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화
"일부 유저들 사이에서 시리우스 여제는 공략할 수 없다, 일부러 공략을 막아두었다는 루머가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신규 사냥터와 신규 보스!
단풍잎스토리는 방학 시즌을 맞이했다.
새로운 콘텐츠의 소개를 위해 진행된 간담회에는 기자들의 Q&A 시간도 포함된다.
"체력을 회복하는 게 버그가 아닌 의도라는 말씀인가요?"
"바로 그렇습니다."
시대에 변화에 발맞춰 파프리카TV를 통해 라이브 중계가 되었다.
유저들이 평소 궁금해 하던 부분을 속 시원히 긁어주었고, 최근 논란이 되는 화제도 빼놓지 않았다.
―ㄹㅇ?
―팁이라도 풀던가 ㅡㅡ
―응 개ㅈ슨
―니 가족이 시리우스에 도전해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내부적으로 테스트했을 때 고생했지만 격파에 성공했다.
힘으로 하기 보다는 요령을 배우고 도전하면 반드시 깨지기 마련이다^^원하는 대답은 아니지만 공략이 가능하다는 확답을 얻었다. 성이 났던 유저들도 비난했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렇게 세상은 대해적 시대를 맞이한다.
─돈슨 ^^ㅣ발련들아 지건 딱 대
요령을 배우면 체력이 안 차냐?
지건 존나 마렵게 하네 ^^ㅣ발
└각도기 부순 거 아님?
└무언가 메커니즘이 숨겨져 있을 수도 있는데 왜 그래└대가리 덜 부숴진 놈 있누ㅋㅋㅋㅋㅋ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ㅅㅂ
한두 번이 아니다.
카쿰도, 라테일도, 핑크린도 전부 격파가 지연되자 간담회에서 비슷한 대답을 내놓았다.
매번 결과는 허무하기 짝이 없었다.
새로운 패치로 유저들이 벌크업하며 어거지로 깨졌다.
돌이켜보면 결국 당시에는 격파가 불가능했다는 게 최종 결론이다.
─아니, X발 무슨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도 아니고
「나는 이에 대한 실로 놀라운 증명법을 발견했다. 다만 이를 적기에는 여백이 부족하다.」
보스 나올 때마다 몇 년씩 씨름해야 하냐
그래도 양심은 있어서 400년은 아니네
└장연수 씹새끼도 여백 부족해서 못 말한 듯
└그걸 믿었음? 째트킥!
└돈슨 직원 중에 페르마 없는지 조사해봐야 한다 ㄹㅇ└아니, 그래서 진짜 깰 수나 있음?
이번에도 똑같은 유저 우롱이다.
돈슨판 밀레니엄 문제라는 조롱을 받는다.
그런 부정적인 여론도 있지만, 도전 정신에 불을 붙였다는 견해도 있다.
그도 그럴게 강해졌다.
빅뱅 패치 이후 몬스터가 불쌍해질 수준으로 유저들의 데미지는 미터기를 뚫었다.
그놈의 여백만 채우면 시리우스도 깰 수 있지 않을까?
[Best Comment]― 오정환처럼 각 잡고 해본 사람만 돌을 던져라 乃219
[Best Comment]―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도 결국 풀리긴 함ㅋㅋㅋㅋ 乃102
[Best Comment]― 딱 한 번만 믿는다 돈슨 ^^ㅣ발 놈들아 乃74
실제로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도저히 격파 불가능이라고 일컬어지던 카오스 라테일과 핑크린을 빅뱅 패치 전에 잡아버렸다.
전 서버에서 단 한 명.
오정환이 이끄는 공대에 의해 말이다.
그 장본인이 도전을 선언했다.
─돈슨말 믿는 건 아니지만 아직 발화할 땐 아님
오정환이 도전 선언함
일단 깨는 건 확정임
└오
└근데 아무리 오정환이라도 아직 모름
글쓴이― 그래도 뭔가 있으니까 어그로 끄는 거 같은데 └막줄 ㅇㅈ
시리우스 여제의 공략에 말이다.
소식이 알려지기 무섭게 기름이 끼얹어진다.
반쯤 포기하고 있던 랭커들의 눈이 번쩍 뜨인다.
'진짜 방법이 있는 거 아니야?'
'시리우스도 스카니아에 밀리면…….'
'오정환 씹날먹충 새끼 이번에는 그 꼴 못 보지!'
무언가 실마리가 있기 때문에 도전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되는 것이 자연스럽거니와, 간담회의 대답도 있다 보니 혹하게 된다.
전 서버 랭커들이 앞다투어 시리우스 여제 공략에 뛰어든다.
BJ들도 예외가 아니고, 일반 시청자들의 관심도 하늘을 찌른다.
물론 가장 이목이 쏠리는 방송은 정해져 있었다.
* * *
새로운 보스 몬스터.
시리우스 여제는 단풍잎 유저들에게 익숙한 NPC다.
레벨 제한이 120까지인 짭모험가 시리우스 기사단을 만든 단풍잎 연합의 의장으로 금발벽안의 전형적인 백인 여성 모습을 취하고 있다.
─Zl존표도S2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꼴리는 거 가져왔네
"100개 감사합니다. 설정이 상당히 자극적이긴 하죠?"
―저 쒸, , , 불, , 뇬
―허벅지 음탕한 거 보소
―타락 설정 꼴잘알
―ㅁㅊ 이상 성욕자들 뭐야
그랬던 그녀가 타락했다.
검은 마법사에게 영혼을 빼앗겨 소위 말하는 '흑화'하고 말았다.
머리카락도 검은 빛으로 물들고, 의상도 굳이 검은색으로 깔맞춤하여 보스 몬스터가 되셨다.
'전체 이용가 스토리가 다 그렇지.'
19금적인 요소는 없다.
금발 거유 여고생에게 최면을 걸고 "자, 이 덱을 줄 테니 쥬다이와 듀얼을 해서 이기고 와라"는 어떤 카드 게임보다는 나은 정도다.
나름대로 납득할 만한 설정이기도 하다.
시리우스 본인이 아닌, 미래 세계의 시리우스다.
정확히는 다른 세계선에 존재하는 별개의 인물이다.
실제로 미래의 문이 함께 추가되어 스토리성을 더한다.
단풍잎스토리에도 스토리가 있구나!
유저들이 처음 중요성을 인식하게 만든 보스몹이기도 하다.
─시리우스 여제가 꼴릴 수밖에 없는. EU
「미래세계라는 설정 때문에 현재의 시리우스보다 성숙한 생김새와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ㅓㅜㅑ
└이건 돈슨이 공인한 거라고 봐도 되는 거지??
└이년 공략도 X박꼼일 듯
└일리 있네
└고만해 미친놈들아!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격파가 가능해야 의미가 있는 게 보스 몬스터다.
그런데 이를 막아둔 것 같다?
화가 난 유저들이 스토리 설정으로 능욕하고 있다.
'세상에 미친놈들이 참 많아.'
세상에는 여러 페티쉬가 있고, 현실 여자는 그림체가 별로라는 사람도 존재할지 모른다.
그런 장난스러운 견해 외에도, 많은 유저들이 진지하게 그녀를 꼼짝 못 하게 만들 방법을 모색 중이다.
─체력을 회복 못 시키게 하는 방법이 있는 거 아닐까?
예를 들어 마지막에 폭딜을 파바박 박는다거나
└단풍잎에 폭딜이 어딨어 X발아ㅋㅋㅋㅋㅋ
└표도로 올크리 터지면 폭딜 엌ㅋㅋㅋㅋㅋㅋㅋㅋ
└상상력은 기발하네
└X지 박는 게 더 현실성 있겠다
피바라기, 죽무 나온 야스오도 점화를 걸면 칼춤을 추다 피의 이슬로 사라지듯, 정체불명의 치유력에 대한 해법도 분명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커뮤니티에서는 여러가지 가설이 논해지고 있다.
─200렙달성함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그 피가 회색으로 된 순간에 무슨 스킬 같은 거 써야 되는 거 아님? 킹능성 있는데
"글쎄요. 그것도 가능성이 없지는 않겠죠."
―카오스 라테일 위협처럼?
―또 그 병신 직업 필요함? ㅋㅋㅋㅋㅋ
―성기사
―치유 감소 스킬은 딱히 없지 않나
과연 어떤 것이 맞는 것일지.
올라오는 채팅창을 쭉 보고 있자니 다 알고 있는 입장에서 깊은 한숨이 나온다.
'여하튼.'
준비가 필요하다.
힘으로 하기 보다는 요령을 배우고 도전하면 반드시 깨지기 마련이다^^라는 장연수 부장님의 명언처럼 유비무환의 자세를 지녀야 한다.
"뭐, 급할 건 없으니까 공백 기간을 메울 수 있도록 아이템부터 천천히 세팅해보겠습니다."
―??
―지금도 충분히 센데
―그럴 때가 아님
―이러다 다른 BJ들한테 선수 뺏겨요!
방학 시즌은 대형 패치도 볼 거리지만 급식층 유저들의 유입도 빼놓을 수 없다.
장난으로 하는 소리가 아니라 정말로 진지한 이야기다.
'저레벨 유저 수가 많아진다는 소리잖아.'
레벨별 유저 수가 피라미드 구조를 이루어야 건강한 게임이다.
특히 방학 시즌에는 아래층이 탄탄해지고, 이는 랭커 입장에서 상당한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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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밍o]― 6, 999, 999 수량1 7―1
[청v순]― 7, 000, 000 수량2 5―2
[YD자장면]― 7, 200, 000 수량1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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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충들이 뭘 할까?
절대 다수는 부화기를 깐다.
세계 최초의 랜덤박스, 그러니까 확률형 캐시 아이템 말이다.
'돈슨이 괜히 돈슨 소리 듣는 게 아니라는 거지.'
1개에 990원.
게임 아이템 하나를 무작위로 얻을 수 있다.
싼 것은 몇 만 골드, 비싼 것은 수천만 골드에 이른다.
원화로 따지면 10원에서 ~1만 원 정도의 가치다.
나름대로 할 만한 도박이고, 현질보다 접근성이 높다 보니 학생 유저들이 미친 듯이 돌렸다.
―환이 재력 보소
―21억 골드 ㅁㅊㅋㅋㅋㅋㅋ
―부캐에 더 있을 걸?
―싹쓸이를 해버리네 ㄷㄷ
이렇듯 시장에 풀리는 아이템이 많아진다.
조선족 사건 이후, 전문 사재기꾼도 크게 줄어 구매하는 것이 수월해졌다.
방학 시즌이다 보니 환율도 올라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게 느껴진다.
'지금 생각해보면 개꿀이긴 해.'
현질을 하는 유저들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개학 때는 6000 : 1로 하락했다가, 방학 때는 2000 : 1까지도 상승한다.
못해도 2배에서 3배의 돈놀이가 가능했다는 소리다. 작정하고 장난질을 했다면 적지 않게 땡겼을 수 있다.
고작 게임에 그런 짓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말이다.
사실 당시에도 알고는 있었는데 안 했다.
─내꿈은먹튀왕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 보태 써라
"닉값 못하는 먹튀왕님 500개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이번 기회에 지작 하나 띄우려고요."
이미 한 달 전부터 모으고 있었다.
학생 유저들의 유입은 기말고사가 끝나고부터 시작이기 때문에 부지런한 편이 좋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어쩌고저쩌고.'
딱히 시세 차익을 보기 위함이 아니다. 지작에 대한 욕심도 그렇게까지 많지 않다.
이 모든 것은 당연히 시리우스 여제를 따먹기 위함이다.
뻔하디 뻔한 이야기다.
막 생각지도 못한 비밀이 숨겨져 있고, 돈슨 천재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리가 없는 것이다.
그런 게임사였으면 애초에 욕을 먹을 리도 없다.
블라자드가 이러니저러니 사고를 쳐도 항상 신작이 기대를 모으는 건 게이머들에게 감동을 줬기 때문이다.
돈슨이 준 건 엿밖에 없고, 질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여주지 못했다.
『주문서가 한 순간 빛나더니 신비로운 힘이 그대로 아이템에 전해졌습니다.』
시리우스 여제에게 숨겨진 비밀도 그렇게 별 게 아니다.
중요한 건 스공을 올려 보다 많은 데미지를 꼽는 것이다.
기본적인 스펙 상승만큼 이번 레이드에서 중요한 것이 없다.
"오~ 괜찮은데? 공격력 4 올랐어."
―오 공5 카혼목ㄷㄷ
―아직 업글 횟수 1남음
―공10 가즈아!
―와 카텔 공대장이라 거의 노코스트로 지르네
그동안 너무 돈X랄이라 하지 않았던 추가 아이템 세팅을 하고 있다.
최상위급 지작은 사고 싶다고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 직접 만드는 것이 최선이다.
'진짜 돈X랄이긴 한데.'
망작이 된 건 팔면 되니 엄청나게 뼈아픈 손실은 아니다.
BJ라는 점은 이럴 때 은근히 도움이 돼서, 시청자들 중에 매입자를 찾기 편하다.
즉, 이조차 콘텐츠다.
격이 다른 강함을 손에 넣는다.
양말부터 모자까지 전부 삐까번쩍한 사기템으로 치장한다.
─오정환환환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네글자랑 펑이조, 구해조 시리우스 감 잡았다고 난리던데 아시나요? ㄷㄷ
"몰라."
―단답 보소
―Fun하고, Cool하고, Sexy하게 말하네
―ㅈ밥들이라 이건가?
―아니, 지금 작이나 할 때가 아닌데……
물론 이러는 사이에도 경쟁자들은 피똥을 싼다.
두뇌를 채연만큼 풀가동해서 시리우스 여제의 공략법을 짜내고 있다고 하니 굉장히 무서운 소식이 아닐 수가 없다.
'어우, 그러다 최초 격파라도 하겠어.'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럴 일은 때려 죽여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