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화
디아볼로3의 쇠퇴.
방학 시즌을 맞이한 대형 패치.
두 가지 연쇄 반응으로 단풍잎스토리는 또다시 최전성기를 맞이했다.
─님들 방학이라 단풍잎 하려는데
서버 ㅇㄷ가 좋음?
└닥 스카니아
└BJ 짱 많음ㅋㅋㅋㅋㅋㅋ
글쓴이― 그럼 해야짘ㅋㅋㅋㅋㅋㅋㅋ
└앙 기모띠!
그리고 BJ들.
최근 메타이자 시대의 변화라고도 할 수 있다.
아싸비, 타락파워기사 등 올드 네임드들이 차지했던 유저들의 우상 자리를 이제는 BJ들이 꿰차게 된 것이다.
그들의 명예가 실추되는 사건이 있었다.
그 영향도 물론 있지만 가장 큰 건 가깝기 때문이다.
기존 네임드는 몇 시간씩 여행하고, 캐시템을 써야 겨우 얼굴 보는 게 끝이다.
─아싸비 ㅅㅂ년 나의 순정을 무시함
가이드북이랑 웹툰 보고 팬돼서
10번 넘게 죽으면서 겨우 사냥터 가서 만났는데
인사도 안 받아주고 없는 사람 취급함 ㅡㅡ
└응 개솔 ㅅㄱ 아싸비 누나 존나 착해
글쓴이― 경험담임 ㅡㅡ
└그런 애들이 한둘이었겠냐고ㅋㅋㅋ
└나도 아시안느 보려고 그짓 했는데 ㅋㅋ
그에 반해 BJ는 소통이 된다.
어이 김씨, 아가리 닫고 방송이나 해!
그렇게 살가운 인사를 주고 받을 수는 없어도 Q&A 정도는 가능하다.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보다 가속화되었을 뿐이다.
실제로 마음만 먹으면 정말 친해질 수 있는 것도 틀린 말이 아니다.
─거품펑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어이 차씨, 아가리 닫고 방송이나 해!
"아니, X발 기사단장 3마리나 잡았는데 아이템이 하나도 안 나오는 게 말이…… 되지! 천 개 나이따!!!"
―징징대는 거 싹 멈추넼ㅋㅋㅋㅋ
―개꿀띠
―ㄹㅇ 좀 징징거리지만 않았으면
―펑이조도 자본주의 앞에서는 닥치네
그럴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있다.
방학과 더불어 밀려오는 급식충의 파도는 BJ들의 성장세에 더욱 힘을 실어준다.
그렇기에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RPG게임의 콘텐츠는 한정돼있고, 각 BJ들이 하는 것도 거의 비슷하다.
특히 보스몹 콘텐츠는 공통의 화제다.
─구해조 시리우스 여제 레이드 하다가 개빡쳤네
궁수 10명 데리고 가서
딸피 때 스나이핑 10방 동시에 박게 시켰는데
안 뒤지고 꾸역꾸역 회복함ㅋㅋㅋㅋㅋㅋㅋ
└안물안궁
글쓴이― 응 느금
└잼민이들 신났누
└ㅇㄱㄹㅇ 반박하는 놈은 글자팸
시리우스 여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그 누구도 격파는 커녕 실마리도 잡지 못했다.
느리지만 착실하게 공략이 진행됐던 이전 보스들과는 양상이 다르다.
─Donson Amie's death? ―미국
─唐森的母? 去世了? ―중국
─ドンスンママの死? ―일본
.
.
.
단풍잎스토리는 글로벌 게임이다.
여러 해외 유저들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신규 보스의 난이도 문제 있는 거 아니냐?
각각의 커뮤니티에서는 공통 화두다. 2년 만의 대형 패치가 이상하니 당연하다.
이러한 비난을 예측하지 못할 돈슨이 아니었을 뿐이다.
"축하드립니다 부장님! 아니…… 디렉터님 헤헤."
"음, 뭐 헷갈릴 수도 있지. 아무래도 좋아 아무래도."
노이즈 마케팅까지 상정을 한 패치다.
이를 선두에서 이끈 장연수는 미루고 밀리던 보상을 받는다.
잠시 주춤했던 초고속 승진을 다시 밟아가는 것이다.
'당연하잖아.'
동시 접속자가 무려 40만 명을 돌파했다.
20만 명도 축제였던 과거와는 비교도 안된다. 스스로 생각해봐도 이례적인 속도의 출세를 할 만하다.
이전부터 실권을 잡아왔기에 인수인계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반대로 말하면 직함만 달라진 정도지만 기분은 날아갈 것 같다.
"오정환은?"
"오정환을 굉장히 찾으시네요. 이벤트라도 하나 추진해볼까요?"
"닥쳐!"
"……."
눈치 없는 부하 직원을 나무라며 보고서를 받아든다.
오직 오정환 하나를 감시하라는 명령을 하달해두었다.
그만큼 신경 쓰이지 않을 수가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무너진 밸런스가 캐시템의 수요를 만든다.』
자신이 수년 전 대담하게 주장했던 게임 내 경제 이론은 돈슨의 사훈으로 자리 잡았다.
대외적인 시선을 생각해 조금 가다듬어지긴 했지만 그만큼 자신의 영향력이 막대하다는 방증이다.
이는 단순히 이용자에 대한 멸시가 아니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고, 실행 계획 또한 짜임새 있다.
빛 좋은 개살구식 패치로 대외적으로는 그럴 듯하게 만든다.
그 최대 난관이다.
한 유저가 자꾸 깰 수 없는 보스를 꾸역꾸역 깬다.
자신도 게이머로서 연구를 해서 설정한 기막힌 난이도임에도 말이다.
"사냥에 푹 빠졌다고? 너무 보고서가 해이한데."
"그렇게 신경 쓰이십니까?"
"왜?"
"그래봤자 유저 한 명이고 걔가 하면 뭐 얼마나 할 수 있다고요."
새로 부임한 부하 직원이 대체 왜 소란인지 모르겠다는 듯 물어본다.
그는 얼마 전까지 던파에서 작업을 했고, 단풍잎의 현 상황을 모를 만하다.
'이래서 ―던―들은'
빛 좋은 개살구라는 건 허울뿐인 깡통이란 소리다.
당장 시리우스 여제만 해도 아이템은 드롭하지만 이후 스토리 진행을 하나도 패치해 두지 않았다.
이전에는 아예 보상맵조차 만들어두지 않아 큰 논란이 됐다.
그렇게 패치를 안 한 만큼 다른 쪽에 투자할 수 있다.
한정된 인력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함이다.
"그, 그렇군요."
"자네도 이제 이 부서에서 일하게 됐으면 알아둬야지."
'예……, 명심하겠습니다."
박진영은 얼떨떨한 표정을 가까스로 다잡는다.
새 인사 배치 첫날부터 불협화음을 만들어서 좋을 것은 없으니까.
'BJ가 잘하면 뭐 얼마나 잘한다고.'
자신이 일하던 던파에서도 비슷한 현상은 있었다.
BJ들이 어느새 치고 올라와 유명인이 된 것이다.
하지만 게임을 좌지우지할 정도는 아니다.
가장 유명한 던파BJ인 보황.
아이템은 서버에서 손꼽힐 만큼 삐까번쩍하지만 그걸 가지고 뭔가를 제대로 한 적은 없다.
돈슨 게임 자체가 그러기 힘든 구조다.
오정환이란 작자가 잘나봤자 얼마나 잘난지.
알게 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미들마치[CH 14] : □─┐□─┐□─┐
미들마치[CH 14] : │오││정││환│
미들마치[CH 14] : └─■└─■└─■
자리삽니다[CH 05] : □─┐□─┐□─┐□─┐
자리삽니다[CH 05] : │만││렙││축││하│
자리삽니다[CH 05] : └─■└─■└─■└─■
곰승민[CH 07] : □────────────┐
곰승민[CH 07] : │오정환의만렙을축하합니다│
곰승민[CH 07] : └────────────■
오정환팬[CH 11] : ▷▷▷▷오정환◀◀◀200 축하드려요♬♪♬오정환팬[CH 11] : ▷▷▷▷오정환◀◀◀200 축하드려요♬♪♬오정환팬[CH 11] : ▷▷▷▷오정환◀◀◀200 축하드려요♬♪♬프로[CH 03] : 오★┌──┐★┌──┐★┌──┐
프로[CH 03] : 정★└─┐│★│┌┐│★│┌┐│
프로[CH 03] : 환★┌─┘│★││││★││││
핫개[CH 03] : 2★│┌─┘★││││★││││
핫개[CH 03] : 0★│└─┐★│└┘│★│└┘│
핫개[CH 03] : 0★└──┘★└──┘★└──┘
봄이[CH 01] : ┌*¨♡¨*┐□ㅏ乙ㅔ 축 하
봄이[CH 01] : │정환오빠│ ㄴ ㅂ 2 0 0
봄이[CH 01] : │만렙너무└*¨*¨♡¨*¨*┘
봄이사냥개[CH 01] : 반갈죽
봄이[CH 01] : │추카추카┌*¨*¨♡¨*¨*┐
봄이[CH 01] : │사랑해용│□ㅏ乙ㅔ 축 하
봄이[CH 01] : └*¨♡¨*┘ ㄴ ㅂ 2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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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니아 서버가 장장 1시간 동안 마비된다
* * *
아무리 10배나 빨라졌다고 해도 하루이틀 걸리는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더 시간을 들이면 그만인 일.
─메이플아재님, 별풍선 20000개 감사합니다!
만렙 축하해^^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는 거죠. 회장님 덕분에 제가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입 바른 소리 보소
―아첨 500배!
―200이라 200만원이야??
만렙을 찍었다.
장장 일주일 동안 사냥을 한 보람이 있다.
시청자들의 축하를 받으며 그 뒤풀이를 하는 중이다.
'사실 투기장이 생기고부터는 날먹이긴 한데.'
타락파워기사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몇년씩 24시간 사냥을 돌리던 때와는 다르다.
풀파티+경험치 버프면 190레벨이 넘어서도 1시간에 20~30%씩 오른다.
이 정도로 축하 받기는 애매하다.
하지만 팬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건데.
찬물을 끼얹기도 뭣하니 감사하게 받는다.
<오빠 봄이에요.>
"봄이가 왔어?"
<그런 거예요. 근데 그게 문제가 아니에요.>
"그렇구나."
<저, 저……! 정말 열심히 썼어요. 공부할 때보다 더 열심히 했던 거 같아요.>
ㅋㅋㅋ
우리 봄이에게도 받았다.
먹방을 하고 있긴 해도 여전히 주콘텐츠는 단풍잎이다. 만렙이 가진 특별한 의미를 잘 알고 있다.
예쁜 메세지를 만들어서 축하해주었다. 이른바 '고확 아트'라 불리는 것 말이다.
단풍잎스토리 특유의 문화로 유명하다.
'왜 그런 X랄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자애들이 환장한다.
그리고 단풍잎은 여성 유저의 비율이 가장 높은 게임 중 하나다.
대체 왜 저러지? 싶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다.
우리 봄이도 쓸데없는 것만은 잘한다.
나름 신경 써서 메세지를 적었는데.
─봄이사냥개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데헷―☆
<봄이사냥개!>
―봄이 담당 일찐ㅋㅋㅋㅋㅋㅋㅋㅋ
―반갈죽 당했누
―저놈 자꾸 봄이 괴롭힘!
―왜 안 블랙?
다른 유저의 고확을 끊는다.
너무 길게 만들다 보면 있는 일이다.
방송을 하는 봄이의 경우 그 저격이 훨씬 원활히 이루어진다.
'그럴 수도 있지.'
애들 노는데 어른이 끼어드는 게 아니다.
우리 봄이도 언젠가 되돌려주겠다고 했으니 말이다.
그보다 주의가 되는 건 네임드화다. 간혹 튀고 싶어하는 시청자들이 있다.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적절한 선을 넘지 않도록 주의를 해주세요."
<전 그럴 수도 있지 않아요. 정말 열심히 만들었단 말이에요!>
봄이처럼 열심히 만든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조금 지나칠 정도로 서버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재밌으니 땡.
별풍 받았으니 땡.
BJ 본인만 좋은 자기 합리화는 결코 옳지 않다.
'상생이야 상생.'
적폐를 몰아내고 내가 새로운 적폐가 된다면 그것만큼 우스운 일도 없다.
그렇다고 시청자를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것도 말이 안된다.
즉, 새로운 방식을 도모해야 한다.
만렙을 찍고 난리가 날 건 불보듯 뻔했다. 이후의 행보 또한 생각해두지 않았을 리 없다.
"과분한 축하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제가 하필 이 시국에 만렙을 달린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죠."
―이 시국ㅋㅋ
―시리우스 여제 아시는구나!
―아직도 못 깼다던데……
―Hoxy?
찹쌀떡 아저씨가 온 동네도 아니고 광역시 하나 규모를 1시간동안 뒤흔들었다.
모든 시민들이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일 것이다.
나의 만렙 달성을 모두가 안다.
이만한 규모의 관심은 이용할 수 있다.
방향성을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바꾼다면 말이다.
─시리우스따먹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시리우스! 시리우스! 시리우스! 시리우스! 시리우스!
"100개 감사합니다. 예, 맞습니다. 이제 슬슬 도전을 해야죠."
일반 유저 뿐만 아니라 랭커들도 전원 알게 된다.
싫어도 알 수밖에 없도록 1시간 동안 때려 박았다.
'그 분노를 풀 대상을 달리하자는 거지.'
현재 모든 고레벨들의 관심사.
도저히 실마리가 안 보이는 신규 보스.
아무리 나라도 혼자서는 도저히 깰 수 없다.
"팬분들 있으시면 다른 BJ분들에게도 전달해주세요. 우리 스카니아가 뭉칠 때가 왔다고."
―오?!
―ㅁㅊ
―오정환이 움직인다……
―BJ연합 가나요??
한 가지 큰 대의를 위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