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172화 (172/846)

172화

먹방은 BJ에게 굉장히 친숙한 콘텐츠다.

인터넷 방송을 생업으로 삼는 이라면 적어도 한 번씩은 해본다.

동시에 원망스럽기 짝이 없는 대상이기도 하다.

'의외로 간과할 수 있는 사실인데.'

보통 사람이 자기 자신이 먹는 모습을 볼 일은 거의 없다.

앞에 거울이 있으면 먹다가도 어색해서 무심코 시선을 돌리게 된다.

그만큼 유쾌하지 않기 때문이다.

먹는 모습이 복스러운 사람은 생각보다 드물다.

그러니까 '먹방'이라는 것도 방송 재능의 하나라는 소리다.

"먹을 만해?"

"너무 맛있어요! 너무 맛있어요! 저 이런 행복 오랜만이에요."

"그래."

봄이가 떡볶이를 꾸역꾸역 처먹는다.

미련하게 먹는다고 구박을 하면서도 내가 사료를 멈추지 않는 건.

'귀엽잖아.'

먹는 모습이 이렇게 이쁠 수가 없다.

애완동물을 썩 좋아하지 않지만 똥도 잘 가리고, 키우는 보람까지 있다면 입양할 의사가 충분하다.

─봄이보러옴님, 별풍선 300개 감사합니다!

애 굶겼음? 왜캐 잘 먹누ㅋㅋㅋㅋㅋ

"300개 감사합니다. 요즘 급식이 끊겨서 그래요."

"저 요즘 굶고 살아요 정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급식 끊긴 급식충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급식은 못 참지

―겁나 맛있어졌나 보네?

물론 이는 봄이 어머님의 안배 때문도 있다.

고등학생인 봄이의 건강을 생각해 아주 신선하고 영양가 높은 식단을 짠다고 한다.

"진짜 칼로리 하나도 없어요!"

"맛이 없어?"

"풀만 잔뜩 먹여요. 저 토끼 아닌데."

―생긴 건 토낀데

―육식 토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졸귀……

―그게 다 엄마가 사랑해서 그런 거야!

배고픔에 지친 봄이가 걸신 들린 듯 먹어 치운다.

겨울나기 준비하는 다람쥐처럼 볼따구가 미어터져라 밀어 넣는다.

어머님 입장에서는 서운함이 들 수 있는 광경이지만.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어머니는 모든 걸 알고 계신다.

그거 어딨냐고 물으면 대답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봄이가 얻어먹는 것도 알고 있고, 그렇기에 평소 건강식을 만들어준다.

다 계산하며 식단을 짰다는 소리다.

여기서 많이 먹는 만큼 집에서 굶게 돼있다.

그 내통자가 나라는 사실은 모르는 편이 나을 것이다.

"이 치즈를요 그냥 먹으면 안되는 거예요~ 떡볶이 국물에 퐁당 찍어서 흐으으으응―!!"

"콧구멍이 벌렁벌렁할 만큼 맛있어?"

"이건 못 참아요!"

―미친놈앜ㅋㅋㅋㅋㅋㅋㅋㅋ

―선 넘네

―봄이 콧구멍 봐

―봄이한테 이상한 거 묻히지 마라 ㅡㅡ

아무튼 지금은 행복하게 먹고 있다.

봄이의 1픽인 신전 떡볶이+치즈 추가를 아주 별의별 방법으로 해치운다.

'뭐 어때.'

잘 먹으면 됐지.

잘 방송이 진행되면 됐지.

봄이의 복귀를 알리는 첫 번째 먹방은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는다.

먹방은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콘텐츠다.

맛깔나게 잘 먹어야 하는데, 연습을 한다고 쉽게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평소 깨작깨작 먹는 사람은 방송에서도 깨작깨작 먹는다.

날먹인 걸 알면서도 할 수가 없으니 원망스럽기 짝이 없게 느껴진다.

『현재 시청자 순위』

1. 오정환_ ?21, 235명 시청

2. MC윾신_ ?6, 974명 시청

3. csMax_ ?1, 717명 시청

.

.

.

우리 봄이는 날먹도 하고, 튀먹도 하고, 구먹도 하고 먹는 거라면 사족을 가리지 않는다.

2만 명이 넘어가는 시청자 수가 방송의 흥행을 입증한다.

심지어 먹방 콘텐츠.

같은 콘텐츠로 윾신을 가볍게 제쳤다.

윾신의 방송적 영향력을 줄이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런 해석도 가능하지.'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뿐이다.

누구누구 퇴물이네~ 시청자 수 안 나오네~ 커뮤니티에서 떠들 수는 있어도 결정적인 타격이 될 수는 없다.

심익태가 원하는 바와는 거리가 있다는 소리다.

그 정도 생각해두지 않았을 리 없다.

예정대로 계획을 밀어붙인다.

* * *

철크루가 복귀한 보라판.

사실 그 이전에는 당연했던 사실이다.

소위 '비성수기'의 지배자가 누구인지 말이다.

─갓정환 컴백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자마자 2만 따리ㄷㄷ

─쿤견들 짐 싸는 소리 들리죠?

─흥한 건 오정환인데 빡친 건 철빡잌ㅋㅋㅋㅋㅋㅋㅋ

.

.

.

길고 길었던 디아볼로3의 여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 첫 번째 콘텐츠가 무엇인지 관심을 모았다.

그것은 바로 최근 뜨고 있는 먹방이었다.

─봄이는 ㄹㅇ 갈수록 귀여워지네

살도 토실토실하게 오름ㅋㅋㅋㅋㅋㅋㅋ

└아ㅋㅋ 나만 느낀 게 아니었네

└살 좀 쪘더라

└워낙 말라서 좀 쪄도 됨!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그리고 게스트.

혼자 방송을 한 게 아니다.

두 달 전 급식 사태 이후 주목을 받고 있는 여캠이다.

하와와와의 합방으로 관심은 더욱 불타올랐다.

무려 2만 명에 달하는, 대기업BJ들도 흔히 달성하기 힘든 방송적 흥행을 기록했다.

─봄이가 먹방에 소질이 있을 수밖에 없는. EU

[오빠가 신전 떡볶이에 치즈만 안 올렸어도 제가 실수할 일은 없었어요. jpg]

떡복이녀 찍을 때도 식탐 때문에 걸렸음 ㅇㅇ

└바로 그거였누ㅋㅋㅋㅋㅋㅋ

└저때 맞으면서 꾸역꾸역 먹었지

└우결 찍을 때도 되게 잘 먹음!

└근본 ㅇㅈ

콘텐츠 선정과 BJ 본인의 능력이 상승 효과를 이뤄냈다. 인지도도 워낙 높고, 그녀의 복귀를 기다리던 팬들도 많다.

방송의 소식이 알려지자 정식 복귀를 원하는 목소리는 더 높아진다.

이는 커뮤니티의 일부 여론으로 그치지 않는다.

「박아연」

1시간 전。

#하와와#먹방

BJ하와와 복귀했네요!

떡볶이 먹는 중ㅋㅋㅋㅋㅋ

「우연히봄」

1시간 전。

#떡볶이녀#먹방

[봄이 먹방 짤. jpg]

떡볶이녀가 떡볶이 먹는 거 실화냐?

가슴이 웅장해진다 ㅠㅠ

.

.

.

오히려 본진에 가깝다.

반응은 날이 갈수록 뜨거워진다.

SNS에도 화제가 전파된 탓에 관심은 확대될 전망이지만.

"제대로 전파한 거 맞습니까?"

"너 나한테 지금 따지냐?"

"아니, 그게 아니라;; 일이 진척될 기미가 안 보여서 그렇죠. 시간 끌리면 손도 못 대게 될 수도 있는데."

"쩝……."

심익태의 속은 제대로 탄다.

철크루 소속인 오정환의 방송이 흥행하고, 윾신의 방송이 저조하다는 건 당연히 환영할 만한 소식이다.

평소였다면 말이다.

그런 미적지근한 공격을 원한 게 아니다.

보다 직접적으로 윾신을 깎아내리고, 그의 방송적 입지를 축소시켜야 한다.

"어설프게 알고 있는 거 아닐까요? 지난 운식당 사태를 보고 배웠다거나."

"크흠…… 그럴 수도 있겠지."

물론 오정환의 방법도 일리는 있다.

아니, 하꼬BJ들에게는 재앙과도 같은 일이다.

대기업들이 자신의 콘텐츠를 뺏어 사용하는 건 말이다.

콘텐츠에는 저작권이 없다.

법적인 제재는 물론, 하소연하는 것도 불가능하니 손가락만 빨아야 한다.

만약 도의적인 책임을 요구한다면.

'팬덤을 동원해서 조지면 그만이긴 한데.'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

시청자 수가 깡패라는 것을 보여주면 된다.

오정환의 방송 규모라면 어지간한 BJ는 손쉽게 묻을 수 있다.

어지간하지 않다. 윾신도 둘째 가라면 서러운 대기업이다.

콘텐츠 강탈은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체급 차이가 전제로 깔린다.

"정환아 형이다."

<네, 형님 무슨 일이세요?>

"아니, 일을…… 하는 건 좋은데 그렇게 설렁설렁 나가면 윾신 그 새끼가 시청자 안 나온다~ 하면서 방 뺄 것 같애?!"

결국 참지 못하고 전화를 건다.

이러쿵저러쿵 철구라지가 써먹는 방법을 알려줘 자신의 의도대로 이끌기 위함이다.

<아~>

"아~가 아니라 이 새끼야!"

<형님, 생각이란 걸 좀 해보세요.>

"뭐?!"

<우리나라가 북한을 못 이겨서 전쟁을 안 일으키는 게 아니잖아요.>

"그게 뭔 생뚱맞은 소리야?"

갑자기 육해공 군사력 비교가 들어간다.

현대식 전력 개발은 꿈도 꿀 수 없고, 재래식 전력마저 노후화해 해가 지날수록 약해지는 북한과 달리 우리나라는 세계 군사력 순위 6위에 빛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가슴이 웅장해진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X발!'

듣고 보니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대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짐작이 안 갈 뿐이다.

조금만 생각이란 걸 해보면 자연스레 이어진다.

<지렁이가 밟히면 꿈틀하는 정도지만, 쥐는 궁지에 물리면 고양이를 물어요. 의사도 항생제도 없는 야생에서 병균 많은 쥐한테 물리면 돌아가기 딱 좋지 않겠어요?>

"그……, 그렇기야 하겠는데 그건 또 뭔 상관이야."

<아니~ 보라판이 나라면 윾신은 북한 이상의 큰 규모인데 전면전을 펼치면 상정 외의 사태가 무조건 일어날 거라고요.>

"……."

어쩌고저쩌고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까지 주제가 확장되자 심익태는 꿀 먹은 병아리가 된다.

잘은 모르겠지만 오정환의 말이 옳다는 것은 알았다.

'X발.'

수단에 대해서는 맡긴다.

달리 반박도 못 했으니 납득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좌시하겠다는 소리는 아니다.

윾신에 대한 견제가 성에 차지 않는다면?

반드시 이 치욕을 물리적으로 돌려줄 거라고 심익태는 이를 간다.

* * *

방송은 가히 성공적이다.

개똥도 충분히 약에 쓸 수 있었다.

떡볶이 한 세트 먹어 치웠을 뿐이데 시청자들이 성화다.

"후~ 오빠 행복은 별 게 아닌 것 같아요. 이게 바로 행복인 거예요."

"그래, 그래."

물론 봄이가 귀엽기 때문이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부푼 배를 쓰다듬는다.

내가 일조했다고 생각하니 이리도 보람찰 수가 없다.

'여하튼.'

한동안 화제가 될 것이다.

윾신의 방송에도 타격이 생긴다.

하지만 결정타가 되기에는 턱도 없고, 보다 강경한 수단이 필요하다.

그렇게 생각될 수도 있다. 방송에 대해 1도 모른다면 말이다.

내가 그리고 있는 건 글자 그대로 큰 그림이다.

─봄이의삼촌팬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오늘 정말 꿀잼이었습니다ㅠㅠ 봄이는 언제 또 오나요

"500개 정말 감사합니다! 곧 방학을 하면 다시 방송을 하게 될 거예요. 지난 겨울방학 때처럼."

―오

―봄이는 자유에요!

―급식 맛있어지니 시험 잘 봤누

―그래서 방학 언제??

바로 다음 주부터 봄이의 본격적인 방사가 시작된다.

내 본격적인 계획 또한 봄이를 축으로 이루어진다.

'안타깝게도 나는 먹방은 썩 좋아하지 않아서.'

하루종일 꾸역꾸역 처먹을 자신도 없다.

우리 봄이의 몇 안 되는 특기고, 먹방의 재능도 증명된 마당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흥행을 위해서는 콘텐츠가 받쳐줘야 한다.

이를 짜내는 건 아무리 나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오정환환환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떡볶이녀때도 글코 봄이 떡볶이 진짜 좋아하는 듯ㅋㅋㅋ

"맞아요. 저 떡볶이 완전 좋아해요!"

"떡볶이 귀신이지."

"그런 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자들 진짜 떡볶이에 환장함

―다른 먹방도 해봐요!

―햄최몇?

떡볶이를 제외해도 먹을 거라면 사족을 못 쓴다. 요즘은 정말 쓰레기통도 뒤질 기세라 우려가 된다.

콘텐츠적인 측면으로 접근하면 다르다는 이야기다. 메뉴를 바꾸는 게 새로운 콘텐츠는 아니다.

시청자 입장에서 식상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인기는 보장되겠지.'

워낙 소재가 좋으니 당연하다.

고작 그 정도의 스케일로는 안돼서 문제다.

내 계획이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보다 큰 파급력이 필요하다.

대전제는 방송의 성공.

이를 견인할 콘텐츠를 짜내는 건 내 역할이다.

먹방을 썩 좋아하지 않다 보니 딱 떠오르는 것은 없지만.

"떡볶이는 정말 신의 음식이에요! 삼시세끼 떡볶이만 먹어도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 그래보자."

"???"

콘텐츠는 자연스럽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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