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173화 (173/846)

173화

떡볶이 소녀의 재림

"오빠 봄이에요 봄이! 봄이가 왔다구요!"

"여름인데?"

"여름에도 봄이는 와요~."

"그렇구나."

"꾸웨엑……."

여름 방학.

신바람이 난 봄이가 하복을 채 갈아입지도 않고 뛰어왔다.

앙증맞은 대가리를 꽉 깨물자 여름이 왔다는 게 느껴지는 짭조름한 봄 향기가 코끝을 찌른다.

평소 같았으면 "너무 아파요……." 엄살을 부렸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방방 뛴다.

대가리의 아픔도 잊고 콧구멍을 벌렁벌렁한다.

이토록 신바람이 난 진짜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저 너무 설레서 요즘 잠도 제대로 못 잤어요."

"그래."

"친구들한테도 엄청 자랑했어요~."

"그렇구나."

"제가 정말 삼시세끼 떡볶이를 먹을 수 있는 걸까요―?!"

ㅋㅋㅋㅋ

약속을 했다.

일부 시청자들은 지나가는 장난인 줄 알고 있지만 우리 봄이는 한없이 진지하다.

방송이 끝나고 꼬치꼬치 캐물어봤다.

'한 번씩은 해보는 상상이잖아.'

하루종일 게임만 하기 가능?

자기는 1년도 더 할 수 있다고 초·중학교때 언쟁을 한 기억이 있다.

마찬가지로 봄이에게 있어 떡볶이란 그런 것이다.

─치즈●님, 별풍선 300개 감사합니다!

이걸 진짜하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00개 감사합니다! 우리 봄이의 철저한 희망으로 하게 된 콘텐츠라는 점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저 떡볶이라면 얼마든지 먹을 수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씐이 났네

―떡볶이녀……

―아무튼 봄이가 와서 좋다

미리 공지를 올렸다.

시청자들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자극적이고 기발한 콘텐츠가 잘 나가는 건 파프리카TV의 공통 사항이다.

'본인도 좋아하잖아.'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방방 뛰기 일보 직전이다.

그 귀엽고 깜찍한 매력에 빠져드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봄이의삼촌팬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센세ㅠㅠ

"우리 봄이 교복 차림이 너무 귀여워서 한 번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혼자 즐겼누ㅋㅋㅋㅋㅋㅋㅋ

―아 천 개 쏴야지 이건ㅋㅋㅋㅋㅋㅋ

―미쳐따리

―교복을 입은 여고생…… 이건 굉장히 귀하네요

나름 여고생이다.

아니, 여고생이 맞다.

하는 건 가끔 코찔찔이 어린애 같긴 한데 나이로만 따지면 틀림없다.

하복(夏服).

짧은 반팔과 비칠 듯 말듯 하얗고 얇은 옷감이 뭇 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개인적으로도 동복보다 좋아한다.

'잘 보면 진짜로 비치는 경우도 있고.'

물론 나는 의식해서 보지 않지만 간혹 불가피한 일이 생긴다.

우리 봄이의 앙증맞은 교복 차림에 물소 새끼들이 침을 질질 흘릴 만도 하다.

"너 왜 이렇게 치마가 길어?"

"저희 학교 규정이 무릎 밑 3cm에요~."

"규정은 규정이고! 그거 지키는 애들이 어딨다고."

"그치만, 그치만! 선생님께 걸리면 혼나는 거예요."

"원래 그러고 노는 거야!"

하지만 내 기준에서는 어림도 없다.

소박한 아름다움이 미덕인 동방예의지국의 민족으로서 어찌하여 노력을 게을리하는가?

'걸리면 아니라고 바락바락 우기면 되지.'

선생님도 아닌 거 알면서 넘어가 주고.

그것이 우리 민족 대대로 전해진 정(情)이라는 건데 규칙에 연연하여 삭막한 삶을 살아가면 안된다.

─봄이의발닦개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애한테 좋은 거 가르친다;;

"나쁜 걸 가르칠 수는 없잖아요."

―그건 맞짘ㅋㅋㅋㅋㅋㅋㅋㅋ

―ㅇㅈ인 부분이구연

―아무튼 맞음!

―봄이 친구들은 분명 짧을 듯ㅋ

엄청 짧다.

부득이하게 아침 산책을 가다가 코스가 겹쳐 마주치면 세상 좋아졌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미를 사랑하고 즐길 줄 아는 우리 민족의 덕을 가르쳐야 하는 보호자 입장에서 걱정되지 않을 수가 없다.

'여하튼.'

의상은 부수적인 것이다.

진짜는 메인 콘텐츠.

우리 봄이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세상이 진정으로 막이 올랐다.

"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요!"

"그래."

"제 안의 악마가 깨어날지도 몰라요."

"깨어나면 어떻게 되는데?"

"엄청 엄청 사나워져요 캬오~~."

ㅋㅋㅋㅋ

우리 봄이가 침을 질질 흘리며 기다리고 있다.

여자들의 떡볶이에 대한 광적인 집착은 여전히 이해하기 힘들다.

고찰할 시간이 없다.

녹서스 의과대학의 미드 탈론 교수도 '떡볶이를 장기간 미섭취한 한국 여성이 흉포해졌음을 확인했다'고 하니 서둘러야 한다.

딩동―♪

D+1.

그 첫 번째 식사가 도착한다.

침샘 조절 기능을 마비시켜버리는 봄이의 최애픽이다.

"흐으으으응~!! 바로 이거예요. 바로 이 냄새에요!"

"콧구멍이 벌렁벌렁해?"

"벌렁벌렁해요!"

―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걸 또 시키네

―흑역사 적립

―이 새끼 고의 아님?

신전 떡볶이에 치즈와 삶은 계란(2p) 추가.

그리고 사이드로 치즈 스틱(3p)에 오뎅 튀김(5p).

우리 봄이가 평소에 무척이나 먹고 싶었던 풀세트를 다 시켰다.

'허용되는 건 토핑까지지만.'

당연하게도 룰이 있다. 우리 봄이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세상은 오직 '떡볶이'로 한정된다.

그 자체로 메인이 될 수 있는 컵밥이나 김밥, 혹은 오뎅탕 같은 건 안 된다.

그리고 남겨도 안 된다. 먹을 수 있는 만큼만 시켜서 전부 먹는다.

콘텐츠로 삼기 위해서는 시청자와의 합의가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 동네 떡볶이 다 죽었어요. 제 혓바닥에서 녹아날 준비해야 돼요!"

ㅋㅋㅋㅋ

물론 다른 매장을 이용해도 된다.

우리 봄이의 머릿속에서는 꿈만 같은 미래가 그려지고 있는 모양이다.

─봄이친구팬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근데 집에 가면 또 건강식 먹어야 하는 거 아님? ㅋㅋ

"날카로운 지적 좋습니다. 당연히 그 부분도 어머님과 말을 맞췄습니다."

"엄마도 허락을 해준 거예요!"

"입도 맞추고 싶을 만큼 예쁜 분이죠."

"헉! 그러면 안 되는 거예요오―!!"

―미친놈인갘ㅋㅋㅋㅋㅋㅋㅋㅋㅋ

―봄이 충격

―뇌에 필터 안 거치냐??

―봄이의 가정을 지켜주세요……

에이, 뭐 뽀뽀 가지고.

어머님들은 오히려 좋아한다.

실제로도 굉장히 참하셔서 립서비스가 아니다.

'내가 괜히 내통을 하는 게 아니지.'

'외부의 조직이나 사람과 남몰래 관계를 가지고 통함'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 일반적인 내통 말이다.

이번 콘텐츠를 간단히 허락받을 수 있었던 연유다.

"우리 봄이 며칠이나 할 수 있을 것 같아?"

"저 평생도 할 수 있어요~"

"질릴 텐데?"

"아니에요. 떡볶이는 절대 질릴 리가 없어요!"

단 한 번의 먹방이 아닌 장기 콘텐츠다.

과정과 결과에 따라 더 큰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우리 봄이도 적극 협조하고 있으니 기대가 안 될 수가 없다.

─봄이팬클럽1호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미션 겁니다! 떡볶이 먹방 1주일 하면 2만 개!

"일주일 정도는 씹가능이지?"

"십가능이에요. 백가능이에요. 천가능이에요!"

"그, 그래."

―앜ㅋㅋㅋㅋㅋㅋㅋㅋ

―봄이야……

―아 10가능 맞지~

―애한테 자꾸 좋은 거 가르친다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지는 두고 보면 알 일이다.

* * *

먹방.

최근 보라판에서 화제가 되는 키워드다.

창시자인 윾신을 중심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었다.

─진짜 여고생 입갤ㅋㅋㅋㅋㅋㅋㅋㅋ

─여캠들 강제 퇴물행ㅋㅋㅋㅋㅋㅋ

─『보아 행콕』 등장!

─봄이 대가리 먹방이었음?

.

.

.

불과 얼마 전까지는 말이다.

먹방의 중심은 확실하게 옮겨갔다.

복귀라는 화제성까지 더해지며 하와와는 대세BJ로 떠올랐다.

─봄이 너무 커여운 거 아님??

이 세상 커여움이 아닌데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잘 먹음ㅋ

└저런 동생 있었으면 매일 사줄 텐데……

└여동생 특) 자고 있으면 오니쨩 하면서 깨우러 옴

└응 친남매는 절대 안 저래

원래부터 인기가 많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복귀를 원했다.

이를 감안한다 치더라도 폭발적인 반응이다.

원하는 사람이 많은 만큼, 잊은 사람도 분명 적지 않다.

복귀 타이밍을 재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보라) 오정환. 우리 봄이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세상」_ ?23, 892명 시청

오정환의 방송 진행 능력이 얹어지자 딱히 놀라울 것도 없다.

이미 정평이 난 둘의 케미는 고정 팬덤까지 탄탄하게 쌓아올랐다.

─충신지빡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먹방 본좌가 6천 명밖에 안 보누

"뭐야 저 쭈꾸미 같은 새끼는! 매니저님 저런 새끼 자르라고 완장 준 거잖아요 네?"

―바로 강퇴했습니다^^

―어그로 많네

―응 먹방 본좌는 윾신이야

―유료 강툌ㅋㅋㅋㅋㅋ

물론 이는 윾신도 마찬가지다.

시청자 수가 영향을 받는 건 철크루가 방송을 할 때도 마찬가지고, 이미 대기업인 마당에 시청자 조금 잃어봤자 기분이 나쁜 정도다.

원래 방송이라는 게 굴곡이 있다.

잘 나갈 때가 있으면, 못 나갈 때도 있는 법이다.

'먹방 본좌'라는 타이틀이 그의 위치를 든든하게 사수한다.

'그런 근본도 없는 새끼들이 먹방을 알면 뭐 얼마나 안다고?'

음식을 먹는 방송을 한다.

실소가 나올 만큼 간단한 행위 같지만, 자신처럼 끊임없이 리액션과 대화를 이어가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이는 먹방에 도전하는 수많은 BJ들이 증명하고 있다.

대부분은 죽을 쒔고, 수준 높은 먹방을 하는 이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적어도 윾신의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안녕하세요 봄이에요~♪ 저 오늘도 떡볶이 먹어요. 부럽죠? 그쬬?"

―ㅋㅋㅋㅋㅋㅋㅋㅋ

―쒼났네♪

―떡볶이가 그렇게 좋아?

―???: 사실 일본에서 온 거거든요

봄이의 방송은 계속해서 진행된다.

오정환과 합방이 아닌 솔로 방송은 시청자 수가 상대적으로 저조하긴 해도 꾸준하게 인기를 끌고 있다.

원래부터 인기BJ라.

그것도 있지만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녀의 먹방은 쩝쩝 끝! 이 아닌 스토리가 담겨있다.

"안녕하세요 봄이에요! 저 오늘은 엽기떡볶이 4단계에 도전해볼 거예요~ 평소에는 안전빵으로 3단계 했는데 두구두구두―! 드디어 첫 도전이에요."

―봄이구나!

―4단계면 상당히 매울 텐데

―5단계는 진짜 죽음ㅋ

―정말로 봄이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세상이네ㅋㅋ

일주일동안 떡볶이만 먹기!

무려 별풍선 2만 개의 미션이 걸려있다.

오정환과의 약속도 있어 철저하게 수행 중이다.

얼핏 불가능해 보이지만 그녀 본인이 워낙 떡볶이성애자다.

컨셉이 아닌 진심으로 시청자들의 입맛을 자극한다.

"헥, 헥, 헥…… 너무 매워요. 그치만 너무 맛있어요! 그리고 저에게는 이 쿨피스가 있기 때문에~"

―혀 내민 것 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졸귀탱

―계란찜 먹어 계란찜!

―때문에~

무엇보다 잘 먹는다.

음식점을 바꾸고, 시청자들과 토핑 조합도 연구하며 매끼마다 꾸역꾸역 떡볶이를 해치운다.

먹방BJ로서의 능력도 가히 탁월하다.

「인싸이트」― 찌라시 뉴스 미디어

1시간 전。

#하와와#떡볶이#먹방

[봄이 떡볶이 먹는 짤. jpg]

이런 먹방이라면 괜찮을지도?

―내 동생 삼고 싶당

―엄청 복스럽게 먹음!

―이게 그 먹방인가 뭐시긴가?

―떡볶이녀는 킹정이지ㅋ

더욱이 방향성 있는 콘텐츠.

날이 갈수록 관심이 불어나는 건 필연이었다.

SNS에서도 점점 알려지며 그녀의 방송은 지난 겨울 방학 이상으로 흥행 가도를 달린다.

─봄이의잠만보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너무 잘 먹어서 팬가입합니다ㅎㅎ

"헐! 천 개나 주셨어요. 감사합니다. 저 열심히 할게요. 저 열심히 떡볶이를 먹을게요!"

방송적 성공만 따진다면 말이다. 먹방이라는 건 결코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

축복받은 외모와 맛있게 잘 먹는 재능이 있어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안녕하세요 봄이에요……."

이상 징후가 나타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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