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화
만렙 달성 스노우볼
미래의 문.
과거의 문을 이어 출시된 지역으로 단풍잎스토리의 스토리가 차후 어떻게 흘러갈지 인식시켜준다.
─썬콜이젤좋아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일찐 놀이터 ㅈ망했누
"여기가 원조 일찐 놀이터긴 했죠."
―일찐 놀이텈ㅋㅋㅋㅋㅋㅋㅋㅋ
―헤네일찐 아시는구나!
―미용실에 모인 애들이 ㄹㅇ이지
―일찐들의 미래였던 거임ㄷㄷ
헤네일찐은 단풍잎 유저라면 모를 수가 없을 정도다.
참고로 이는 한국 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있다.
사람 하는 짓이 다 비슷하다는 이야기다.
그런 만큼 상징성이 있다.
그 헤네시소 마을이 ㅈ망한 형태로 나타난다.
미래의 문에서 보이는 건 글자 그대로 미래의 단풍잎이었다.
―가출소년이 촌장이 됐네?
―와ㄷㄷ
―퀘스트 깨보자 ㄱㄱㄱ
―대체 뭔 일이 있었던 거여;;
여러 일이 일어난다.
마치 그런 것처럼 생각되게 만든다.
약간 좀 스포이긴 한데 사실은 미래가 아니다.
'미래가 아니야.'
글자 그대로의 일이다.
ㄹㅇ 미래에서 온 나는 알고 있다. 저것이 다 검은 마법사의 계략에 지나지 않다는 걸.
그런 잡다한 스토리는 건들고 싶지 않다. 내가 원하는 건 사냥터.
마을 밖으로 나오자 후쿠시마의 위험성이 진심으로 느껴진다.
―아니 ㅁㅊㅋㅋㅋㅋㅋㅋ
―이거 보여주려고 어그로 끌었네
―그 찐따 같던 돼지가 맞음??
―진짜 단풍잎은 전설이다……
초보자 시절부터 잡는 저레벨 몬스터들이 미친 듯이 세졌다.
그냥 세진 게 아니라 나도 잠깐 한 눈 팔면 비석을 꽂을 만큼 초고레벨 몬스터로 변신했다.
─던파하다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단풍잎 스토리 개재밌게 됐는데?
"그래 보이긴 해요. 근데 제가 지금 퀘스트를 깨러 온 게 아니라."
방사능의 위험성이 피부로 와 닿는다.
단풍잎스토리가 일본에서도 서비스되어 다행이다.
아베가 정신을 못 차린 것도 스토리와 연관돼있을지 모른다.
'물론 그럴 리는 없겠지만.'
실제 미래가 아닌 허상이다.
검은 마법사가 유저들을 겁주고 싶어 만든 아X발꿈이다.
현재 시점에서 말을 한다면 미친놈 취급받을 테고, 지나친 스포이기도 하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목적은 사냥.
ㅈ망한 헤네시소를 지나 다음 지역에 도착한다.
제2투기장은 최근 고레벨들 사이에서 가장 핫한 사냥터다.
도곡초민철123 : 짜잔~ 내가 돌아왔다!
파워타락전사 : 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l최강l주 : 형 저 팬이에요!
더욱 핫하게 되었다. 낄껴를 못하는 잼민이들이 몰려온다. 돈슨께서 내려주신 캐시 아이템 고순돌로 말이다.
이렇게 될 걸 알기에 사냥을 안 한 것이기도 하다.
단풍잎BJ들은 비매너 유저들로 인해 고생한다.
팬을 빙자한 악질들이 많기 때문이다.
밧줄에서 얌전히 구경만 하면 모를까. 미친 듯이 날뛰면서 어그로를 끈다.
관심을 안 주면 스틸이라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는데.
삐용!
삐용!
여기저기서 비석 소리가 들려온다.
잼민이들이 날뛰기에는 토지가 척박하다.
몬스터들의 데미지가 억 소리가 날 정도로 세다.
'어중간한 고렙은 스치면 죽어.'
스틸은 커녕 생존도 불가능하다.
몬스터 공격력이 5천대에 육박한다.
나름 체력이 많은 전사 한 명이 안간힘을 쓰며 버텨보지만.
"느리구나. 쓰러지는 것조차."
―급식들 참교육 당하누ㅋㅋㅋㅋㅋ
―역시 미래의 일찐 놀이터!
―강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왜케 세??
더군다나 입장 제한도 있다.
캐시템을 안 쓰면 165 이하는 들어오는 것도 불가능해 조용히 사냥하기엔 최적의 장소다.
'그 이상은 마음만 먹으면 들어올 수 있긴 한데.'
그 마음을 먹는 것이 쉽지 않다.
빅뱅 이후 조금 허물어지긴 했어도 여전히 고레벨 사회는 규범이 존재한다.
내가 펑이조나 네글자처럼 근본 없는 애들도 아니고.
스카니아에서 입지가 탄탄하기 때문에 규범에 의해 보호 받는다.
이를 안 지키는 고레벨 유저?
레이드 참여를 꿈도 꾸지 못하게 된다.
길드 가입은 커녕 있던 길드에서도 쫓겨난다.
콰광!
콰과광―!
무엇이든 과하면 안 좋은 법이다.
적당한 규범은 사회를 건전하게 만든다.
그런 딱딱한 생각으로 뭉친 집단만은 아니다.
─4차전직이꿈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아니 미친 왜 파티에 만렙밖에 없는데 ㅡㅡ
"친창에서 도움을 주러 오셨네요. 감사하게도."
―데미지 졸라 세다 진짜
―인맥 미쳤네
―근본력 철철 흐르는 거 보소
―신안장전도 울고 갈 강제 노동ㄷㄷ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힘든 일 있으면 품앗이 하는 정다운 사회다.
랭커들은 콘텐츠 즐길 게 거의 없다 보니 도움을 요청하면 과할 정도로 오지랖을 부린다.
프로 : 평지라 제네 써도 별 도움이 안되네
q샤키노p : 뭐래 심셔틀이
프로 : 힝……
자리삽니다 : ㅋㅋ
규범이 생긴 건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개념은 지키고 살자는 취지다.
베르사유처럼 갑질의 형태로만 나타나지 않으면 좋다.
비매너 유저들이 뿌리내릴 수가 없으니까.
'차후에 BJ들이 비매너 유저들에게 방해받는 것도 사실 지들이 초래한 거야.'
무근본인 BJ들은 규범의 존재를 모른다.
급식충 인기에 힘입어 이를 무시하기까지 한다.
아, 그래요? ㅈ대로 하세요ㅋ 근본 유저들이 하나둘 게임을 떠난다.
랭커들은 콘텐츠를 즐길 것이 없다. 게임을 접어도 딱히 아쉬울 것도 없다.
규범이 사라지자 비매너 유저들도 분노 조절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비매너 때문에 방송이 힘들다~
돈슨 일 안 하고 뭐 하냐 진짜~
개뿔이 다 자기들이 싸지른 업보였다는 소리다.
사자가 사라진 초원에서 늑대가 왕이 될 수는 있지만, 하이에나를 통제할 수 없으니 개판이 되는 건 당연하다.
내가 있는 단풍잎은 전혀 그렇지 않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트리플 킬!
사냥은 차곡차곡 진행된다.
이곳 제2투기장은 몬스터가 엄청나게 세다.
특히 맷집이 기존의 사냥터와는 궤를 달리한다.
─메린이임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몬스터 체력 몇이에요?
"2500만 정도 되더라고요. 대충 노말 카쿰 팔 하나?"
―일반몹이?
―근데 왜 녹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랭커용 사냥터……
―이런 사냥도 나쁘지 않은 듯?
올드 유저로서도 의미가 있다.
빅뱅 패치 이후 퇴색됐던 파티 사냥이라는 개념이 부활했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층 단위로 나눠서 사냥했거든.'
대표적으로 죽숲, 얼골, 듀파, 바이킹, 불어전, 레와둥, 망둥, 남둥, 부기 등.
인기 사냥터들은 파티 사냥이 기본이었다. 맵이 불친절했던 영향도 크다.
하지만 맵이 개편됐다. 유저들도 무지막지하게 세진다.
몬스터가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로 사냥 속도가 올라간다.
그런 상황에서 빅뱅 패치!
데미지가 미터기를 뚫어버린다.
파티 사냥의 필요성이 적어진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이곳 제2투기장은 파티가 필요하다.
파티 인원에 비례해 경험치를 추가로 챙겨준다.
강제성은 있지만 이런 정겨운 사냥도 가끔은 나쁘지 않다.
─S2지존법사S2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아니, 무슨 경험치가 한 시간에 10%가 넘게 오르네…… 미쳤다
"진짜 옛날이랑 비교하면 미치긴 했어요."
―그게 많은 거임?
―겨우 10%가
―늒네들 어리둥절행ㅋㅋㅋㅋㅋㅋㅋㅋ
―원래는 1% 올라야 정상인데
경험치를 존나게 많이 주니까.
기존 사냥터들은 내 레벨이면 1시간에 많이 올라야 1%를 간신히 넘는다.
'그래서 옛날에는 파티 사냥 의존도가 컸지.'
솔로 플레이와 경험치 차이가 2~3배씩 난다.
안 그래도 느린데 파티 사냥까지 못하게 되면 사람 돌아버린다.
너 비매너야?
사냥도 레이드도 안 껴줄 거야!
당하는 입장에서 와 닿는 정도가 진짜 피가 마른다.
고레벨 사회의 규범.
어떻게 보면 손발이 오글거리는 통제가 가능했던 이유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인맥과 친분의 필요성이 절대적인 수준이다.
그것이 좋고 나쁘고 이전에 가끔은 그립다.
Latte is horse 말이다.
추억을 실시간으로 느끼며 빠른 속도로 만렙을 향해 질주한다.
* * *
디아볼로3의 쇠퇴.
방학 시즌을 맞이한 대형 패치.
두 가지 연쇄 반응으로 단풍잎스토리는 또다시 최전성기를 맞이했다.
"네 후임으로 그 친구가 앉았다며?"
"제가 사수로서 하나하나 가르쳤죠. 발상이 톡톡 튀는 건 좋은데 그만큼 사고도 많이 쳐서 걱정이 좀 남습니다."
분당구 판교로 이전하며 으리으리해진 돈슨 본사.
그 7층의 흡연실에서 김진표와 박창우는 출세의 여유로움을 담배 한 개비로 대신한다.
달콤해야 할 맛에 씁쓸한 뒤끝이 남기는 하지만 말이다.
"동접 40만……, 매출도 폭발적이고 단풍잎스토리가 아주 효자 게임이 됐다고 호평이 자자해."
"네, 거의 배의 배는 늘었죠. 저도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표정이 텁텁해?"
"가끔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제가 하는 일이 맞는지."
"……."
유저들 입장에서는 착각할 수 있다.
와~ 이 새끼들 아주 돈독 올랐네.
모든 게임 회사들이 처음부터 돈이나 벌자고 이 일을 시작한 게 아니다.
돈이 없으면, 게임도 서비스할 수 없다. 수익 모델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문제는 정도.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보이는 액자에 돈슨의 새 사훈이 쓰여있다.
『밸런스의 변화가 수요를 만든다!』
그날 그 충격적인 발표의 서막이 조금 고쳐진 것이다.
누군가 유성펜으로 작게 낙서한 '유저는 봉이다'가 진짜 의미를 가르쳐준다.
"곧 청소부가 지우겠지."
"하지만 실체는 저게 맞잖아요."
"넌 참……, 걱정도 팔자다."
불과 5년 전.
당시 진표는 이사였고, 창우는 개발부 부장이었다.
지금 진표는 상무가 됐고, 창우는 이사로 파격 승진했다.
게임 회사의 특성상 드문 일도 아니다. 문제는 그 이상으로 가속을 밟은 이가 있다는 것.
박창우의 뒤를 이어 개발부 부장이 된 장연수는 결국 디렉터까지 맡았다.
"많이 벌면 된 거야."
"그럴까요."
"쓰읍! 야, 우리가 무슨 힘이 있겠냐?"
저 사훈을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그 이후부터 돈슨의 방향성은 크게 변했다. 수익 창출을 보다 노골적으로 밀어붙이게 된 것이다.
물론 그래봤자 일개 사원이다. 장연수가 아니었어도 어차피 변했을 회사다.
그런 이가 하필 자신의 후임이라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그래서 너는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
"그건…… 아니죠."
"그럼 뭐 어쩌라고~."
"그냥요 그냥."
자신들 선에서 비틀 수 있는 물결이 아니다.
이제는 실무에서 손을 떼긴 했지만, 개발자들도 일이 쉬워지니 좋은 게 좋은 거다.
그냥 가슴 한 구석에서 의문이 들 뿐이다.
이 길이 맞는 건지.
만약 틀리다면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는 게 아닌지.
총괄 디렉터일 때는 그래도 조금씩 태클을 걸었다. 이사가 된 지금은 업무 자체가 달라졌다.
더 이상 참견조차 할 수 없는 입장이다.
"너는 너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했고, 그래서 이사직까지 올라온 거야."
"네……, 뭐."
"너의 손은 떠났고, 책임질 것도 없어. 단풍잎스토리 하나가 아니라 돈슨 전체를 봐야지. 그렇지?"
한낱 겜돌이에서 준대기업의 이사가 됐다.
자신은 이제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되지만,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것이 조금 두려운 것도 사실이다.
게임 업계에서 일하는 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다.
이를 알고 있기에 진표는 마음을 다잡으라는 충고를 해준다.
'그러는 나도.'
잊고 있던 감정이 떠오른다.
상생과 착취.
당연 전자를 고르고 싶은 것이 모든 개발자의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