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187화 (187/846)

187화

돈슨새 죽이기

분당구 판교에 위치한 돈슨 본사.

모든 착공이 끝났는지 더욱 으리으리해졌다.

한국 게임계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것 정도는 느껴진다.

─하늘에서캐시가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쏟아부은 캐시값이 보이고 있습니다!

"에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되죠."

―니가 말한 거잖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악질 새끼

―일코 오지네

―오늘도 한 건 하나요?

택시를 타고 도착했다.

동시에 방송도 진행하고 있다.

다행히 인가를 받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안녕하세요. 오늘 미팅 잡고 온 오정환이라고 합니다."

"아~ 네. 기다리고 있었어요. 안내 필요해요?"

"해주면 좋죠."

수고해준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정문을 지나자 바로 안내 데스크가 보인다.

돈슨 직원들의 시선이 왜인지 따가운 가운데 아는 사람이 있어 한숨 돌린다.

─동네피방초딩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동피단 집합했습니다!

"인기 있으시네요."

"정환씨만 하겠어요?"

시청자들 입장에서도 말이다.

동네피방누나, 줄여서 동피누라는 BJ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딱히 시킨 게 아니라 자발적인 것이다.

처음부터 데뷔를 원했다.

수입이 제법 짭짤하다며 자랑이다.

말하는 꼬라지를 보니 곧 직장도 그만둘지 모른다.

"동네피방누나. 한 번씩 검색해서 즐겨찾기 부탁드립니다. 돈 썩어나시는 분들은 팬가입도 좀 해주세요."

"와~ 말하는 것 봐."

―역시 오정환ㅋㅋㅋ

―인성 어디 안 가죠?

―철꾸라지보다 더 똘끼 있는 새끼……

―싸우지 말고 섹스해!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지난번에는 여러 일이 있었다. 이번에는 놀고 있을 시간이 없다.

팝콘TV가 아닌 만큼 선정적인 방송은 허용되지 않는다.

'뭐, 방송이 끝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붉은 혀도 그렇고 뱀 같은 여자다.

야망이 있는 타입은 상대하는 것이 껄끄럽다. 어장 관리를 해대기 때문이다.

의식적이지든 그렇지 않든, 큰 물고기든 작은 물고기든 그 자체만으로도 취향이 아니다.

"제 방송 본 적 없어요?"

"제가 요즘 바빠서."

"시작한 지 꽤 됐는데요. 요즘만 한 게 아닌데."

하지만 이해 관계가 일치한다. 궁합도 상당히 잘 맞는 감이 있다. 낮에도 밤에도 파트너로서는 가치가 충분하다.

'뒤편에서도 일을 잘 해주고 있고.'

장연수와 잘 돼가고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나의 부탁을 받아 접근했지만, 최근 그의 회사 내 입지가 커져 간다.

당연히 나는 누구 책임져줄 생각이 없다.

민하씨 뿐만 아니라 우리 봄이를 제외한 어떤 여자도 마찬가지다.

둘이 잘된다면 나로서도 좋다.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진다.

이번 사태도 최종 결정에 그녀의 역할이 컸다.

"미안해요."

"너무 가식적인 거 아니에요?"

"다음에 제가 밥 한 번 살게요. 그럼 됐죠?"

"언제 몇 시 몇 분 몇 초인지 시청자분들 앞에서 확실히 말해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새끼 100% 그냥 하는 소리였음

―동피누가 오정환 잘 아네

―합방 가즈아!

연결점이 있는 BJ는 많을수록 좋다.

안 그래도 합방각을 한 번 잡을 생각이었고, 그 과정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둔다.

물론 부수적인 것이다.

돈슨 본사에 온 진짜 목적은 그게 아니다.

직원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목적지인 8층에 도착한다.

"여러분 우리 헤어져야 돼요. 다음에 다시 만나요 안냥~."

―안냥~

―눈나 윙크 나 죽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동피누 치면 됨?

―이 누나 겜도 잘함!

BJ로서 성향도 겹치지 않는다.

본인도 열심히 하니 키워주는 보람도 있다.

마지막 방송 홍보를 마치고 장연수가 기다리는 집무실의 문을 연다.

* * *

단풍잎스토리 커뮤니티는 난리가 나있다.

그 여파는 당연하게도 단풍잎스토리 커뮤니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종격투기 ― 「개돼지겜 근황) 단풍잎스토리 유저 우롱 사태」

樂 SOCCER ― 「돈슨이 망해야만 하는 10가지 이유. txt」

도탁스(DOTAX) ― 「이제는 놀랍지도 않은 그 이름 '돈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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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큰 대형 사고라.

그것도 있지만 대한민국 게이머들의 공공의 적이기 때문이다.

지금 돈슨 게임을 안 하는 유저들도 한때는 돈슨 게임을 열렬히 했었다.

─이 순간 낭낭하게 1승 챙기는 새끼. jpg

┌───────────────────┐

│민중은 개돼지와 같다. │

│개돼지로 보고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 │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 │

└───────────────────┘

대충 그럴 듯하게 패치해두면 알아서 캐시값 갖다 받침 ㅇㄱㄹㅇ└너무 솔직했던 새끼

└이게 재평가 받눜ㅋㅋㅋㅋㅋㅋㅋ

└돈슨에 한하면 맞말임 ㄹㅇ

└이렇게까지 쉽게 비유해도 코나 후비면서 똥파나 단풍잎 키는 놈 있겠지?

그런 만큼 할 말이 많다. 킹리적 갓심은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확증이 없어 욕을 하는 것이 화풀이의 끝이었다.

드디어 절름발이가 범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간담회의 무책임한 발언과 시리우스 여제의 회복 꼼수는 국민적인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돈슨 대표의 따끔한 일침. jpg

┌───────────────────┐

│"게임도 예술의 한 형태라고 생각한다."

│돈벌이와 사업성에만 급급한 게임사들이 │

│업계를 병들게 만든다고 우려를 표했다. │

└───────────────────┘

다른 게임사 사장들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 ㅇㅇ;

└보고 배우면 ㅈ돼 ㅄ아

└비꼬는 거잖아ㅋㅋㅋ

└짝퉁겜, 현질겜, 사행성겜 만드는 놈들이 예수울????????

└나만 아니면 돼에에에에엑~!

건수 하나가 제대로 잡힌 것이다.

수십만 조횟수와 수백 개가 넘는 댓글이 달린 추천글이 숱하게 올라간다.

그동안 저지른 패악질과 흑역사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에 소재가 마르지 않는다.

[Best Comment]― 돈슨 게임 예술 맞지. 원래 예술 작품들 점 하나 찍어놓고 10억 100억씩 받는 거 모름? 乃892└그거였누

└어쩐지 돈 존나 들더랔ㅋㅋㅋㅋㅋㅋㅋㅋ

└현질 안 하면 게임을 못하지

└예술은 폭발이다

└돈슨 회사가 터짐?

└M이 터짐ㅋ

유저들도 워낙 신이 났다.

드립보가 터져서 너나 할 것 없이 흥에 겹다.

그렇게 관심이 집중된 와중에 악의 소굴이 만천하에 공개된 것이다.

─캐시 팔아서 세운 빌딩ㅋㅋㅋㅋㅋㅋㅋㅋ

─돈슨 사장 레이드 구함 [4/8]

─5층 창문 내 세뱃돈

─응 가축의 90%는 돈슨 지지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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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덕방아재」

30분 전。

#오정환#돈슨#유저우롱#단풍잎

오정환이 일냈다!

돈슨이 우롱한다는 결정적인 증거 잡아냄~~

「꾸엥꾸엥」

31분 전。

#단풍잎#시리우스#돈슨#현질빨#ㅈ망겜

BJ오정환이 돈슨에게 직접 따지러 간다네요 본방 사수!

「낙지맛젤리」

31분 전。

#돈슨#파프리카TV#오정환#정의구현

총알받이 내밀고 보상템 몇 개로 퉁치려는 건 아니겠지?

그럼 진짜 안 넘어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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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풍잎 유저들은 물론 일반 커뮤니티와 SNS에서도 엄청난 호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단풍잎 뿐만 아니라 모든 돈슨 게임이 막장이기 때문이다.

그 관심은 가시적인 시청자 수로 나타난다.

「보라) 오정환. 돈슨 본사 레이드 갑니다. 너만 오면 ㄱ」_ ?36, 974명 시청

누군가 한 명 총대를 매줬으면 좋겠다.

돈슨이 과연 뇌세포가 있는지 진지하게 궁금하다.

이를 두 눈 똑똑히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 오게 된 것이다.

─홍대병말기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저번에 합방 했던 그 영자네 ㅅㅂ?

"예, 맞습니다. 그분이에요. 반가운 얼굴이어야 되는데 지금 시청자분들이 도저히 반가워하지 하고 있거든요? 이 부분에 대해 한 마디 하신다면?"

"죄송합니다……."

―바로 비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노잼

―벌써 사죄 모드라고?

―이게 아닌데ㅋㅋㅋㅋㅋㅋ

간담회와 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볼 수 없는 책임자격 인물을 접견한다.

수만 명에 달하는 시청자의 압력은 그만한 이조차 발언을 사리게 만든다.

"그때는 부장님이셨는데."

"네……."

"지금은 디렉터시잖아요. 이해하기 쉽게 말하면 단풍잎스토리 대가리잖아요."

"……."

―대가맄ㅋㅋㅋㅋㅋㅋㅋ

―바로 막말ㅋㅋㅋㅋㅋㅋㅋ

―선 넘누

―넘어도 되지 ㅇㅈㅇㅈ

그럼에도 봐주는 법이 없다.

유저들이 가장 간지럽던 부분을 속 시원히 긁어준다.

그것만으로도 만족할지언데 직접 물어보는 것도 가능하다.

─못된영화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출세하자마자 배신 때리네 실망……

"일단 심려를 끼쳐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는 말씀 드립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제가 뱉은 말이 시발점이 되었기 때문에 더욱 깊은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뭐 X발?

―말이 심하네

―유저한테 욕 박는 인성 보소 ㄷㄷ

―말꼬리 잡기 대기 중!

바로 후원을 통해서 말이다.

남발과 오용을 막기 위해 100개로 커트 라인이 지정돼있지만, 가격은 문제가 안된다는 듯 끊이지 않고 질문 세례가 이어진다.

"저번에는 7층에서 뵀는데 오늘은 8층이잖아요."

"예, 제 사무실이 여기로 배정이 돼서."

"승진하면 1층씩 올라가는 거예요? 던전 같은 느낌으로."

"아, 아니 그런 거 아니고……."

―웃참 실패

―이건 못 참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꼭대기에 무조건 사장 있겠네

―저 새끼 잡으면 레어템 줌?

사과와 해명이 진행된다.

오정환의 장난스러운 진행에 힘입어 시청자들의 화도 다소 누그러진다.

적어도 대화가 가능한 수준까지는 분위기가 풀린다.

"힘으로 하기 보다는 요령을 배우고 도전해보라면서요."

"그, 그랬죠."

"요령껏 한 번 변명해 보세요. 여기 카메라 보시고."

"……."

―요령껏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 지가 뱉은 말에 지가 당해봐야지

―공개 처형임?

―아예 조져 놓네

물론 가해자 입장에서 말이다.

언제나 피해자여야 했던 유저들이 처음으로 역지사지라는 걸 경험한다.

그 쩔쩔매는 모습만 봐도 어느 정도 속이 풀린다.

─단풍잎큰손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아니, 웃으면서 넘어가지 말고ㅡㅡ 진짜 단풍잎 5년차로서 이번 사태 개빡치는데 실실 쪼개니까 더 빡치네

"죄송합니다 유저님. 반성하고 발전하는 단풍잎 되겠습니다."

"저도 이건 진지하게 보는 게."

"예."

"1000개라서 무조건 성의 있는 대답을 해주셔야 하거든요?"

"……."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이 되었다는 건 아니다.

자신의 기준에서는 50번 회복이 요령을 찾는 거였다!

골백번 사과를 한다고 해도 납득이 안되거니와, 재발이 안된다는 보장도 없다.

"근데 진짜 농담이 아니라."

"예."

"제가 저번에 별풍선 천 개에 운영자 싸대기 미션 걸면 떼부자 될 수 있다고 했는데 오늘 하시면 진짜 집 한 채 마련할 수도 있어요! 지금 민심이 그 정도입니다."

"……."

―분위기 곱창 내지 말고 웃어^^

―얼렁뚱땅 넘어가면 안된다

―ㄹㅇ이짘ㅋㅋㅋㅋㅋㅋ

―어차피 뒤져도 운명의 수레바퀴 쓰면 되니까 개꿀이네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돈슨 자체가 워낙 악명이 높기도 하다.

골수 유저들은 정말 진지하게 화가 머리 끝까지 나있다.

단순한 말장난으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사태의 해결과 재발 방지를 약속해도, 신뢰성이 떨어져서 믿음이 가지 않는다.

"이게 지금 엎질러진 물이잖아요."

"맞습니다. 사태를 정확히 인지하고 계시네요."

"다시 주워 담는 것도 주워 담는 것이겠지만, 당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수백만 돈슨 유저들의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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