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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로 산다는 것-179화 (179/846)

179화

단풍잎BJ들은 분주하다.

새로 나온 보스 몬스터 '시리우스 여제'의 공략법을 독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적 트리플 킬!

결코 순조롭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성과가 없다는 건 아니다.

BJ네글자는 소규모 공대를 꾸려 일단 패턴을 파악하기로 했다.

"아, 이제야 알겠다! 뒤에 십자가 사라지면 그냥 공반이라 생각해야겠네."

―오~ 그거였네

―내가 아까 말했는데……

―성직자 어리둥절행

―하나씩 알아가자!

그는 최초로 시리우스 여제를 격파할 뻔했다.

비록 미수에 그쳤으나 가장 앞서가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다 주었다.

그에 따라 정석적인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

패턴을 하나하나 분석하여 공략 지침서를 완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내가 보기에는 뭔가 있어. 공략의 열쇠가 되는 숨겨진 키가!"

―나도 그렇게 생각함!

―사이비 종교 같누

―도를 아십니까?

―어제 학원 갈 때 똑같은 말 들어봤는데ㅋㅋㅋ

BJ구해조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한다.

어차피 패턴이나 대응법은 시간이 지나면 풀리게 돼있다.

그리고 막말로 죽으면서 깨도 딸피까지는 몰아붙일 수 있는 보스몹이다.

'체력 회복 메커니즘에 뭔가 있다니까? 나한테는 그게 느껴져!'

문제는 회복이다.

잡을 만하면 갑자기 체력이 찬다.

버그라고 생각했지만 개발자의 입에서 그렇지 않다는 확신이 떨어졌다.

즉, 공략 방법이 있다는 소리다.

그것만 찾아내면 충분히 격파할 수 있다.

구해조는 시청자들의 의견을 참고하며 여러가지 방법을 써보고 있다.

─마이플스토리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옆동네 게임은 점화 걸면 치유 감소되던데

"점화? 불? 딸피때 한 번 화염 스킬을 막 퍼부어볼까?"

―그거다!

―오~

―역시 구해조는 천재야

―세계관이 다른 것 같은데;;

브레인 스토밍.

내 아이큐 150, 네 아이큐 150. 총 300의 머리로 완벽한 작전을 짜는 것의 확장판이다.

시청자 아이디어를 무작정 시도해본다.

대부분은 결과가 좋지 않지만 하나쯤 얻어 걸리는 것이 있기만 하면 된다.

"죽여 이 개새끼! 죽여 이 간나 새끼!"

네글자와 구해조는 방법만 다를 뿐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모든 BJ들이 격파를 목적으로 시리우스 여제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다.

띠링!

콩고물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BJ펑이조는 가장 열성적으로 이를 긁어모은다.

딱히 방송 콘텐츠나, 공략의 열쇠라고 생각했다기보다는.

─거품펑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장갑류 비싸긴 한데 해적 거라 좀 쌀 듯

"그래서 얼만데!"

―전사나 도적 껀 1억 넘음!

―오정환한테 팔자. 사정사정 하면 사줄지 누가 앎?

―펑이조 자존심 절대 못 굽히지ㅋ

―응 지금은 무릎도 꿇어~

디아볼로3에서 너무 꼴아박았다.

갑작스런 직업 너프로 손해본 것도 만만찮은데 게임 자체가 확 기울었다.

골드 가치가 수직 하락한다. 현재 디아볼로3는 짐바블로3라고 블리며 엄청난 화폐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단풍잎 장비까지 팔아가며 올인했던 펑이조는 휘청인다.

'X발!'

이를 만회하기 위해 레이드를 열나게 뛰고 있다.

흔히 보기 힘든 그가 노력하는 모습에 팬들의 자발적인 협조가 이루어진다.

띠링!

콩고물이 제법 짭짤하기도 하다.

펑이조가 모으고 있는 것은 다름이 아니다.

시리우스 여제는 잡을 수 없지만, 잡몹들은 충분히 상대가 된다.

<내 검과 심장은 시리우스의 것이다!>

물론 만만치 않다.

시리우스 여제가 소환하는 잡몹들은 말이 잡몹이지 HP가 최소 수억에 이른다.

기사단장 가렌의 묵직한 돌격은 위협적이다.

"아니, 씹! 갑자기 진영을 무너뜨리고 X랄이야……. 이거 어떻게 대응이 안되네."

―그냥 점프하지

―발컨……

―공황장애 걸렸네

―가렌이 브실골 한정 씹OP긴 하지ㅋ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기사단장 하나하나가 어지간한 보스 몬스터다.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엄청난 경험치와 아이템을 떨어뜨린다.

『타이거투스 부츠』

장비분류 : 신발

물리 방어력 : +84

마법 방어력 : +89

공격력 : +1

STR : +15

DEX : +16

이동 속도 : +10

점프력 : +7

업그레이드 가능 횟수 : 7

140제 방어구들.

현존하는 그 어떤 아이템보다 월등한 옵션을 자랑한다.

펑이조 공대는 의도적으로 기사단장만 처치해 아이템들을 긁어모으고 있다.

─펑이조 기사단장런 하는데 좋아 보이더라

시리우스 여제 소환몹만 잡는 건데

140제 방어구 은근히 잘 떨굼

└그걸 왜 해?

글쓴이― 어차피 못 잡으니까 아이템만 먹고 ㅌㅌ하는 거지 └올 괜찮은데?

└펑이조가 머리 좋아 보인 적 난생 처음이네

그것이 꽤나 짭짤하다.

'각단팟'이라 불리며 유행을 탄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시리우스의 여제의 공략도 진행된다.

당연하게도 실질적인 성과는 없었다.

* * *

주문서 수집은 예정대로 이루어진다.

140제 방어구가 풀리게 되는 것 또한 말이다.

─거품펑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펑이조가 해적 방어구 팔던데 사쉴?

"있으면 무조건 사죠. 모든 세트를 풀템으로 맞출 계획이라."

단풍잎스토리에도 세트 아이템이 있다.

최근에 추가된 개념이긴 하지만, 최근에 추가된 아이템답게 옵션이 아주 탁월하다.

'원래 그래.'

상업적인 이유만이 아니다.

개같이 고생해서 만들었는데 유저들이 안 쓰면 얼마나 섭하겠어?

패치된 것 중에 OP가 있는지 따지는 건 랭커가 가져야 할 기본 자세다.

그리고 나는 이를 진작에 알고 있었다.

각단팟이 활성화돼 아이템이 풀릴 시기를 기다렸다.

혼돈의 주문서를 싹쓸이하여 모아둔 진짜 이유이기도 하다.

『주문서가 한 순간 빛났지만 아이템에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방어구 주제에 공격력이 붙어있다.

스탯을 랜덤으로 변화시키는 혼돈의 주문서와 찰떡궁합이다.

워낙 랜덤인 탓에 좋은 옵션을 만드는 게 만만찮은 것이 단점이지만.

─리프레일찐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ㅁㅊ 200장도 넘게 있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창고캐에 더 있어요. 괜찮은 거 뜰 때까지 계속 돌려봐야죠."

―와 물량 ㅁㅊ

―지금 혼줌 시세 2배가 넘게 올랐던데ㄷㄷ

―무슨 주식도 아니고

―형은 계획이 다 있구나?

굉장히 많이 준비해뒀으니 괜찮다.

해적 방어구가 시장에 올라오는 족족 사들여 SSS급 장비를 뽑기 위해 갈고 있다.

'세트 아이템답게 세트 효과가 있어서.'

깔맞춤을 해야 효과를 최대로 받는다.

당연하게도 하루이틀 걸릴 일이 아니고, 그 사이에 다른 작업도 병행하여 진행한다.

레벨업 말이다.

그동안 미루고 미루던 만렙을 찍을 생각이다.

193에서 레벨이 정지한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흘렀다.

─타락파워법사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아니 진짜 만렙 왜 안 찍은 거?

"만렙 찍어도 특별히 세지는 것도 아니고, 핑크린 슬레이어 훈장도 있어서 아쉬울 게 없었어요."

―아 별풍 받아야 하자너

―눈치 없네

―ㄹㅇ 어그로 끌렸을 때 해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의 보스몹만 사냥했기 때문이다.

레이드로 얻을 수 있는 경험치는 한계가 있고, 반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겨우 3레벨을 올렸다.

'이것도 기다리고 있던 거지.'

신규 보스만 출시된 게 아니다. 신규 사냥터도 효율이 매우 괜찮다.

어차피 노가다를 한 번 해야 한다면 쉬울 때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준비를 차근차근 마쳐나간다.

* * *

방학을 2주 앞두고 대형 패치가 이루어졌다.

시리우스 여제가 출시된지도 벌써 한 달이다.

그만하면 적어도 실마리 정도는 잡힐 거라 생각했지만.

─돈슨판 밀레니엄 문제 연구하는 분들 보셈

+――――――――――――――――――――――――――――――――――――――――#볼프강 하켄

"내가 푸앵카레 추측을 증명 못한다면 나는 바보이거나 노력을 안 한 것일 뿐이다."

그리고 그는 바보가 되었고 분노조절장애까지 생겼다

#존 내시

영화 뷰티풀마인드의 실제 모델이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그는 리만 가설을 증명하다가 정신분열증을 앓게 됨이에 충격을 먹은 수학자들은 한동안 리만 가설의 ㄹ자도 꺼내지 못함――――――――――――――――――――――――――――――――――――――――+괜히 답 없는 문제 연구하지 말자는 선구자들의 교훈ㅇㅇ└이건 찐이잖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정신병 걸릴 만하지 저건;;

└돈슨판 밀레니엄 문제 ㄹㅇ 작명 잘했네

└푸앵카레 맛있음?

한 달이 지나 알게 된 건 아무것도 진척된 바가 없다는 사실 뿐이다.

수많은 시도가 있었으나 체력 회복 메커니즘의 비밀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정말로 유저를 또 우롱하는 게 아니냐?

부정적인 여론이 다시 고개를 들게 된다.

이성적인 여론도 아직은 적지 않게 남아있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한 수학자의 명언

+――――――――――――――――――――――――――――――――――――――――#앤드류 와일스

"암흑 속에서 전등의 스위치를 발견하기 전까지 얼마나 긴 시간을 보냈는지에 따라 불을 켰을 때 느낄 수 있는 감동은 달라진다."

――――――――――――――――――――――――――――――――――――――――+시리우스 여제 공대분들 파이팅!

└응 니애미

└아 그래서 쟤가 시리우스 여제 깼냐고ㅋㅋ

└단풍잎 만렙보다 어려움?

└얼마나 ㅈ같이 만들었으면 역사적 난제랑 비교되냐……

화제는 점점 커져 간다.

각단팟이 고레벨 최대 콘텐츠로 떠오르며 시리우스 여제의 공략은 폭풍의 중심에 있다.

"부장님."

"그래!"

장연수는 보고서를 받아든다.

방학 시즌 패치로 유저 수와 수익에 얼마나 변동이 생겼나.

상승 곡선이 아주 아름답게 뻗어있다.

'좋아, 아주 좋아!'

디아볼로3로 인해 국내 게임계는 한동안 피눈물을 삼켰다.

그렇기에 더욱 달콤하게 느껴지는 성적표다.

"신규 보스의 난이도가 여전히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다는 것만 빼면…… 전체적인 만족도는 좋아 보입니다."

"그렇지."

"논란이 역으로 노이즈 마케팅화가 된 감도 있고요."

"바로 그거지!"

해외의 거대 게임사와 정면으로 부딪혀서는 승산이 없다. 게임 운영과 마케팅 다각화로 전략적인 승부를 펼쳐야 한다.

그것이 성공했다.

실추된 신용을 회복함은 물론, 사내 평가가 수직 상승할 만한 엄청난 성과다.

이대로 이어지기만 하면 말이다.

"근데 그 신규 보스의 공략키 말입니다."

"기가 막히지?"

"기가 안 막힐 수는 없긴 한데~ 나중에 유저들의 공분을 사게 되면 골치 아파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유저들이 이토록 목을 매고 연구하고 있다.

그런데 결과가 허망하다면 당연히 빡이 친다.

'그래서 뭐?'

하지만 화(火)라는 감정은 무한히 지속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면 아 그땐 그랬지.

고작 게임 가지고 뭐?

가볍게 생각하기 마련이다. 돈슨과 장연수가 노리는 바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모든 대형 보스는 격파에 약 2년이 소요됐다.

"아예 불가능한 것도 아니고, 못 알아낸 쪽의 잘못이지."

"확실히 그렇긴 해요. 어떻게 그런 잔머리를……."

"뭐?"

"아닙니다 헤헤."

2년이란 세월은 결코 짧지 않다.

거의 대부분의 유저가 그 안에 접거나, 접속률이 크게 줄어든다.

나이대도 잼민이와 급식충의 비중이 높다.

시간이 조금만 흘러도 흐지부지해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문제가 되는 건 단 하나.

살아있는 변수 덩어리라고 봐도 무방하다. 오정환의 행보에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녀석도 요즘 장사랑 사냥에 재미 들렸다던데 잘됐지.'

개발자로서는 굉장히 억울하다.

게임 내 콘텐츠가 보스만 있는 게 아닌데.

미친놈의 토끼공듀들이 득실거려서 쉴 수가 없다.

한동안 다리 쭉 뻗고 쉴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의 계획이 잘 먹혔다는 생각에 장연수는 흐뭇하게 사무실 의자에 기대어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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