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화
여제의 공략은 계속된다.
소환한 기사단장들이 모두 죽고 구석에 몰려 샌드백처럼 패고 있긴 하지만.
<으앙 쥬금.>
<펑이…….>
여전히 위협적이다.
BJ들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사상자가 나오고 있다.
'게임 못하는 것도 정말 재능이야.'
아무무님 끌려가서 R을 눌러봐요!
강도가 칼로 목을 그어버린다고 협박하는 것도 아니고 왜 자꾸 단순한 스킬을 못 피해서 죽을까?
나 같으면 답답해서라도 피할 텐데. 정말 재능이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런 개노답 삼형제를 끼고도 레이드는 수월하게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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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숙한 시리우스 여제
+ 검은 마법사에게 영혼을 빼앗겨 타락한 것 같다. ㅓㅜㅑ
생명력 : ??????? 41%?????????
+――――――――――――――――――――――――――――――――――――――――――――――――――――――
자꾸 체력이 차는 것만 빼고 말이다.
없었는데요? 있었습니다!
딸피가 된 여제가 은근슬쩍 체력을 회복한다.
<아, 또 차네.>
<그러니까 내가 뭐랬냐고!>
그 양이 무려 8억에 달한다.
대충 카쿰 2마리 분량의 체력이라고 생각하면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다.
한두 번이면 모를까. 몇 번을 깎아도 계속 회복한다.
별 진전이 없자 BJ들이 슬슬 시동을 건다.
'이래서 무근본 새끼들은.'
무엇 하나 제 손으로 이뤄본 적이 없으니 잠깐을 못 참지.
롤로 따지면 게임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아군 탓하면서 정치하는 셈이다.
낮은 티어에서만 나오는 현상이다.
높은 티어는 게임이 터지고 나서 정치한다.
타자를 치면서도 게임이 가능하기 때문에 별 상관도 없다.
'근데 쟤네들이 입을 털면서 게임에 집중할 수 있겠냐고.'
어금니 꽉 깨물고 해도 비석을 3분에 1번씩 박는 놈들이.
물론 사람이 게임을 못할 수도 있다.
많이 안 하면 못할 수도 있지.
BJ들은 하루종일 한다.
일반 유저들은 학교나 직장도 가야 되고, 장래도 고민해야 하지만 이 새끼들은 변명거리도 없다.
REAL꼬마법샤 : 모야 ㅡㅡ 왜케 시끄러
미들마치 : 좀 닥쳐 X발!
알사탕k : 학생……, 디코 내려^^
게임 재능 없기로 손가락에 꼽히는 보황도 다이아는 찍어봤다.
그만큼 못하기도 힘들다는 소리다.
끈덕지게 노력이라도 하면 되는데 노력하는 법조차 모른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비록 RPG라도 최상위권쯤 되면 팀게임의 개념은 잡힌다.
특히 옛날 단풍잎스토리는 협업이 워낙 베이스로 깔려있었다.
"BJ님들."
<네…….>
<네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 혹시 아세요?"
팀게임의 기본이라는 게 있다.
레이드든, 롤이든, 오버워치든, 배그든 뭐든 간에 여럿이 하는 게임에서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지켜야 하는 규칙이다.
'버스 타는 법이라기보다는, 게임 안 터트리는 법이지.'
예를 들어서 원딜 야스오가 무럭무럭 크고 있다.
정글도 바텀 위주로 풀고 있는데 탑갱 오라고! 탑갱 오라고! 탑갱 오라고! 탑솔러가 우기면 어떻게 될까?
탑 보고 사리라는 소리가 아니다.
할 수 있는 걸 최대한 하라는 것이지.
아군이 그쪽에 신경 써야 하는 상황만 안 만들면 된다.
"공대에서 공대장의 발언권은 절대적이에요. 지금 모여주신 분들 중에 길마분들도 있고, 네임드분들도 있고, 우리 BJ분들도 있지만 다들 지켜주고 계세요. 만약 제가 공대원이었어도 그랬을 테고."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라가 아니라!"
공대를 뛰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오더하는 입장에서 가장 어려운 게 책임감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시청자들끼리 모여서 하는 소꿉놀이가 아니라고.'
공대장을 리스펙하기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존중합시다, 리스펙!' 1시간 버전을 앉은 자리에서 들어야 정신을 차릴 놈들이다.
<펑이! 펑이!>
"펑이조님도 화내시잖아요."
―펑이조가 제일 정상이네
―ㄹㅇ
―선녀 효과 보소
―펑이조는 많이 맞아서 잘 앎ㅋㅋㅋㅋㅋㅋ
시그니스 여제의 레이드가 딱 1시간 진행되기 때문이다. 다소 잡음이 생긴 탓에 상정한 만큼의 결과를 내진 못했다.
Love자리 : 레이드 중에 누가 자꾸 잡담하는 거임?
첬첬 : 아 ㅡㅡ
프로 : 쩝ㅋ
REAL꼬마법샤 : 애새끼들을 왜 데려와!
―자리삽니다도 빡쳤네
―스카니아 길마들 다 빡침ㅋㅋㅋㅋㅋㅋㅋㅋㅋ
―BJ들 단체로 아봉행
―멤버가 너무 세서 찍소리도 못함ㅋㅋ
하지만 그럭저럭 괜찮다.
여러 사람이 모인 만큼 불화도 예상했다.
무엇보다 목표치에 거의 근접했다는 데이터를 얻었으니까.
'39번이라.'
내가 무슨 알파고도 아니고.
딱 잘라 성공 유무를 판별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인간이 하는 일인 이상 여러가지 변수가 반드시 따른다.
그렇기에 실전 데이터는 중요하다.
실수를 줄이고, 불협화음이 안 생긴다면 충분히 깰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거잖아요? 첫 시도 실패는 다들 예상하셨을 테고, 그 과정에서 여러가지 의견을 내주셨는데 이를 종합해서 두 번째 레이드를 제가 책임지고 반드시 성공시켜보겠습니다. 다소의 불만이 있으시더라도 짧은 1시간 집중해서, 집중해서 각자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봅시다."
―집중해서
―이걸 오정환이 커버 쳐주네
―요약 : 닥치고 해라
―마시멜로 실험하면 지금도 못 참는다 ㅇㅈ?
좋은 의미의 한 번 더를 시전할 시간이다.
* * *
시리우스 여제는 일주일에 2번 도전이 가능하다.
그마저도 하루에 한 번이라는 제약이 달려있어 연속 도전을 구조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속보) 오정환 공대 실패
[54:51 2페이즈 돌입. jpg]
[44:09 각성 기사단장 클리어. jpg]
[40:20 여제 첫 번째 회복. jpg]
20분만에 여제 딸피로 몰아넣고
40분 동안 미친 듯이 팼는데 결국 격파 못 함ㅋㅋㅋㅋ└나도 봄 └저 화력으로 못 깬 거면 진짜 노답인데……
└그래서 끝임?
글쓴이― 재료 모아서 0시에 바로 리트할 거라고 함
물론 편법은 존재한다.
자정이 지나면 재입장이 가능하다.
정확히는 입장에 필요한 아이템을 다시 만들 수 있다.
『꿈의 열쇠』
푸른 보석이 박혀있는 열쇠이다. 시리우스의 정원으로 입장하는데 꼭 필요하다.
오정환 공대가 취하려는 방식도 그것.
하지만 결국은 당겨 쓰는 개념이기 때문에 시리우스 여제의 공략은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
─이럴 거면 공략 왜 했누ㅋㅋ
그냥 3파티 나눠서
각단팟 하고 빠졌으면 분배 개꿀이었겠구만
└ㄹㅇ
└1인당 최소 5억씩 먹음ㅋㅋㅋㅋㅋㅋㅋ
└인력 낭비
└오정환인지 뭔지 기대했는데 별 거 없누
실패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커뮤니티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끓어오르고 있는 이유다.
실패에 대한 책망 이전에 기회 비용이 아깝다.
이럴 거면 든든한 국밥 한 그릇 사먹고 말지!
현재 '각단팟'은 고레벨 유저들의 쏠쏠한 돈벌이다.
이를 포기하고 도전한 것 치고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현재 단풍잎에서 펑이조보다 더 거품인 새끼. real
그건 바로 오정환
남들 다 깨는 카텔, 핑크린 먼저 깬 게 자랑
시리우스 여제도 꿀 빨려다가 바로 거품 드러남
└맞말 개추
└네글자처럼 하루종일 단풍잎 하는 것도 아니고 펑이조처럼 인생 갈아넣는 것도 아니면서 꼴보기 싫음└내가 말했잖아 이 새끼 별 거 없다고 └이잉~ 기모링!
특히 BJ팬덤을 중심으로 마녀 사냥이 이루어진다.
자신이 좋아하는 BJ가 공개적인 망신을 당하자 뿔이 단단히 난 팬들이 오정환을 물어뜯는다.
'아깝긴 해.'
'길드팟 했어도 각단은 잡았겠다.'
'다음부터는 6인으로 줄여볼까?'
공대에 참가한 랭커들도 속으로는 아쉬움을 삼킨다.
각단팟의 수익은 짭짤하기 그지없고, 일주일에 단 2번이라는 제약은 크게 걸린다.
그래서 실제로 많은 랭커들이 돈만 벌고 빠진다.
어차피 못 깨잖아?
괜히 돈 쓰고, 시간 쓰며, 빡치기까지 할 바에 수익이 좋은 각단팟만 돌리자는 것이다.
새로운 사냥터의 등장으로 레벨업도 쉬워졌다.
캐릭터를 여러 개 만들어서 레이드만 하면 잘 벌린다.
그러한 풍조가 만연해있는 것이 현재 단풍잎의 상황이다.
─오정환 이 새끼는 명장병 걸린 게 확실함
다 안된다는데
혼자 미련하게 꾸역꾸역 치자고 함ㅋㅋ
└내 말이
└보는 내가 답답하더라
└ㄹㅇ 안 풀리니까 애꿎은 구해조랑 네글자한테 화풀이함└펑이조 씹간신 새끼는 어떻곸ㅋㅋㅋ
커뮤니티의 여론도 만만치 않다.
BJ팬덤이 불을 붙이자, 그 떡밥에 일부 유저들까지 가세해 공략 방식을 비판한다.
개중에는 랭커급도 있다. 시리우스 여제에 도전해본 이들 말이다. 구체적인 근거까지 더해지니 여론은 더 힘을 얻는다.
─각단팟장이 쓰는 오정환이 멍청한. EU
제니스 서버 스공 7만 만렙 와헌임
일단 공대장으로서 오정환 능력은 인정함
근데 문제는 그래봤자 결국 못 깬다는 거임ㅋ
시리우스 여제의 패턴은 확실히 까다롭다.
하지만 격파가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고, 딸피까지 몰아넣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오정환의 공략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
바보멍청이해삼멍게말미잘이다.
순식간에 수백 개의 추천을 받으며 커뮤니티에서 지지를 받는다.
└학습 능력이라는 게 없나?
└뽀록으로 한두 번 깨니까 지가 특별한 줄 아나 봄ㅋㅋㅋㅋ└어휴……
└내가 센 것만 39번은 회복했다 ㅄ아
가중되는 불안을 딛고 두 번째 레이드가 막을 오른다.
* * *
첫 번째 시도는 좋은 워밍업이 되었다.
두 번째 시도는 보다 좋은 느낌으로 단추가 꿰어지고 있다.
<꾸웨에엑―!>
한사코 무난할 수만은 없겠지만 말이다.
여제의 저주로 돼지가 돼버린 펑이조가 울부짖는다.
─거품펑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유저가 개돼지라는 걸 암시하는 것인가?
"그러게나 말입니다."
―진짜 돼지로 만들어버리누
―저 스킬 개웃김ㅋㅋㅋ
―룰루 변이네
―룰루가 뭔데 씹덕아!
단순히 농담으로 치부할 게 아니다.
시리우스 여제는 돈슨이 얼마나 유저들을 잘 가지고 노는지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정말 잔머리는 기똥차게 잘 굴려.'
일주일에 2번의 제약.
각단장이라는 먹음직스러운 미끼.
그 두 가지가 유저들로 하여금 공략을 스스로 포기하게 만들었다.
《힘으로 하기 보다는 요령을 배우고 도전하면 반드시 깨지기 마련이다^^》
간담회의 기가 막힌 대답도 한몫했다.
누가 봐도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 같잖아.
패치로도, 말로도 구워 삶아서 정면 도전을 못하게 유도시켰다.
두두두두두―!
파바바박―!
그러니까 여제의 비밀은 다름이 아니라는 소리다.
체력 회복의 비밀?
그딴 거 신경 쓰지 말고 죽을 때까지 계속 공격을 퍼부으면 된다.
'12번째 회복.'
2페이즈를 넘어 각단장을 잡고, 여제를 샌드백처럼 두들기고 있다.
그럼에도 어림없다는 듯 꿋꿋하게 버티고 있지만 언젠가 무너진다.
그 횟수는 대략 50회.
앞선 공략에서 39회를 기록했다.
그보다 더 집중해서 화력을 쏟아붓는다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딜사이클 최대한 돌려주세요. 딱 30분입니다. 딱 30분만 빡집중해서 화력 퍼부으면 돼요."
<딸피때 몰아서요?>
"회복 신경 쓰지 마시고 계속요. 그냥 주구장창 때려요. 주구장창!"
물론 방법을 알고 있어도 쉽지 않다.
회복량을 포함한 여제의 체력은 대략 400억.
77억인 핑크린의 곱절의 곱절을 넘어가고도 남는 수치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공대원들의 레이드 숙련도도 어설프다는 부분도 발목을 잡는다.
그럼에도 화력을 집중해 쏟아붓는다.
'40번.'
유종의 미를 거둘 시간이 진정한 카운트다운을 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