이 발언권을 얻는다.

세간의 기대치에 비해 실속이 없었다고 평가받는 디아볼로3.

그 수명이 조금은 연장된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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