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183화 (183/846)

183화

스카니아의 완전한 규합.

커뮤니티에서는 당연 난리가 난다.

그보다 더 빠르게 소식이 전파된 곳은 다름이 아니다.

"부장……, 아니 디렉터님 보고입니다."

"그만 좀 실수해~"

"죄송합니다."

"죄송할 짓을 왜 해?"

"……."

돈슨에서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총괄 디렉터가 된 장연수는 오정환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라는 특별 업무까지 하달했을 정도다.

하지만 옛말이다.

시간은 모든 것을 퇴색시킨다.

근 한 달 내에 어떠한 변고도 울려오지 않았다.

'내가 얼마나 완벽한 패치를 했는데.'

그러니까 돈슨의 간판 게임 단풍잎스토리의 수장격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출세의 감미로움은 뇌세포의 움직임을 굼뜨게 만들기 충분했다.

"오정환이 BJ들을 포함한 스카니아 랭커들을 규합해서 시리우스 여제의 레이드에 도전할 계획을 세웠다고 합니다."

"응 하라고 해~"

"네?"

"지까짓 게 하면 뭘 할 수 있다고."

"……."

자신감이 미터기를 뚫는다.

방학 시즌을 맞은 대형 패치는 달콤한 성공만을 가져다 주었다.

신규 보스도 심혈을 기울여 출시했으니 별일 없을 거라고 안일해진다.

'그럼 왜 ㅈ뱅이를 구르라고 한 건데.'

일개 유저를 감시하라니.

그 자체만으로도 어이가 없는 업무다. 꾹 참고 해왔더니 반응이 무덤덤하기 그지없다.

물론 박진영도 알고 있다. 모든 것이 아주 잘 굴러간다.

던파와 달리 파오후나 씹덕들이 난리를 피지도 않는다.

'뭐, 지가 알아서 하겠지.'

돈슨 내부적으로 경계가 줄어든다.

그렇게 일주일이 무난하게 흘러간다.

* * *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핑크린을 물리친 원정대여, 그대들이 진정한 시간의 승리자다!』

빅뱅 이전에는 난공불락.

빅뱅 이후에는 동네북이 되어버린 몬스터가 쓰러진다.

현재도 어지간한 고레벨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인 게 맞지만.

─시리우스따먹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아니, 핑크린이 무슨 15분을 못 버티네……

"요즘 유저들 화력이 미치긴 했죠."

―미친 건 니들만이구

―와ㄷㄷ

―말이 안 나오네

―말이 안 나온다면서 채팅 치네

총 체력 77억에 달하는 보스 몬스터가 맥을 못 춘다.

첫 격파 당시 30명이 미친 듯이 화력을 쏟아부어 간신히 깼던 걸 생각하면 괄목상대하다.

'그럴 만하지.'

그만큼 빅뱅 패치 하나가 엄청났다는 방증이다.

당시에도 대단했지만, 시간이 흘러 완벽한 세팅을 갖추자 세계관이 달라진 데미지를 뽐낸다.

『핑크린 원정대의 승리』― 1시간동안 물리 공격력 35, 마력 45, 물리 방어력 250, 마법 방어력 250이 증가한다.

물론 전투력 측정이나 하자고 잡은 것은 아니다.

핑크린을 잡으면 특수한 버프를 얻는다.

공격력 버프 중에서 가장 탁월한 효과를 지니고 있다.

―겨우 버프 얻으려고 핑크린을 잡는다고?

―템 나온 거봐

―저것만 팔아도 내 본캐템 다 맞춤ㅋㅋㅋㅋㅋㅋ

―진짜 클라스가 다르네

지나친 오바 같기도 하지만 실제로 쓰이는 방법이다.

기록 같은 걸 잴 때 종종 쓰이고, 지금처럼 화력을 끌어올려야 할 때는 반드시다.

"핑크린을 하면서 감이 잡히셨겠지만, 파장분들 버퍼의 초대와 강퇴 칼같이 하셔야 돼요. 눈치 보인다고 탈퇴할 때까지 기다리고~~ 이런 거 없습니다. 가능하면 자진해서 빠르게 버프 주고 탈퇴하시고."

<알겠습니다.>

<확인요.>

<펑이! 펑이!>

그 기록을 더더욱 끌어올려야 한다.

18인의 공대를 총 4개 파티로 나누기로 했다.

3개의 격수조와 1개의 버프조라는 특수한 구조다.

『격수조』 x3

창기사― 1명

격수― 4명

『버프조』 x1

성기사― 1명

성직자― 1명

궁수― 1명

대충 이런 느낌이다.

보통은 성직자와 궁수가 필수로 들어가지만, 이를 빼고 각자 생존하며 버프는 돌아가면서 받는다.

'각 파티의 파장이 수고를 해줘야 하지.'

화력 기여도가 낮고 생존력이 좋은 창기사가 맡는다.

창기사의 피뻥은 꺼져서는 안되는 버프이기 때문에 각 파티에 최소 한 명은 있어야 한다.

─번Dog의신vv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궁수는 ㄹㅇ 샤프 셔틀 취급이네

"효율을 위해서 어쩔 수 없죠."

―진짜 피도 눈물도 없네

―여윽시 킹정환 ㄷㄷ

―고급 빵셔틀

―응 그래봤자 못 깨~

그렇게 가장 이상적인 공대를 갖췄다.

사전 준비도 해온 만큼 보스에 들어가서 얼타는 인원도 웬만하면 없을 거라 사료된다.

'결국 중요한 건 공략법이긴 하지만.'

이 정도로 세심하게 안 해도 우격다짐으로 진행할 수 있다.

운명의 수레바퀴를 수십 개씩 쓰면서 말이다.

그래서 이견도 있었고, 불만도 많았다.

만렙 소동과 자발적인 참여가 아니었다면 진정시키기 힘들었을 것이다.

여제의 공략 노하우를 속 시원히 말할 수 없는 시점이다.

"알사탕 형님 듣고 계시죠?"

알사탕k : ㅇㅇ

"기사단장 전사가 번개 약점이고, 마법사는 얼음, 궁수는 불, 도적은 신성, 해적은 독 약점이에요."

알사탕k : 독 차지는 없어

―아 ㅈ병신 직업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위협 셔틀

―그 와중에 없누

―서럽다 서러워 팔불신!

돈슨 새끼들이 얼마나 악랄한지.

일반적인 게임사처럼 생각하다간 큰코다친다.

절대 못 깨는 보스를 만들었다고 의기양양하고 있을 게 뻔하다.

"시리우스 여제 본체는 모든 속성 반감이니까 알아서 잘 때리세요."

알사탕k : ㅇㅋ……

그런 보스를 깨기 위한 필수 직업이다.

성기사는 위협으로 보스의 데미지를 경감시킨다.

더불어 꽤나 쏠쏠한 파티 스킬을 하나 가지고 있다.

『전장의 지휘관』― MP 36 소비, 180초간 모든 스킬 레벨 2 상승

스킬의 성능이 조금 상승한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수준이긴 하지만 '영웅의 의지'의 스킬 레벨도 오른다는 점이 크다.

'롤로 따지면 수은 장식띠 같은 거지.'

보스전 필수 스킬이다. 무려 5분에 달하는 쿨타임이 1분 줄어든다.

체감 효과가 상당히 커서 반드시 필요했는데 응해주셨다.

[시리우스 원정]

타락한 시리우스에게 맞설 준비는 되셨습니까?

그 외에도 한 명, 한 명이 절실하다.

이 극악무도한 보스를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말이다.

원정대장인 내가 입장을 선언함과 동시에 맵이 강제로 이동된다.

「이곳을 찾아온 사람을 보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에요. 하지만 무사히 돌아간 분도 없었답니다.」

입장과 동시에 시리우스 여제가 환영해준다.

카쿰, 라테일, 핑크린 같은 기존 보스와 달리 일일이 쫄따구를 상대하거나 하진 않는다.

쑥!

쑥! 쑥―!

즉, 1초도 얼타고 있을 시간이 없다.

전사들이 돌진으로 시리우스 여제를 왼쪽 구석으로 몬다.

격수들은 이에 호응하듯 빠르게 따라가 가진 바 화력을 욱여넣는다.

"시리우스가 오른쪽을 보고 있어야 회오리를 안 씁니다. 패턴 하나가 봉인되는 셈이죠."

―오

―그건 또 어케 알았대

―갓정환 분석력 ㄷㄷ

―히비키 같은 거네

나름대로 공략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다 알고 있는 내 입장에서 보기엔 지지부진하다.

이 정도 정보는 유출해도 괜찮다.

'진짜는 그게 아니니까.'

충분한 사전 설명과 연습.

최고 수준의 스펙과 효율적인 원정대 구성.

빠듯한 준비 덕에 공략은 막힘없이 쭉쭉 진척되고 있다.

――――――――――――――――――――――――――――――――――――――――――――――――――――――+

※ 성숙한 시리우스 여제

+ 검은 마법사에게 영혼을 빼앗겨 타락한 것 같다. ㅓㅜㅑ

생명력 : ????????? 57%???????

+――――――――――――――――――――――――――――――――――――――――――――――――――――――

눈에 보일 정도로 착실하게 말이다.

체력 77억의 핑크린도 녹여버렸는데, 체력이 21억밖에 안되는 시리우스가 상대가 될 리 없다.

불과 5분만에 여제의 체력이 반토막 난다.

중간중간 나타나는 기사단장들도 순삭이다.

여기까지는 예정대로라고 해도 무방한 수순이다.

<아!>

<펑이…….>

중간중간 실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디스코드에서 터지는 아쉬운 탄성 대부분은 BJ들의 것이다.

숱한 레이드로 단련된 랭커들과 달리 억지로 스펙만 올린 영향이 여실하다.

"즉사기 떨어지는 거 조심하라고 말을 했는데 꼭 못 피하고 뒤져요 진짜."

―ㅋ

―그 거품 방금 터짐

―펑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카오스 라테일이나 핑크린에 비하면 오히려 난이도는 낮다.

맵이 넓은 것도 아니고, 당시보다 체력도 장비도 훨씬 우월하다.

'하지만 못하는 사람이 인베에서 트리플 킬 먹었다고 게임 이기는 게 아니지.'

단풍잎스토리는 조금 덜떨어진 유저들도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여러가지 캐시템을 만들어두었다.

돈이 많은 유저라면 자신이 엄청 잘하는 것처럼 플레이할 수 있다.

두두두두두―!

파바바박―!

데미지 하나는 기똥찬 것도 사실이다.

표창과 총알, 그리고 무수한 창질이 엄청난 기세로 박힌다.

운명의 수레바퀴로 부활한 BJ들도 다시 합류해 화력을 갖다 붓는다.

「일어나라, 나의 충성스러운 기사들이여!」

상단의 체력바가 50% 이하로 접어들면 2페이즈에 돌입한다.

맹공을 퍼붓던 여제가 철창으로 된 우리 안으로 휴식을 취하러 들어간다.

그리고 기사단장이 재소환된다.

전사, 법사, 궁수, 도적, 해적 5명이 한꺼번에 말이다.

숫자도 숫자지만 질적으로도 차원이 달라 까다로운데.

"아 그만 좀 뒤지라고!"

<집중할게요.>

<펑이…….>

각성한 기사단장들이다.

각성 전 체력이 각각 6억, 각성 후에는 16억 5천이 되며 데미지도 훨씬 강력하다.

패턴도 다양화되어 그럭저럭 귀찮다.

'그래봤자 별거 없긴 한대.'

그 별거 없는 것에도 버거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옛날에는 별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그런 간단한 걸 못해서 욕을 먹지?

차후에 랭크제가 있는 게임이 나오며 깨닫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스터도 찍기 힘들다는 걸.

이해를 해줄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각성한 기사단장을 전부 처리한다.

기존까지는 딱 여기까지만 레이드를 했다.

'각단팟'이라 불리는 140제 방어구 수집 노가다의 과정이다.

하지만 당연히 멈출 리 없다.

스카니아 연합군을 괜히 구성한 게 아니다.

휴식을 취하던 시리우스 여제가 슬슬 우리 안에서 나온다.

<정환씨.>

"네."

<아니, 근데 제가 이거 꼭 말씀드리고 싶은데…….>

BJ네글자의 목소리다.

그는 현재 공대원 중에서 시리우스 여제에 대해 가장 잘 안다.

실제로 가장 많은 의견을 냈으며, 공략 방식 중에도 이를 채택한 것이 꽤 된다.

엄청나게 많이 도전했다고 한다.

아예 딸피까지 몰아붙인 적도 숱하다.

도저히 이해 가지 않는 이유 때문에 매번 실패로 끝을 맺었을 뿐이다.

"계속 회복한다는 거잖아요."

<네, 제가 진짜 별의별 방법을 다 써봤거든요.>

체력 털끝만큼 남기고 집중 화력! ― 무의미

방향 전환 후 집중 화력! ―무의미

피회복 전에 넉백하면서 집중 화력! ― 무의미

기타 등등 여러가지 창의적인 시도를 해보았지만 여제는 비웃기라도 하듯 체력을 회복했다.

아무리 때려도 도로아미타불이니 잡을 방도가 없다고 포기하게 되었다.

"그렇구나."

<아니, 그렇구나가 아니라!>

"됐고 지금은 제가 공대장이니까 제 오더를 들어주세요."

혹시 자신과 비슷한 방법을 하려는 게 아닐까?

노파심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의 마음은 백분 이해하고 있다.

알겠다.

지금 유저들이 발만 동동 구르는 이유도 말이다.

돌이켜 생각해봐도 그러한 결론이 도출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돈슨이 개새끼들이지.'

여제의 공략 방법은 단 하나.

가장 심플하면서 효과적인 해결책이다.

그것은 바로 뒤지기 직전까지 계속 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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