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176화 (176/846)

176화

인방계의 시조.

태초의 BJ윾신.

그는 어쩌다 비응신이 되었을까?

최근 개인 방송 갤러리의 주된 화두다.

잘 나가던 BJ의 몰락만큼 씹을 맛이 나는 가십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윾신은 진짜 한순간에 훅 가네ㅋㅋㅋ

원래부터 거품 스멜 나긴 했는데

천 따리도 안 찍히는 퇴물되니까 은근히 섭하다

└전혀

└씹비호감

└그걸 먹방이라고 쳐보는 비위 좋은 놈들이 레전드지 └ㄹㅇㅋㅋ

파프리카TV의 시작과 역사를 함께 했던 그다.

블루 오션의 효과를 톡톡히 누렸고, 비교적 쉽게 대기업BJ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만했다.

자신의 위치로 갑질을 하는 것을 즐겼다. 이른바 '혐오 콘텐츠'로 돈을 번 최초의 방송인이다.

"오정환 그 새끼는…… 허구헌날 여자 끼고 방송하는 놈이잖아. 그런 놈이 고등학생을 데리고 방송한다? 다 꿍꿍이가 있는 거지. 걸핏하면 성드립이나 쏟아내는 놈이!"

―응 니애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휴 맨날 다른 BJ들 건드리면 좋아요?

―걸핏하면 성드립은 맞지ㅋ

그에게 제2의 전성기를 선사한 먹방 이외에도 당연히 콘텐츠가 있다.

그것이 바로 다른 BJ 까내리기다.

명분은 그럴듯하다.

파프리카TV에 막장 방송이 많다!

틀린 말도 아니고, 비판 받아 마땅한 것도 사실이다.

─오정환환환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나이 먹을 대로 먹은 분이 왜 멀쩡한 남의 방송 비판하는지 이해가 안 되네. 그냥 님 인생이나 신경 쓰세요

"선정적인 방송! 막장 방송! 파프리카TV가 규제를 안 하니 내가 까는 거지 이 쭈꾸미 같은 새끼야!"

―아니ㅋㅋ 그 새끼는 게이라구연

―봄버지인데

―얘는 채팅창을 안 봄?

―소통을 안 하고 지 이야기만 하니까 망하지 ㅉㅉ

이를 할 만한 입장이 아닐 뿐이다.

근거도 빈약하고, 단어 선택도 저질스러워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사지 못한다.

대기업 시절에는 그럭저럭 먹혔다.

이유야 어찌 됐든 남을 까고 싶은 이들은 많다.

시청자가 줄어들고, 여론이 등을 돌리자 그마저도 안된다.

하물며 오정환.

철꾸라지나 김군과는 달리 대외적인 이미지가 좋다.

여러가지 사건을 일으키긴 해도 뒤끝은 항상 깔끔했다.

"오정환을 미친 듯이 까더라고요."

"걔를 왜?"

"오정환이 하와와를 띄워줘서 자신의 몰락에 기여했으니 그렇겠죠. 타BJ 비방으로 보내버려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워낙 업보를 많이 쌓은 놈이라 반발도 크게 없을 것 같고……."

파프리카TV로서는 바라지 마지않던 상황이다.

뒤끝 없이 영구 정지를 시킬 수 있다.

남수길 대표 이사에게도 보고된다.

'쭈꾸미는커녕 꼴꾸기만도 못한 새끼가 어딜 감히 오정환을 까려고.'

하도 실언을 많이 한다.

인터넷 방송의 이미지를 실추시킨다.

먹방 콘텐츠가 떠오르며 내버려뒀지만, 언제든 기회만 오면 대가리를 쳐내려고 했다.

그에 반해 오정환.

예쁘기 그지없는 아픈 손가락이다.

하는 콘텐츠마다 대박을 치며, 특히 SNS를 중심으로 거대한 팬덤을 만들었다.

너무 선비화되는 게 아닌가?

우려가 되던 것도 잠시, 파프리카TV스러운 콘텐츠도 소화한다.

그가 까인다는 소식을 듣자 더욱 일사천리로 윾신을 배제해버린다.

─윾신 정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음모에요 음모

─사요나라 윾신……

─윾신 정지 며칠로 보냐? 영정 가눙?

.

.

.

그 소식은 빠르게 전파된다.

윾신의 정지를 원하던 시청자들이 많다.

허구헌날 타BJ를 까내렸는데 지금까지 안 당한 게 용하다.

─윾신 그 새끼는 파프리카TV에 찍힐 만했음ㅋㅋ

[인터넷 개인 방송의 위험한 유혹. jpg]

모닝와드에 출연해서 파프리카 존나 깠음

└이왜진?

└윾신이 깠다는 게 웃포

└인터넷 방송의 괴물ㅋㅋㅋㅋㅋ 진짜 괴물은 지 같은데 └얘들아 윾신이 할 말 있대!

미운털이 박힌 거라는 음모론도 있지만 대부분의 반응은 축제 분위기다.

자신이 좋아하는 BJ를 이유도 없이 깠다.

좋은 반응이 나오기도 힘들다.

그렇게 삼대장급에 해당하는 BJ 한 명이 사라진다.

그 공백은 당연히 휑할 수밖에 없고, 빈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혈투가 치열하다.

─운타라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역시 쿤식당보다는 운식당이지!

"운타라님 100개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걔는 단물 다 빨고 접었어

―쿤식당은 딱 봐도 노맛임

―먹방 원탑 가자!

―정글러가 들러야 진정한 맛집이지ㅋ

몇몇 BJ들이 그 특수를 입고 중견급BJ로 부상한다.

안 그래도 인기몰이를 하던 먹방 콘텐츠가 더욱 주목 받게 된 결과다.

물론 재능에 달렸다.

맛있게 먹는 재능은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몇몇 BJ들은 경쟁에서 탈락하며 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낸다.

─준호가 먹방으로 좀 뜰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재미를 못 봤네

무 국물 원샷 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먹방이잖아

└그건 먹방이 아니고 푸파지 ㅄ아

└준퀴 수준

└그 새끼 얼굴 참고 보는 게 가능? 똥 싸면서도 밥 먹을 놈들이네 └그저 ^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방송은 총성 없는 전쟁이며, 시청자는 승전국이 가져가는 권리다.

파프리카TV는 재능 있고 노력하는 BJ가 성공하는 경쟁 사회다.

그 경쟁에서 가장 많은 보상을 차지하게 된 이는 정해져 있다.

새로운 대세 먹방BJ로 떠오른 하와와와, 윾신의 공격 타깃이 되었던 오정환이다.

─오정환이 하와와로 콘텐츠 존나 잘 짜내긴 했음

복귀 합방으로 어그로 끌고

일주일 떡볶이 미션 안 했으면

하와와가 먹방으로 떴어도 이 정도로 뜨진 않았을 듯

└요즘은 헬스에서 굴림ㅋㅋㅋㅋㅋ

└응 국민의 80%는 봄이 지지해

└떡볶이 미션은 진짜 악마였지……

└그냥 봄이 괴롭히는 걸 좋아하는 거 아님?

새로운 콘텐츠까지 흡수하며 평가는 수직 상승한다.

* * *

인터넷 방송에서의 성공.

조금 까놓고 말하면 개나 소나 우리집 강아지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운만 좋으면 말이야.'

극단적인 가정 같지만 실제로 많다.

운이 좋아서 성공한 케이스의 BJ들 말이다.

그 대부분이 오래 가지 못하고 묻힐게 될 뿐이다.

운빨로 잠깐은 뜰 수 있어도, 이를 유지하려면 결국 재능이나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BJ의 세계가 매우 만만한 것 같아도.

"봄이야."

"몰라요."

"왜 입이 댓발 나왔어?"

"저 더 이상 못 움직이겠어요. 종아리에 알이 잔뜩 배겼어요."

"알밥 먹으러 갈래?"

"네!"

매우 만만한 게 맞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운빨 버프가 크다.

한 번 뜨면 고꾸라지기도 힘들어서 평타만 쳐주면 아주 퇴물이 되진 않는다.

'사고라도 치지 않는 한 말이야.'

우리 봄이가 사고 칠 요소는 꾸역꾸역 처먹어서 뒤룩뒤룩 찌는 것밖에 없다.

그래서 꾸준히 운동을 시키고 있다.

본인은 달가워하지 않지만.

"알밥을 먹으려면 1시간 더 해야 돼."

"1시간은 너무 길어요……."

"그럼 30분만 더 하자."

"30분은 할 만한 것 같아요. 저 알밥을 위해서 참을게요!"

"그래."

―이 새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기 잘 치누

―봄이야 속지 마!

―스쿼트나 시키지

근력 운동은 체력이 붙은 후에 해도 늦지 않다.

지방 연소에 효과적인 건 유산소 운동이다. 구체적으론 런닝 머신을 하루종일 돌린다.

'다람쥐 쳇바퀴 굴리는 거 같아서 재밌어.'

보고만 있어도 콘텐츠가 된다. 조금 까놓고 말해서 날먹이 맞다.

봄이와의 합방은 치트키격인 흥행 보증 수표다.

─내꿈은먹튀왕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너는 씨발아

"저는 감독이잖아요. 감독이 뛰는 거 봤어요?"

―네?

―개소리 마스터

―이 새끼 봄이 없으면 방송 어떻게 함?

―봄이 좀 그만 괴롭혀……

보호자로서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단순히 방송을 흥행시키고 싶은 거면 정말 여러가지 방법이 많다.

'정말 여러가지.'

그것이 좋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인생의 성공과 행복이 돈이라고 보는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내 시각은 다소 편협하다.

특히 BJ들은 방향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도복X, 오X, 잼X 등 페미 선언하고, 군인 비하하고, 직장인 비하하는 애들처럼 교만에 빠지기 쉽다.

우리 봄이가 아무리 귀여워도 5년 후의 봄이까지 그러리란 보장은 없다.

이쪽 업계만큼 미치기 쉬운 세계가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진지하게 인지하고 있다.

"저 다음에는 저런 거 해보고 싶어요!"

"운동 기구?"

"재밌을 것 같아요. 뛰기만 하는 건 너무 힘들어요."

ㅋㅋㅋㅋ

우리 봄이도 잘 따라주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커리큘럼을 잘 짜서 굴리면 보다 아름답게 재능을 개화할 수 있을지 모른다.

'처참한 능지도 가능하면 개선하고.'

아직 성장기이기 때문에 가능성은 열려있다.

아마도.

어떻게든 최대한 노력을 해봐야 하는 부분이다. 그래도 BJ로서는 유망하다.

윾신이 완전히 나락으로 가버린 후, 봄이의 방송은 더욱 탄력을 받아 성장하고 있다.

"오빠 알밥은요~ 이렇게 노른자를 터트려서 먼저 비비는 거예요."

"그래."

"그리고 가만히 두면 자글자글 맛있게 익어요."

"그렇구나."

"근데 저 못 참겠어요. 너무 배고파요."

ㅋㅋㅋㅋ

운동을 마치고 밥을 먹으러 식당에 왔다.

약속한 대로 뚝배기 알밥을 시켜주자 아주 좋아서 죽으려고 한다.

실제 먹는 것은 물론 준비 과정도 세심하게 공을 들인다.

어떻게 해야 맛있게 먹는지.

본인 나름의 철학이 있는 모양이다.

─치즈●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봄이가 알밥 먹을 줄 아네ㅋㅋ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당!"

"얘는 본능적으로 알아요."

―본능적으로ㅋㅋㅋ

―먹방을 위해 태어난 소녀

―침 떨어지겠다

―이제 먹어도 될 듯?

먹방은 일상적인 것이다.

그 자체가 특별한 콘텐츠가 될 수는 없다.

차후 완전히 대중화가 된 후에도 그런 평가를 받는다.

'밴츠라던가 몇 명 있지.'

전성기 시절에는 굉장히 잘 나갔다.

불과 몇 년만에 1/10 이하로 인기가 줄었다.

사고를 쳤다던가 그런 이유도 있지만 그전부터 낌새는 보였다.

"너무 맛있어요! 숟가락 쪽쪽 빨아먹고 있어요."

"왜?"

"아껴 먹기 위해서 여운을 맛보는 거예요~."

ㅋㅋㅋㅋ

메뉴를 바꿔도 처먹는다는 결과는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별한 음식을 먹거나, 맛집을 소개하거나, 스토리를 추가하는 등 변화가 필요하다.

먹쇼라던지.

그럴 듯한 이름을 붙여도 단순한 식사에 불과하다면 식상해지는 것도 시간 문제에 불과했다.

윾신에게 원한은 없지만 동정 또한 없다.

'어차피 나가리가 될 양반이었어.'

입도 험하고, 대처술도 안 좋았다.

어차피 생길 빈 자리라면 그 공백을 내가 먹는다.

이토록 장대한 큰 그림을 그린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안산독거노인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혼자 밥 먹을 때 항상 봄이 봄ㅋㅋ 녹방 지우지 말아요

"안산독거노인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특별한 사유 없으면 지우는 일 없으니 안심하셔도 돼요."

"헐~"

―헐ㅋㅋ

―눈동자 땡그래진 거봐

―나돈데

―봄이 리액션 찐텐이라 졸귀임ㅋㅋㅋㅋ

아 다르고 어 다른 법이다.

봄이에게 캐릭터를 하나 선사했다.

꾸역꾸역 미련하게 먹는 것이 아닌, 복스럽게 먹는다는 아이덴티티가 생겼다.

물론 이 또한 언제까지 먹히진 않는다.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변화가 필요한 날이 온다.

적어도 그게 당장은 아니고, 아직은 조급해 할 이유가 없다.

너무 지나치게 메타를 휙휙 바꿔도 안 좋은 일.

우리 봄이도 하루종일 처먹다 보면 질릴 날이 올 테니 그때쯤이 적절할 것이다.

'안 올 수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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