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화
스카니아 연합군
오정환의 만렙.
그 소식은 일파만파 퍼져나간다.
n시프1 : 저도 오정환에게 문제가 없다고는 생각 안 해요.
하루종일 고확으로 떠들었으니 당연하다.
문제가 있다면 대상을 가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스카니아의 최대 세력이었던 베르사유도 해당 화제로 시끄럽다.
REAL꼬마법샤 : 그 새끼가 잘못인 거 맞잖아
n시프1 : 그~러~나~
n시프1 : 이걸 오정환 개인의 문제로만 봐야 하느냐?
n시프1 : 전 꼭 그렇게만 볼 건 아니라고 봐요.
REAL꼬마법샤 : …….
지난 핑크린 사태 이후 베르사유는 공식적인 해체 수순을 밟았다.
길드가 짊어진 빚이 너무 커졌고, 사태에 대한 책임도 져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 새로이 길드를 창단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언젠가 다시 부상할 날을 호시탐탐 기다리며 말이다.
'그래도 그 새끼는 좀.'
前베르사유의 길드 마스터.
소연은 아직도 오정환을 생각하면 이가 바득 갈린다.
그런 그녀에게 부길마가 어처구니없는 제안을 던져왔다.
n시프1 : 애초에 난공불락의 보스를 만든 장본인이 누굽니까?
n시프1 : 새로운 디렉터와 그 전신들 아닙니까?
오정환과 손을 잡자.
자신들 쪽에서는 목구멍이 찢어져도 안 나오는 소리다. 오정환이 먼저 손을 내밀었고, 그에 대한 대답을 회의 중이다.
내부 여론은 당연히 거절이었다.
누구 놀리는 것도 아니고.
소연 본인도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었으나.
'그런가?'
부길마의 설득에 점점 넘어간다.
무적과도 같은 논리를 반박할 방법이 없다.
돈뜯긴악마 : 확실히……
정미둘 : 돈슨이 패치를 ㅈ같이 하긴 해
NZ표사 : 옛날 단풍잎이 그립지ㅋㅋㅋㅋㅋㅋ
길드원들도 하나둘 넘어간다.
이전과 달리 길드장의 권한이 축소된 소연은 대세에 거스르기 힘들다.
그녀 본인으로서도 나쁜 선택만은 아니다.
n시프1 : 그래서 저는 현 디렉터와 돈슨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이렇게 봐요.
아련함z : 현 정부와 여당에게도 물을 기세네 (썰전 드립)
물론 일부 납득되지 않는 점도 남아있다.
그것을 감안해도 적과의 동침을 해볼 만하다.
애초에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닌 베르사유다.
'오정환은 오정환이고, 베르사유는 다시 일어서야지.'
그가 작정하고 잔당 소탕을 했다면 고레벨 유저들의 친목 사회도 옛말이 되었을 것이다.
실제 BJ인지 뭔지 근본도 없는 것들 때문에 고생이다.
그런 놈들에 비하면 나은 것도 사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오정환은 올드 유저다.
먼저 고개를 숙인다면 손을 잡지 못할 것도 없다.
─오정환은 지금 웃고 있다
[달리는 개를 지켜보는 치타짤. jpg]
이 사진을 보면 뭐가 느껴지는가?
빠르다고 하는 경주견이라고 해봐야
야생의 치타에게는 고작 개일 뿐이다
몇초 늦게 출발하더라도
우월한 차이로 따돌릴 수 있는, 아예 종자가 다른 놈이다 이제 출발한다 진정한 랭커 오정환이……
다른 경주견들은 직감적으로 긴장하기 시작한다
└오정환 여제 도전하기로 함?
└올ㄷㄷ
└치타가 온다……
└ㄹㅇ 이건 드립이 아닌데ㅋㅋㅋ
다른 BJ들도 난리가 나긴 마찬가지다.
시리우스 여제의 공략에 엄청난 시간과 자금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항상 촉각이 곤두서있다. 혹시라도 선두를 빼앗기지 않을지.
특히 오정환에 대해서는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는데.
'하;; 어쩌지?'
'내가 안 한다 해도 다른 놈들은 하겠지.'
'어차피 못 깨. 그렇다면 차라리 라인이라도 타는 게 수지가 맞아.'
그것도 옛말이다. 솔직하게 깰 자신이 없다.
아니, 사라졌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별 X랄 똥을 다 싸봐도 안된다.
사실상 반쯤 포기하고 있었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협조는 빠르게 이루어진다.
* * *
만렙을 찍은 이유.
새로운 사냥터 덕에 레벨업이 빨라졌고, 이슈 메이킹도 되고 여러가지 있지만 가장 큰 건.
─최강전사S2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해적 맞음? 내 전사보다 체력이 많네
"만렙 되면서 많이 오르긴 했어요."
―아무리 만렙이라도 선 넘었지
―원거리 체력이 2만ㅋㅋㅋㅋㅋ
―뭐임?
―이게 바로 빈부격차인가 뭐시기냐?
바로 체력이다.
체력이 국력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런 개드립을 위해서는 당연히 아니다.
'시리우스 여제는 1/1이 없거든.'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체력과 마나를 1로 만드는 보스 몬스터의 공격 패턴이다.
어쩌다가 한 번 쓰는 필살기가 아니라 시도 때도 없이 떨어진다.
죽음과 한 끗 차이.
레이드 경험이 적은 유저들을 공황 상태로 만드는 주범이기도 했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렇게 별 것도 없다.
단풍잎스토리의 특성상 피격시 최소 1초의 무적 시간을 가진다.
그 안에 체력 포션을 빨기만 하면 그만이다.
여차하면 체력과 마나를 100% 채워주는 파워 엘릭서도 있다.
"시리우스 여제는 1/1이 없더라고요. 대신 물약 제한이 생겼는데…… 체력이 많은 편이 유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너무 무식하게 많잖아
―피뻥 받으면 3만 넘는 거 아님?
―축캐인가 보네
―뉴비들 피작 모르누ㅋㅋ
시리우스의 이후의 보스부터는 달라진다.
완전 미래에는 아예 1/1이란 개념이 사라지고, 유저들의 체력도 5만이 우습게 넘어가지만 현재는 그 과도기다.
'최초의 만렙 타락파워기사의 체력이 1.25만이야.'
원거리 직업군의 사정은 훨씬 더 열악해 5천도 간신히 넘었다.
그에 반해 나는 2만 2천 대. 일반 유저들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을 만도 하다.
한 가지 꼼수가 있다.
'피작'이라는 것으로 체력을 늘렸다. 나뿐만 아니라 상위권의 랭커들은 기본적으로 한다.
─메이플스토리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레벨업하기 직전에 아이템 깔짝깔짝 바꾼 게 그래서임?
"예, 맞습니다. INT가 높으면 마나가 더 늘어나고, 이를 체력으로 전환할 수가 있거든요."
그 기원은 고구려 벽화 수박도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만, 보다 중론으로 취급되는 것은 마법사 유저들의 사냥 방식이다.
MP가드를 사용하면 HP 대신 MP로 데미지를 받아낼 수 있다.
'근데 옛날에는 포션값이 뒤지게 비쌌어.'
물약값이 감당이 안된다.
마법사 유저들은 머리를 굴린다.
이럴 바에야 MP가드를 끄고, 체력을 올리는 게 낫지 않을까?
그렇게 피작의 개념이 정립된다.
다른 직업들도 쓰게 되었고, 현재에 이르러서는 인위적인 수준으로 체력을 몇 배씩이나 늘리기도 한다.
『2세트 효과』
물리 방어력 : +300
마법 방어력 : +300
『3세트 효과』
MaxHP : +15%
MaxMP : +15%
『세트 효과』
공격력 : +15
모든 상태이상의 지속시간 : ―2초
『5세트 효과』
올스탯 : +20
모든 스킬레벨 : +2
『6세트 효과』
공격력 : +30
보스 공격시 데미지 +30%
물론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빠듯하게 장비 업그레이드를 한 보람도 있다. 여신 아이템의 풀세트 효과는 체력을 15% 상승시킨다.
그 외 장비들까지 합하자 2만대를 훌쩍 뛰어넘는다.
아주 만족할 수준까진 아니어도 시리우스 여제를 정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준비는 마쳤다.
"아아, 들려요?"
<들립니다.>
<오랜만이에요~.>
<펑이! 펑이!>
하지만 나 혼자서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다.
애초에 혼자 깨라고 만든 보스 몬스터가 아니니 당연하다.
디스코드.
보이스 채팅을 통해 실시간으로 대화가 이루어진다.
일전에도 한 번 모인 적이 있다 보니 딱히 어렵지도 않다.
─코카콜라제로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BJ연합 ㄷㄷ 멤버 미쳐따리
"좀 더 엄밀히 말하면 BJ연합은 아니고 스카니아 연합이죠."
―맞지ㅋ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이건 진짜 오정환 아니면 불가능하다ㅋㅋㅋㅋㅋㅋㅋㅋ―인맥킹 ㅇㅈ
다행히 기존 랭커들도 호응해줬다.
현질이 콘텐츠인 BJ들도 물론 강력하지만, 그들만으로는 숫자가 턱도 없이 부족하다.
'별 의미 없이 아이템만 계속 맞추는 뒷방 늙은이 같은 인간들이 있어.'
그렇게 드문 일도 아니다.
옆동네 리니지에는 수천 명 단위로 존재한다.
단풍잎에도 당연히 있고, 고이고 고인 그들의 힘이 필요하다.
REAL꼬마법샤 : 따, 딱히 널 위해 참가하는 건 아니니까
베르사유의 중진들도 함께 하고 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스카니아 최고의 길드. 그 수뇌부들은 손에 꼽히는 랭커들이다.
현 시점에서 시리우스 여제를 격파하기 위해서는 최상위 전력의 규합이 필수적이다.
정말 운이 좋게도 진짜 드림팀이 탄생하게 되었다.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 드리자면……."
물론 재료가 아무리 좋아도 결과물이 좋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공대장으로서의 내 능력을 백분 발휘해야 할 장이다.
시리우스 여제는 최대 도전 인원은 18인.
첫 번째 난관은 공대 구성을 짜는 것부터다.
일반적으로는 3격수+샤프+힐러+닼나를 넣긴 하지만.
"제 공대에는 성직자를 넣지 않겠습니다."
―?????????
―대체 왜?
―지금 성직자 차별 발언이신가요 ㅡㅡ
―힐 있어야 될 텐데
성직자는 단풍잎 제1의 인기 직업이다.
여자들이 많이 해서.
그 이전에 가장 키우기 쉬운 직업이었기 때문이다.
'남둥이나 부기 가서 뻥! 뻥! 하면 경험치가 미친 듯이 올랐거든.'
투기장 패치 이전에도 혼자 광렙이 가능했다.
심지어 '쩔'이라는 부수익도 쏠쏠하게 챙기는 적폐 중의 적폐였다.
그것은 현재도 ing.
보스전에서도 힐과 부활 때문에 필수 직업이다.
그런 기본적인 상식을 모를 내가 아니다.
"부활은 어차피 수레바퀴 쓰면 되고, 다들 정예 멤버라서 생존이 되니까."
―아 캐시템 쓰면 되지ㅋㅋ
―캐시만물설
―돈슨이 또……
―개ㅈ슨 또 너야??
상식적이지 않은 보스를 깨기 위해서는, 상식 자체를 허물어뜨릴 필요성이 있다.
성직자란 직업이 딜링에 거의 쓸모가 없다는 점도 크다.
'화력이 필요해 화력이.'
동시에 생존성도 챙긴다. 파티 스킬류 직업들을 추가한다.
그럼에도 부족한 건 각자가 열심히 잘 최선을 다해서 극복해본다.
정예 중의 정예 중의 정예를 추린다면 안될 것도 없다.
스카니아 최상위권 랭커들을 하나하나 선별하여 18인의 공대를 꾸린다.
"다들 지금 스공이 어떻게 되세요? 보이스로 안되는 분들은 디코에 채팅으로 적어주세요."
<듀블 9만 5천.>
<닼나 11만.>
<펑이! 펑이!>
무자본 유저를 2만, 랭커급 유저는 5만으로 잡던 시절이다.
다들 랭커 중에서도 최상위다 보니 장비 수준이 상당히 높다.
그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건 BJ들이다.
보통은 일상 생활 때문에라도 게임에 인생을 갈아넣을 수가 없다.
'근데 쟤들은 그러잖아.'
돈을 펑펑 터트리는 게 콘텐츠일 정도다.
그 덕에 실력은 미천해도 아이템 하나는 랭커를 웃돈다.
현재 시점에서는 그래도 아직 만족스럽지 않은 구석이 몇 군데 있을 것이다.
─치즈●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정환이는 몇임?
"저는 지금 노버프로 17만이에요. 여신 세트도 풀로 갖췄고."
―격이 다르네……
―헐 캐고수다
―무기는 어케 구한 거임??
―핫타임 이벤트때 뿌린 거 사는 수밖에 없지 않나
방어구는 기사단장들이 드롭하지만, 무기는 이벤트로 유출된 것들을 겨우 구해서 갖췄다.
아주 만족할 정도는 아니긴 한데 세트 효과를 생각해서 장비 중이다.
'마른 수건도 쥐어 짜면 물이 나와.'
각자 더 성장할 여지를 가지고 있다.
지나친 강함 때문에 발전을 포기하고 있던 이들의 가슴에 불을 지핀다. 지피기 위해서는 당연히 연료가 필요하다.
BJ들은 시청자.
랭커들은 길드.
든든한 후원층의 지지를 받는다면 어떻게든 가능하다.
스카니아 연합군이 일주일 후 다시 집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